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을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기운다는 분을 만난 적이 있다. 참 공감이 되는 말이었다. 가만히 앉아 바느질 하고 있으면 마음의 느낌도, 몸의 느낌도 민감하게 느끼게 되고 시간도 참 잘 간다. ㅋ  

근래 바느질을 하게 될 일이 있어 바느질 하다보니 어릴 적 기억이 났다. 난 바느질을 참 일찍부터 했다. 아직도 내가 바느질 한 첫 작품(?)의 이미지가 선명하다. 어릴 적 동네에 사시는 이모님 댁에서 옷을 종종 얻어 입었다. 딸 부자집인데다 유복한 집이라 옷들은 참 이뻤다. 그러나 2, 3명씩 물려입던 게 나한테까지 오다보니 옷이 좀 헐기도 했다. 한번은 빨간색 마이가 왔는데 주머니가 너덜너덜하게 떨어져 있었다. 그걸 보고 내가 커다란 바늘에다 하얀색 무명실을 꿰어 바느질을 하였는데 엄마 말에 의하면 그때가 5살이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인형옷도 내가 바느질해 만들어 입히곤 했다.  

다음 주 토욜에 같은 팀 팀원(이하 동생)의 아이 첫돌이다. 주말에 거의 밥을 안 챙겨 먹는 걸 아는 이 동생이 나보구 와서 밥이나 먹고 가라했다. 밥 주면 좋아라 하는 지라 언능 간다고 그러고 돌 반지나 해줄까 하고 물었다. 금값이 어찌 되는지도 모르고 사는 나를 아는 지라 됐다고 하는 동생에게 아이 인형을 만들어 준다 했다. 예전부터 만들고 싶었던 발도르프 인형을 이번 기회에 만들어 선물하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서... 한땀 한땀 바느질하면서 아이가 잘 크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싶기도 했다.   

인형 재료를 주문하고 두둥 바느질 시작한게 2주전이다...

그나... 실상은...  

인형이라는게 그냥 바느질만 하면 되는 게 아닌지라... 동영상 설명을 보면서 부분부분 만들어가는데, 박음질, 공구르기, 휘감치기, 시침질 등의 전문 용어가 등장하고 엄청엄청 머리를 써야 진도가 나가니... 바느질하믄서 마음을 다스리기는 커녕 시간 맞추기에 급급하여... 회사에선 점심 먹고 남는 시간, 집에서는 강의 동영상 (이건 이번 학기 대학 강의^;;) 틀어놓고 강의는 귀로 들으면서 바느질을 해야했다. 바느질 삼매경은 아마 쿠션 만들때나 빠질 수 있는 건가 보다...  

암튼... 이 페퍼의 본질은 자랑질이니... 오늘 완성한 인형 사진을 올립니당~ ㅋ 


시침핀까지 꺼내놓구 인형 꼬매느라 눈길도 제대로 못준 교안이 인형 밑에 깔려있슴다.  

인형은 무당벌레 인형이라 뒷태도 이쁩니다. ^^  



앗 제 손가락이 찬조출연했군요~  

분위기 있는 페퍼 쓸라다 역시나 뒤쪽으로 가니 되는대로 페퍼가 되는군요. ^^  

간만에 올리는 페펀데 읽으신 모든 분들 행복한 봄날들 되시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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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3-28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멋진 선물이 되겠군요. 직접만든 무당벌레 인형이라니... 아마 아기가 두고 두고 사랑하는 인형이 될듯... 보기는 쉬워보여도 바느질 정말 장난 아니죠? ^^

해적오리 2009-03-29 12:0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어제 하루 종일 바느질 했더니 어깨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데요. 그런데 한번 만들고 나니 자신감 만땅, 글코 넘 예쁘게 만들어져서...제가 갖고 싶단 생각도 들더라구요. 조만간 한 개 더 만들려구요. ^^

하이드 2009-03-29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일에서는 무당벌레가 '행운'을 뜻해요. 무당벌레 좋아요- ^^
저도 올 여름에는 뜨개질 배워서 목도리 꼭 만들어보려고 벼르고 있다지요.

해적오리 2009-03-29 12:12   좋아요 0 | URL
저두요. 프랑스에서는 "좋은 하느님의 곤충" "성모의 벌레" 등등으로 불리고 행운을 주는 상징이라고도 하죠.
하이드님도 이쁜 목도리 만드셔서 자랑질 페퍼 올려주세욤. ^^ 근데 여름에 뜨개질 하실라믄 덥겠다. 히~

무스탕 2009-03-29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인형 크기도 장난이 아니겠는데요? 이쁩니다!!
위의 사진으론 입이 없는데 끝내 입이 없는건가요, 아님 만들어 주셨나요? +_+

저도 오늘 바늘질했어요. 오래 들어 뜯어진 가방 끈을 꿰맸고요, 지성이 바지 뜯어진 곳을 꿰맸고요, 제 청바지 자크가 뜯어진걸 꿰맸어요.
한 번 찔려 주시고 한 번 찔릴뻔 했지요 ^^;

해적오리 2009-03-30 13:55   좋아요 0 | URL
완성품이 30센티 좀 넘어요.
글코 입은 살색보다 약간 붉은기가 도는 실로 눈처럼 약간만 표시나게 만들었어요. 발도르프 인형이 원래 얼굴 표현을 최소화 하거든요. 아이들의 감정이 듬뿍 실릴수 있게요. 약간 반사기가 있어서 입이 잘 안나타났네요. 실제로 보믄 진짜 귀요운데. ^^
저거 바느질하믄서 엄청시리 찔렸어요.
한번 찔려주시고 한번 찔릴뻔 하셨으면 달인의 수준이신데요?

고향집에 있는 재봉틀이 많이 생각났어요. 외할머니 쓰시던거 50년도 더 된 재봉틀... 제가 가끔 쓰던 건데...워낙 커서 들고 올수도 없고... 혹시 담에도 먼가 하나 만들면 올리도록 할께요. ^^

무해한모리군 2009-03-29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예쁘다.. 저도 오랜만에 한번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해적오리 2009-03-30 13:57   좋아요 0 | URL
이쁘죠?
제가 만들어놓고도 머리맡에 두고서 침 흘리면서 이뿌다 이뿌다 하고 있어요.

전 첨 만들어본건데... 인형 만들어보셨나봐요.
이번에 만드시면 꼭 올려주세욤. ^^

2009-03-31 1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