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학 콘서트
홍승기 지음 / 민음사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오랫만에 참 의미있는 책이 출간된 것 같아 마음속으로 반갑고 기쁨을 감출 수 없습니다. 그 동안 우리 서적가에 인문학 살리기 운동이 벌어지면서 한 동안 외면당했던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수 많은 인문학 서적들이 봇물 터지듯이 출간되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출간되면서 일반 대중 독자들에게도 이제 인문학하면 떠오르는 지루하고 어렵고 가까이 하긴 먼 그런 선입관은 많이 상쇄된 듯하여 그나마 큰 위로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출판계도 글로벌 경제화에 뒤쳐질 수 없다 보니 그 추세를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이고 특히 사상분야를 다루는 서적들 대부분이 논어를 비롯한 동양 사상과 플라톤을 대변하는 서양 사상을 중심으로 하는 서적들이 많이 출간 되었습니다. 세계화란 추세를 거슬를 수 없다보니 이런 동서양 사상과 그에 대한 논거를 함축한 서적들을 대하면서 실상 우리 고유의 한국 철학(사상)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 너무 한쪽에 치우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이번에 출간된 <한국 철학 콘서트> 는 이런면에서 상당히 획기적이고 반가운 기획으로 보입니다. 논어나 플라톤의 대화등 동서양 철학에 대해선 학창시절부터 철저하게 교육을 받아 왔고 다양한 종류의 출판물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관계로 이 분야에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 독자들 역시 왠만한 선지식을 가추고 있거니와 그 사유를 대충은 이해하고 있지만 막상 한국 철학(사상)에 대한 이해도는 상당히 낮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솔직히 저도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뜬 구름 잡는 듯한 얄팍하고 단편적인 지식 정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요. 그래서 더 관심이 가더라구요. 사실 동북아시아권의 지정학적 역학논리로 인해서 우리 고유의 철학 보다는 중국측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고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서양 사조에 물들게 되다 보니 실상 한국 철학에 대한 인지도나 관심은 이를 연구하는 몇몇 한정된 그룹에만 의미있는 학문으로 전락했다고 보여집니다. 그래서 더 이번 한국 철학 콘서트의 출간이 더 주목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한국 철학에 대한 그 맥을 집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집니다. 

 

  이번 책은 원효, 지눌, 정도전, 화담 서경덕, 이황, 이이, 박지원, 홍대용등 이름만 들어도 대충은 알만한 대학자들의 면모를 담고 있어 낯설지 않으면서 이들의 대표적인 저서를 통해서 한국 철학의 구도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편집되어 있습니다. 특히 신라시대 원효대사에서 부터 함석헌 선생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한국사 전반을 두루두루 살펴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하고 있고요. 시대별 사상의 변천을 통해서 그 시대상과 그 시대를 대표하는 학자들의 담론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돋보이는 기획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두번쯤은 들어 보거나 요약본을 통해서 얼핏 보아왔던 서적들을 대면하면서 한국 철학의 깊이와 더불어 독특한 사유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단지 처음 접하는 한국 철학이다 보니까 이해 난이도의 구성면이나 내용의 깊이에서 다소 아쉬움(정말 저 개인적인 생각으론 인물을 좀 줄여서라도 내용을 좀 더 충실하고 깊이 있게 다루었으면, 아니면 1,2권 형식으로 나누어서라도 깊이있게 파고 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 남습니다. 생소한 분야를 다루다 보니 개론적인 시각에서 보다 보편적으로 접근 할려는 취지는 이해는 가지만 자치 이러한 구성 자체로 인해 기획의 충분한 취지가 전달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물론 본 책에 담겨진 있는 담론들이 일반인이 소화하기엔 그리 녹녹치 않은 점은 사실입니다) 이는 아무래도 그 동안 동서양 철학에 비해 한국 철학은 주변인으로 남았던 원인과 더불어 생소한 용어나 담론들 그리고 보편적으로 전파되지 못했던 원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여하튼 이런 측면에서 이번 <한국 철학 콘서트> 는 상당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여 집니다. 

 

  한국 철학은 동서양 철학에 비하면 상당히 역사적 인식이 많이 반영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동서양 철학 역시 역사적 인식이 그 기본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상 우리 한국철학 만큼 역사적 맥락을 같이 한다고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도 이번 <한국 철학 콘서트> 는 한국 철학과 더불어 한국사 전반에 대한 인식에 많은 도움을 주리라 믿어 집니다. 원효의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 이규보의 『동명왕편 서(東明王篇 序)』, 정도전의 『불씨잡변(佛氏雜辨)』,박지원의 『호질(虎叱)』, 신채호의 『조선상고사』가 단순한 학술서나 역사서 정도로 비쳐질지 몰라도 실상 그 내막에는 당시대의 시대정신 즉 철학적 숭고한 담론이 담겨져 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선조들의 뜻깊은 사유를 엿 볼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한국 철학이 표방하는 바는 시대와 사유가 공존하는 하나의 장으로써 거대한 패러다임을 보여주고 있는 세계사 어디에 내놓더라도 뒤지지 않은 사유라는 것입니다. 공자왈 맹자왈, 플라톤 가라사대 도 유익하고 중요하지만 글로벌 세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먼저 굳건히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취지에서 적합한 기획으로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한국 철학(사상)과 한국사를 이 책 한권으로 동시에 개념화 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듭니다. 무엇보다 그 동안 말로만 들었던 대석학들의 저서를 막간이라도 그 맛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유익한 점이라고 보여지고요, 여기에 이들 저서들과 당 시대상을 오버랩할 경우 그 이해의 폭은 무한히 확대될 것으로 보여지구요. 물론 이 한 권의 책으로 한국 철학을 다 이해할 수 없지만 이번 출간을 계기로 한국 고유의 철학 그 진정한 맛을 느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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