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 아틀라스 시원의 책 1
존 스티븐슨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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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반지의 제왕>,<헤리포터 시리즈>,<나니아 연대기>은 이미 국내독자의 눈을 사로잡은 판타지-어드벤처소설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많은 사랑은 꾸준히 받고 있는 작품들이다. 기존의 판타지소설과는 차별화된 내러티브와 상상을 초월하는 플롯으로 그저그럴것이라는 통념적인 사고를 반전시킨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작품이후 별다른 주목을 끄는 작품이 등장할 수 없었던 것은 아마도 너무나 기존 작품들이 대중성과 작품성을 어느 정도 획득하고 두터운 독자층을 이룬 진입장벽으로 인해 쉬이 그 도전장을 내밀기가 난공불락같은 기라성 같은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에메랄드 아틀라스>시리즈가 기존 작품들과는 차별화된 플롯으로, 또 다른 유니크한 내러티브와 스팩타클하면서 유머스러운 설정등으로 독자앞에 선보이면서 감히 가족 판타지 종결자로서의 도전장을 내밀미고 있다. 우연히 핌박사의 서재에서 발견한 시원의 책(시간의 아틀라스)를 통해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면서 발생하는 마법과 현실 그리고 현재와 과거라는 이질적이면서 동질적인 장소적 배경은 나니아 연대기의 '벽장 문'과 '반지'라는 비슷한 모토를 지니고 있지만 기존 작품들과는 다르게 인간과 상상의 생명체 그리고 악의 화신이 동시에 공존하는 '케임브리즈 폴스'라는 현실적인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과 마법을 이분법적으로 분리시키지 않고 예로부터 현실과 마법의 세상이 공존하고 있었고 지금 현재도 진행형이고 미래에도 그럴거라는 이중적인 구도를 설정함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인 양측면에서 다르지만 같은 느낌 즉 마법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가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또 다른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게 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유니크한 설정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가 현실세계와는 전혀 무관한 배경을 설정했다면 에메랄드 아틀라스는 두세계를 넘나들면서 양쪽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전제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더욱더 현실감이 가미된 작품특성을 가지고 있고 문제해결의 key를 시원의 책보다는 책과 연결된 케이트,마이클,엠마라는 삼남매에 촛점을 맞추면서 인간중심의 구도로 잡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판타지소설과는 다른점인 동시에 에메랄드 아틀라스가 가지는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로 다가온다.   

이번 작품의 또다른 매력중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캐릭터와 더불어 극중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요소를 군데 군데의 장치들과 설정에 있다. 예를들어 반지의 제왕에서도 나왔듯이 난쟁이족 즉 드워프족, 평범한 인간이었지만 자신의 영혼을 팔아서 불명의 전사로 재탄생한 꽥꽥이(모룸카디) 박쥐 괴물 살막타라는 색다른 캐릭터의 등장과 엠마와 가브리엘의 나이를 뛰어넘는 사랑이야기, 데드시티 지하 비밀의 금고앞의 '관계자외 출입금지'라는 팻말 그리고 마법사 평의회의 일원이자 아틀라스 최후의 수호자인 핌박사 그리고 이에 대항하는 백작부인과 아직 그 정체가 다 드러나지 않은 악의 종결자 다이어 매그너스등의 마법적인 인물들의 설정이 기존의 판타지소설에서의 무게감과 카리스마와는 사뭇 다르게 유머러스하고 자상하면서 일면 매력적인 면면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새로운 설정을 엿볼 수 있다. 이는 판타지적인 요소로 시종일관 무게감을 가중시켜 진중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보다는 군데 군데 역설적인 해학과 웃음거리를 주면서 다소 무거운 분위기를 반전시키면서 이를 통해 각 캐리턱에 대한 애증을 한층 더 증폭시키는 작용으로 다가오게 한다. 

