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주 화요일, 3월 29일. 정성과 미용실에 갔다, 치과에 갔다, 은행에 갔다, 도서관에 갔다, 문방구에 들려 물감을 고르고 있는데 지성이 전화를 했다. 무단횡단을 하다 교통사고가 났다고..
정신없이 달려 현장에 도착하니 지성은 가해차량 조수석에 앉아 있었고 이미 경찰이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외상으론 큰 상처가 없어 일단 연락처 받아놓고 119를 불러 집 앞에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1차로 방문한 원광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처치를 못하고 다시 129를 불러 평촌에 있는 한림대학병원으로 다시 후송. 6시 조금 넘어서 시작된 검사결과 11시가 넘어서 중환자실로 입원.
다행히 아이는 부러지거나 크게 다친곳은 없는데 차량의 앞 유리창을 깨부순 왼팔에 미세골절이 있을지 모르니 약식 깁스를 하고, 비장에서 출혈이 있으니 절대안정과 자연지혈이 되는지를 지켜보다 지혈이 안되면 수술을 해야한단다.
옆에 보호자도 있을수 없는 중환자실에 아이를 넣어두고 천근이나 되는 발길을 돌려 집으로 왔다.
2. 다음날, 정해진 면회시간인 12시보다 조금 빨리 10시쯤 중환자실에 도착하니 고마운 간호사분들이 면회를 허락해 준다. 지성인 잘 잤다고 하고 더 아픈곳은 없다한다. 다만 아무것도 할수 없이 누워만 있어야 하니 지루할뿐.
옆에서 1시간여를 지켜보다 병원 원무과에서 교통사고 담당자랑 이야기를 해야 해서 11시쯤 중환자실을 나와서 원무과를 거쳐 12시에 엄마(지성이 외할머니)랑 다시 면회를 하러 중환자실로 올라갔다.
30분 면회를 마치고 12시 30분에 귀가.
3. 저녁 면회는 6시 30분에서 7시까지 30분간. 아빠가 퇴근을 빨리해서 면회를 하러 왔다. 시간에 맞춰 다시 중환자실로 들어가서 지성이랑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의사샘이 오신다. 더 악화되는게 없으니 내일은 일반 병실로 올리자고 한다. 아, 다행이다. 내일은 입원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와야겠네..
내일 오마 이야기 하고 면회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길. 내가 운전을 하고 외곽순환도로를 달려 산본 나들목으로 내려서면 집과는 5분거리. 나들목을 나와 정지 신호를 받고 서 있는데 룸미러에 보이는 뒷차가 수상하다.. 라고 생각하는데 쾅-
신랑은 어이쿠 놀라고 난 악 놀라고. 사이드를 채우고 밖으로 나와 보니 뒤에서 받은 차는 10톤은 나갈것 같은 대형 트럭이다. 운전기사 아저씨가 2층에서 내려온다 -_-;
왜 그랬어요 아저씨. 물으니 브레이크가 밀렸단다. 신호 받는동안 잠시 딴 짓을 하다 브레이크에서 발이 미끄러졌단다. 보험처리 해줄테니 차를 빼잔다. (퇴근시간이라 차가 많긴 많았다)
4. 난 순간적으로 핸들을 꽉 잡고 브레이크를 밟고 그러느라 사지의 근육이 경직이 됐었고 신랑은 조수석에 늘어진 자세로 앉아있다 등.허리에 충격을 받았단다.
가해차량의 번호판을 찍어놓고 내차 뒷 범퍼도 찍어놓고 건네받은 가해자 명함대로 전화를 걸어 연락처 확보해 놓고 가해자는 보험회사에 신고하고 자리를 떠났다.
사고 장소가 언덕이 진 내리막길인데 정차해 있다 미끄러져서 받은 사고라지만 워낙에 가해차량이 대형차량이라서 충격이 장난이 아니었다.
(여기서 잠깐, 가해자 이름이 탕이 실명이랑 똑같다 -_- 가해자측 보험회사 대따 헷갈리겠다.ㅋ)
5.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난 양쪽 팔이 저릿저릿하고 무거웠고 신랑은 허리가 좀 뻐근하단다. 당장은 출근을 해야하니 어쩔수 없고 저녁에 병원을 가겠다고 신랑은 일단 출근.
