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서재지기님들에게만 연애담 써달라 그러고 정작 쥔장은 구경만 하고 있는게 도리가 아닌듯 하여 저도 페퍼 하나 씁니다.

사실 누구의 연인도 되어본적이 없고, 누구를 연인으로 가져본 적도 없는 제가 여기다 글을 쓸 자격이 될지는 모르지만...그래도...

그럼..

바야흐로 제가 무지 풋풋하던 대학 1학년 여름 방학...

특강 듣는다고 학교를 들락거렸지요. 그렇다고 영어 공부한것도 아니고 걍 강의만 듣고 도서관가서 책 좀 보고, 선배들 공부하는데 가서 같이 놀아달라고 그러고(예나 지금이나 저의 귀여움은 하늘을 찌르거든요^^), 그런 식으로 뭐 특별한 기억은 없이 그렇게 방학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같이 특강 듣던 4학년 선배랑 도서관 휴게실에서 놀고 있는데 왠 처음보는 사람이 저랑 같이 있던 선배랑 무지 반갑게 인사하는 거에요.

저보다 무려 5살이나 많은 선밴데 군대 다녀오고 이번에 복학한다고 그러더군요. 키도 무지 크고, 얼굴도 서글서글하니 무척 호감이 갔었는데 다른 선배들과 달리 책도 많이 읽은 듯 했고 암튼 뭔가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복학 준비한다고 거즘 매일 도서관 오는 듯 했고, 저도 뭐 집에서 놀기가 그래서 학교서 놀곤 했기 때문에 방학내 자주 봤었지요.

그러면서 저의 전문인 짝사랑이 시작되었나 봅니다. 괜히 그 선배보면 마음이 콩닥거리고 뭔가 말을 걸어보고 싶은데 앞에 서면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게 이상한 말을 하게 되고, 좋아하는 마음을 감추려니 괜히 긴장되고, 마음은 온통 그 선배 일거수 일투족에 박혀있었지요.

하지만, 나름 만인의 연인이었던 그 선배 주위엔 너무나 재기발랄한 여자 선배, 동기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스 선배는 다가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했습니다. 그렇게 혼자 맘으로만 해바라기 하던 중... 그 선배가 누군가와 좀더 깊은 관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선배가 직접 저한테 얘기를 할린 없지요. 하지만 그 선배가 그 전날 밤엔 어떤 일을 했는지 다음날이면 전 다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스토커였냐고요? 물론 아니죠.

다름 아니라 그 선배와 사귀게 된 사람이 저한테는 친언니처럼 다정했던 1년 선배였었거든요. 저는 언니도 여동생도 없었고, 그 여자선배도 집에서 막내인지라 저를 친동생처럼 여겨서 무지 친하게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둘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듣는 것은 저의 몫이었습니다. 오만과 편견에서 엘리자베스의 친구가 하던 조언처럼 너무 맘을 숨기면 아무도 저의 마음이 연정인줄 모르잖아요. 저의 마음을 알리 없는 선배의 연애담은 제 맘이 무너지는 아픔을 주었지만 가증스럽게도 저는 내색하나없이 다 들어주었지요.

그렇게 1학년 가을이 지나갔나 봅니다.

그후 남자 선배는 다른 여자 선배와 사귀기 시작했고, 저도 저와 친했던 여자 선배도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갔지요.

당시엔 맘이 너무나 아팠던 기억인데... 세월이 약인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회상하면서 웃음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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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1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4-11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7-04-11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우리반에 그런 사람 어서나신디...키크고 서글서글하고 호감가게 생겨서 책도 많이 읽는? 딴 반 학생 얘기 아냐? (절대로 누군지 알아채지 못하는 무충치카 ㅠ.ㅠ)
- 꼴랑 몇명 되지 않는 우리 동기 이름도 기억못해부난이~ 나가 알리가 이시크냐게.
겐디, 누게? 나신디만 확 고라주라. ^^

향기로운 2007-04-11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무슨말씀이신지 하나도 못알아듣겠어요..^^; 아, 맞다...홍수맘님께 해석을 부탁해볼까..^^;;

울보 2007-04-11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해적오리 2007-04-11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ㅎ님// 전 이젠 웃으면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어요. ^^
속삭이신 ㅅ님// 그리워하기 보다는 저 당시 제 모습이 아닐까싶어서리...^^;;; 참 저게 전부는 아니랍니다. 제 전문을 살려서 그 후로도 쭉 혼자만 맘을 졸인 경우가 두어번 있었지요. ^^ 요즘은 피곤하면 잠자버리고 운동도 규칙적으로 하고 있어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못된 치카언냐// 읽지 말랜 해신디 읽어부런? 경허믄 안되주게. ㅋ 근디 누겐지 모르난 다행이라..^^
향기로운님// 별로 난이도가 높아보이지는 않는데...^^;;;
울보님// 감탄사의 의미는 무엇인지요? ^^

비로그인 2007-04-11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적님이 빨리 제대로 된 연애를 하시길 기도해야겠어요 :)

그나저나 치카님의 댓글은 저도 아무리 읽어도 도통 해석이 안된다는 @_@...
어디 사투린지요???