전체적으로 기존 판타지 소설의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이번 작품의 특성은 인간세계와 마법의 세계를 하나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현실감을 배가 시키고 있다. 막연하고 상상에서만 존재하는 판타지적인 세상이 우리 인간들 세상에 공존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상상력에 자극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살막타, 꽥꽥이, 드워프등 새롭게 선보이는 케릭터를 통해 악마적인 요소의 배가와 더불어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촉매제 역활을 가미한 설정이 눈에 띈다. 반전에 반전과 롤러코스터를 타는듯한 내러티브의 흐름은 절로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전반적으로 <반지의 제왕>,<나니아연대기>의 계보를 잇을 가족 판타지물로 기대되는 작품이라고 해야겠다. 작가의 설정의도와 등장인물들의 개성있는 캐릭터을 음미하면서 읽는다면 흥미와 재미가 배가될 것이며 앞으로 이어질 삼남매의 시간여행과 모험은 충분히 기대해볼만 이야기거리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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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아탈리 더 나은 미래 - 살아있는 석학 자크 아탈리의 10년 후 세계 경제 대예측
자크 아탈리 지음, 양진성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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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liabilities,재화(財貨)나 용역(用役)의 차입(借入)을 전제로 부담한 금전상의 상환의무)는 흔히 빚이라는 일종의 자산항목중에 하나이다. 또한 부채는 언제가는 되갚아야 하는 채무이기도 하다. 개인부채에서 기업부채 그리고 나아가 국가부채에 이르기까지 부채에 과한 채무자와 채권자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고 역사적 기원으로도 화폐가 발명되기 전부터 존재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는 한때 IMF위기를 겪으면서 국가가 채무이행을 하지 못할 경우 어떠한 결과가 초래하는지를 피부로 절실하게 경험했고 그 여파는 지금도 진행중에 있다. 한때는 지렛대 효과(leverage effect) )라는 금융기술적인 스킬로 자산증식의 톡톡한 효자 노릇을 하기도 했지만 부채가 어느 일정 수준을 넘게 되면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리게 되는 무시무시한 존재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간혹 우리는 신문지면이나 방송을 통해서 국민일인당 부채액이 몇천만원이니 하는 뉴스를 접하면서도 실상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직접적인 부채의 영향을 국민 개개인들이 느끼지 못할뿐이지 그 내막을 들여다 보면 실로 엄청한 사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사람 또한 드문것이 현실이다. 이런면에서 자크 아탈리의 <더 나은 미래>는 부채 특히 국가가 부담하는 부채에 대한 진실과 그 효과 그리고 심각성에 대해 논거하고 효과적인 국가 공공부채의 관리와 대처방안을 한번 생각해 보자는 차원에서 기획된 책이다. 그동안 우리는 IMF사태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무엇보다 경제흐름과 금융시스템등 경제전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왔고 이에 대한 서적들 역시 수없이 많이 출간되었다. 이제는 왠만한 독자들이라면 시쳇말로 지겨울정도로 금융과 경제에 대한 많은 정보와 견해에 대해 접해왔을 정도이지만 정작 부채(공공부채)에 대한 심도깊은 논거에 대한 저술은 쉽게 접해보질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책의 출간은 색다르면서 경각심을 일깨우는 좋은 기회라 보여 진다.

저자는 누구나 잘알고 있고 인지하고 있는 부채에 대해서 그 역사적 기원에서 부터 다양한 경제학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공공부채에 대한 견해 그리고 공공부채의 과잉으로 국가 파산이라는 초유의 결과가 낳게 되는 역사적 사건(베네치아,영국,프랑스등)등을 열거하여 전세계적으로 경제성장과 공공부채의 상관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근본적으로 공공부채는 과거에는 전쟁 비용에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교육,의료,국방,치안,soc(사업간접자본),복지자금(연금,의료보험등)등 미래에 대한 투자형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몇사례에서 확인했듯이 공공지출이 이러한 기본적인 상식선을 넘게 되면 그야말로 미래에 대한 투자로 인한 장미빛 예상보다는 암울한 장막을 드리우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건전한 공공부채(지출)의 적정성을 한마디로 규정하지는 못한다. 당해국가의 경제성장율, 금리수준, 물가수준등 다방면을 고려해야만 하는 것이고 이는 case by case 형태로 다양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더욱더 그 수준을 가늠하기 힘든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하 사실은 공공부채의 증가가 조세수입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결론은 불을 보는듯 뻔한 것이고 이러한 공공부채의 성격이 미래에 대한 투자지분에 대한 비율보다 정권의 유지나 임시방편적인 채무의 경감을 위한 지출일 경우 그 심각성 또한 굳이 논하지 않더라도 결과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공공부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것이다.

