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집에 있다 보니 의외로 방문객이 많다.
아직도 끝날 기미가 없는 에너지절약공사 기술자들이야 어쩔 수 없는 거고,
하나부터 열까지 인터넷 쇼핑으로 해결하다 보니 택배 기사분들은 내가 자청한 건데,
초대하지 않은 손님은 더 많다.
1위.
에너지절약공사를 둘러싸고 아파트주민회와 부녀회 사이에 잡음이 생기더니,
결국은 전면전이 벌어져 부녀회에 의해 관리사무소 전직원이 사직서를 낸 것에 이어,
주민회에 의해 부녀회 탄핵이 이루어졌고,
이 과정에 관리사무소 직원 일동, 부녀회 일동, 주민회 일동, 정상화 대책회의 일동 등
온갖 사람들이 자기네 이야기를 들어 달라며 가가호호 방문을 한다.
나로선 어쨌든간에 8월 초면 끝난다고 했다가 지금까지 질질 끌고 있는 공사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고,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당장은 가가호호 방문 좀 제발 그만 했으면 좋겠다.
2위.
신문 보세요.
한겨레신문을 본다고, 다른 신문 볼 생각 없다고, 자꾸 그러면 신고하겠다고 해도,
자기네 신문 보라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여름엔 현관문 열어놓고 발만 드리우고 지냈는데,
건장한 아저씨가 현관 안에 버티고 서서 나가려 들지 않아 더럭 겁이 났던 적도 있다.
3위.
교회에서 나왔어요.
빈도수는 낮지만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분들.
지난 여름엔 '문이 열렸기에'라며 안방까지 불쑥 들어와 나를 기겁하게 했다.
한여름이 지나 현관문을 닫고 사는 요즘엔 초인종을 눌러 답이 없으면 현관문을 열심히 두들기신다.
오늘도 낮에는 좀처럼 자려들지 않는 해람을 간신히 재우고 집안일을 막 시작하려는 순간
초인종과 현관문 두드리기 공격으로 해람을 깨워버렸다.
순간 이성을 제어하지 못 하고 '안 다녀요, 안 믿어요, 문 안 열어요'라고 유치하게 빽 소리를 지를 뒤
그분들이 떠나는 기척이 나자마자 현관문을 열고 노골적으로 문에 붙인 전도지를 확 떼서 버려버렸다.
전도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 만큼 전도할 권리도 있는 건데 좀 심했다 싶어 약간 후회하는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