해적오리 2007-04-11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저거요. 제주도 사투리에요.. 근디 별로 사투리 안썼는데...^^;;;

무스탕 2007-04-11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적님 그렇게 끝내시다니요오오오~~~ 쩝쩝.. 왜 제가 아쉬울까요? ^^;;

다락방 2007-04-11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글로 추측해보면 치카님과 해적님은 같은 학교를 다니셨다는 거군요. 그쵸?

해적님이 빨리 제대로 된 연애를 하시길 기도해야겠어요 :) 2.

해적오리 2007-04-11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그럼 어쩝니까? 그 분은 저한테는 맘이 없었는디요...^^;;;
다락방님// 같은 과 선배에요. 열심히 기도해주세요. ^^
 
줄어드는 아이 - 에드워드 고리 시리즈 에드워드 고리 시리즈 10
플로렌스 패리 하이드 지음, 강은교 옮김, 에드워드 고리 그림 / 두레아이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책을 읽으면서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바나나의 책이 떠오른 이유는?
아마도 몸은 마음이 잊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오래도록 기억하였다가 슬그머니 내비쳐 아직 그것들이 흔적을 지우지 않고 우리 안에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마음의 신비스런 거울이라는 점이 거듭 생각났기 때문일거다

어른이  지금도 어떤 상황에 이르면 유난히 몸이 먼저 반응을 하는 때가 있다특별히 당황하거나 난처해하거나 마음이 답답해질 하지 않은 상황에서 없는 긴장감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감싸거나 한없이 작아지는 듯한, 안으로 존재가 쑤욱 빨려 드는 듯한 느낌이 때가 그런 때이다. 이럴 나는 이상 어른이 아니라 어릴 불특정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 다시 아이가 되어버린다. 어디에도 마음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답답함 때문에, 그로 인한 외로움으로 인해 내가 작아 보이던  시점의 아이가 되어버린다.   

트리혼이 처하는 상황을 따라가면서 트리혼의 답답함은 나의 답답함이 되어버렸다. 트리혼이 자신이 작아지고 있다는 문제를 얘기할 누구도 트리혼의 눈을 바로 보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가장 일차적인 소통의 대상이 되는 부모들조차도 자신들의 말만 하고, 자신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온통 정신을 쏟을 , 트리혼을 한번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는다. 아마도 부모들의 이런 태도는 계속되어왔을 것이고 그래서 트리혼이 작아지는 문제를 가지게 되었으리라. 트리혼은 계속해서 친구에게, 학교 버스를 운전하는 아저씨에게, 선생님들에게 자신이 작아진다는 얘기를 하지만, 바보 취급을 당하거나, 문제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응답을 들을 , 그로 인해 점점 작아져간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트리혼의 문제가 관심의 초점이 되기보다는 그와 관련된 자신들의 입장이나 그의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만이 중요할 뿐이다. 누구도 트리혼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는다.

결국 트리혼 혼자 문제를 해결하지만, 그건 다른 문제를 야기할 뿐이었다. 그리고 트리혼은 새로운 문제에 대해서 너무나 슬픈 결심을 한다. 

이건…… 아무한테도 얘기 않는 낫겠어라고 꼬마는 생각했어요.
내가 아무 소리 않으면 아무도 그걸 알아채지 못할 거야.’

아이들에게 부모가 얼마나 존재로 다가오는지 알기에 트리혼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부모들의 양육태도를 생각해보게 되지만, 이야기는 트리혼이 처한 상황을 빌어 우리가 타인과 소통하는 모습을 바라보게 하고 있는 같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정작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의 말을 얼마나 제대로 듣고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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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1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적오리 2007-04-11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제가 감사하지요. 전 리뷰 잘 안쓰는 편인데 가끔 써서 그런지 힘들어서 잘 안써지더라구요. 이 책은 읽을 수록 맛이 나는 책인것 같아요. ^^
 

지금까지 제 가슴 속에 아프게 간직해 오던 얘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서라도 한 번 시원하게 털어 놓으면 아픈 마음이 약간 줄어들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중견 기업의 창업자인 모 회장(실명을 밝히지 못하는 걸 양해바랍니다)의 둘째 아들입니다. 그렇다고 재벌급은 아니고, 그럭저럭 한국 50대 기업에 들어가는 정도의 규모를 자랑하는 회사입니다.