저자는 지금 세계 각국이 처해있는 공공부채로 인해 지금 당장 무슨 커다란 위기가 올 것이라고는 보지 않고 있지만 현 속도처럼 공공부채의 증가세가 높아질 경우 과거의 사례들에서 볼 수 있는 위기가 올것임을 예견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세계가 리얼타임으로 글로벌화된 경제시스템속에서 독불장군처럼 나홀로 위기탈출은 가능할 수 도 없는 것이고 도미노현상처럼 한국가의 모라토리움이 산불번지듯이 전세계로 확산될 수 있는 구조적 시스템을 갖고 있는 현실에서 그 위험성은 실로 심각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공공부채의 실체와 그 대처방안을 심도깊게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도 지방자치단체의 자급율(조세수입기준)이 50%미만인 지자체가 수도 없이 많다 아니 50%를 넘는 자족율을 기록하고 있는 지자체를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 만큼 힘들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공부채의 증가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전 군주국가처럼 채무이행을 하지 않으면 그만인 시대는 지났다. 공공부채는 언제가는 후대에게 부담을 주는 요소로 남을 것이고 공공부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미비할 경우 엄청난 비극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 하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나 우려의 목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선 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전반적으로 부채 특히 공공부채의 성격을 역사적 기원에서부터 각종 국가들의 사례에 이르기까지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독자들 수준에 맞추어서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어 형이상학적인 개념이 정형화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의 현주소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 반면교사로 작용하여 우리의 현실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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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 가정용 곤충에 관한 은밀한 에세이 1881 함께 읽는 교양 9
조슈아 아바바넬.제프 스위머 지음, 유자화 옮김 / 함께읽는책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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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 Oh, My God!!!를 외치게 하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좋게 표현해서 이런말이고 실상은 상당히 그로데스크한 과학 에세이를 보면서 여러가지 상념에 잠기게 하는 책이다. 물론 저자들은 이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이쁘다고 하지만 왠만한 독자들에겐 그저 두번 다시 보고싶지 않고 기억에 담고 싶지 않는 불편한 존재들이다.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파리, 개미, 이, 바퀴벌레등과 인간의 눈으론 그 존재감 조차도 확인하기 힘든 진드기와 해충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생태와 더불어 인간과의 관계를 되집어 보는 의도에서 출간된 책이라고 해야겠다.  

사실 우리가 이들 벌레들(정확히 곤충류라고 해야하나)를 보는 시각은 혐오감 그 자체이다. 오죽하면 "벌레보다 못한 인간"이라는 표현을 쓰듯이 우리 인간이라는 종은 벌레들을 엄청나게 싫어하고 혐오하는게 대체적으로 인간 뇌가 진화되면서 각인된 하나의 표상중에 하나이다. 여기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지배자인 인간의 우월적인 관념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러한 벌레들은 그야말로 지구상에서 몰아내고 싶은 1순위에 그 이름을 올릴 것이다.  

그러면 이처럼 혐오스럽고 지저분하고 비위생적인(인간의 시각에서) 생명체에 대해서 그것도 증명사진을 처다보듯이 리얼하게 확대한 사진을 수록해가면서 이것도 부족해 각종 미사여구와 왠지 그들을 옹호하는 언어의 선택을 사용해 가면서 만인의 지탄을 받을거라는 예측이 절로 드는 에세이를 저자들은 왜 그리도 집착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점이 들만도 하다. 뭔가 달리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라는... 

