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여행 1 : 그리움 - KBS 1TV 영상포엠
KBS 1TV 영상포엠 제작팀 지음 / 티앤디플러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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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실 TV를 통해서 보지 못해서 다소 그 감흥이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관을 여지없이 무너지게 하는 책이다. <내 마음의 여행> 이 주는 마음의 넉넉함은 오히려 영상에서 전해지는 감흥보다 더 깊숙히 감정의 이입을 불러 일으킨다고 볼 수 있다. 강원도의 한계령에서 부터 우리국토의 최남단 제주 추자도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무심히 넘겨버린 우리 강산의 아름다움을 한장의 사진으로 담아 냈다. 이 아름다운 경치나 풍경에 음율의 아름다운 단어로 인하여 한층 더 아름다운 맛을 느끼게 한다.  

<내 마음의 여행>은 단순하게 한폭의 풍경화 같은 전경에 시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보는이들로 하여금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책 제목에서 말해 주듯이 내 마음으로의 여행인 것이다. 바로 사람들의 삶을 말해주는 것이다. 우리들의 삶이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기 때문이다. 슬퍼하고 즐거워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우리 인간들의 모든 감정을 자연에 비치는 모습으로 투영시켰기 때문에 더욱더 이 책이 아름답게 다가오는 것이다. 다름아닌 우리 주변의 인물들의 삶을 말해주기 때문에 더욱더 그런 것이다.  

고래로 부터 우리의 조상들의 삶은 무위자연이라는 큰틀에서 변함없이 살아왔다. 근대화 내지는 서구화라는 세상의 피할수 없는 큰 물결 속에서도 자연과 하나됨이라는 대전제를 버리지 못했던 것은 다름아닌 바로 자연이 우리의 삶을 대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자연이 되고 자연이 내 마음에 들어오는 아주 작은 깨달음을 일찍 깨닫는 이에게 자연은 무한한 평온을 제공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한계령에서 바라보는 끊없이 이어지는 산하는 어머니의 품을 연상하게 하고 울릉도 앞바다의 출렁이는 바다는 욕심을 버리게 하기에 충분한 것일 것이다.  

시골산간의 해질녁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짓는 연기는 하루 종일 대자연의 법칙에 순응했던 노부부의 작은 보상일 것이다. 주워진 환경에서 더도덜도 욕심내지 않고 자식농사짓는 정도만 바랬던 노부부에 대한 자연의 선물이었을 것이다. 한편으로 무위자연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들의 삶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마음이 여유롭지 못할때 여행이라는 출구를 통해서 그 해답을 찾곤 한다. 이렇듯 여행은 현재의 나를 다시금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준다. 그 여유는 다름아닌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것을 다시금 알게 해준다. 여행을 통해서 견문을 넓힌다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자신의 재발견인 것이다. 내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모든 감정들을 재발견하는 해보는 것이 여행의 가장 중요한 소득일 것이다. 

<내 마음의 여행>은 비록 영상과 음향을 같이 곁들여서 보면 더 좋을 수 있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느껴지는 삶의 파편들을 곰곰히 되새겨보는 것 역시 색다른 맛을 전해준다. 또한 후반부 별도의 장에서 소개되는 12곡의 감미로운 음악을 선별해서 들어보는 감흥이 배가 될 것이다.  