형제는 저와 형 둘 뿐이었습니다. 형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착실하게 경영 수업을 받았지만, 어릴 때부터 반항적인 기질이 강했던 저는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기를 거부하고 락밴드에서 기타리스트의 꿈을 키워갔습니다.

아버지와 계속 갈등을 겪던 저는 결국 집을 뛰쳐나왔고, 아버지는 "너를 더 이상 내 자식으로 생각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더군요. 저는 아쉽기는커녕 오히려 '속 시원하게 잘됐다'고 생각하고 자유를 만끽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치 운명처럼 그녀를 만났습니다. 저는 연습을 마치고 밤늦게 허름한 자취방으로 돌아가는 중이었습니다. 자취집으로 들어가기 바로 직전 골목길에 웬 아가씨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저는 의아해서 다가가 보았습니다.

"아가씨, 왜 그래요? 어디 다쳤어요?"

그 아가씨는 "으음..." 하고 낮게 신음소리만 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발목을 심하게 다친 것 같았습니다.

"아니, 어쩌다 이렇게 다쳤어요? 일단 여기 앉아 봐요. 움직일 수 있겠어요?"

저는 그 아가씨가 몸을 일으켜 앉을 수 있도록 부축해 주었습니다. 그 때, 그녀와 저의 눈동자가 마주쳤습니다. 저는 마치 심장이 멈추는 듯한 격렬한 충격을 느꼈습니다. 맑은 호수처럼 깊게 파인 검고 큰 눈동자. 어린아이의 그것처럼 투명하고 순수한 눈망울. '백만 볼트의 전기에 감전된 기분이 바로 이런 거구나' 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제가 넋을 잃고 빤히 바라보자 그녀는 부끄러웠던지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저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습니다.

"아 참,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일단 제 자취방으로 갑시다. 구급약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응급처치는 될 거예요."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우리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그 날 이후, 우리는 바로 동거에 들어갔습니다. 같이 살자 말자 이런 얘기를 꺼낼 필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서로의 마음이 맞은 결과였습니다.

아쉽게도 그녀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선천적으로 말을 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장애 따위는 우리의 순수한 사랑에 아무런 걸림돌도 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눈빛만 바라봐도 상대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언어 따위는 가장 원초적이고 순수한 사랑의 감정 앞에 맥없이 무릎을 꿇었습니다. 비록 가난했지만 서로가 있기에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제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 몇 달이 지나갔습니다.

형의 교통사고 소식을 접한 건 그녀와 동거를 시작한 후 5개월 정도가 지난 뒤였습니다. 형은 빗길에서 드라이브를 즐기다가 어이없게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저는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넋을 잃고 앉아 있는 아버지의 눈에 띄게 늙은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장례식이 끝난 후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이자 창업 공신인 김 이사님이 저를 조용히 불렀습니다.

"자네가 형의 뒤를 이어줘야겠네. 자네 아버님의 뜻이기도 하네."

저는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기타리스트의 꿈을 버리고 형의 유훈을 이어 받아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장례식 내내 그녀를 싸늘하게 노려보던 아버지의 눈초리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어느 날, 집무실로 저를 부른 아버지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정리해라."

"아버지!"

"긴 말 필요 없다. 우리 집안에 어울리지 않는 아이야. 하루 빨리 깨끗하게 정리해라."

"아버지,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 할 수 있어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자란 말이에요!"

"뭐야? 사랑? 사랑은 뭔 놈에 말라비틀어진 사랑이야!"

"우리의 사랑을 모욕하지 마세요. 우리는 곧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완벽한 부부가 될 거라구요!"

"뭐.. 뭐? 겨.. 결혼? 이 자식이 이거 완전히 미쳤구만!"

"그래요! 저는 미쳤어요! 아버지 같은 냉혈한은 우리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할 테니 맘대로 생각하세요!"

얼굴이 창백해져서 몸을 부르르 떨며 한참 동안 저를 노려보던 아버지는 이윽고 결단을 내린 듯이 인터폰에 대고 말했습니다.

"김 비서, 거기 있나? 이 자식 빨리 끌고 나가서 일단 감금해둬. 그래, 감금. 지금 비상사태야."

저는 급히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지만 달려온 경호원들에게 금세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놔! 놔! 이 개자식들아! 놓으란 말야!"

저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저항했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습니다. 그게 그녀와의 마지막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저를 마침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돌이켜보면 정말 친아버지가 맞는지 의심스러운 절망의 시간이었습니다. 아무리 자기가 반대하는 결혼을 강행하려는 아들이라도 어떻게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는지 지금도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입니다.

3년 만에 퇴원한 저는 나오자마자 그녀를 찾았지만 종적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분명히 아버지의 소행이라고 판단한 저는 아버지에게 달려갔습니다.

"그 애는 섬으로 팔았다. 이제 깨끗이 잊어라."

"뭐.. 뭐야... 지금 뭐라고 했어?"

