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아파트 장터에서 달래와 도토리묵을 샀다.
달래를 깨끗이 씻고 물 탈탈 털어서 손톱만치 송송 썰고,
도토리묵은 아기밤톨만큼 네모지게 썰고,
양념은 달랑 참기름과 간장, 볶은 깨 조금이지만
살랑살랑 무치고 한 입 먹으니, 아, 봄이로소이다.
모처럼 네 식구 모두 모여 앉은 저녁밥상은 화기애애하였다.
작년까지는 달래는 매워 싫다던 마로조차도
이게 봄맛인가 봐요 넉살 부리며 연신 잘도 먹고,
해람이는 누이 흉내내며 넙죽접죽 덩달아 받아먹는다.

다음주에는 이번에 못 산 봄동을 사서 겉절이를 해먹을 거고
그 다음주에는 냉이된장국을 끓여 먹을 거고
그 다음주에는 쑥버무리를 만들어 달라 떡집에 달려갈 거다.
실컷 봄을 먹고 나면 사방에 꽃이 피겠지.

딱 그런 마음으로 달력을 보니 봄기운이 더욱 피어오른다. 

 

Natvar Bhavsar <untitled>, 137.2x228.6cm, Pure pigment on canvas, 2008~2009   

   
 

 

Natvar Bhavsar

(1934~ . 인도) 음악, 무용 등 다양한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작가입니다. 캔버스 위에 안료를 여러번 올림으로써 깊이 있는 화면을 완성합니다. '물의 파문', '구름', '우주' 등을 표현하며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교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출처: http://m.seonhwafoundation.org/exhibition/21.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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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 2011-03-16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을 제대로 만끽하고 계시네요.
전 겉절이도 할 줄 모르고, 냉이국은 제가 좋아하지 않아서 잘 안해먹게 되고,
쑥버무리는 집에서 직접 해야되는 건줄 알았어요..ㅋ

달래장은 제가 좋아하는 거라 자주 먹어요.
콩나물밥해서 비벼먹기도 하구요, 두부 노릇하게 구워서 달래장과 함께 먹기도 하구요,
꽈리고추 볶아서 달래장에 조려 먹기도 하구요..^^
생각난 김에 저도 오늘 달래 한단 사 와야겠네요..^^


무스탕 2011-03-16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 가족이 이쁜 봄을 맞이하고 계시네요 ^^
3월 한달내내 드실 식단이 모두 짜여졌네요. 저도 컨닝좀 하겠습니다. ㅎㅎ

조선인 2011-03-16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가방님, 냉이국을 안 좋아하신다니 제가 다 아쉬워지는데요. 달래장은 저도 좋아하는데 그동안은 애들이 안 먹어서 아쉬웠는데, 이젠 안심하고 해놓으려구요. ^^
무스탕님, 3월은 1년 중에 식단 짜기 가장 쉬운 달인 듯 해요. ㅎㅎ

하늘바람 2011-03-16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도토리 묵과 달래 무침 넘 맛나겠어요
어쩜 그리 요리 이야기를 맛깔나게 하셨어요
저도 쑥버무리는 만들어보고 싶은데 4번이나 실패해서리 흑흑

마녀고양이 2011-03-16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두 어제랑 일요일 저녁에 봄동 겉저리 해먹었는데.. ^^
그리고 저번주에 도토리묵 무침 해먹었는데..

조선인님 찌찌뽕!

조선인 2011-03-16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전 절대 집에서 쑥버무리 안 만듭니다. 제 손재주가 꽝이라서요. 그냥 쑥이랑 쌀이랑 떡집에 맡깁니다. 우하하하
마녀고양이님, 우린 뼈속까지 한국인인 거죠. 먹어야 봄을 느끼는. 찌찌뽕~

Mephistopheles 2011-03-16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의 주식은 김 구워 달래간장에 밥 싸서 먹는 거라죠.

잘잘라 2011-03-16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입에 침이 줄줄... 이를 어쩔~
침만 줄줄... 흘리다 갑니다. ㅠㅠ

울보 2011-03-16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류가 좋아하는 음식들이네요,
저도 내일 달래를 사다가 달래 된장국을 끓여볼까나,,

순오기 2011-03-16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도 오늘 봄동 겉절이 해먹었어요~ 달래는 내일 장봐올게요~ ^^
쑥머무리는 정말 추억의 음식이라 조선인님 옆에 살면 조금 얻어 먹을텐데...아쉬워라!!

조선인 2011-03-16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딸아이가 남아있던 달래무침을 몽땅 먹어버렸다고 전화로 알려왔습니다. 퇴근길에 달래를 더 사야 하나봐요.
메리포핀스님, ㅎㅎ 수퍼에 가셔야죠.
울보님, 달래로 된장국 끓이는 비결 좀 가르쳐주세요. 전 영 안 되더라구요.
순오기님, 제 입맛을 닮아 애들도 떡이라면 환장을 하는 터라 냉장고에 떡이 떨어지면 큰일 난답니다. ㅎㅎ

Joule 2011-03-16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지 않은 깨는 소화가 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되므로 갈아먹는 게 좋대요. 보기에는 좀 안 예뻐도.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요. 최근에 책에서 본 건 같은데.)

조선인 2011-03-17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쥴님~~~ 님이라면 분명 알 거라고 믿어요. 아주 근사한 깨갈이 도구 좀 알려줘요. 지금 쓰는 건 곱게 안 갈아져요. 그렇다고 게으른 나보고 매번 절구질(?)을 요구하진 말아주사와요.

Joule 2011-03-19 17:00   좋아요 0 | URL
깨갈이 제가 써봤는데 별로예요. 밥공기나 국그릇만한 작은 절구와 나무공이가 세트로 되어 있는 거 있어요. 저는 그걸로 한두 달 분량씩 찧어 작은 병에 담아서 써요. 깨갈이보다 그게 훨씬 편해요.

절구는 있으면 좋은 게, 죽 쑬 때 믹서 꺼낼 필요 없이 거기다 불린 쌀 넣고 콩콩콩 찧어서 쓰면 설거지도 편하고 자리도 차지하지 않아서 좋지요. 여차하면 마늘도 한꺼번에 갈아서 쓸 수도 있잖아요. 아날로그가 때로는 더 편리하기도 하던데요.

2011-03-18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 언니, 요리도 잘 하시는구만요!

조선인 2011-03-21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쥴님, 국그릇만한 그것... 미리 빻아놓는 게 귀찮아서요... 하지만 쥴님 말씀이 그러하니 앞으로는 그렇게 할 게요... 헤헤
귄, 절대 아님. 솔직히 남편이 나보다 훨씬 잘 함.

Joule 2011-03-21 16:31   좋아요 0 | URL
그걸 왜 조선인 님이 해요. 마로나 해람이가 하면 되지 :> 팔뚝 힘 좋은 허즈번드도 있고... 남편이나 자식 없는 사람만 본인이 절구질 하는 거예요.

조선인 2011-03-21 18:27   좋아요 0 | URL
쥴님, 요새 딸래미 입이 댓발 나왔어요. 식탁 차리고 치우는 거, 실내화 빠는 거, 해람 책장 정리해주는 거 등등, 이제 제법 쓸만한 인력이에요. 캬햐햐

조선인 2011-03-21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이 페이퍼의 핵심은 나바르 바자르였는데...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