난 정성이를 등교시키고 챙겨놓은 물건들을 싣고 일단 차를 수리하러 공업사로 갔다. 차를 공업사에 두고 짐들을 들고 택시타고 병원에 도착해서 보관함에 짐을 넣어두고 중환자실로 올라가니 바로 병실로 옮기잔다. 아, 다행이다.
병실로 옮겨 정리를 하고 짐도 찾아다 풀어놓고 나니 좀 마음이 편해졌다. 지성이는 더 아픈곳은 없다 그러고 깁스한 팔만 불편하단다. 그래도 의사샘은 아직 출혈이 완전히 멈춘게 아니라서 무조건 안정하고 있어야 한단다.
6. 그렇게 병실에 5일간 입원해 있다 화요일 4월 5일에 퇴원했다. 사고나고 8일째.
지혈은 됐지만 아직은 위험하단다. 사람 많은곳도 가지말고 버스도 지하철도 타지말란다. 병원측에선 이번주는 입원해 있었으면 하는 눈치였지만 약물 치료도 없이 그저 누워 있기만 하는 상태라서 집에서 쉬겠다고 졸라서 퇴원했다.
퇴원하고 이틀 후, 어제 다시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를 하니 괜찮단다. 다음주 월요일에 한번 더 와서 혈액검사를 다시 받으란다.
원래 지성이 학교에서 다음주 월화수 2박 3일동안 수련회가 계획되어 있었는데 선생님께 말씀드려 수련회도 빠졌다. 그래서 이번주는 계속 안정하고 다음주 수련회 마치고 목요일부터 등교하기로 했다.
7. 난 사고난 다음다음날, 토요일에 병원에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괜찮단다. 신랑은 몇 번 물리치료를 받았는데 계속 등이랑 허리가 안좋다고 해서 이번주까지 계속 병원에 다니기로 했고..
워낙 이번주 월화수엔 내가 출장이 잡혀 있었으나 사고난 다음날 사무실에 전화를 해서 사정을 이야기 하고 출장을 취소했는데 지성이 퇴원한 화요일 저녁에 다시 급하게 전화가 왔다. 수요일 하루 출장을 갈수 없냐고.. (퇴원해서 집에 있는걸 알았나..? -_-a)
엄마에게 지성이를 맡겨놓고 수요일 하루 출장을 다녀오니 몸이 무겁.. 신랑은 아픈애 놓고 나간다고 구박..
8. 지성인 지금 누워서 새로 산 플스게임에 열을 올리고 있고 --++ 짧은 병원 생활에 오히려 내가 녹초가 되어 있다.
병원에 하루종일 있다가 저녁에 신랑이 퇴근해서 잠깐 병원에 들리면 그 틈에 집에 와서 정성이랑 저녁을 먹고 정리좀 해 놓고 정성이 다음날 등교할 거리들 준비해 주고 10시 전에 다시 병원에 가서 신랑을 집으로 보내고 그러다 보니 잠자리도 불편하고 자도 잔것 같지 않고..
9. 지성이가 사고가 난 자리는 무단횡단 상습지역이었다. 양쪽 횡단보도의 거리는 300m 정도. 가운데 육교가 있고 육교랑 30m쯤 거리에 버스정류장이 있는데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너는 사람의 90%는 무단횡단을 거침없이 하는 불량스런 위치다.
사고가 난 날 119를 기다리며 현장을 유심히 둘러보니 육교에 떡~ 하니 걸려있는 플랭카드. '육교 철거 예정' ㅠㅠㅠㅠ
어제 병원을 가느라 사고현장을 지나보니 이미 육교는 철거가 되어 없어지고 그 자리에 이미 횡단도가 설치되어 운행되고 있더라.
육교는 유명무실했고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는 지역이라 시에서 이미 육교철거와 횡단보다 운행이 계획되어 있었나 본데 아마 철거전 지성이 마지막으로 사고가 난게 아닌게 생각이 된다;;
10. 무조건 준법. 무조건 안전. 무조건 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