"이 자식이... 섬으로 팔았다고 했다!"

"어.. 어떻게... 그.. 그런 짓을... 당신은 이제 내 아버지가 아니야!"

"저.. 저놈이!"

울부짖으며 뛰쳐나온 저는 곧바로 전국의 섬이란 섬은 이 잡듯이 뒤졌지만 그녀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그녀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내 앞에 서는 날이 오리라고 굳게 믿습니다. 짧았지만 찬란했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언젠가는... 언젠가는 분명히 재현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긴 이야기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녀의 사진을 올립니다. 혹시 그녀를, 아니 비슷하게 생긴 여자라도 본 분이 계시다면 꼭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녀가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인데, 사생활 보호를 위해 친구들 얼굴은 지우고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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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4-10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나 슬프고도 감동적인 스토리예요. 저도 길을가다 그녀가 눈에 띄면 바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퇴근하기전 이 글을 읽고 눈물을 왈칵 쏟아내고 갑니다.

반드시!! 찾으실거예요!!! 용기를 잃지 마세요!!!

마늘빵 2007-04-10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귀엽습니다. 아...

모1 2007-04-10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보고 클릭후 바로 제일 아래로 스크롤을 내렸습니다. 후후...그리고 본문글 읽었어요. 하하..

비로그인 2007-04-10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버지라도 정신병원에 가뒀을 거에요 -.-...
ㅋㅋ 잘 읽었습니다 :)

해적오리 2007-04-10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동물농장을 능가하는 명작이에요. 세상에 이런 일이에도 소개하면 안될까요?

향기로운 2007-04-11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석하군요.. 그나저나 섬에 팔려간 아가씨가 어찌 되었는지.. 전혀 소식을 모르시는거에요?????? 어쩐대...

무스탕 2007-04-1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이란 섬을 다 뒤지셨는데도 못 찾으셨다니...
여의도도 찾아보셨나요?

마노아 2007-04-11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전 인어아가씨가 있을 줄 알았어요. 사진을 못 구하신 건 아니죠? ^^;;;

날개 2007-04-11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 아무래도 저 아가씨 어디서 본거 같아요!
근데, 이미 Junkie님을 잊고 잘 살고 있던데.....어쩌나....ㅡ.ㅜ
 

그는 엉덩이가 예쁘다. 면바지를 입었을때의 약간 펑퍼짐한 엉덩이도, 청바지를 입었을때의 착 달라붙는 엉덩이도 예쁘다. 그러나 제일 예쁠때는 정장을 차려입었을때다. 난 그의 뒷모습을 보며 슬쩍 흘린 코피를 닦곤 한다.
그는 손도 예쁘다. 적당히 얇고 적당히 긴 손가락은 또 남성다운 매력을 풍길정도의 힘줄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선 항상 좋은 향기가 난다.
어느 여름날 담배를 피고난 후 물을 마시는 그의 옆에 잠시 섰다가 다리가 휘청거렸다. 담배냄새와 약간의 땀내, 거기에 은은한 남성향수까지. 와우~ 성적충동이란 이런걸 말하는게 아닌가!
그리고 그의 걸음은 마치 춤을 추는 듯 한다. 늘 삶은 경쾌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왼발과 오른발은 즐겁게 교차한다. 그의 걸음을 넋놓고 바라보기가 몇번이던가.
그렇다.
나는 (젠장)짝사랑이란걸 하고 있는거다.
그것도 내게 그다지 관심없는 듯한 그를.
하루에 몇번 틱틱 말을 건네는 무심한 그를.
아, 이 한심한 청춘이여!

그는 우리 회사의 프리랜서이다. 나는 작은 출판사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새로운 학회지나 연구지를 접수받게 되면 와서 표지 디자인을 해준다. 정식으로 출근하진 않지만 그래도 정기적으로 일주일에 두세번은 오기때문에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는 그는 우리 회사 직원들과도 친하고 나와도 어느정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반말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말속에 가끔 반말이 섞이기도 하는 정도의 친근감이랄까.

가끔 같이 갖는 술자리에서 그도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어리석은 착각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그의 얼굴을 보는 일이 점점더 힘들어졌다.
틱틱 내뱉는 그의 말들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끼다가
슬며시 건네주는 캔음료 하나에 봄눈녹듯 녹아버리는 마음이 힘들었다.
나는 수십번도 더 그의 옆에서 같이 걷는 모습을 상상했고, 상상속에서 나는, 운전하는 그의 팔을 옆에 앉아 쓰다듬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나는
한번도 그것을 입밖에 낸 적이 없다.
그를 나의 연인으로 만든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늘 상상의 나래만 폈지 현실의 남자로 만들기 위한 고백은 시도조차 못해본 것이다.