내 마음의 여행은 편안하다. 다름아닌 내 마음의 여행이라 내 마음대로 주제를 정할 수 있고 내 마음대로 일정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 마음의 여행은 남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더욱더 기대가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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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있다고, 하루키가 고백했다 - 말의 권위자 다카시가 들여다본 일본 소설 속 사랑 언어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윤정 옮김 / 글담출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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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사랑이라는 말이 아닐까? 각종 문학이나 영화에서 사랑이 빠진다면 고물없는 떡이 되듯이 사랑은 우리 인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랑을 하는 이든 사랑에 빠져있는 이든 사랑을 한번도 못해본 사람이든 간에 사랑에 대해선 누구나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것 또한 사실이다. 사랑은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단지 사랑이라는 말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한다. 어쩌면 사랑하기 위해서 인생을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를 포함한 몇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서 본 사랑에 대한 백과사전이다. 정확히 말하면 사랑의 표현법에 대한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작품속의 주인공들의 사랑을 통해서 보는 사랑에 대한 표현방식과 사랑의 형태 그리고 사랑하는 방식들을 보여준다. 물론 이들 책에 나오는 방식으로 사랑을 하고 사랑을 표현하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단지 사랑은 작품에서 표현되듯이 각양각색으로 각자에게 다가오고 표현방식 또한 로멘틱하기도 하고 다소 딱딱하기도 하면서 엉뚱한 면도 보여주지만 중요한것은 내가 상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사랑은 표현하지 않으면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어떠한 형태, 단어, 몸짓, 눈짓을 통해서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전달되기를 희망하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이 가져올 여파에 대해서 온갖 걱정을 하면서 표현하는 사랑의 언어가 있기도 하고, 그 당시 느꼈던 사랑에 느낌을 그대로 표현으로 담은 사랑도 있다. 어느 방법이 올바르고 틀리다고 판단할 수 없는 것 또한 사랑이는 언어의 특이한 점일 것이다. 그 만큼 인간의 감정과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단어가 사랑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랑에 대한 많은 표현과 의미를 생각하고 전달하기 위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좀더 내 마음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 좀더 사랑에 대해 진실하다고 느끼게 하기 위해 우리는 노력하고 있다. 문학작품에 나오는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서라도 상대방을 잡고 싶은 심정에 우리는 사랑고백을 한다. 그래서 사랑을 한다는 자체가 시인이 되게 하고 작가가 되게 한다고 하지 않는가 

사랑은 어떤 미사여구보다보 더 간결하면서 강력한 힘을 가진 언어이다. 그냥 사랑하고 있다는 말한마디에 모든것이 포함되어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사랑이라는 단어하나로 모든것이 전달될 것이다. 나머지 미사여구는 일종의 보너스일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보너스가 사랑을 더 밝고 아름답게 만든다는 것을 이 책의 주인공은 말해주고 있다. 사랑이라는 메인 요리에 에피타이저나 디저트같은 언어들은 메인요리를 더욱 돋보이기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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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타카 1
마야마 진 지음, 이윤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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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제소설이다. 정확히 말하면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경기하강국면으로 내려않은 지난 10년간의 기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소설이기 때문에 극적반전이나 다소 부풀어져 있는 구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일본경제를 한눈에 볼 수 있게끔 하는 소설이다. 책 제목에서 말해주듯이 벌처펀드, M&A, 기업사냥꾼이라하는 골든이글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세계2차대전의 패전으로 일본은 그야말로 아사일보직전의 단계까지 갔지만 한국전쟁이라는 호재를 밑바탕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그리고 무서운 기세로 세계경제계에 얼굴을 내밀면서 결국 미국이라는 세계패권국가의 지위를 위협하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런 과정에서 부는 기업의 R&D보다는 현실적이고 눈앞에서 바로 성과가 보이는 부동산쪽으로 투자가 감행되었고 일본열도를 부동산광풍으로 몰고갔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가치를 자랑하던 일본이 그 거품이 빠지면서 그야말로 끝도 없는 추락의 길로 내몰렸던 것이고 지금도 그 여파는 진행중이다.  