이 책에 소개되는 벌레들은 인간인 우리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종들이다. 이 말은 이들 종을 지구상에서 박멸한다고 해서(과연 그들을 지구밖으로 퇴출시킬수나 있을까) 인간의 삶이 질적으로 양적으로 지금보다 풍요로워진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그 역효과가 일어나면 일어나지 긍정의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럼 이도 저도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손자가 말했듯이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라고 상대를 알고 나을 알면 그들과의 슬기로운 조화와 더불어 공생의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확대된 담론으로 들여다 보아 종차별적인 편견을 불식시킨다는 측면에서도 이번 에세이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저자들이 전하는 메세지는 지구상에 인간만이 유일하게 살아가고 있는 생명체가 아니라는 점을 암시하는 듯 우리 주변 지금 리뷰를 적고 있는 의자속에 그리고 약간 떨어진 분리수거함속에 그리고 우리의 침대속에 존재하는 그들과의 현명한 동거가 종에 대한 숭고한 경의 정도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인간이라는 종외에도 수많은 종들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이고 그들 나름대로의 삶의 목적과 의미가 있다는 점만 인식한다면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는 것이다. 

외견한 흉칙하게 보이고 소름돋게 생긴 이들의 정체(이들을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할 것이다)는 인간인 우리의 힘에 의해 확정되지도 않고 그저 인간과 더불어 자연선택이라는 치열한 전장에서 승자로 살아남은 이들이라는 사실에서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와 같이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 에세이로 인해서 벌레들과의 교류나 그 친분의 급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는 할 수 없으나 이 한편의 짧막한 에세이가 전하는 메시지에 대해서 만큼은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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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 1 - 원시시대에서 남북국시대까지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 1
강종훈 외 지음, 역사문제연구소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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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내력을 상징하는 족보라는 것이 있듯이 민족(근대화와 제국주의의 비뚤어진 표출로 인하여 대두된 개념이지만)이나 국가 역시 지나간 세월의 흔적들이 역사라는 기록에 의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이러한 기록들은 문자의 형식을 갖춘 포멀적인 기록과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오는 비공식적인 구두기록, 미술품이나 조각품등을 통한 제3의 기록등 다양한 형태로 전해내려 오고 있고 우리는 통상 이러한 일련의 흔적들을 통칭하여 역사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 만큼 역사는 특정한 국가의 형성에서 성장에 이르는 모든 것을 상징하는 일종의 정체성을 표방하고 있어 비록 지난 세월의 기록이지만 동시에 현재와 미래를 제단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되는 살아있는 기록이기도 하다. 이렇듯 한 국가의 역사를 살펴보게 되면 그 국가 전반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인지하는데 있어 오류가 존재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역사 한국사는 이러한 측면에서 과연 제대로된 역활을 수행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명쾌하게 긍정적인 대답을 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현재까지도 동북공정이니 독도영유권등(물론 이러한 분쟁이 상존하는 곳은 세계 곳곳에 산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으로 상처받고 백의민족등을 운운하면서 소극적인 사관을 스스로 주입하고 있는 국가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선진국의 지표인 OECD회원국이자 G20의장국으로서 상당한 지위에 올라섰다고 자부하는 나라중에 자국사를 선택과목으로 교육시키는 나라는 세계사를 통틀어 과연 있기나 하겠는가. 선진산업국은 경제적 지표의 우월성만으로 주목되고 부러움을 받는 것은 아니다. 선진산업국의 가장 강력한 힘은 바로 자국의 문화에 대한 긍지와 이에 대한 대외적인 인정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저에서는 다름아닌 역사인식에 대한 나름대로의 신념과 줄기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역사교육은 모년 모월 모일에 누가 무슨일을 했다는식의 그야말로 입시위주의 주입식 암기식 교육에 치중했고 전반적인 사관에 대한 큰 흐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역사하면 자연스럽게 귀찮고 고리타분한 옛날 이야기쯤으로 치부하게 되고 관심밖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고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이성적인 대응보다는 감정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만들어 온 것이다. 여기에서 여러가지 요인이 존재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사에 대한 제대로 된 역사서가 없었다는 것이다. 지엽적인 부분이 아닌 통사를 개괄할 수 있는 교양서로서의 역사서가 없다 보니 갈수록 역사인식에 대한 모호한 사관만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측면에서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시리즈는 학계는 물론이고 많은 국민들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모처럼 제대로 된 역사서의 출간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어린 자녀에서부터 부모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다 같이 읽으면서 토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눈에 돋보이는 점]

