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왈츠 밀란 쿤데라 전집 4
밀란 쿤데라 지음, 권은미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별의 왈츠> 는 얼마 읽어보질 못했지만 밀란 쿤데라라는 이름을 각인시키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이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막간의 즐거움을 느껴 봤지만 쿤데라의 작품세계를 진정으로 알게 해 주는 작품은 다름아닌 <이별의 왈츠> 이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드네요.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에서도 살펴 보았듯이 그리고 <정체성> 이라는 작품에서도 이미 한번 겪어 봤듯이 쿤데라는 남녀간의 사랑, 애증, 증오, 배신 등의 극히 평범한 소재를 자신의 작품속에서 뭔가 색다르게 변모시키는 대가이지 않나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구요. 이번 작품 역시 그 범주에서 크게 벋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명한 트럼펫 주자 클리마가 작은 온천도시를 방문하고 난 후 벌어지는 루제나의 임신소동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클리마의 노력 그리고 아이를 낳기 위한 루제나의 집념이라는 극히 세속적이고 단순하기 짝이 없는 내러티브가 주를 이루는 애정소설같지만 이해 당사자들이 하나 둘씩 등장 (사실 독자들은 그저 소설의 완성을 위한 등장인물이거니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이 또한 쿤데라의 주도면밀한 장치적인 설정임을 책을 읽어 갈수록 실감하게 되죠. 그리고 이러한 설정들이 전혀 억지스럽다거나 부자연스럽지 않다는 점에서 쿤데라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면서 내러티브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인간 내면 특히 남녀 간의 이질적인 감정의 변화와 그 원천에 대한 서사가 작품의 성격을 다르게 규정해 버리기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히 슈크레타의 친구인 야쿠프의 등장과 파란 독약과 루제나의 신경안정제가 뒤섞이면서 내러티브 자체가 극적인 반전을 향해서 돌진하게 됩니다. 사실 그 동안 클리마와 악단 단원들의 음모(낙태) 루제나와 동료 간호사의 도발(출산) 이라는 다소 밋밋한 대립구도가 갑자기 클라이막스를 향해 돌진 하는 3' 브라더스의 콘서트 연주곡의 진행처럼 청중과 독자들의 호흡을 가쁘게 몰아가는 것입니다. 자칫 극히 천박스럽고 세속적이면서 통속적인 연애소설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쿤데라는 여기에 인물심리묘사라는 히든 카드를 제시하면서 급반전을 시도하죠.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묘사가 가희 일품이라고 할만한 작품입니다. 뭐 남성들이라면 (아니 여성들 입장에서 바라본 입장도 매한가지겠죠) 충분히 공감이 갈 수 있는 일련이 행위와 심리적 면피 발언과 자기 합리화등를 솔직 담백하게 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고 작품을 읽으면서 왠지 남의 이야기가 아닐수도 있다는 뭐 그런 생각들이 이번 작품을 다시 들여다 보는 동기가 될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히든 카드는 "매일까이 잠에서 깨어나는 일이 하나의 작은 전기쇼크 같다" 는  혹은 "기독교 신자가 신의 존재를 믿는 것처럼 자기 남편의 부정을 믿는다" 등의 표현등을 통해서 정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쿤데라만의 서사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혹자는 쿤데라의 작품세계를 당시 체코라는 사회주의국가라는 정치적 담론등을 내세워 보다 폭넓게 그리고 무게있게 그 비중을 격상시켜려고 하는 부분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크게 동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쿤데라는 작품을 통해서 문학적 한계성에 부딛치는 정치적 딜레마를 작중에 묘사하고 있긴 하지만 굳이 이 부분을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은 그 자체에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찾을 뿐, 어떤 설명도 동기도 없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라는 표현에서 이번 작품 역시 가장 근원적인 인간 특히 남녀간의 애정과 사랑 배신에 집중해서 작품을 인식하는 것이 타당할듯 합니다.