그리고 일년이 지났다.
그는 다른곳에서 취업을 했다고 했고, 그래서 우리일을 해주기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자연히 그의 얼굴을 볼 기회가 없어졌다. 때때로 직원들과 연락하는 자리에 같이 나가긴 했지만 차츰 그 횟수도 줄어들었다.
나는 계속 여기있었고, 또 그 사이에 나는 잠깐 다른 남자와 시시껄렁한 연애를 2개월정도 했었다. 정말 시시껄렁한 연애였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직장 선배와 간단히 맥주를 하기로 했고, 얼큰히 취했을 때 내가 내 선배에게 얘기했다.
"있잖아요, 나 그때 그 친구 되게 좋았거든. 후훗.
그친구 옆에 서기를 되게 바랐었는데, 뭐 고백한번 못해봤지. 어리석은 짝사랑이었으니깐. 아니, 부끄런 게으름이었던 거지. 서글픈 소심함이고."
내말을 듣고 선배가 말했다.
"아이, 이 바보야. 나한테 얘길 하지. 그자식도 너 좋아했거든. 나한테 너 좋다고 말하는데, 너야 뭐, 두루두루 잘 지내고 특별히 그자식 좋아하는것 같지도 않아서 너한테 말 안했는데. 니가 말을 했으면 내가 중간에서 어떻게든 해줬을거 아냐."

지금 이사람이 뭐라는거야?
그러니깐 그때, 나 혼자 짝사랑 한게 아니라고?

"지금 뭐라는 거에요? 우리 둘의 마음이 같았다는 거에요? 그런거에요, 지금?"

그랬다.
그도 나를 혼자 좋아하고 있다고 했다.
어느 여름, 흡연실에서 내 선배와 둘이 담배를 피우던 그는, 자신의 마음을 얘기했다 했다.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는 걸 모르고 지낸다는건 너무나 서글픈 일이다. 만약 내가 그 때 알았더라면, 굳이 연인이 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매일 자신감에 가득차서 생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 어쩌면 나는 매일을 웃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못난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세상이 정말 살만한 거라고 느꼈을 것이고, 밤마다 아름다운 꿈을 꾸었을텐데!

왜 그는 내게 말하지 못했을까.
내가 보내는 뜨거운 눈빛을 그도 느낀다고 생각했는데. 우리중 누군가가 먼저 감정을 얘기했다면, 어쩐면 우린 지금쯤 너무나 행복한 커플이 되어있을 수도 있을텐데.

술이 확 깨는것 같았다.
술은 깨면서 머리는 아파졌다.
어쩌지? 어쩌지? 도대체 어쩌지?????

그 뒤로는 선배의 얘기가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 어느틈에 나는 집에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옆으로 뒤척이다, 엎드려 보다 하였다.
잠이 올리가 없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거, 그에게 말해보자 결심하였다. 어쩌면 그는 지금 애인이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나처럼 지리멸렬한 일상을 혼자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고. 잘 되서 그의 옆에 서겠다는 희망까지는 걸어보지 않더라도 최소한 그에게도 그간 그의 감정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는걸 알려줘야 겠다. 그래, 그래야 겠다. 나도 알지 않았는가!

다음날.
난 굳이 휴대폰을 뒤지지 않아도 그의 전화번호를 떠올릴수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 선명하여 '떠올리다'라는 단어는 어째 어울리진 않지만.
그래도 일년만에 전화를 하기는 너무나 낯설다. 그도 그럴테지.

'잘 지내고 있는가요. 날이 좋아요. 어쩐지 당신 생각이 났어요.'
나는 문자를 보냈다.

기분 좋은 하루였다. 비록 답문자는 날아오질 않았지만. 그의 답문자를 기다리며 있노라니 오전도, 오후도 구름위를 걷는 듯 설레이기만 했다.
그.런.데.
퇴근하고 집에 앉아 집중되지도 않는 정신으로 책을 읽는 밤 11시에도 답문자는 오질 않았다.
나는 실수한걸까?
전화번호를 잘못안건 분명 아닐테다. 난 한순간도 그 번호를 잊지 않았으니.
그에겐 이미 여자가 있는걸까?
아님 나라는 여잘 잊은걸까?
혹시 결혼을 했나? 그래서 내 문자를 보고 부부싸움이라도 한걸까?
아아~ 너무나 머리가 복잡하다.

딩동.
휴대폰을 집는 나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에게서 온 문자였다.
'누구신지요?'

세상에.
이 무슨 잔혹한 말인가.
선배가 한 말이 거짓인가. 나를 좋아했다면 나의 번호쯤은 외워두고 있었어야 하는거 아닌가.
그래, 갈때까지 가보자.

'저, ***예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이내 답이 왔다.

'아, 설마 했어요. 반가워요.'

그래, 더 해보자.