소설은 그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는 때에 한 의류업체 사장의 활복자살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 사장의 아들이 벌처펀드의 대가로 나오면서 일본의 은행 및 알짜기업을 매수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찌보면 전체적인 줄거리는 다소 싱겁고 뻔한 스토리를 보여주지만 그 내막을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면 마치 일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현실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든다. 일본경제 불황의 주범인 부동산과잉 투자로 인한 피해가 지금 대한민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치와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일것이다. 주택건설업체에 대한 과도한 P/F로 인해 그 손실규모를 정부나 금융기관이나 건설업체 어느곳 하나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부동산에 대한 거품이 현실로 들어나기 시작하면 이 소설의 배경처럼 우리에게도 그런 경우가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매스컴등을 통해서 익히 들어왔고 그리고 IMF를 겪으면서 외자펀드, 바이아웃, 적대적M&A등의 용어를 익히 알고 있지만 그 내막에 대해선 자세히 알지 못했던 것을 비록 소설이지만 그 흐름을 이해하는데는 충분할 것 같다. 내용이 이러하다 보니 아무래도 스토리자체가 반감되기는 하지만 기업경영과정과 인수과정속에 벌어지는 각종 비리와 정치권의 개입등 기업소설이라는 컨셉자체는 그대로 표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소설은 신자유주의하의 금융시스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비록 자본의 색깔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다는 발상자체가 난세스이겠지만 외자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한다. 결국 그동안 방만한 경영과 불합리한 제도속에서 우물안의 개구리같은 방식을 고집했던 일본이나 지금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때 대한민국을 노렸던 골든이글의 눈이 다시금 한반도를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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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1 뫼비우스 서재
칼렙 카 지음, 이은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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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우리에게 잘알려져 있는 미국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 최우수 언론인에 수여되는 '퓰리처상'을 만든 장본인 조지프 퓰리처, 전세계 금융가의 대부인 J.P. 모건, 뉴욕 마피아계의 대부 폴 켈리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인물들이 사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실존인물들이다.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인 19세말 뉴욕 경찰청장을 역임하면서 희대의 살인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담은 소설이다. 

일종의 팩션을 가미한 스릴러 소설으로 볼 수 도 있지만 19세기말 미국 뉴욕의 시대상을 반영해 주는 역사소설 겸 사회고발소설의 역활도 동시에 하고 있는 작품이다. 경찰청장과 하버드대학 동기인 가상의 인물인 타임스지 기자 존 무어와 법의학자 클라이즐러가 루스벨트의 장례식장에서 해후하여 지난 25년전 뉴욕을 강타한 희대의 살인마 존 비첨의 살인행각을 추척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은 사이코패스인 살인자을 통해서 단순한 엽기적인 살인행각을 그리는 소설은 아니다. 살인자가 사이코패스로 돌변하게 되는 여러가지 원인들을 제시하고 그 원인제공이 개인적인 차원과 사회적인 차원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대변한다.

극중 주인공인 클라이즐러박사의 견해로는 인간은 유녀시절의 강력한 메세지로 인해 그 인생이 결정되는 것이지 탄생에서부터 그 선악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년시설 부모로부터의 학대나 외면과 육체적인 경험등을 통해 피폐해진 사고는 결국 육체적인 어른으로 성장은 하였으나 그 정신세계는 유년시절의 고통으로 해방되지 못하고 또 다른 분출구를 찾아 해매게 된다. 그 분출구가 급기야 살인이라는 극단의 표현으로 표출된다는 것이 우리 주인공의 논지이다.  

소설이 이런 희대의 살인마를 추척하는 수사팀의 수사과정에서 발생하는 외부의 압력(대표적으로 대주교와 J.P.모건등의 가진자)과 수사팀 구성원들간의 이견을 거치면서 최종적인 살인범 검거에 이르게 된다. 어찌 보면 전형적인 스릴러 소설로 치부될 수 밖에는 없는 구도이다. 

하지만 필자의 또 다른 의도는 다른곳에 있다. 신대륙의 발견과 그리고 미합중국이라는 신생국의 탄생과정에서 미국은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 되어버렸다. 물론 지금도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는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당시 19세기의 미국은 열광의 도가니를 방불케했다. 골드러쉬와 산업, 금융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하여 미개척 식민지였던 국가가 짧은 시간에 엄청난 발전을 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발전의 이면에 정말 눈뜨고 볼 수 없는 피해가 많이 있다. 인디언들의 희생, 흑인노예들의 희생, 그리고 이민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뉴욕이라는 거대도시의 화려한 불빛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사회의 어두운면을 소설의 요소요소에 뿌려놓고 있다. 아니 어쩌면 존 비첨이라는 살인자와 그의 희생양인 된 매음굴의 어린소년들과 이들의 매개로 업을 삼고 있는 마피아들을 통해서 사회고발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발전하는 사회에서 철저하게 소외당했던 이들을 통해서 정작 발전이란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대두시킨다. 그러면에서 보면

