아버지의 편지 - 다산 정약용, 편지로 가르친 아버지의 사랑
정약용 지음, 한문희 엮음, 홍금희 그림 / 함께읽는책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다산 정약용은 유명한 실학자이다. 그래서 그의 삶은 언제나 우리에게 크나큰 지표가 되곤 한다. 그가 유배 시절에만 쓴 책은 무려 500여권... 그런 까닭에 그의 그런 저작 능력이 우릴 깜짝 놀라게 만들며, 그의 초인적인 모습이 경이롭게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그 뿐 아니다. 그가 자식들에게 남긴 편지나, 시문들 또한 볼 수 있어서 그의 인간미를 실컷 감상할 수도 있다. 아내가 시집올 때 입었다던 치마가 그새 색이 바래져 보내오자, 그걸 오려서 편지지로 삼아 딸에게 보냈다는 '하피첩'은 우리의 가슴에 묘한 울림마저 준다.

  이 책은 다산이 자식들에게 준 편지를 국역하여, 아이들이 보기 좋도록 편집한 책이다. 한문투의 고루한 문체들을 가다듬어 보기 좋도록 하였으며, 아동 서적으로 깔끔하게 편집하여 아이들이 보기에 좋도록 하였다.

  다산 정약용의 자식 사랑은 요즘 흔히 말하는 과잉 보호나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식의 사랑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잘못을 채근할 줄 알며, 지금 하는 일에 대해서 붇돋워 줄 줄 아는 것, 그게 바로 정약용식의 자식 사랑인 셈이다. 여기에 나오는 글을 읽다보면, 참으로 당당하지만 인간적인, 그러면서도 무서운 선배같은 그런 아버지로서의 다산을 볼 수 있다.

  대표작인 '奇游兒'에서는 자식이 닭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에 감격해한다. 아마 요즘에도 자식이 닭이나 키우고 있는다고 한다면 벌쩍 뛰면서 말리고 있을 부모가 더 많을 것이다. 그것도 대대로 뼈대가 있는 양반 관료집이라면 더욱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다산은 그런 자식을 대견해라 하며, 단순히 양계만 할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양계에 대한 철학을 세우고 잘 관찰하고 여러 실험들을 하여 양계에 대한 논문('鷄經')을 쓰도록 지도해준다. 어떤 일을 하건, 단순히 그 일을 하는 데 만족하지 말고 그 안에서 전문가가 되도록 각고의 노력을 하라는 가르침이다.

  이런 식의 편지들이 가득 실려 있다. 이 글들을 통해 진정한 자식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이 글을 통해 과거 지식인의 자식 사랑과 절망의 나락에 건져올린 희망이란 싹을 확인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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