'잘 지내요? 답이 없어 서운했잖아요. 시간되면 얼굴봐요.'

'네, 반갑네요. 그래요 언제 한번 봐요.'

언제 한번 보자, 는 말은 보지말자는 말과 같다. 내친김에 더.

'이번주중에 봤으면 하는데..부담스러우신가요?'

이 문자에 대한 답은 한 10분뒤에 왔다.

'아뇨. 너무 오랜만이라. 주말 어때요?'

'네, 좋아요. 근무처는 어디세요? 저는 삼성동이요.'
'저는 강남이에요. '
'네 그럼 강남에서 뵈요. 토요일에요. 몇시가 좋으세요?'
'아무때나요.'
'다섯시, 괜찮아요?'
'네.'
'잘자요^^'
'**씨두요.'

오늘은 수요일이었다. 그러니 토요일이 되려면 며칠을 더 보내야 했다.
아, 너무나 기다려지는 주말이여!

그리고 토요일 오전.
나는 미장원에 가서 드라이를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돈을 내고 드라이를 했다. 드라이를 하는 내내, 나는 수요일부터 지금 토요일 오전까지를 떠올려보았다.
수요일밤은 기쁜 마음에 잠자리에서 혼자 쿡쿡거렸고, 목요일은 팀장한테 꾸지람을 들어도 인상을 쓰지 않았다. 금요일의 야근도 전혀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다. 야근하고 집에 가는 길, 나는 그에게 또 문자를 날려보았다.

'내일이군요.  평안한 밤 보내시고, 내일 뵈요. 웃으면서:)'
'네. 내일 뵈요.'

그의 문자는 항상 짧다. 속상하리만치 짧다.
나는 실성한 여자인듯, 또 날려보았다.

'혹시 말이죠, 결혼했어요? 아님 약혼이라도?'
여자가 있냐는 말을 차마 묻지 못하겠기에 돌려 물었더니,
'둘다 아니요.'
란 답이 왔다.

그.래.서.
나는 지금 토요일 오전 스물 여덟해를 살아오는 동안 미친짓이라 생각했던 '돈내고 머리 드라이하기'를 실행에 옮긴것이다.  어제는 딸기팩도 했다. 아침엔 아끼는 바디클렌징으로 샤워를 했고, 같은향의 크림도 발랐고, 앗싸 같은향의 향수도 뿌렸다. 겨드랑이에 디오도란트를 뿌린 것은 물론이고. 분홍색의 립스틱과 샤도우를 했고, 렌즈의 단백질도 제거했다.
하늘거리는 내 원피스위로 드라이한 머리가 찰랑거렸고, 더불어 분홍색 샌들에 맞추어 신은 분홍색 귀걸이도 찰랑거렸다. 아, 세상의 모든 찰랑거리는 것들이여, 복이 있을지어다.

토요일의 강남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늘 멋진 남녀들이 오고간다 생각했던 이 복잡한 강남엔 몇년만에 와보는 것이던가.
오늘 보이는 이 많은 사람들이 어째 좀 안되보인다. 나처럼 예뻐보이는 여자도 없고, 나처럼 즐거워 보이는 남자도 없다. 나처럼 구름위를 걷는듯한 사람도 없고, 나처럼 하늘을 날것 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도 없다. 나를 태운 구름은 그에게로 점점 가까이 가고 있다.

여기 이 횡단보도를 건너면 그를 볼 수 있다. 일년만의 그를. 그는 어떤 모습일까? 햇살이 너무 뜨거워 손으로 이마에 그늘을 만들면서 나는 횡단보도 너머를 바라보았다. 약속시간보다 나는 십분정도 일찍 왔는데, 그는 와 있을까? 오고있는 중일까? 설마 안나오진 않겠지?
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뀌는 순간, 뛰고 싶은 나를 말린다. 사뿐히, 걸어야지.

저기, 그가 보인다.
커다란 의류매장 앞에 서서 엠피쓰리를 듣고 있던 그는 나를 발견하곤 귀에 꽂혀있던 이어폰을 뺀다. 그리고 옆으로 매고 있던 가방에 엠피쓰리를 넣는다. 검은색 면티에 갈색 면바지를 입은 그는 엠피쓰리를 넣자마자 횡단보도 쪽으로 한걸음, 두걸음 걸어온다.  내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그는 햇살보다 밝게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기고 있다.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말하고 싶다.
"저기 저 근사한 남자가 기다리는 여자가 저에요!" 라고.

그의 미소에 더 큰 미소로 화답한 나는 혹시 심장이 바깥으로 튀어나오진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렇다고 미소가 지워지진 않는다.
우리는 지금 이순간부터 무엇을 하게 되고, 무엇을 먹게 되고, 무엇을 이야기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주보고 몇분동안은 심장을 다스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참지 못해 내 오른손이 왼쪽가슴으로 얹어지고-심장아! 제발 천천히, 천천히 뛰어 줘.- 진정을 시키며 그의 앞에 선 순간, 그의 오른손이 왼쪽 가슴에 얹어진 것을 보았다.

