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이 사는 건 뭘까? 물론 정답은 없다. 그리고 각자가 생각하는 가치 또한 다를 것이다. 하지만 명확한 한가지 진실은 삶은 나 자신의 생각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것이다. 주위 환경이 날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위 환경들을 만들고 반응하며 산다는 것. 내가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게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다는 것. 그런 역반응의 논리가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동기가 된다. 난 바로 이 책에서 그런 역반응의 논리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에 더불어 나락으로 떨어진 그 순간이 다시 오를 수 있는 기회임도 말이다.

  이 책은 신영복 선생님의 사유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어찌보면 가장 암울하고 희망마저도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그 상황에 굴하지 않고 그걸 뛰어 넘으려 노력하는 지식인의 단상이라고도 말할 수 있으리라. 결핍 욕구를 지식의 갈급함으로 대처하고 그 안에 인생과 사상을 담아 맘껏 펼쳐보였다. 편지라는 형식을 통해 발산되기에 어찌보면 사소한 이야기로 보이기도 하지만,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 보면 그 편지는 한 개인에게 보낸 편지라기 보다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계주의 최종 주자가 승리의 영광을 독차지할 수 없습니다. 특히 목표가 원대한 것일수록 '최후'보다는 그 과정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최후란 전,후로 격절된 별개의 영역으로서 우리들 앞에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어떤 과정의 '전부' 또는 어느 기간의 '총합'이란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하리라 믿습니다'(337p)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는 말을 이렇게 멋진 글로 풀어냈다. 이런 류의 글을 읽으면서 한 단어 한 단어의 선택이 얼마나 문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으며, 그 안에 한 단어 한 단어가 나에게 던지는 미묘한 감정의 파고가 얼마나 거센지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던 시기는 나 또한 나락으로 떨어져 인생에 대하여 깊은 한숨을 쉬고 있던 시기였다. 물론 내 과정에 대해서는 만족했지만, 결과가 탐탁치 못해 절망했던 것이다. 그런 결과의 영향 때문인지 그 과정마저도 거부하며 저주하기까지 했다. 틈틈히 쌓여 나를 이룰 것임이 분명함에도 그렇게 보여진 현상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본질을 무시했던 것이다. 이 글을 읽고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한심한 노릇이었다. 나의 과정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나임에도 그렇게까지 폄하할 수 밖에 없었던 건, 나약해진 나의 자아를 어떻게든 위로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으니까. 지금 해야하는 건 과거의 부정이 아니라 과거의 나로서의 인정과 자아존중일 뿐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주옥 같은 명구절이 이외에도 정말 많다. 한 인간의 나락과 그 안에서 살고자 했던 안간힘에서 나온 사색의 결과가 이것이다. 나도 한 인간이다. 지금이 그 나락이라면 이 안에서 어떻게 나를 발전시키고 올라갈 것인지 맘껏 사색해보아야 겠다. 이젠 올라갈 때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