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아파트 장터에서 달래와 도토리묵을 샀다.
달래를 깨끗이 씻고 물 탈탈 털어서 손톱만치 송송 썰고,
도토리묵은 아기밤톨만큼 네모지게 썰고,
양념은 달랑 참기름과 간장, 볶은 깨 조금이지만
살랑살랑 무치고 한 입 먹으니, 아, 봄이로소이다.
모처럼 네 식구 모두 모여 앉은 저녁밥상은 화기애애하였다.
작년까지는 달래는 매워 싫다던 마로조차도
이게 봄맛인가 봐요 넉살 부리며 연신 잘도 먹고,
해람이는 누이 흉내내며 넙죽접죽 덩달아 받아먹는다.
다음주에는 이번에 못 산 봄동을 사서 겉절이를 해먹을 거고
그 다음주에는 냉이된장국을 끓여 먹을 거고
그 다음주에는 쑥버무리를 만들어 달라 떡집에 달려갈 거다.
실컷 봄을 먹고 나면 사방에 꽃이 피겠지.
딱 그런 마음으로 달력을 보니 봄기운이 더욱 피어오른다.
Natvar Bhavsar <untitled>, 137.2x228.6cm, Pure pigment on canvas, 2008~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