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 페이퍼는 드라마 '산부인과' 예찬이다.
지난해부터 VOD로 한국드라마 보기에 재미붙인 뒤, 마음에 들어했던 드라마는 꽤 여러 편이다.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일지매, 커피프린스1호점, 히트, 찬란한 유산, 가문의 영광, 파트너,
히어로, 미남이시네요, 스타일, 시티홀, 파스타 등 재밌게 본 것도 많다.
그런데 고현정씨나 김혜수씨, 공효진씨 빼고 흡입력 있는 여자배우는 드물고,
배우가 괜찮아도 동떨어진 이야기 때문에 몰입도가 떨어지기가 다반사다 보니
발연기가 나오거나 흥미없는 부분은 16배속으로 돌려가며 보곤 했다. 

'산부인과'는 최초로 빨리감기 안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본 유일한 한국드라마.
장서희의 연기도 좋았고, 고주원이나 서지석도 훈남 캐릭터로 합격점이다.
무엇보다 내가 온몸으로 겪고 느낀 경험이 녹아난 이야기들이라 그만 집중하게 되었다.
마로 낳을 때 전치태반 및 유착태반으로 꽤 고생했는데, 마침 1화가 그 내용이었다. 
구개열 편도 무척 가슴 졸이며 봤는데, 아라를 임신 5개월 때 잃었던 것이 사무쳐왔다.

특히 좋았던 에피소드는 성교육이랑 안선영의 자궁근종 이야기.
대학 때 피임에 관한 여성학 수업이 있었는데, 책으로만 봐서는 실감이 안 나
약국에 가서 종류별로 피임도구를 사려고 하다 퇴짜를 맞은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동안이었던 나에게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 약사가 몸가짐에 대한 훈계를 하셨던 것.
수업보조자료라고 학생증과 책까지 펼쳐보이며 증명하자
그때부터는 너무나 친절하게도 각종 사용법을 시범보이며 아주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주셔서
약국에 드나드는 손님들의 따스한 시선을 한 몸에 집중받은 적이 있다. 

자궁근종에 대해 처음 알았던 건 중학교 때.
당시 위염과 식도염 때문에 병원을 다녔는데 오른쪽 아래배가 뭉치고 아파 함께 여쭤봤다가
자궁에 물혹이 생긴 것 같으니 산부인과에 가서 초음파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어머니는 날 산부인과에 데리고 갈 엄두를 못 내시고, 대신 한의원에 데려가 약을 지으셨더랬다.
처음으로 초음파를 한 건 대학교 다닐 때였는데,
일단 배 초음파를 해보고 안 되면 질 초음파를 하자는 이야기를 듣고 식겁했었는데,
중학교 때부터 자라온 물혹이 제법 커서 배 초음파만으로도 확인되어 다행(?)이었다.
일단 약물치료를 해보고 변화가 없으면 수술을 하자고 했는데, 다행히 약이 잘 들었고,
꽤 여러 번 재발했지만, 늘 약 먹는 것으로 호전되곤 했었다.
결혼하고 나니 더 이상 산부인과 가는 걸 꺼릴 이유가 없어져 편하다고 느낀 기억 새록새록. 

시즌2가 나오면 정말 좋겠다 싶은 게 못 다뤄진 흥미로운 주제가 많다.
불임이나, 난자 거래, 대리모, 폐경, 자궁경부암, 피임수술, 태반주사, 친자확인, 성병 등.
특히 난자 거래는 공공연한 비밀인데 나로선 매체에서 다뤄진 걸 본 적이 없다.
집안이 어려웠던 모 선배 역시 장학금을 놓치자 등록금 때문에 난자 거래를 한 적 있는데,
이 세상 어딘가에 자기가 모르는 아이가 있다는 걸 오래오래 아파했다.

산부인과 병동 얘기 말고 러브 라인도 알콩달콩하니 재밌었다.
엘리베이터 키스신은 요 근래 본 가장 괜찮은 키스신.
장서희가 부럽기도 했는데, 나와 동갑인데 9살 연하들에게 꿀림이 없어 놀라웠다. @.@
아쉬웠던 건 안선영이 별 섬씽이 없었던 건데, 서지석과 돌발 엮여도 좋겠다 기대했더랬다. 

<뱀꼬리>
고주원도 말했다. 복지사회를 위해 투표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6월 2일은 선거일!!! 생뚱맞은 결론.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드 2010-05-10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로서는 생소한 이야기들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이건 알아야 할 이야기들. 잘 만들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장서희의 재발견. 남자 주인공들의 캐릭터도 잘 살렸고, 조연들과 매 회 등장하는 환자 배우들까지도 좋았지요. 안선영의 멘트때는 꽤 웃었습니다.

