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깨달은 건 내가 참 느리고 더디다는 거다.

폭풍처럼 올라오는 기다란 페이퍼들 사이에서 나는 읽기와 검색을 계속했고,

그 많은 이슈 중 가장 처음에 나왔던 '이달의 당선작 선정기준'에 대해 이제 막 정리했을 때,

논쟁은 종료되고 사람들은 흩어지고 있다.


언젠가 페이스북에 말하는 속도와 글쓰는 속도가 똑같은 사람들이 놀랍다는 글을 쓴 적 있는데,

나처럼 생각하는 속도도 글쓰는 속도도 늦은 사람도 정상은 아닌 거 같다. -.-;;

어쨌든 이왕 정리한 거 끄적여 볼란다.

데이터는 2012년 1~3월 당선작 기준.


1월: 신간 23권, 구간 12권

2월: 신간 28권, 구간 8권

3월: 신간 32권, 구간 5권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인데, 신간의 비율이 압도적이다.

1월만 유독 구간 당선작이 많은데, 1월에는 신간이 적게 나오는 걸 고려하면 예측 가능한 범위고,

알라딘이 당선작을 뽑을 때 신간 위주로 뽑는다고 추정할 수 있다.

좀 더 상세한 데이터를 보면 3개월 이내의 신간을 특히 선호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다음은 분야별.

1월: 문학+추리(10+3), 인문/사회/과학(7), 만화(4), 청소년/예술/종교(3), 기타(4)

2월: 문학+추리(12+4), 인문/사회/과학(4), 만화(4), 청소년/예술/종교(3), 기타(9)

3월: 문학+추리(11+1), 인문/사회/과학(11), 만화(0), 청소년/예술/종교(4), 기타(10)


월별 편차는 있지만 문학과 인문사회과학이 대략 30%씩 차지하고,

그림책, 어린이, 청소년, 육아, 요리, 사진, 미술, 음악, 건축, 경제경영, DVD 등 다양한 분야에서

1-2권의 리뷰가 이달의 당선작으로 뽑히는 경향이 있다.


다음은 출판사별.

3개월간 총 108개의 리뷰가 당선작으로 뽑혔는데, 출판사가 자그마치 85곳이나 된다.

민음사(8), 문학동네(6), 문학과지성사(4) 등 1권 이상의 책이 뽑힌 출판사는 달랑 7곳에 불과하며,

이는 문학분야만 예외일뿐 알라딘은 출판사별로 당선작을 뽑기 위해 안배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반면 당선자는 총 74명인데, 누적 당선자는 23명.

즉 알라딘은 훌륭한 리뷰라면 중복 당선이든 매월 당선이든 신경쓰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매월 당선작이 나온 알라디너도 9명이나 되나,

이중 리뷰어가 직업인 사람은 없지만 누구나 인정할만큼 독서량도 많고 글도 좋은 분들이다.

3개월 내에 2편 이상이 당선된 사람은 14명. 이들도 역시 달인으로 인정받는 분들이다.


그럼, 이상에서 추론할 수 있는 당선작 선정기준은 무엇일까.

각 분야별 MD가 일정한 숫자의 당선작을 뽑을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출판사와 신/구간을 안배하여 당선작을 뽑는다는 것이고,

이 추론대로라면 MD의 권한이 분산되므로 리뷰어까지 중복/누적 당선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알라딘 서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보다 많은 사람이 당선되는 것도 좋지만, 

보다 좋은 리뷰를 많이 만나는 게 나로서도 나쁘지 않다.

또한 하루가 다르게 생겼다 없어지는 출판사들을 생각하면,

베스트셀러에 치중하지 않고 출판사와 출판분야를 안배하는 알라딘의 노력이 고맙기까지 하다.


정확한 당선작 기준은 알라딘이 밝힐 일이고, 

알라딘 마을이 잘 운영되기 위해 알라디너들이 다양한 견해를 내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특정 리뷰어를 편애하거나 전문 리뷰어로 인해 일반인이 불리한 것 같지는 않다까지가 나의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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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라딘 리뷰 당선작 논쟁에 대한 단상
    from 퀸의 정원 2012-04-27 14:30 
    한 일주일 이상 알라딘 서재를 떠들썩하게 된 논쟁이 드디어 막을 내린는 것 같습니다.논쟁의 시작과 끝을 아시고자 하시는 분은 아프님 서재에 가시면 잘 정리되어 있으니 가셔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논란의 배경은 이달의 당선작 선정 기준에 관한 것이었는데 논란의 방향이 다른방향으로 튀면서 이 문제는 가라 앉았단 생각이 드느군요.이에 대해 조선인님이 올 1~3월부터 리뷰 당선작에 대한 조사를 하셨습니다.조선인님에 따르면 구간보다는 신간이 압도적으로
 
