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서재지기님들에게만 연애담 써달라 그러고 정작 쥔장은 구경만 하고 있는게 도리가 아닌듯 하여 저도 페퍼 하나 씁니다.
사실 누구의 연인도 되어본적이 없고, 누구를 연인으로 가져본 적도 없는 제가 여기다 글을 쓸 자격이 될지는 모르지만...그래도...
그럼..
바야흐로 제가 무지 풋풋하던 대학 1학년 여름 방학...
특강 듣는다고 학교를 들락거렸지요. 그렇다고 영어 공부한것도 아니고 걍 강의만 듣고 도서관가서 책 좀 보고, 선배들 공부하는데 가서 같이 놀아달라고 그러고(예나 지금이나 저의 귀여움은 하늘을 찌르거든요^^), 그런 식으로 뭐 특별한 기억은 없이 그렇게 방학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같이 특강 듣던 4학년 선배랑 도서관 휴게실에서 놀고 있는데 왠 처음보는 사람이 저랑 같이 있던 선배랑 무지 반갑게 인사하는 거에요.
저보다 무려 5살이나 많은 선밴데 군대 다녀오고 이번에 복학한다고 그러더군요. 키도 무지 크고, 얼굴도 서글서글하니 무척 호감이 갔었는데 다른 선배들과 달리 책도 많이 읽은 듯 했고 암튼 뭔가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복학 준비한다고 거즘 매일 도서관 오는 듯 했고, 저도 뭐 집에서 놀기가 그래서 학교서 놀곤 했기 때문에 방학내 자주 봤었지요.
그러면서 저의 전문인 짝사랑이 시작되었나 봅니다. 괜히 그 선배보면 마음이 콩닥거리고 뭔가 말을 걸어보고 싶은데 앞에 서면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게 이상한 말을 하게 되고, 좋아하는 마음을 감추려니 괜히 긴장되고, 마음은 온통 그 선배 일거수 일투족에 박혀있었지요.
하지만, 나름 만인의 연인이었던 그 선배 주위엔 너무나 재기발랄한 여자 선배, 동기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스 선배는 다가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했습니다. 그렇게 혼자 맘으로만 해바라기 하던 중... 그 선배가 누군가와 좀더 깊은 관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선배가 직접 저한테 얘기를 할린 없지요. 하지만 그 선배가 그 전날 밤엔 어떤 일을 했는지 다음날이면 전 다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스토커였냐고요? 물론 아니죠.
다름 아니라 그 선배와 사귀게 된 사람이 저한테는 친언니처럼 다정했던 1년 선배였었거든요. 저는 언니도 여동생도 없었고, 그 여자선배도 집에서 막내인지라 저를 친동생처럼 여겨서 무지 친하게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둘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듣는 것은 저의 몫이었습니다. 오만과 편견에서 엘리자베스의 친구가 하던 조언처럼 너무 맘을 숨기면 아무도 저의 마음이 연정인줄 모르잖아요. 저의 마음을 알리 없는 선배의 연애담은 제 맘이 무너지는 아픔을 주었지만 가증스럽게도 저는 내색하나없이 다 들어주었지요.
그렇게 1학년 가을이 지나갔나 봅니다.
그후 남자 선배는 다른 여자 선배와 사귀기 시작했고, 저도 저와 친했던 여자 선배도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갔지요.
당시엔 맘이 너무나 아팠던 기억인데... 세월이 약인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회상하면서 웃음이 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