잘 만든 미드에 비해'사회문제'를 녹여낸다기 보다 '이야기' 하고 있긴 하지만,(워낙 인프라 자체가 틀리니깐; 할 수 없구요) 그게 그렇게 어색하지도, 위화감 들지도 않았어요.

그냥 의사도 아니고, 산부인과 의사라니, 뭔 할 얘기가 많을까. 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정말 새로운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더라구요. 시즌 2 강력하게 바랍니다. 로맨스라인도 딱 좋았지요. 누가 뭔가 희생하지도, 포기하지도 않은 쿨함. 전 둘의 로맨스가 후져지면 어쩌나 좀 조마조마 했었거든요.


마녀고양이 2010-05-10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도 보지 않았는데... 그 시간에 다른 무엇을 보았던거 같습니다.
그런데 조선인님께서 너무 맛갈난 리뷰를 써주셔서,
시즌2에서는 한번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kimji 2010-05-10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VOD보기. 저도 그것에 낚여.. 그만 횡재를 한 셈이죠. 저도 1회부터 끝까지 아주 열심히 (낭편과 함께) 봤어요. 사실, 저보다도 남편이 더 재미있어 했는데(그는 은근 미드, 일드 좋아하는 남자;; 아무튼)
매 회, 눈물 흘리지 않은 적이 없다는. 다행이 그 무렵 울고 싶어 작정을 한 나날들이었던지라, 이 드라마가 너무너무 큰 약이 되었지요. 저는, 사실, 감정을 놓고 봤더지라 그저 눈물바람만. 특히 기억에 남는 거, 그래서 남편과 두고두고 이야기했던 건, 큰 아이를 고치기 위해 작은 아이를 가지고, 그 아이를 ... 보면서요, 우리가 아이가 없다면, 우리가 아이 둘이 없다면 저 엄마가 미친 여자로 보이겠지만, 사실, 어떤 마음인지 알아. 알아. 그랬더랬죠. 그래서 이 드라마는 정말 제게 완소 드라마였으며, 또한 얼마나 눈물을 빼게 했는지.
그러므로 저도 시즌 2 강력히 바람.

장서희에게 홀딱 반해서, 머리도 장서희처럼 잘랐다는. 아, 생뚱맞은 결론;;

stella.K 2010-05-10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각사각 관계 여전해 보이지만 스토리 하나만큼은 탄탄하더군요. 저도 VOD로 열심히 봤어요.^^

얼그레이효과 2010-05-11 0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거 다시 봐야겠는 걸요. 장서희와 장서희와 불륜관계인 남자와 함께 밥을 먹다가, 중간에 그 남자의 친구가 들어올 때, 장서희 혼자 밥 먹는 그 장면..참 짠하던데..(전 이런 장면만 좋아하나봅니다..ㅡ.,ㅡ)

비로그인 2010-05-11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우리 집 텔레비전 안나오는데 나도 보고 싶은데 그럼 난 dvd 나올 때 까지 기다려야 하나 무한반복 중...자주자주 이야기해주셔요ㅠㅠ 갑자기 몹시 궁금해 졌습니다.

조선인 2010-05-11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사실 님 덕분에 보기 시작한 드라마인걸요. 님이 칭찬하니까 믿고 본 거니 으쓱해하셔도 되요.
마녀고양이님, ㅋㅎ 우리끼리 시즌2를 만들까요?
김지님, 장서희처럼 숏컷이 잘 어울리는 거, 저 또한 로망이에요. 하지만 워낙 못생긴 머리통이라 숏컷은 불가능이랍니다. 흑흑
스텔라09님, 그래도 꽤 심플한 사각관계였어요. 장서희와 그녀의 세 남자.
얼그레이효과님, 전 속으로 벌컥 화가 나더라구요. 그러게 뭐가 아쉬워 유부남이랑!!!
주드님, 이미 끝난 드라마인걸요. 곧 DVD 나오지 않을까요? 쿨럭.

Arch 2010-05-11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글 결론이 해람이 지구사 이야기랑 비슷한 것 같아요. ^^

조선인 2010-05-17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악, 아치님, 정곡을!!!

2010-06-02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이거, 심지어 본방사수(!) 했다는거 아닙니까.. ^^ 시즌 2가 나온다니 더욱 기대되네요.

개인적으론 왕선생 같은 사람이 내 타입(누가 물어나봤나..ㅋㅋ).

조선인 2010-06-03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어 이건 오해다. 시즌 2가 나온다는 게 아니라 시즌 2가 나오길 바란다 이 뜻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