그렇게 우리는,
시작했다.



                                                                                             -The End-

 

 

덧. - 이 글은 지어낸 얘기입니다. 제 홈페이지에  작년쯤엔가 올렸던 글을 이벤트 참여하기 위해 가져왔어요.(백프로 지어낸 얘기는 아닙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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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7-04-10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적이에요. 100% 지어낸 이야기라면 이런 감동은 없을 거에요. ^^

Mephistopheles 2007-04-10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논픽션이 몇 %이며..픽션이 몇 %인지..밝혀라! 밝혀라!

비로그인 2007-04-10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같이 이런 연애질, 저런 연애질, 오만가지 연애질 이야기를 다 하다가, 이런 이벤트에서는 또 아무 말도 못하는데 대단하십니다 다락방 님.^^

레와 2007-04-10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햇살이 살포시 내려앉은 오늘 아침.
햇살때문에 설레이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켰는데,
지금은 다락방님 때문에 아주 터져버릴 것 같아욧!

책임지세요..!!

비로그인 2007-04-10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화라고 해줘요!!! 넘 두근거렸자나요... ㅜㅜ

미아 2007-04-10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만 해도 누가 쓴건지 대번에 알겠어요.ㅎㅎㅎ

다락방 2007-04-10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적님/ 말씀드렸듯이 '지어내기만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후훗

메피스토님/ 논픽션은 몇 % 이고, 픽션은 몇 % 일까요? 후훗

쥬드님/ 연애, 라는 건 제게 굉장히 생소하게만 들려요. 이미 오래전의 일이기 때문이죠. 결국 썼던 글을 가져온걸요, 뭐. :)

레와님/ 오래전에 레와님은 이 글을 읽으신줄 압니다만. 호호. 제가 어떻게 책임져드리면 될까요?

체셔님/ 분명 얼마만큼은 실화입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솔로입니다. 후훗

다락방 2007-04-10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아님/ 아, 그래요? 후훗. 미아님은 이제 제 글에 익숙해지셨군요. :)

다락방 2007-04-10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게님/ 지금....속삭이지 않은거 맞아요? 와우~

이리스 2007-04-10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여기다 뭔가 퐈아악~ 털어놓고 싶지만 내 정체가 드러나는 곳이라 -_-;

향기로운 2007-04-10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게작게님.. 저.. 그런실수를 했었잖아요^^;; 지난번 배혜경님의 자기소개에 덜컥 속삭글로 해놓곤...^^;; 배혜경님이 속삭이신분들 풀어달라고 할때 그때 알아봤어요^^;;
다락방님의 연애담.. 너무 두근두근 떨렸사와요. 아, 난 정말 주책아줌마.. 맞나봐요.. 어쩐대..^^;;;;

다락방 2007-04-10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게님/ 아, 몰랐어요. 여기서 속삭이면 제가 못보는 군요. 하하. 멋지다는 말씀, 감사해요 :)

낡은구두님/ 음..정체가 드러나면....안되나요? 궁금한데 말입니다 :)

향기로운님/ 다음엔 더 떨리게 해드릴까요? 후훗

마늘빵 2007-04-10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밝혀라 밝혀라 으쌰으쌰

비로그인 2007-04-10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다시 읽어봐도 논픽션이다에 올인! ㅋ~

다락방 2007-04-10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도대체 뭘 밝히라는거예요? 하하

체셔님/ 후후

무스탕 2007-04-10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메 워메 워메... 으짤까나... 얼른 뒷편 이어주세요!!!!

다락방 2007-04-1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저기, 저 위에 '-The End-' 라고 써있잖아요. 후훗-

날개 2007-04-11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남자.. 문자가 너무 뜨뜻미지근해요. 소심한걸까요? 조심하는 걸까요? 그것도 아니면 시간이 너무 흘러 뜬금없어하는걸까요?
본편이 끝났으니 속편은 올려주시겠죠?^^ 뒷 이야기가 궁금해 죽겠어요..
실제 경험담은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란 것까지일것 같은데.. 그런가요?

다락방 2007-04-13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글쎄..그럴까요? 후훗 :)
 

*만우절날 적었던 글인데 자삭했었어요(ㅠㅠ 알라딘에 옛남친이 있는 관계로... 이 자릴 빌어 그에게 미안하단 말을 전합니다.)어쨌거나  이 연애담으로 해적님의 이벤트에 참가합니다 :)

 

 

젊은 느티나무에 나오는 “무리와 부조리의 상징” 이라는 표현이 입안을 뱅뱅 맴돈다. 한 때 내게 머물렀던 무리와 부조리를 고백하는데 오늘은 만우절이라는 핑계를 댄다면 면책사유가 될 수 있을까?


