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털어놓은 적이 있으니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마로와 백호 사이에 아라가 있었어요.
2003년 설에 상아코끼리를 훔치는 태몽을 꾼 덕분이라 여겼죠.

마로 때는 가지자마자 입덧이 유별나서 참 조심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라의 경우 둘째이기도 하고, 입덧도 거의 없어서 상대적으로 방심했더랬지요.
그래서일까요. 5개월 때 정기검진을 갔는데 선생님이 평소와 달리 초음파를 굉장히 오래 하더라구요.
종합병원은 아주 사무적으로 초음파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저도 뚫어져라 아이를 봤는데... 막 눈물이 나기 시작하데요.

초음파를 끝내고 한참을 기다린 후 다시 담당의가 부르더군요.
그리고 선생님의 권유로... 입원을 하고... 그리고 유도분만으로...

간호사와 선생님을 붙잡고 울며불며 사정을 했어요.
아라를 한번만 안아보게 해달라고.
선생님은 정말 매정하더군요. 엄마는 죽은 아이를 보는 게 아니라고 그냥 뿌리치고 나가더라구요.

아라 생각을 하면 끊임없이 자학을 하게 되요.
어리석은 줄 알면서도 난 죄인이라는 강박에 시달리게 되죠.
그래서 묽은 커피 한 잔도 차마 엄두가 안 나요.
백호가 잘 못될까봐 걱정이 되서, 그래서 또 날 가중처벌하게 될까봐 겁이 나요.
근데요, 더 무서운 건요, 백호만 없으면 커피를 마실 수 있는데, 라는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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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1-21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아 그런 아픈 상처가 있으시군요. 넘 자학하지 마세요....
마음 편안히 생각하세요.
그렇게 커피가 드시고 싶으시면 드셔도 좋을듯....커피 한잔은 절대 해롭지 않을거예요.
간혹 안 마시던 사람이 마시면 탈이 날수도 있지만 우리같이 늘 마시던 사람은 불안해 하는것보다는 낫잖아요?
맘 편히 가지세요.....이 말씀 밖에는......

물만두 2006-01-21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

nemuko 2006-01-21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늦게 아이 가지셨단 이야기를 들어서 제때 축하인사도 못드렸네요. 많이 힘드시죠? 다른 분들도 다들 하신 말씀처럼, 엄마 맘이 제일 편하고 행복한게 중요할거 같아요. 저도 첫애때는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고 걱정이 많았더니 열달 내내, 아이 낳을때도 고생 많이 했었거든요. 근데 둘째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맘 편하게 먹고 싶은대로 먹고, 속상한 일 있어도 그냥 잊어버리기로 하고 살았더니 되려 아이도 저도 훨씬 건강했답니다. 떠나보낸 아이 때문에 마음 편하게 먹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을 수 있을거라 생각되지만, 너무 마음 졸이지 마세요. 조선인님도 백호도 화이팅입니다. 아자아자!!!^^

2006-01-21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1-21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6-01-2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상처가....
저는 예린이 낳기 1년전에 임심을 했다가 유산한 경험이 있었어요. 저는 그 때 사실 임신에 대해서 실감도 아이에 대해 무슨 큰 애정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뱃속의 아이가 심장이 안뛴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정말 갑자기 눈물이 펑펑 쏟아지더라구요. 저는 2개월때 그래도 그리 마음이 아프던데 조선인님은 5개월때라니 정말 마음이 많이 아프셨겠어요. 그렇군요. 그래서인지 예린이 가졌을 땐 얼마나 움직이는거 하나하나가 신경쓰였던지..... 그래도 백호는 건강하게 태어날거예요. 이름도 백호라고 튼튼한 이름을 지어줬잖아요. 마음을 항상 편하게 가지세요.

반딧불,, 2006-01-21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
힘내세요.
그리구요..편한 마음으로 계시는게 백호에게도 도움이 많이 되실거에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날개 2006-01-21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편해야 해요...
아라에 대해 죄의식 가지실 필요 없다고 말씀드린다 해서.. 그게 그렇게 쉽게 될일은 아니지만, 백호를 위해서라도 죄의식은 가지지 마세요..
님 마음이 편해야 백호도 건강하게 잘 자라죠... 힘내세요~ 토닥토닥..

아영엄마 2006-01-21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너무 자학하지 마시고 백호가 건강하게 자라서 세상을 보러 나올거라 믿으며 마음 편하게, 건강하게 생활하셔요.

산사춘 2006-01-22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잉~ 아라가 이런 엄마 맘 알고 잘 지켜줄 거예요. 주물주물~

조선인 2006-01-23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고마워요. 님 이벤트하는 건 아는데 가보질 못하고 있네요.
물만두님, 이왕이면 꼭끼~도.
네무코님, 아자아자!!
속삭이신 k님, 자학하면 안 된다는 거 아는데 실천은 쉽지 않네요. 좀 더 노력할게요.
속삭이신 ㅂ님, 고마와요. 힘!
바람돌이님, 그런 적이 있으셨군요. 우리 같이 씩씩하게!!!
반딧불님, 미역국이랑 멸치랑 잔뜩 먹을게요. *^^*
날개님, 고마워요. 일체유심종!!!
아영엄마님, 마로가 언니들 보고 싶데요. 저도요.
새벽별님. 릴렉스~ 오예~
산사춘님, 아우, 시원해요. 좀 더 주물주물. 히히
속삭이신 ㅇ님, 아라몫까지... 찌잉... 고맙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