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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아이 - 에드워드 고리 시리즈 ㅣ 에드워드 고리 시리즈 10
플로렌스 패리 하이드 지음, 강은교 옮김, 에드워드 고리 그림 / 두레아이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바나나의 책이 떠오른 이유는?
아마도 몸은 마음이 잊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오래도록 기억하였다가 슬그머니 내비쳐 아직 그것들이 흔적을 지우지 않고 우리 안에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마음의 신비스런 거울이라는 점이 거듭 생각났기 때문일거다.
어른이 된 지금도 어떤 상황에 이르면 유난히 몸이 먼저 반응을 하는 때가 있다. 특별히 당황하거나 난처해하거나 마음이 답답해질 법 하지 않은 상황에서,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감싸거나 한없이 작아지는 듯한, 내 안으로 내 존재가 쑤욱 빨려 드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그런 때이다. 이럴 때 나는 더 이상 어른이 아니라 내 어릴 적 불특정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 다시 아이가 되어버린다. 어디에도 내 마음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답답함 때문에, 그로 인한 외로움으로 인해 내가 작아 보이던 그 시점의 아이가 되어버린다.
트리혼이 처하는 상황을 따라가면서 트리혼의 답답함은 나의 답답함이 되어버렸다. 트리혼이 자신이 작아지고 있다는 문제를 얘기할 때 누구도 트리혼의 눈을 바로 보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가장 일차적인 소통의 대상이 되는 부모들조차도 자신들의 말만 하고, 자신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온통 정신을 쏟을 뿐, 트리혼을 한번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는다. 아마도 부모들의 이런 태도는 계속되어왔을 것이고 그래서 트리혼이 작아지는 문제를 가지게 되었으리라. 트리혼은 계속해서 친구에게, 학교 버스를 운전하는 아저씨에게, 선생님들에게 자신이 작아진다는 얘기를 하지만, 바보 취급을 당하거나, 문제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응답을 들을 뿐, 그로 인해 점점 더 작아져간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트리혼의 문제가 관심의 초점이 되기보다는 그와 관련된 자신들의 입장이나 그의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만이 중요할 뿐이다. 누구도 트리혼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는다.
결국 트리혼 혼자 문제를 해결하지만, 그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뿐이었다. 그리고 트리혼은 이 새로운 문제에 대해서 너무나 슬픈 결심을 한다.
‘이건…… 아무한테도 얘기 않는 게 낫겠어” 라고 꼬마는 생각했어요.
’내가 아무 소리 않으면 아무도 그걸 알아채지 못할 거야.’
아이들에게 부모가 얼마나 큰 존재로 다가오는지 알기에 트리혼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부모들의 양육태도를 생각해보게 되지만, 이 이야기는 트리혼이 처한 상황을 빌어 우리가 타인과 소통하는 모습을 바라보게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정작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의 말을 얼마나 제대로 듣고 있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