 

   전체적인 내러티브는 아주 단순하기 그지 없습니다. 뭐 정말 특별하게 내세울 것 없이 티각티각대는 정도의 강도로 진행되지만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상당히 분위기가 변화를 겪게 되죠. 처음 일대일 남녀간의 문제가 그 범위를 확장해 나가면서 보편적인 담론으로 확산되면서 내러티브 자체에도 다소 무게감이 들어가고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남녀간의 특수문제에서 인간 본연의 감성을 다루는 일반적인 모토로 전환되면서 남녀 성대결의 구도가 아닌 인간성 본연의 모습을 느끼게 해주고 있는 것이죠. 참 단순한 남녀간의 스토리를 이처럼 철학적 차원으로 한차원 업그레이드 시킬수 있을까라는 의아심도 생기지만 이 또한 쿤데라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게 하는 작품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녀의 구제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대중 독자들에게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유가 바로 <성녀의 구제> 를 접하게 되면 절로 그 이유에 대해서 수긍이 가게 됩니다.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도 많은 매니아를 가지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일부 한정된 독자층을 형성하면서 국한된 장르속에서 명맥을 유지해왔고 특히 문학적 완성도를 우선시 하는 국내문단에서는 거의 외면받아왔던 것이 사실이죠) 추리스릴러장를 확산시킨 장본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단순한 사건과 그 해결방식에 포커스를 맞추던 기존의 툴에서 벗어나 작품 내러티브 전반에 독특한 자기만의 사유를 깔아서 이를 설득력 있고 독자들과 호흡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 바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게 된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만큼 히가시노 게이고는 사회문제와 인간문제에 대한 나름의 천착이 대중 독자들의 갈증을 풀어 준 것이겠죠.

 

   <성녀의 구제> 사실 책 표지를 보면 왠지 수녀원를 배경으로 종교적 색체가 강하게 풍기면서 종교집단에서 발생하는 비밀스러운 사건을 키로 잡은 듯 하게 보여집니다. 마치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을 얼핏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죠. 하지만 막상 책속으로 들어가면 이와는 전혀 상반된 스토리를 만나게 되면서 약간의 당혹감을 지울 수 없게 합니다. 하지만 결말부분에 이르게 되면 자연스럽게 수긍이 가게 되네요. 이번 작품은 과학적 추리의 대명사 유가와 교수도 당혹하게한 치밀한 계획과 과학적 지식을 갖춘 범인이 등장하면서 수사반 전원을 오리무중상태로 끌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그 동안 유가와 교수와 콤비로 활약한 구사나기 형사가 약간의 삐딱선을 타면서 사건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트릭이 있습니다. 금기사항인 용의자에 대한 사적감정이 발동하면서 사건 해결이 난항을 겪지만 결국에 가서는 사건 해결에 지대한 역활을 하게 되네요. 또한 가오루라는 신참 여형사가 등장하여 구사나기 일변도의 역활에 제동을 겁니다. 이 부분이 이번 작품의 또 다른 별미로 작용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비록 여성이지만 냉철한 논리와 끈질긴 의욕을 보이면서 사건의 핵심을 제대로 집고 있다는 점이 구사나기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고 이 둘의 신경전 역시 볼만한 장면을 연출해 주고 있어 독자들이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죠.

 

   이번 작품은 추리기법중에 '소거법' 를 사용한 대표적인 사례이지 않을까 싶네요. 초장에 이미 독자들은 미망인과 불륜의 애인을 유력한 용의자로 주목하게 되면서 서서히 하나 하나의 요인들을 지워나가는 방식으로 용의자를 압축해 나가고 있는 기법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사건 해결을 위해서 구사나기를 비롯한 경시청 형사들의 추리와 유가와의 은밀한 추리가 서로 오버랩되는 과정을 통해서 독자들고 나름대로의 추리를 머리에 그리면서 내러티브를 쫒아가게 되는 거죠. 물론 중간 중간에 트릭과 힌트가 있지만 사실 추리소설에 매니아가 아닌 다음에야 쉽사리 알아보기 힘들고요 나중에 유가와 교수의 설명을 듣고 서야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죠. 이러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거법' 은 작품 전체적인 내러티브를 단순화 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꼬리에 꼬리를 물게 하는 복잡한 구도로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색다른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죠. 전반적으로 갈릴레오 시리즈중에서 가장 유가와의 진가를 알게 하는 작품으로 신참 여형사 가오루의 감짝 출현은 새로운 긴장감과 흥미를 배가시키는 활력소 같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슈퍼맨 로망스
김민관 지음 / 고려의학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2013년 흑사의 해라는 계사년이 밝은지 좀 되었고 정초 거창하던 소소하던 간에 나름대로의 새해 계획을 세우고 올 한해 만큼은 계획대로 살리라 다짐을 했건만 채 한달 보름정도 지나서 여지없이 무너지는 계획들을 보면서 이젠 왠만한 충격엔 별로 반응조차 없는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매년 정초에 세웠던 계획들이 하나 하나 틀어지면서 왜 난 이럴까 왜이리도 의지가 약한걸까? 자책하지만 이런 사태는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는것 역시 틀림없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또 이런거 있잖아요 요즘 같은 험학하고 냉정하기 짝이없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래 이정도면 어느 정도 면피는 하는것 아닌가라는 위안들 말이죠. 그래 그래 대한민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의 정치권력도 바뀌는 판국에 일개 소인인 내가 하는 허망감들. 특히나 요즘처럼 존재감마저 상실해져 가는 루저 같은 세상에서 이것 저것 책을 읽어도 그리 편해지질 않는 마음을 다스리는것 조차 이제는 질력이 날만 하네요. 정말 우연히 제 손에 들어온 책 한권이 있어 얼어붙고 세상에 꽁해있던 제 마음이 활짝 열리는 것 같아 소개 합니다.

