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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년 10만원...ㅠ.ㅠ




여자 홀몸으로
힘든 농사일을 하며
판사 아들을 키워낸 노모는
밥을 한끼 굶어도 배가 부른 것 같았고
잠을 청하다가도 아들 생각에
가슴 뿌듯함과 오뉴월 폭염의 힘든 농사일에도
흥겨운 콧노래가 나는등
세상을 다 얻은 듯 해 남부러울 게 없었다.

이런 노모는
한해 동안 지은 농사 걷이를 이고 지고
세상에서 제일 귀한 아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에서 살고 있는 아들 집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제촉해 도착 했으나
이날 따라 아들 만큼이나
귀하고 귀한 며느리가 집을 비우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자만이 집을 지키고 있었다.

아들이 판사이기도 하지만
부자집 딸을 며느리로 둔 덕택에
촌노의 눈에 신기하기만한
살림살이에 눈을 뗄 수 없어
집안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뜻밖의 물건을 보게 됐다.

그 물건은 바로 가계부다.

부자집 딸이라
가계부를 쓰리라 생각도 못 했는데
며느리가 쓰고 있는
가계부를 보고 감격을 해
그 안을 들여다 보니

각종 세금이며 부식비, 의류비 등
촘촘히 써내려간
며느리의 살림살이에 또 한번 감격했다.

그런데

조목조목 나열한 지출 내용 가운데
어디에 썼는지 모를
"촌년10만원"이란 항목에 눈이 머물렀다.

무엇을 샀길래?
이렇게 쓰여 있나 궁금증이 생겼으나
1년 12달 한달도 빼놓지 않고
같은 날짜에 지출한 돈이
바로 물건을 산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에게 용돈을
보내준 날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촌노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고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아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 아들 가족에게 주려고
무거운 줄도 모르고 이고지고 간 한해 걷이를
주섬주섬 다시 싸서
마치 죄인이된 기분으로 도망치듯
아들의 집을 나와 시골길에 올랐다.



가슴이 미어 터질듯한 기분과
누군가를 붙잡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분통을


속으로 삯히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금지옥엽 판사 아들의 전화가 걸려 왔다.

“어머니 왜 안주무시고 그냥 가셨어요”라는 아들의
말에는 빨리 귀향길에 오른
어머니에 대한 아쉬움이
한가득 배어 있었다.

노모는 가슴에 품었던 폭탄을 터트리듯
“아니 왜!


촌년이 거기 어디서 자-아” 하며 소리를 지르자

아들은 어머니 무슨 말씀을...., 하며 말을 잊지 못했다.





노모는
나보고 묻지 말고 너의 방 책꽂이에 있는
공책한테 물어봐라 잘 알게다”며 수화기를
내팽기치듯 끊어 버렸다.

아들은 가계부를 펼쳐 보고 어머니의 역정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알수 있었다.

그렇다고
아내와 싸우자니 판사 집에서
큰 소리 난다 소문이 날거고 
때리자니 폭력이라 판사의 양심에 안되고
그렇다고
이혼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사태 수습을 위한 대책마련으로
몇날 며칠을 무척이나
힘든 인내심이 요구 됐다

 그러던 어느날 바쁘단

핑계로 아내의 친정 나들이를 뒤로 미루던 남편이
처갓집을 다녀오자는 말에
아내는 신바람이나
선물 보따리며 온갖
채비를 다한 가운데 친정 나들이
길 내내 입가에 즐거운 비명이 끊이질 않았고
그럴 때마다 남편의 마음은 더욱 복잡하기만 했다.

처갓집에 도착해
아내와 아이들이 준비한 선물 보따리를
모두 집안으로 들여 보내고 마당에 서 있자

장모가
“아니 우리 판사 사위
왜 안들어 오는가”하며 쫓아 나오자




사위가 한다는 말이
“촌년 아들이 왔습니다”라고 대꾸하자
그 자리에서 장모는 돌하루방 처럼 굳은채 서 있자
“촌년 아들이
감히 이런 부자집에 들어 갈 수 있습니까”라 말하고
차를 돌려 가버리고 말았다.

그날 밤 시어머니
촌년의 집에는 사돈 두 내외와 며느리가
납작 엎드려 죽을 죄를 지었으니
한번만 용서해 달라며 빌었다.



이러한 일이 있고 난 다음달부터
촌년 10만원은 온데간데 없고
시어머니의 용돈 50만원이란 항목이
며느리의 가계부에 자리했다.

이웃 속에(in)
함께(with)
위해(for) 살아가는
우리의 본질은 무엇 보다도
진실함이라 여겨지며
아들의 우아한 용서에
행복의 나무는 풍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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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가톨릭 인터넷

댓글(11) 먼댓글(1) 좋아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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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늙은여우의 아들
    from perfect stranger 2007-11-29 12:59 
    저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시아머니 모시고 사는 집에서 어머니가 잠시 외출을 하며 깜빡 잊은 물건때문에 다시 집에 들어왔더라죠.. 때마침 방에서 방문 열고 통화하는 며느리 통화내용이 들렸다죠 "어...우리집 늙은 여우..?? 방금 나갔어...호호호" 그 말은 들은 시어머니는 어쩔 줄 몰라하면 잊은 물건도 못 챙기고 황망한 심정을 안고 행여나 며느리가 기척을 느낄까 봐 조용히 집밖으로 나왔데요.. 행여나 이런 일 때문에 아들과 며느
 
 
뽀송이 2007-11-29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 이야기 입니다.ㅠ.ㅠ
아들의 현명함이 존경스럽습니다.
이따 저녁 때... 가족들에게 들려줘야겠어요.

세실 2007-11-2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눈물 나잖아요...
그래도 아들 잘 두었네요. 에휴...

2007-11-29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7-11-29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영엄마 2007-11-29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글 읽었는데, 참 그렇더라구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공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말이죠.(저도 100% 실천 못하면서 이런 말을...^^;)

비로그인 2007-11-29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에..잘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화를 내지 않는 판사가 한심해보였는데, 나중엔 통쾌한걸요.(웃음)
하지만 진짜 현실에서는 저런 아들보다는 며느리보다 더 싸가지없는 인간들이 보통
아닌가..? 흠.

전호인 2007-11-29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본 듯도 하고 옆지기에게도 읽게 했던 기억이 나는 것 같네염.
대부분 어머니가 삭이고 말아서 답답하기까지 했었는데 이글은 아들이 속시원히 해결을 해주어서 울다가 웃게되는 글이었습니다.
갑자기 반성하게 되는 군요. ^*^

소나무집 2007-11-30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이 참 훌륭하네요.
요즘 이런 아들 보기 드문데...
그리고 며느리도 괜찮네요.
잘못한 것 깨닫고 반성했으니.
요즘은 반성 안 하는 며느리들이 더 많은데..
사돈 내외까지 와서 납작 엎드렸다니
본성은 괜찮은 이들이었나 봅니다.

행복희망꿈 2007-12-01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마음이 아픈 이야기 이네요. 그래도 반성하며 잘 읽었어요.
요즘은 정말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주고, 진심으로 대한다는 것이 참 힘든것 같아요.
저도 부모님께 아무런 조건 없이 그냥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 자신의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이 상처 받지 않도록 말이죠.

뵈뵈 2016-09-28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촌년10만원저자입니다. 원본은 수필집 집나가고 싶다 에 실어놓았습니다.

우뵈뵈 2021-01-31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윗글 저자입니다. (수필집 집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