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한귀퉁이긴 하지만, 학생운동 혹은 청년운동 또는 시민운동에 한 자락 인연을 걸친 나에게,
카피라이트와 카피레프트의 경계는 참 애매모호하다.
내가 쓴 글이, 내가 쓴 문구가, 내가 쓴 가사가 주인없이 회자되는 게 왜 꼭 문제일까.
내 문제의식이 어떤 식으로든 파장을 만들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게 아닐까 싶다.
물론 내 개인의 사적인 저작권이 마구 침해된다면 심히 분노하겠지만(가령 서평 표절),
운동의 대의에 입각해 쓴 글들이라면 난 누구든 마음껏 인용하는 게 한없는 영광일 것이다.
공지영씨의 의자놀이 표절 논란에 대한 내 입장도 이와 비슷하다.
개인적으로 난 공지영씨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공지영씨가 표절논란에 임하는 자세도 못마땅했다.
하지만 공지영씨가 표절했다고 문제제기한 하종강씨도,
하종강씨의 입장에 섰던 이선옥씨도 내 상식의 기준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의 글은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말이 원천 생명이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이선옥씨의 인터뷰에 응했던 건
자신들의 얘기가 더 멀리 퍼져나가길 바란거지
이선옥씨만 자기 얘기를 대변할 것은 원한 것은 아닐 것이다.
쌍용자동차 노조에서 자신들의 인터뷰 내용을 공지영씨가 무단 전제했다고 문제제기하지 않는 한
하종강씨도 이선옥씨도 카피라이트를 주장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난 공지영씨의 '의자놀이' 논란에 대한 쌍용자동차 노조의 공식입장은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건 지난 3월 12일부터 쌍용자동차 노조는 시청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고,
농성장에는 '의자놀이' 무인가판대가 있다는 걸 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