 

   김민관의 <슈퍼맨 로망스> 라는 작품은 서두에서 주절주절 했듯이 지금 힘든 세상을 어떻게든 버티고 견디면서 살아가고 이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활력을 주는 작품입니다. 뭐 그렇다고 이 책이 통해서 인생의 진리나 성공의 지침같은 것을 제시하고 있는 그런 알량한 자기 개발서 같은 책은 절대로 아니라는 것 명심하고서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서 뭐 거창한 사유의 세계에 몰입해 보겠다거나 괜시리 심각한 시츄에이션을 경험해봐야지 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겐 절대 권해보고 싶은 생각이 없네요. 왜 문학작품을 대하면서 나름의 클래식한 분위기에 빠져들기도 하고 그러한 가상의 공간속에서 작가의 사유와 오버랩 해보기도 하면서 나름의 나르시즘이에 흡취해보는 것 역시 책 읽기의 즐거움중에 하나이지만 <슈퍼맨 로망스> 는 그런 나르시즘을 유발하거나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일말의 팁도 주지 않기에 무게 잡는 독자들에겐 일말의 제고도 없는 작품일 수 있는 내용들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별볼일 없는 작품처럼 보이는 <슈퍼맨 로망스> 를 제가 주목하게 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신체발부하고 난생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이름만큼이나 작품 속에 들어있는 내용들이 기상천외한 발상의 연속이자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했을만한 일들을 지면에 민낯 그래도 까발려 놓은 작가의 용기에 눈길이 먼저 간다는 것이죠. 고상하고 유수한 언어로 무슨말인지 모를 서사들만 잔뜩 뿌려놓은 메이컵이 완벽한 작품들보다 오히려 더 뇌리 깊이 파고 든다는 점이 독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일로 차일피일 미루었던 책 읽기를 단숨에 끝내버리게 하는 흡인력과 읽는 내내 박장대소하면서도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씁쓸한 감정을 불러오게 하는 컨셉트가 나 자신의 잃어버렸던 로망을 저 가슴 깊은 곳에서 슬금슬금 우러나게 하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전 상당한 파토스를 느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왜 이런 작품들이 속된말로 뜨지 못할까라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합니다. 우리는 그 동안 ' 플롯, 내러티브의 짜임새, 문학적인 완성도' 라는 부비트랩 아래서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단초를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게 하고요. 이래 저래 많은 상념들을 가져다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가지수를 줄이고 내용을 좀 더 보완해서 중편 형식으로 선을 보였으면 센세이션을 일으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반적으로 루저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허망한 웅덩이에서 실날같은 희망을 선사해 주는 작품으로 기억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 철학 콘서트
홍승기 지음 / 민음사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오랫만에 참 의미있는 책이 출간된 것 같아 마음속으로 반갑고 기쁨을 감출 수 없습니다. 그 동안 우리 서적가에 인문학 살리기 운동이 벌어지면서 한 동안 외면당했던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수 많은 인문학 서적들이 봇물 터지듯이 출간되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출간되면서 일반 대중 독자들에게도 이제 인문학하면 떠오르는 지루하고 어렵고 가까이 하긴 먼 그런 선입관은 많이 상쇄된 듯하여 그나마 큰 위로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출판계도 글로벌 경제화에 뒤쳐질 수 없다 보니 그 추세를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이고 특히 사상분야를 다루는 서적들 대부분이 논어를 비롯한 동양 사상과 플라톤을 대변하는 서양 사상을 중심으로 하는 서적들이 많이 출간 되었습니다. 세계화란 추세를 거슬를 수 없다보니 이런 동서양 사상과 그에 대한 논거를 함축한 서적들을 대하면서 실상 우리 고유의 한국 철학(사상)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 너무 한쪽에 치우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이번에 출간된 <한국 철학 콘서트> 는 이런면에서 상당히 획기적이고 반가운 기획으로 보입니다. 논어나 플라톤의 대화등 동서양 철학에 대해선 학창시절부터 철저하게 교육을 받아 왔고 다양한 종류의 출판물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관계로 이 분야에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 독자들 역시 왠만한 선지식을 가추고 있거니와 그 사유를 대충은 이해하고 있지만 막상 한국 철학(사상)에 대한 이해도는 상당히 낮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솔직히 저도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뜬 구름 잡는 듯한 얄팍하고 단편적인 지식 정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요. 그래서 더 관심이 가더라구요. 사실 동북아시아권의 지정학적 역학논리로 인해서 우리 고유의 철학 보다는 중국측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고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서양 사조에 물들게 되다 보니 실상 한국 철학에 대한 인지도나 관심은 이를 연구하는 몇몇 한정된 그룹에만 의미있는 학문으로 전락했다고 보여집니다. 그래서 더 이번 한국 철학 콘서트의 출간이 더 주목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한국 철학에 대한 그 맥을 집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집니다. 

