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로망스
김민관 지음 / 고려의학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2013년 흑사의 해라는 계사년이 밝은지 좀 되었고 정초 거창하던 소소하던 간에 나름대로의 새해 계획을 세우고 올 한해 만큼은 계획대로 살리라 다짐을 했건만 채 한달 보름정도 지나서 여지없이 무너지는 계획들을 보면서 이젠 왠만한 충격엔 별로 반응조차 없는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매년 정초에 세웠던 계획들이 하나 하나 틀어지면서 왜 난 이럴까 왜이리도 의지가 약한걸까? 자책하지만 이런 사태는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는것 역시 틀림없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또 이런거 있잖아요 요즘 같은 험학하고 냉정하기 짝이없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래 이정도면 어느 정도 면피는 하는것 아닌가라는 위안들 말이죠. 그래 그래 대한민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의 정치권력도 바뀌는 판국에 일개 소인인 내가 하는 허망감들. 특히나 요즘처럼 존재감마저 상실해져 가는 루저 같은 세상에서 이것 저것 책을 읽어도 그리 편해지질 않는 마음을 다스리는것 조차 이제는 질력이 날만 하네요. 정말 우연히 제 손에 들어온 책 한권이 있어 얼어붙고 세상에 꽁해있던 제 마음이 활짝 열리는 것 같아 소개 합니다.

 

   김민관의 <슈퍼맨 로망스> 라는 작품은 서두에서 주절주절 했듯이 지금 힘든 세상을 어떻게든 버티고 견디면서 살아가고 이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활력을 주는 작품입니다. 뭐 그렇다고 이 책이 통해서 인생의 진리나 성공의 지침같은 것을 제시하고 있는 그런 알량한 자기 개발서 같은 책은 절대로 아니라는 것 명심하고서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서 뭐 거창한 사유의 세계에 몰입해 보겠다거나 괜시리 심각한 시츄에이션을 경험해봐야지 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겐 절대 권해보고 싶은 생각이 없네요. 왜 문학작품을 대하면서 나름의 클래식한 분위기에 빠져들기도 하고 그러한 가상의 공간속에서 작가의 사유와 오버랩 해보기도 하면서 나름의 나르시즘이에 흡취해보는 것 역시 책 읽기의 즐거움중에 하나이지만 <슈퍼맨 로망스> 는 그런 나르시즘을 유발하거나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일말의 팁도 주지 않기에 무게 잡는 독자들에겐 일말의 제고도 없는 작품일 수 있는 내용들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별볼일 없는 작품처럼 보이는 <슈퍼맨 로망스> 를 제가 주목하게 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신체발부하고 난생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이름만큼이나 작품 속에 들어있는 내용들이 기상천외한 발상의 연속이자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했을만한 일들을 지면에 민낯 그래도 까발려 놓은 작가의 용기에 눈길이 먼저 간다는 것이죠. 고상하고 유수한 언어로 무슨말인지 모를 서사들만 잔뜩 뿌려놓은 메이컵이 완벽한 작품들보다 오히려 더 뇌리 깊이 파고 든다는 점이 독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일로 차일피일 미루었던 책 읽기를 단숨에 끝내버리게 하는 흡인력과 읽는 내내 박장대소하면서도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씁쓸한 감정을 불러오게 하는 컨셉트가 나 자신의 잃어버렸던 로망을 저 가슴 깊은 곳에서 슬금슬금 우러나게 하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전 상당한 파토스를 느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왜 이런 작품들이 속된말로 뜨지 못할까라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합니다. 우리는 그 동안 ' 플롯, 내러티브의 짜임새, 문학적인 완성도' 라는 부비트랩 아래서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단초를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게 하고요. 이래 저래 많은 상념들을 가져다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가지수를 줄이고 내용을 좀 더 보완해서 중편 형식으로 선을 보였으면 센세이션을 일으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반적으로 루저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허망한 웅덩이에서 실날같은 희망을 선사해 주는 작품으로 기억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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