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얼굴이 무지 두껍다고 느낄때가 있다..
특히 오늘 아침같은 날은 더욱더...
어제 종일 동동 거리고 하는일도 없이 맘만 바쁘고 두근거리고 했지만 정작 한것은 별로 없다..
생각해보니 손꼽을게 없으므로..고작 한다는게 아삭 아삭 단감이나 까먹고 아이들 책상 정리 해주고
나 피아노연주회 가고 없는 동안 공부하라고 공부해야 할 곳 짚어주고 채점 해주며 뭐 모르나 살피고..
아이들 먹을 저녁 지어놓고.
반찬 작은 통에 담아두며..과일도 깎아서 준비해주고..
그러다가 이른 오후가 되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로 한번 헹구고
변장 아니, 분장하고 춘천으로 쌔앵하고 출발해버렸다..
그러고는 가슴 떨리게 황홀한 손놀림에 반하고 그 화려한 드레스에 어린아이마냥 반하고..
무대에 선 그 아름다움에 홀딱 반하고..무엇보다도 그 멋진 선율에 반하고...
돌아오는 길에 함께 해준 초승달에 반하고...
그렇게 어젯밤에는 보이는 모든 것들에 맘을 빼앗기고 돌아오니 열한시였다..
낼 모레가 시험인 둘째는 룰루랄라 자유를 만끽하고 놀고 있었고,
큰아인 영어 학원에서 돌아와 씼고 있었다.
아..나 쉬고 싶은데....하면서도 천방 지축 둘째 녀석 조금 봐주다 보니 열두시후다닥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변장한걸 아직도 안 지우고 있었다는 사실.
이렇게 게으른 사람이었던가??
하긴 커피 한잔도 아직 못마시지 않았던가..하루 종일 "그대로 멈춰라!" 하며 있고 싶은데..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그래야 내가 깨어서 살아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