 

  이번 책은 원효, 지눌, 정도전, 화담 서경덕, 이황, 이이, 박지원, 홍대용등 이름만 들어도 대충은 알만한 대학자들의 면모를 담고 있어 낯설지 않으면서 이들의 대표적인 저서를 통해서 한국 철학의 구도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편집되어 있습니다. 특히 신라시대 원효대사에서 부터 함석헌 선생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한국사 전반을 두루두루 살펴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하고 있고요. 시대별 사상의 변천을 통해서 그 시대상과 그 시대를 대표하는 학자들의 담론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돋보이는 기획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두번쯤은 들어 보거나 요약본을 통해서 얼핏 보아왔던 서적들을 대면하면서 한국 철학의 깊이와 더불어 독특한 사유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단지 처음 접하는 한국 철학이다 보니까 이해 난이도의 구성면이나 내용의 깊이에서 다소 아쉬움(정말 저 개인적인 생각으론 인물을 좀 줄여서라도 내용을 좀 더 충실하고 깊이 있게 다루었으면, 아니면 1,2권 형식으로 나누어서라도 깊이있게 파고 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 남습니다. 생소한 분야를 다루다 보니 개론적인 시각에서 보다 보편적으로 접근 할려는 취지는 이해는 가지만 자치 이러한 구성 자체로 인해 기획의 충분한 취지가 전달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물론 본 책에 담겨진 있는 담론들이 일반인이 소화하기엔 그리 녹녹치 않은 점은 사실입니다) 이는 아무래도 그 동안 동서양 철학에 비해 한국 철학은 주변인으로 남았던 원인과 더불어 생소한 용어나 담론들 그리고 보편적으로 전파되지 못했던 원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여하튼 이런 측면에서 이번 <한국 철학 콘서트> 는 상당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여 집니다. 

 

