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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05년 11월
구판절판


나는 어렸을 적부터, 대상이 사람이든 이데올로기든 조직이든, 더 헌신하는 사람이 느끼는 슬픔과 분노, 그리고 열정이 지나간 뒤의 황폐함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왜 언제나 더 사랑하는 사람이, 더 열정적인 사람이 상처받는지에 대해 분개했다. 이것이 그 어떤 이념으로도 설명되지 않은 인생의 근원적인 불합리이고, 부정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랑 받을 때보다 사랑할 때, 더 행복하고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사랑하는 고통으로부터 자신의 크기, 깊이를 깨닫는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포함해 모든 대화는 최음제이며, 인생에서 깨달음만한 오르가슴은 없다. 상처와 고통은 그 쾌락과 배움에 대해 지불하는 당연한 대가이다. 사랑보다 더 진한 배움(intensive learning)을 주는 것이 삶에 또 있을까. 사랑 받는 사람은 배우지 않기 때문에 수업료를 낼 필요가 없다. 사랑은 대상으로부터 유래-발생하는 에너지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 내부의 힘이다. 사랑하는 것은 자기 확신, 자기 희열이며, 사랑을 갖고자 하는 권력 의지다. 그래서 사랑 이후에 겪는 고통은 사랑할 때 행복의 일부인 것이다.
-23쪽

사랑하는 것은 상처받기 쉬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상처에서 새로운 생명, 새로운 언어가 자란다. ‘쿨 앤 드라이’, 건조하고 차가운 장소에서는 유기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상처받는 마음이 사유의 기본 조건이다. 상처가 클수록 더 넓고 깊은 세상과 만난다. 돌에 부딪친 물이 크고 작은 포말을 일으킬 때 우리는 비로소 물이 흐르고 있음을 깨닫게 되며, 눈을 감고 돌아다니다가 벽에 닿으면 자기가 서 있는 위치를 알게 된다. 이처럼 앎은 경계와의 만남에서 가능하다. 그러므로 편안한 상태에서 앎이란 가능하지 않다. 경계를 만났을 때, 가장 정확한 표지는 감정이다. 사회적 약자들은 자신을 억압하는 상황이나 사람을 만났을 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쉬운데, 이건 너무도 당연하다. 감정은 정치의식의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감정이 없다는 것은 사유도 사랑도 없다는 것, 따라서 삶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3-24쪽

성판매 여성을, '그들도 우리처럼', 과정 속에서 생성되는 '유목적 주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207-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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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4-28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좋아하지요.

해적오리 2007-04-28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옆에 두고 계속 볼 책 리스트에 올라갔어요. ^^
dave25님// 아직 행복한 건 잘 모르겠구요, 배우는 것이 많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어요. ^^
 
내 나이 마흔
안셀름 그륀 지음, 이성우 옮김 / 성서와함께 / 2004년 5월
구판절판


살아 있는 물을 완전히 흘려버리고, 밑바탕에는 참된 빛과 생명은 거의 없고 온통 암기한 것들만 남아있는 성직자들의 수없이 많습니다. 그들은 언제나 감각적이고 외적인 방식과 일 그리고 그들의 규정 들과 함께 뒤에 남아 있습니다. 모든 것은 밖으로부터 들었거나, 감각을 통해서 이미지의 형식으로 새겨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수가 솟아 나야 할 내면에는 근본적으로 아무것도 없이 메말라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근본에서 아무것도 샘솟지 않고 모든 것이 외부에서 들어온 저수통, 들어온 대로 다시 빠지는 물통이 아니겠습니까? 그들에게 있어야 하는 것은 그들의 규정들과 그들의 방식들뿐입니다. 그들은 근본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들의 근본 밑바탕에는 갈증도, 샘솟는 물도 없고, 그들은 발전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은 감각을 통해 외부에서 유입된 방식에 따라 그들의 일을 하는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그들은 그들 스스로 만든 저수통을 고수합니다. 하느님은 그들 구미에 맞지 않습니다. 그들은 또한 살아 있는 물은 마시지 않고 그냥 내버려둡니다.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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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행자
한스 크루파 지음, 서경홍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6월
품절


"저는 진정한 삶을 추상적으로만 생각했고, 그 본질에 가까이 다가간 것처럼 느낀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면 그것은 오히려 점점 멀리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럴 때면 현재의 삶이 더욱 힘겹게만 느껴졌습니다."

-170쪽

"삶이란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것입니다. 마치 뱀이 주기적으로 허물을 벗듯이 사람도 일정한 시기가 되면 영혼의 성장을 위해 마음의 껍질을 벗어야만 합니다. 지나간 일을 이제 던져 버리십시오. 비록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당신을 초대한 삶에 충실하십시오. 지금 이 순간의 삶 말입니다. 덧없이 늙지 않고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그 길밖에 없습니다."-2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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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p.17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내리막을 그리워하지 않으면서도 오르막을 오를 수 있다.