 
숲노래 2012-04-26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갓 나온 책이 잘 팔릴 때에 인터넷책방 매출에 도움이 될 테니, 아무래도 예전 책을 뽑아 주기는 힘들 수 있겠지요. 저처럼, 책을 묵혀 읽고 느낌글 쓰는 사람은 좀 넘기 힘든 울타리이기도 해요 ^^;;;;

2012-04-26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생각엔 2012-04-27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쎄요.
제가 전부터 즐겨찾기 해놓고 리뷰 읽던 서재가 둘 있었는데 (한 곳은 현재 폐쇄;)
두 분 모두 글을 굉장히 잘 쓰셨죠. 부지런하게, 많은 리뷰를 올리는 분들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한 분은 폐쇄하시기 전까지 알라딘에서 단 한 번도 이달의 당선작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셨더군요. 다른 한 분은 신간평가단을 작년 말인가부터 하신 걸로 아는데
신간평가단 시작한 후부터는 거의 매달 뽑히고 계십니다. 그만큼 글의 수준이 당선작에 들 정도가 된다는 뜻이겠죠. 갑자기 리뷰 퀄리티가 높아진 것도 아니고 늘 쓰시던 대로 쓰시는데 말입니다.

오죽하면 제가 알라딘에 문의를 해보려고 했어요.
이런 좋은 글을, 이렇게 (친분 맺는 교류 없이 그저 리뷰만 우직하게 쓰시지만) 알라딘 서재에 꽤 오래 계신 분이 왜 단 한 차례도 뽑히지 못하시는지...

확실한 건 일단 담당자가 서재에 들어와서 글을 볼 계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
신간평가단이든 다른 일로 담당자가 리뷰를 체크해야 할 일이 생겨서든
서재에 불러와서 글을 보게 만들어야 심사라는 것을 받아볼 수 있겠더라고요.

그냥 알라딘에 리뷰 올리면 다 보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더군요.

조선인 2012-04-27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된장님, 그 무슨 겸손의 말씀을. 제가 그 동안 본 님의 당선작이 몇 개인데요. ㅎㅎ
속닥님, 사람마다 생각이나 결론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
제생각엔님, 알라딘 내부의 선정기준이 단지 양질의 리뷰만이 아니니까, 아마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요? 솔직히 말하면 이번에 기존 당선작을 둘러보면서 일부 분야의 경우 책을 먼저 선정한 뒤 그 책에 대한 리뷰 중 좋은 리뷰를 당선작으로 선정한다는 느낌이 조금 들었는데, 정확한 건 알라딘에 물어봐야겠지요.

마립간 2012-04-27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론 본론(자료와 분석) 결론까지 한편의 논문이네요. 조선인님, 수고하셨습니다. 카스피님의 editorial까지 있습니다.

마녀고양이 2012-04-27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이세요...
조선인님, 화장한 주말이네요. 그리고 이렇게 분석하시기가 만만찮았을텐데.
감사드려요... ^^

조선인 2012-04-27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아침저녁 틈틈히 쪼개서 쓴 페이퍼라 좀 딱딱하지요? 막판에는 시간을 너무 끈 게 답답해 확 결론을 내려버렸는데, 좋게 봐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마녀고양이님, 정말 좋은 날씨죠? 저도 맛난 거 먹으려구요. ^^

2012-04-27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2-04-28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시간이라니 말만 들어도 어지럽네요. 속닥님, 저도 지금 이 정도가 딱 좋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으니까요.

차트랑 2012-04-30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선작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매우 유익한 유익한 정보를 수집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조선인님..

고생해주신 덕분에
저는 말할 것도 없고
많은 분들께서 명료하게 내용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컸으리라 생각합니다.

알라딘에서도 이런 기준을 공개하기도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문제를 더 확대 시킬 수 었는 그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을테니까요.

그러므로 이 페이퍼는
알라딘에게도....다수의 알라디너들에게도
상호 이해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되어줄 것입니다.

애쓰신 보람이 있는
매우 좋은 일을 하셨습니다.

조선인 2012-05-03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차트랑공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재는재로 2012-05-05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네요 한번이라도 당선이 됐으면 글솜씨가 없어 포기한지 오래지만 수고하셨습니다

조선인 2012-05-07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는재로님, 저도 당선된 적이 없는 사람이랍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