  한국 철학은 동서양 철학에 비하면 상당히 역사적 인식이 많이 반영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동서양 철학 역시 역사적 인식이 그 기본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상 우리 한국철학 만큼 역사적 맥락을 같이 한다고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도 이번 <한국 철학 콘서트> 는 한국 철학과 더불어 한국사 전반에 대한 인식에 많은 도움을 주리라 믿어 집니다. 원효의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 이규보의 『동명왕편 서(東明王篇 序)』, 정도전의 『불씨잡변(佛氏雜辨)』,박지원의 『호질(虎叱)』, 신채호의 『조선상고사』가 단순한 학술서나 역사서 정도로 비쳐질지 몰라도 실상 그 내막에는 당시대의 시대정신 즉 철학적 숭고한 담론이 담겨져 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선조들의 뜻깊은 사유를 엿 볼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한국 철학이 표방하는 바는 시대와 사유가 공존하는 하나의 장으로써 거대한 패러다임을 보여주고 있는 세계사 어디에 내놓더라도 뒤지지 않은 사유라는 것입니다. 공자왈 맹자왈, 플라톤 가라사대 도 유익하고 중요하지만 글로벌 세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먼저 굳건히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취지에서 적합한 기획으로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한국 철학(사상)과 한국사를 이 책 한권으로 동시에 개념화 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듭니다. 무엇보다 그 동안 말로만 들었던 대석학들의 저서를 막간이라도 그 맛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유익한 점이라고 보여지고요, 여기에 이들 저서들과 당 시대상을 오버랩할 경우 그 이해의 폭은 무한히 확대될 것으로 보여지구요. 물론 이 한 권의 책으로 한국 철학을 다 이해할 수 없지만 이번 출간을 계기로 한국 고유의 철학 그 진정한 맛을 느껴보길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갈릴레오의 고뇌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5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 작품 <갈릴레오의 고뇌> 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적인 사건 해결사 유가와 교수(별칭 갈릴레이 탐정)의 사건해결집을 다룬 총 5편의 단편집을 모은 책입니다. 가가 교이치로 형사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유가와 마나부 교수는 물리학자답게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과 그 해결과정이 과학적 논거와 실험을 통해 범인을 꽁꽁 묶어 놓고  워낙 과학적 사고에 기반을 두다 보니 사실은 가가형사보다 냉정하고 인간미가 결여된 느낌을 주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작품속에 등장하는 유가와 교수의 말들은 사실 이러한 면을 반증하고 있기도 하죠. 그래서 유가와 교수가 등장하는 시리즈는 정말 과학적 추리에 기반을 두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별미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역시 냉철한 과학자이기 전에 한 사람의 인간일 수 밖에 없는 면을 이번 단편집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이번 단편들은 과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아이템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우선 각각의 작품들의 제목들이 마치 장편을 연상케 하는 뉘양스를 비추면서 각 사건의 핵심 부분만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목들이 우선 마음에 들더라구요). '온도와 압력차이', '금속의 변형과 폭발의 연관성', '홀로그램을 이용한 트릭기법', '다우징에 대한 진실', '자기 공명법을 활용한 범죄' 등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과학적 현상을 모티브로 사건을 재구성하고 있어 그야말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주전공을 보는 듯 합니다. 과학적 논리에 의해 하나 하나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은 그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을 만큼 유가와 교수를 돋보이게 하는 작품입니다. 단지 아쉬운 점은 단편들이라 진행속도가 빠를게 진행될 수 밖에 없어서 그런지 해답 도출 과정이 과학실험처럼 너무 명쾌하다는 것이 오히려 긴장감을 반감시키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단편이 갖고 있는 한계이지 않을까 싶네요. 대체적으로 이번 단편들은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과학적 현상을 매게로 삼았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번 작품에도 사회적 이슈거리를 살짝 비추고 있습니다. 마지막 단편인 '교란하다'  편에서 악마의 손이 기업을 대상으로 협박하는 내용에 "애당초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은 국민의 생명 따위에 관심도 두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을 선택했다" 라는 말을 하는데 이 부분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일본사회 전반에 만연된 정치가나 공무원 불신의 분위기를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죠(물론 우리 현실에도 딱들어 맞아서 더 가슴에 와닿았습니다만). 이 처럼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속에는 사회전반이 공감할 수 있는 사유들이 꼬박꼬박 묻어나 있어 또 하나의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번 작품들을 통해서 과학적인 추리 영역을 새롭게 보여줍니다. 전작 단편집인 <예지몽>이 영혼과 비과학적인 현상들을 다루었다면 이번 작품들은 하나같이 과학적 영역을 다루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그 동안 냉철하게만 인식되었던 유가와 교수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줌으로써 더 끌리는 캐릭터로 변신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가오루라는 새로운 여성 파트너를 등장시켜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추리스릴러의 분위기를 한층 부더럽게 완화시키면서 새로운 긴장감을 형성(구나사기와 가오루의 상반된 캐릭터 구성은 신구의 대결 및 남성 대 여성의 구도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이 여성 형사의 역활이 만만치 않은 민완형사 빰치게 한다는 점에서 구사나기의 입지가 좁아지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앞으로 더 갈릴레오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면 세대교체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네요)케 하는 보너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자신은 범죄의 원인 그러니까 범인의 의식구조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고 하지만 옛스승이 관연된 사건에서 유가와는 그동안 숨겨져 있던 인간적인 고뇌를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독자들로부터 더 친근감을 갖게 합니다. 그를 아는 독자들이라면 왠지 기계처럼 원리 원칙대로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에 다소 불만스러운 부분도 있었는데 이번에 그런 감정들이 상당히 완화되는 것도 사실이구요. 뭐 어쩌면 이런면들이 유가와교수의 독특한 면이자 매력이었는데 이번에 과감한 변신에 성공합니다. 왠지 뭔가 빠져있었다는 느낌을 제대로 정리해준 그런 느낌을 받게 하는 거죠. 이렇게 해서 가가형사와 더불어 오래토록 사랑받는 또 하나의 영웅이 완성되는 듯 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