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의 고뇌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5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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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 <갈릴레오의 고뇌> 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적인 사건 해결사 유가와 교수(별칭 갈릴레이 탐정)의 사건해결집을 다룬 총 5편의 단편집을 모은 책입니다. 가가 교이치로 형사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유가와 마나부 교수는 물리학자답게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과 그 해결과정이 과학적 논거와 실험을 통해 범인을 꽁꽁 묶어 놓고  워낙 과학적 사고에 기반을 두다 보니 사실은 가가형사보다 냉정하고 인간미가 결여된 느낌을 주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작품속에 등장하는 유가와 교수의 말들은 사실 이러한 면을 반증하고 있기도 하죠. 그래서 유가와 교수가 등장하는 시리즈는 정말 과학적 추리에 기반을 두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별미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역시 냉철한 과학자이기 전에 한 사람의 인간일 수 밖에 없는 면을 이번 단편집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이번 단편들은 과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아이템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우선 각각의 작품들의 제목들이 마치 장편을 연상케 하는 뉘양스를 비추면서 각 사건의 핵심 부분만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목들이 우선 마음에 들더라구요). '온도와 압력차이', '금속의 변형과 폭발의 연관성', '홀로그램을 이용한 트릭기법', '다우징에 대한 진실', '자기 공명법을 활용한 범죄' 등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과학적 현상을 모티브로 사건을 재구성하고 있어 그야말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주전공을 보는 듯 합니다. 과학적 논리에 의해 하나 하나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은 그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을 만큼 유가와 교수를 돋보이게 하는 작품입니다. 단지 아쉬운 점은 단편들이라 진행속도가 빠를게 진행될 수 밖에 없어서 그런지 해답 도출 과정이 과학실험처럼 너무 명쾌하다는 것이 오히려 긴장감을 반감시키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단편이 갖고 있는 한계이지 않을까 싶네요. 대체적으로 이번 단편들은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과학적 현상을 매게로 삼았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번 작품에도 사회적 이슈거리를 살짝 비추고 있습니다. 마지막 단편인 '교란하다'  편에서 악마의 손이 기업을 대상으로 협박하는 내용에 "애당초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은 국민의 생명 따위에 관심도 두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을 선택했다" 라는 말을 하는데 이 부분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일본사회 전반에 만연된 정치가나 공무원 불신의 분위기를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죠(물론 우리 현실에도 딱들어 맞아서 더 가슴에 와닿았습니다만). 이 처럼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속에는 사회전반이 공감할 수 있는 사유들이 꼬박꼬박 묻어나 있어 또 하나의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번 작품들을 통해서 과학적인 추리 영역을 새롭게 보여줍니다. 전작 단편집인 <예지몽>이 영혼과 비과학적인 현상들을 다루었다면 이번 작품들은 하나같이 과학적 영역을 다루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그 동안 냉철하게만 인식되었던 유가와 교수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줌으로써 더 끌리는 캐릭터로 변신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가오루라는 새로운 여성 파트너를 등장시켜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추리스릴러의 분위기를 한층 부더럽게 완화시키면서 새로운 긴장감을 형성(구나사기와 가오루의 상반된 캐릭터 구성은 신구의 대결 및 남성 대 여성의 구도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이 여성 형사의 역활이 만만치 않은 민완형사 빰치게 한다는 점에서 구사나기의 입지가 좁아지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앞으로 더 갈릴레오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면 세대교체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네요)케 하는 보너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자신은 범죄의 원인 그러니까 범인의 의식구조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고 하지만 옛스승이 관연된 사건에서 유가와는 그동안 숨겨져 있던 인간적인 고뇌를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독자들로부터 더 친근감을 갖게 합니다. 그를 아는 독자들이라면 왠지 기계처럼 원리 원칙대로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에 다소 불만스러운 부분도 있었는데 이번에 그런 감정들이 상당히 완화되는 것도 사실이구요. 뭐 어쩌면 이런면들이 유가와교수의 독특한 면이자 매력이었는데 이번에 과감한 변신에 성공합니다. 왠지 뭔가 빠져있었다는 느낌을 제대로 정리해준 그런 느낌을 받게 하는 거죠. 이렇게 해서 가가형사와 더불어 오래토록 사랑받는 또 하나의 영웅이 완성되는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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