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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없는 사람들
하산 알리 톱타시 지음, 김라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터키에 대해선 정말 일자무식인 나에게 하산알리 톱타시라는 작가 또한 생소할 뿐아니라 몇해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르한 파묵이라는 대문호에 대해선 더욱더 알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전적으로 지적 호기심 부족인 탓에 이번 <그림자 없는 사람들>을 읽으면서 새삼 터키문학에 대한 어슬픈 입문식아니 입문식을 가졌던 계기다 되었다.
오스만투르크의 자손이자 지리적으론 유럽이지만 문화적으론 오히려 아시아쪽에 가까운 나라 터키, 한국전쟁당시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우방국인 터키, 그리고 기독교와 이슬람의 색깔이 지금도 여전히 공존하고 있는 나라 터키, 대충 터키에 알고 있는 지식이다. 한나라의 정체성이나 문화적인 특징이 가장 잘 들어난 것은 아마도 그 나라 문학작품일 것이다. 물론 이 한 작품을 가지고 터키의 모든 면을 알 수 있는 점은 아니다. 하지만 난 이 작품을 통해 필자의 사상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림자 없는 사람들>를 통해 70년대 대한민국 농촌사회가 떠오른다면 너무나 큰 의식의 비약일까?
물론 이 소설이 농촌사회를 비판하는 그런 농촌소설은 분명 아니지만 또한 절대 아니다라고 할 수 도 없는 것 같다.
황량한 아나톨리아 지방의 외딴 지방이 배경인 이 작품은 터키식의 근대화 작업인 케말주의와 그 여파로 인해 부를 창출하고 획득하는 사람들과 그 부의 착취의 대상이된 사람들을 그림자라는 상징성으로 묘사하는것 같다. 대한민국이 새마을 운동으로 전체적인 부의 증가는 있었지만 그로 인한 창출과 착취 과정에서 소외되었던 이들에 대한 무관심은 바로 그림자 조차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을 양산하게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필자가 말하는 그림자 없는 사람들은 감히 나는 그림자 조차 가질 수 없는 정서적으로 황폐한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벌거벋은 몸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다 털어 버려도 그림자라는 존재는 결국 또다른 나의 자아이지만 그런 자아 또한 가질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의 서두에서 시작되는 이발사의 실종에서 부터 시작되는 마을의 잇다른 실종과 죽음 그리고 마을 구성원들이 받아드리는 채념은 마치 그들이 이 세상에 존재할 때 부터 그들에겐 그림자라는 것 자체가 없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나는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에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 산골짜기에 홀로 피어나는 꽃, 흐르는 시냇물로 묘사되는 개념은 터키민족의 노마드를 투영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유목민들에게 굳이 그림자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은 당초부터 중요하지 않았다는 듯이 말이다.
<그림자 없는 사람들>은 상당히 무거운 내용의 책이다. 그동안 가벼운 문학작품을 접했던 이들은 사실 이야기 전개조차 따라 가기 힘들 정도로 1인칭 나와 3인칭 그에 대한 개념의 파악부터 힘이 들정도 필자의 언어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학작품을 통해 필자의 메세지가 이렇게 분명하게 표현되는 작품 또한 드물다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