 

p.27

봄의 흙은 헐겁다. 남해안 산비탈 경작지의 붉은 흙은 봄볕 속에서 부풀어 있고, 봄볕 스미는 밭들의 이 붉은 색은 남도의 봄이 펼쳐내는 모든 색깔 중에서 가장 깊다. 이 붉고 또 깊은 밭이 남도의 가장 대표적인 봄 풍광을 이룬다. 밭들의 두렁은 기하학적인 선을 따라가지 않고, 산비탈의 경사 각도와 그 땅에 코를 박고 일하는 사람들의 인체 공학의 리듬을 따라간다. 그래서 그 밭두렁은 구불구불하다. 밭들의 생김새는 "뱀과 같고 소 뿔과 같고 둥근 가락지 같고 이지러진 달과 같고 당겨진 활과 같고 찢어진 북과 같다 ([목민심서])라고 다산은 말했다. 가로 곱하기 세로로 그 땅의 면적을 산출해내는 지방 관리들의 무지몽매를 다산은 통렬히 비난했다. 가로 곱하기 세로가 합리성이 아니고, 구부러진 밭두렁을 관념 속에서 곧게 펴는 것이 과학성이 아니며, 구부러진 리듬의 필연성을 긍정하는 것이 합리라고 다산은 말한 셈이다. 그리고 그가 긍정했던 그 구부러진 밭두렁들은 지금도 남도의 봄볕 속에서 그렇게 구부러져서, 둥근 가락지 같고 이지러진 달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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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드림~ 2006-05-28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리뷰의 밑줄긋기로 쓰셔도 좋았을텐데,,,^^;;
전 꾸불꾸불한 논밭도 좋지만 계단식 논이 보기에 좋아요.
저걸 일구기 위해 얼마나 애썼을까 생각하면서 사람이 참 대단한 존재구나 느끼게 되거든요.^^

해적오리 2006-05-28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밑줄긋기 카테고리에 들어가있는데요..^^;;
김훈 선생님 글을 읽다보면 제가 놓쳤던 부분을 다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2006-05-30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적오리 2006-05-30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허믄 어떵 해야되는건디?

해적오리 2006-05-30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구..넘 오랫만에 책과 관련된 내용을 써서 그런가? 혹시나 해서 페이퍼 수정으로 들어가서 보니 위에 리뷰, 포토리뷰, 밑줄긋기 선택하게 되어있구먼...;;;; 근디 무사 밑줄긋기로 선택하니까 안 바뀌는 거? 흑흑...내 뜻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어..ㅠ.ㅠ

chika 2006-05-30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씬~! 다시 해봐..흐~

해적오리 2006-05-30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짐 다시 해봐신디 진짜 꿈쩍도 안허맨...이런 XX할 사태가 있나...

chika 2006-05-31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촘으라~ (이상하게 이 책은 안사져라마는...이번에 땡투행 사맨^^)

해적오리 2006-05-31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히히히...근디 퍼랭이가 싹쓸이 해부난 영 기분이...ㅠ.ㅠ
 
꿈으로 들어가 다시 살아나라
제레미 테일러 지음, 고혜경 옮김 / 성바오로출판사 / 200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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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근래 들어서 읽고 있는 책입니다.

아주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책입니다. 그냥 꿈풀이 책과는 다르구요, 꿈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관심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각 챕터 끝마다 친절한 요약이 있어서 내용을 정리하면서 읽을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p.18  꿈 작업, 왜 할까?

과학적 연구 조사 결과,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다고 한다. 또 꿈이 창조적 영감의 도구 역할을 해왔다는 역사적 기록들도 존재한다. 이 기록들은 꿈이 은유와 상징으로 구성된 보편적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보여 준다. 꿈을 기억하고, 기록하여, 재조사하려는 노력을 기울일수록 놀라운 통찰력과 창조적 아이디어를 발견하게 되며 혼란스러웠던 감정을 더 의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p.48

나에게 꿈은 자연의 일부이다.

자연은 원래 뭔가를 감추려 들지 않는다.

최대한 자신을 드러내려 한다.

-칼 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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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드림~ 2006-04-24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꿈을 거의 안꿔요.(-_-) 꿈 좀 꿨으면 좋겠는데,..(복권사려고요^^;;)
오죽하면 태몽도 안꿨답니다. 어쩌다 꿈을 꿔도 앞뒤 논리적으로 연결도 안되는 괴상한 꿈만 꿔요.
날나리님은 어떠세요?^^

해적오리 2006-04-24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말씀을 읽으니 펑크님께서 이 책을 읽으시면 재미있어 하시겠단 생각이 드네요. 제가 읽은 부분에 펑크님께서 말한 내용과 관련된 내용이 있거든요. 꿈을 안꾸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못할 뿐이라는 것과 논리적으로 연결이 안되는것 같지만 파편같은 꿈은 다층의 의미가 복합적으로 응축되어 나타나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언급을 오늘 읽었어요. 꿈에 대해 과하다 심을 정도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암튼 재밌어요. 꿈을 기억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나와요. ^^

2006-05-02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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