남녀 간에 오랜 우정은, 둘 다 지독히 이성적인 매력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거나,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 대한 감정을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채 계속 바라볼 때 가능하다고 한다. 내 경험에 의하면 꼭 위의 두 가지 경우만의 우정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남녀 간의 우정관계는 균형이 깨지기가 너무나 쉽다는 거다.

 


내게는 애인이 있었고, 늘 그래왔듯이 그 시점에서의 이성“친구”도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왕의 남자>를 이성 친구(편의상 D)와 보기로 한 저녁이었나 보다. 극장 앞에서 D와 조우하여 막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려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평일에는 전화도 거의 없었고, 데이트는 주말만 정해서 만나던 애인의 전화였다.


- 어, 이 시간에 왠일이야?

- 왠일은... 오늘 일찍 퇴근했어. 별일 없으면 영화나 볼래? 내가 그쪽으로 갈게.

- 어, 저기, 나 오래간만에 친구만나서 시내 나왔어. 어떡하지? 모처럼 일찍 끝났는데....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D를 보면서 속으로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 모른다.

미안해, 주말에 만나-라고 서둘러 전화를 끊고, 영화를 보러 들어갔다.  영화는 정말 재밌었지만, 때때로 생각에 잠겼다.

왜 애인에게 굳이 거짓말을 한 걸까. 솔직히 D를 만나 영화 한편 본다 했으면 됐을 것을. 더 심각한 건, D가 내게 물어온 적은 없지만 애인이 있음을 감춘 것같이 된 그간의 시간들이었다.


마음과는 반대로 영화만 보고 쌩하게 집에 돌아와선, 상황의 심각성을 깊이 깨달았다. 애인, 혹은 배우자를 두고도 딴마음을 품고 그걸 행동에 옮기는 게 상대방에게 얼마만한 고통을 주는지 나는 어린 시절부터 봐와서 잘 알고 있었다. 애인은 결혼할 사람이고, D는 친구다. 종교도 있고 스스로 도덕관념도 철저한 인간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모든 인식을 넘어선 무리와 부조리가 내게도 있다니.

비난받아 마땅한 자신을, 여기까지만- 이라는 말로 합리화시켰다.

 


이후로 나는 선을 지켰고, 그런 내 마음을 모르는 D도 여전히 친구로서의 룰을 충실히 지켰다. 그러나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애인과는 곧 헤어지게 되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D에 대해 어떤 의도도 욕심도 없다 해도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무리와 부조리는 항상 돌파구를 찾고 있었을 테니까.

다시 여름쯤에 이번엔 애인이 없는 상태에서 D를 만났다.

좋은 기회라고도 할 수 있는 타이밍이었지만 헤어진 애인에 대한, 그리고 D를 속였던 시간에 대한 죄책감이 가혹하게 나를 몰아붙였다. 더구나 나를 편한 친구로 생각하는 D에게 느닷없이 각별한 감정을 요구한다는 건 일종의 횡포 같았고 그 선을 넘을만한 어떤 용기조차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영화를 보고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다시는 D에게 연락하지 말자고 결심했다.

은밀한 무리와 부조리의 상징인 그를 단념하는 게,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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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7-04-09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삿길 안 막히는 조신한 글을 쓰셨군요.
그래도 체셔고양2님 분위기가 풍겨나옵니다. ^^

비로그인 2007-04-09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 감사합니다 해적님,
승연님 페이퍼에 가면 "하얀 어깨" 라고 아주 근사한 글 있는데...
그거야말로 응모하셨음 좋겠어요 :)

깐따삐야 2007-04-10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저 또한 저런 묘한 감정에 휩싸일 때가 있었지만, 이렇게 체셔고양2님의 글로 읽으니 굉장히 마음에 짠해져요... 아침부터.

비로그인 2007-04-10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님 넘 짠해지지 마세요 :) 그럴수 있지만, 이왕이면 저런 상황에는
빠지지 않으시길 권합니다. 나도 아프고 그 사람도 아프고 다들 아파지거든요.

다락방 2007-04-10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그 후로는 D와 연락하지 않고 지내시는거예요?

비로그인 2007-04-10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뜨끔),
연락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연락하지 못하죠.
전 아직도 그를......
후훗...

향기로운 2007-04-1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도 그를......?????

무스탕 2007-04-11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도 그를......???
왜 이야기 하다 마는거냐고요오~?!

비로그인 2007-04-11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기님,
그게요 ㅠㅠ 저도 마음 아파요. 묻지 말아주세요...

무스탕님,
제가 아무리 좋아하는 무스탕님이라도
이 이상은 물어보심 안됩니다 흑흑...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