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털어놓은 적이 있으니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마로와 백호 사이에 아라가 있었어요.
2003년 설에 상아코끼리를 훔치는 태몽을 꾼 덕분이라 여겼죠.
마로 때는 가지자마자 입덧이 유별나서 참 조심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라의 경우 둘째이기도 하고, 입덧도 거의 없어서 상대적으로 방심했더랬지요.
그래서일까요. 5개월 때 정기검진을 갔는데 선생님이 평소와 달리 초음파를 굉장히 오래 하더라구요.
종합병원은 아주 사무적으로 초음파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저도 뚫어져라 아이를 봤는데... 막 눈물이 나기 시작하데요.
초음파를 끝내고 한참을 기다린 후 다시 담당의가 부르더군요.
그리고 선생님의 권유로... 입원을 하고... 그리고 유도분만으로...
간호사와 선생님을 붙잡고 울며불며 사정을 했어요.
아라를 한번만 안아보게 해달라고.
선생님은 정말 매정하더군요. 엄마는 죽은 아이를 보는 게 아니라고 그냥 뿌리치고 나가더라구요.
아라 생각을 하면 끊임없이 자학을 하게 되요.
어리석은 줄 알면서도 난 죄인이라는 강박에 시달리게 되죠.
그래서 묽은 커피 한 잔도 차마 엄두가 안 나요.
백호가 잘 못될까봐 걱정이 되서, 그래서 또 날 가중처벌하게 될까봐 겁이 나요.
근데요, 더 무서운 건요, 백호만 없으면 커피를 마실 수 있는데, 라는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