1.다양한 시각자료를 통한 생동감 넘치는 편집

그동안 독자들은 역사서에 나오는 강역도, 연표, 의미있는 유물 사진 및 인물 사진을 많이 접해 왔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나 출판사가 달라도 그 속에 등장하는 시각 자료의 경우 거의 대동소이한 경우를 경험했을 것이다. 왠만한 독자라면 너무나 많이 보는 자료에 식상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그 중요성을 잊게 마련이다. 특히 선사시대의 유물자료는 판박이를 하듯이 중복된 자료들의 일람표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어린학생들의 배려 차원도 있겠지만 왠만한 성인독자들이 보더라도 생소한 자료들이 다량으로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좀더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은 선사시대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며 그 시대의 역사 역시 우리의 역사라는 자긍심을 부여하게되는 동기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우수한 편집이라고 봐야 한다. 

2. 단군신화에서 역사로

그리스로마신화를 우리는 단순하게 폄하해서 신화라고만 생각하지 않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 이유는 신화속에 등장하는 사건이나 상황들속에 숨겨진 진실이 신의 이야기보다는 바로 인간들의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바로 이러한 부분들의 전래가 일종의 역사적 사건을 암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독 우리의 단군신화는 올바른 접근과 더불어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늘 아쉬운 대목으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다소 미흡한 부분은 아직까지 있지만 단군신화를 역사의 일환으로 해석할려고 하는 면에서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즉 호랑이, 곰, 신시등의 상징성을 역사적 표현으로 해석하여 신화에서 잠자고 있던 단군의 실체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싶다. 

3. 북한학계의 학설 소개와 통일신라시대

분단 이데올로기의 확산은 정치권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적대적인 대립각을 세우게 되었고 학계에 이르기까지 그 미치는 분야는 엄청나게 넓기도 하다. 그동안 금기시 되었던 북한학계의 사관을 단군릉, 단군신화, 발해와 신라의 관계분야에서 소개함으로써 남북간 사관의 형성틀과 기본방향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기본 삼국시대 이후의 시대를 통일신라시대로 인식했던 사관에서 발해와 신라가 공존했던 남북국시대로 사고의 발상이 전환되었다는 점에서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보여진다. 그동안 노론식민사관의 잔재로 인한 소극적 사관의 청산에 상당히 많은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4. 발해사에 대한 재조명

무엇보다 이번 책의 강점중에 하나가 바로 발해사의 재조명이다. 고구려를 계승한 발해는 그동안 우리의 역사에서 경계인의 자리에 밖에 머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에 대한 연구나 자료도 적었지만 통일신라시대가 강조되다 보니 발해사는 자연스럽게 소외되었던 것이다. 근대화의 일환으로 등장한 민족이라는 개념의 획일화로 인해 고구려유민과 말갈인들이 세운 발해는 왠지 우리역사가 아닌 별개의 역사로 인식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발해의 건국과 구성원의 구성등을 집중적으로 설명하면서 발해가 우리의 역사임을 확인해 주고 있다. 지금의 민족적인 개념의 잣대로 당시를 고찰한다면 고구려, 백제(요서와 일본통치시대)역시 우리의 역사로 볼수없을 만큼 다민족을 그 구성원으로 하고 있다. 특히 발해사 부분에서 담비의 길(sable-road)이라는 새로운 교역로의 발견으로 실크로드에 비견될 만큼의 교류가 있었고 그 중심에 발해가 있었다는 점에서 발해는 거대한 제국이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팁으로 백두산폭발과 발해의 멸망에 대한 부분도 언급되어 있어 변화하는 흐름에 맞추어 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5. 사회/문화사의 부각

역사하면 대게의 경우 군주나 사건을 중심으로 한 정치사를 지칭하기고 하고 일반인들에게 이 부분이 많이 익숙해져 있는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역사는 정치사만을 다루는 편엽적인 시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부분이 돋보인다. 사회/문화사에 대한 대폭적인 보강과 서술로 인해 다양한 시각에서 역사를 통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온달과 평강공주, 서동과 선화공주등의 설화에서 부터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미천왕조에 수록된 기사를 통해서 당시의 의식주 및 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고찰을 보여줌으로서 역사적 고증과 신빙성을 높여주고 있다는 점이 여타의 역사서와는 다른 점이자 강점이기도 하다. 고구려尺이라는 당시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권의 표준 도량형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새로운 사실도 덤으로 알게 된다. 