이 소설은 가슴 아픈 부분들이 많다. 지금의 잣대로 19세기말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 당시만 해도 왠만한 유력집안에서는 하녀를 부리고 있던 시절이었고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극히 제한되어 있었던 시절임은 틀림없다. 그런 시절에 이들 소외계층의 문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반문할 수 도 있지만 결국 역사발전의 원동력은 희생이다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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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없는 사람들
하산 알리 톱타시 지음, 김라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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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 대해선 정말 일자무식인 나에게 하산알리 톱타시라는 작가 또한 생소할 뿐아니라 몇해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르한 파묵이라는 대문호에 대해선 더욱더 알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전적으로 지적 호기심 부족인 탓에 이번 <그림자 없는 사람들>을 읽으면서 새삼 터키문학에 대한 어슬픈 입문식아니 입문식을 가졌던 계기다 되었다.  

오스만투르크의 자손이자 지리적으론 유럽이지만 문화적으론 오히려 아시아쪽에 가까운 나라 터키, 한국전쟁당시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우방국인 터키, 그리고 기독교와 이슬람의 색깔이 지금도 여전히 공존하고 있는 나라 터키, 대충 터키에 알고 있는 지식이다. 한나라의 정체성이나 문화적인 특징이 가장 잘 들어난 것은 아마도 그 나라 문학작품일 것이다. 물론 이 한 작품을 가지고 터키의 모든 면을 알 수 있는 점은 아니다. 하지만 난 이 작품을 통해 필자의 사상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림자 없는 사람들>를 통해 70년대 대한민국 농촌사회가 떠오른다면 너무나 큰 의식의 비약일까?

물론 이 소설이 농촌사회를 비판하는 그런 농촌소설은 분명 아니지만 또한 절대 아니다라고 할 수 도 없는 것 같다. 

황량한 아나톨리아 지방의 외딴 지방이 배경인 이 작품은 터키식의 근대화 작업인 케말주의와 그 여파로 인해 부를 창출하고 획득하는 사람들과 그 부의 착취의 대상이된 사람들을 그림자라는 상징성으로 묘사하는것 같다. 대한민국이 새마을 운동으로 전체적인 부의 증가는 있었지만 그로 인한 창출과 착취 과정에서 소외되었던 이들에 대한 무관심은 바로 그림자 조차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을 양산하게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필자가 말하는 그림자 없는 사람들은 감히 나는 그림자 조차 가질 수 없는 정서적으로 황폐한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벌거벋은 몸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다 털어 버려도 그림자라는 존재는 결국 또다른 나의 자아이지만 그런 자아 또한 가질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의 서두에서 시작되는 이발사의 실종에서 부터 시작되는 마을의 잇다른 실종과 죽음 그리고 마을 구성원들이 받아드리는 채념은 마치 그들이 이 세상에 존재할 때 부터 그들에겐 그림자라는 것 자체가 없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나는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에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 산골짜기에 홀로 피어나는 꽃, 흐르는 시냇물로 묘사되는 개념은 터키민족의 노마드를 투영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유목민들에게 굳이 그림자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은 당초부터 중요하지 않았다는 듯이 말이다.  

<그림자 없는 사람들>은 상당히 무거운 내용의 책이다. 그동안 가벼운 문학작품을 접했던 이들은 사실 이야기 전개조차 따라 가기 힘들 정도로 1인칭 나와 3인칭 그에 대한 개념의 파악부터 힘이 들정도 필자의 언어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학작품을 통해 필자의 메세지가 이렇게 분명하게 표현되는 작품 또한 드물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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