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결국 9시가 넘어서야 마로를 찾으러 갔다.
엄마 왔다 소리에 신이 나서 뛰어오다 우뚝 멈춰서는 딸.
양팔을 힘없이 드리우고, 고개는 옆으로 삐딱하게 누이고, 한숨까지 쉰다.
"왜 이제서야 왔어."
새댁의 어설픈 바가지마냥 다분히 연극적인 태도에 미안하면서도 웃음이 나온다.
그래도 빨리 사과 안 하면 제대로 삐지니 얼른 '미안해요' 내 몫의 대사를 날린다.
다시 딸아이는 신이 나서 옷가지와 가방을 챙겨들고 현관으로 나온다.
그러나 옷 입을 생각은 안 하고 가방을 뒤지는데,
대뜸 나온 건 조그만 하트 모양 박스에 담긴 초콜릿.
귀여운 무늬의 투명 셀로판지로 포장되어 있고 겹겹 리본으로 마무리까지.
순간 어린이집에서까지 발렌타인을 챙기나 싶어 목소리에 날을 세우지 않도록 조심스러워 하며 물었다.
"마로야, 이거 누가 줬어.?"
"유제민이 줬어. 그리고 나보고도 초콜렛 달라고 했어"
(마로의 으뜸친구는 김좌구이고, 버금친구가 유제민이다)
"어, 그래. 그럼 다음에 꼭 제민이 선물 사주자. 좌구 거도 사야 할까?"
"아니, 유제민만 주면 돼."
"왜?"
"좌구는 배민영한테 받았어.그러니까 안 줄 거야."
그만 웃음이 터져나왔다.
5살, 6살짜리가 벌이는 4각 연애라니.(마로는 2월생이라 6살반에 속한다)
정색을 하는 딸.
"왜 웃어? 뭐가 웃겨? 웃지마!"
아뿔사. 제대로 삐졌다. 이를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