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난 어제 드디어 검은비님을 만났다는 말씀.
가장 인상적인 건 허스키한 목소리, 까맣게 반짝이는 머리카락,
무엇보다 민망해할 때마다 앞머리를 쓸어내리는 손가락.
그녀가 무엇을 민망해했냐고? ㅎㅎㅎ
나같이 단순무식한 사람에 비해 너무 생각이 많다는 것을 민망해했고,
나같은 무쇠신경에 비해 마음이 여리다는 것을 민망해했다.
(사실 민망해하고 부끄러워해야 하는 건 오히려 나인데. 움하하하핫)
이런 말 하면 정말 미안하지만, 난 그녀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게 여겨졌다.
'으그, 귀여운 것, 이걸 그냥 확! 잡아먹어야 할텐데.'라고.
그리고 나도 드디어 날개님 집에 가봤다는 말씀.
네비게이터 덕분에 검은비님이 오히려 일찍 도착했고, 난 지각.
날개님의 매끈한 접대로 물만두에, 귤에, 롤케잌에, 마늘빵에, 짜장면까지 쉼없이 먹어치웠다.
사실 날개님의 소장만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수다 떠느라 바빠 도저히 만화볼 시간이 없었다.
그외에도 날개님 댁에는 부러운 게 너무 많았다.
난 날잡아 털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날개님은 나의 검은 속을 알고 이미 대비책을 세워두고 있었다.
아, 날개님은 최고의 여주인이었고, 최고의 대화상대였다.
우리는 5시간 동안 줄기차게 말, 말, 말을 했다.
그리고 우리의 무거운 궁둥이에 성재는 끝없이 감탄했다.
사실 성재는 무시무시한 공격도 했다.
'아줌마가 짜장면을 먹는 동안 아줌마 자식은 무얼 먹고 있을까요?"
그렇다. 난 두 분과 놀 작정으로 마로를 어린이집에 맡겼을 뿐 아니라,
9시가 되서야 마로를 찾는 만행을 저질렀다.
마로에겐 무지 미안했지만, 재밌었는걸. 더 놀고 싶었는걸. 후회도 안 되는걸.
언젠가 2005년에 못 쓴 여름휴가를 쓸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번엔 내가 검은비님께 달려가보고 싶다.
그땐 꼭 검은비님과 성이를 잡아먹어야쥐.
아, 그리고 날개님 댁을 털 방법도 좀 더 연구해봐야겠다.
난 딸이 제일 좋지만, 촌철살인 성재도 가지고 싶어졌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