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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의 역사
아츠지 데츠지 지음, 김언종/박재양 옮김 / 학민사 / 1994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한자의 변화 양상을 알기 쉽게 풀어논 책이며, 그와 동시에 한자의 발전 방향에 관하여 논하고 있는 책이다.
한자의 변화에 대하여 이렇게 통시적인 관점으로 논하는 책은 처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나면 지금 우리가 한자를 쉽게 익히기 위해 하는 破字란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알게 된다.
한자는 모양을 본뜬 것에서 부터 점차 고도화, 추상화되며 회의나 형성으로 발전되어 갔다. 그렇기에 초반에는 네모 반듯한 모양으로 글자들이 아니었을 뿐더러 둥글둥글하며 곡선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그 字源을 알아야만 정확히 쓸 수 있으며, 쓰는 사람마다 약간씩 필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쓰기도 읽기도 어렵게 된다. 그런 불편을 해소하고자 진시황은 소전이란 방법으로 한자의 획수를 보편화, 단수화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 또한 불편했던 까닭에 한나라에 이르러선 노예들을 관리하기 위해 썼던 예서체로 더욱 단순화했던 것이다. 그 때에 이르러서야 양각하기 쉽도록, 그리고 누구나 똑같이 쓸 수 있도록 곡선이 사라지고 네모 방정한 현재의 한자와 비슷해진다. 그 후로도 해서체의 변화를 겪었으며, 지금은 간체화 하여 현재의 중국 한자에 이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한자의 변화를 알게 되면 지금의 한자를 보는 눈도 트이게 된다. 덩달아 심경호 선생님이 변역하신 '한자 백가지 이야기'를 읽는다면, 한자에 대해서는 어느 학자 못지 않는 수준에 이를 수 있으리라.
한문은 확실히 死文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한글전용 정책으로 그 자취를 감춘지 오래이며 일본에서도 단어만 빌려쓰고 있는 형편이며, 그건 중국에서도 백화문을 쓰면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한자를 연구하고 한문을 탐구하는 건 무엇 때문인가?
그건 과거 사람들의 의식구조에 대한 의문 때문이며, 그 안에서 공통의 인간으로 가졌을 삶의 양식들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자 한 자, 한 자 속에는 고대인들의 의식이 담겨 있다. 또한 그 한자들로 만들어진 문장인 한문 한 구절, 한 구절 속엔 사상과 의식이 담겨 있다. 그 안에서 지금의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찾아야 함이 지금 우리가 지고 있는 시대의 사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