[아쉬우면서 향후 보완 되어야할 부분]

▣ 한사군 문제

한국사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를 제외하고는 현존하고 있는 공식적인 문자기록에 의한 역사서가 발굴되지 못한 관계로 항상 상고사부분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이에 대한 제대로된 고증이나 실체에 확립이 상당히 어렵다. 그러하다 보니 특히 제국주의 실증사학의 영향으로 인해 눈에 보이는 유물이나 기록에 의존하는 경향이 우세했다. 무엇보다 일제감정기 시대를 거치면서 태동한 근대사학의 영향으로 인해 우리의 상고사는 많은 오류를 낳게 되는 결정적인 역활을 하게 된다. 이는 일제를 중심으로 식민지 통치의 정당성을 내세우는 논거로 자리잡았고 그들의 사관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이들이 학계를 점령하면서 지금까지도 엄청난 여파를 미치고 있다.

여기서 이러한 통설을 그대로 승계하여 한사군의 위치를 한반도 내로 확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정작 이러한 위치 비정에 대한 구체적인 사초는 공개하지 않고 점제현 신사비나 부조예군도장등 일제시대 일본사학자들에 의해 발견한 유물을 수록하면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우리측 사초가 부족하다면 가장 근접한 중국측의 사초를 1차적인 검정방법으로 삼아야 하는게 상식인데 이점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진수의 삼국지 위서 동이전(오환선비동이전)을 통해 고구려,부여,동예,옥저등의 당시 정치,문화,사회,경제등을 설명하면서 굳이 부기된 강역도에 낙랑을 표기한 저의가 사뭇 이해가기 힘든 부분이다.(마치 진수의 삼국지에 낙랑이 한반도내에 설치되었다는 자연스러운 생각을 갖게 하는) 중국측 1차사료를 인용하면서도 결국 자의적인 해석으로 나아가는 점이 큰 의혹으로 남는다. 물론 지도상에 요서유역설(일부 재야 학자)이라는 명기라도 해놨다는 점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학계 통설이 이러하니 이것이 정답이라고 해서는 안된다. 법률적으로 다수설이나 통설과 상반되게 소수설이 존재하지만 판례의 경우 통설만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통설이 전부다가 아님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물론 법률적 논거와는 입장이 다를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러한 통설 역시 솔직한 표현으로 제밥그릇의 크기를 제단하는데 더 크게 작용하고 있지 않는가? 이에 대한 문제는 이론의 여지가 상당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주장을 다 수록하여 독자들의 판단여지를 남겨두었으면 더 좋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크게 남긴다. 

한사군의 문제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훌륭한 역사서임에는 틀림없다. 시대의 변화에 부합하여 시각 자료의 다양화와 차별화 그리고 현재 제기되고 있는 백두산 화산과 발해 멸망의 연계성, 정치사 일변의 서술에서 사회/문화사 부분을 대폭적으로 강화한 부분등이 기존의 역사교양서와 차별화되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새롭게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발해사를 한국사로 인식하여 좀더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사관형성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교양서의 한획을 긋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모와 아동이 같이 읽으면서 토론해 보고 새로운 사실도 알아가면서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과 관심을 가질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향후 개정판 출간시 미비했던 부분에 대한 (한사군 설치 부분의 논거) 보충 내지는 별도의 학설을 보완한다면 보다 나은 정말 미래를 여는 한국사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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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12
플뢰르 이애기 지음, 김은정 옮김 / 민음사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흔히들 "글쓰는 고통마저도 감미롭게 다가온다"라는 짧막한 멘트 한방을 날리면서 글쓰는 행복감을 은근히 슬쩍 에둘러 표현한다. 물론 이런경우에 해당되는 이들은 글쓰는 것을 업으로 하는 전문작가나 비평가들의 언어의 유희라고 적어도 그렇게 느껴진다. 갑자기 서두를 이렇게 시작하는 것은 다름아닌 난감한 서평을 써야하는 괴로움의 변이라고 해야겠다. 상당히 많은 책을 읽고 상당한 양의 서평을 써다고 생각했지만 플뢰르 이애기의 <아름다운 나날>은 그야말로 고통을 안겨다 주는 소설이다. 솔직히 많지 않는 분량에 지난번 읽었던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이 너무 많은 인상을 남겨 비록 여성작품이지만 많은 기대를 갖고 시작했다. 물론 성차별적인 발상에서 여성작가 운운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나름의 맛이 다르기 때문임을 부인하진 않는다. 하지만 첫장부터 시작한 책읽기는 상당한 인내력과 고역을 동반한 그야말로 "글읽는 고통마저도 감미롭게 다가온다"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힘에 부친다.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레퀴엠 단조같은 풍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작가가 이 작품에서 표방하는 전체적인 프레임의 구조와 내러티브의 향배가 의도적인 장치적 역활을 충실히 수행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재미와 작품성 양쪽에 길들여진 못된 습관을 비웃기라고 하듯이 시종일관 한쪽(재미)포기하게 하는 작가의 고집스러움 역시 대단하게 다가오는 작품이기 하다. 이말은 그만큼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세부적으로 두개의 중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는 <아름다운 나날><프롤레테르카 호>는 별개의 작품으로 보이지만 서로는 상당히 많은 부분이 개연성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앞의 이야기를 다 읽고 난 대부분의 독자들은 다소 맥 빠지는 최종결말을 대하게 되고 곧이어 이어지는 새로운 이야기를 접하면서 왠지 요하네스의 딸이 전편의 프레데리크를 흠모했던 주인공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혼돈을 일으키는 특별한 장치(어머니보다는 많은 부분 아버지와 연계된 점등)가 없지만 작가 특유의 간결한 문장처리 기법에 익숙해지다 보면 왠지 그런 착각도 당위성으로 다가오게 된다. 물론 두 이야기가 작가의 자전적인 삶을 바탕에 두고 집필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흐름과 플롯이 풍기는 색감은 <아름다운 나날>의 나와 <프롤레테르카 호>의 요하네스의 딸이 동일인이라고 느껴지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우리는 마주 보고 앉아 있다.그의 머릿속으로 그 탁자들을 채운다.방문객 목록을 작성한다.장례미사를 주관할 신부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 에서 볼 수 있듯이 작가는 정말 간결하게 문장을 처리하고 있다. 단순하게 읽어보면 전혀 여성작가다운 심미함이나 미학적 언어의 향연들을 도통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이지만 이러한 간결한 문장 처리는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재각각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하고 감정이입을 극대화 시키는 교묘한 장치적 역활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문장 하나 하나가 내포하는 색깔은 무지개 색깔처럼 선명하게 획일긋고 있지만 이어지는 단순한 문장들은 우리가 볼 수 있는 프리즘의 영역대를 무한정 확장시키면서 그 경계를 허물어 버린다고 해야 겠다. 이 점이 이 소설의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고 색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는 점이기도 하다. 

내러티브의 치밀성, 약간의 스릴러, 여기에다 반전... 이러한 것을 기대하고 출발한다면 분명 십여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포기해야 소설이다. 하지만 적당하게 비가 내리는 날 읽기에 더할 나위 없는 소설로 여겨진다. 비와 연계된 센치함과 더불어 이 소설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향연에 빠져들게 한다. 극과 극을 대립하는 구도, 속고 속이는 반전, 너무나 비틀어 놓은 결말처럼 빨주노초파남보라는 색깔에 익숙해져 있는 현대인들에게 플뢰르 이애기의 이번 작품은 조용한 안식처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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