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제 생의 절정에서 미처 시들지도 않은 꽃잎을 미련없이 떠나보낸다.
질 때조차도 이쁜 척하는 벚꽃은 내게 이은주를 연상시킨다.
작고 작은 꽃잎은 길바닥에 떨어져도 사람들이 밟기 전에 바람따라 휘이이 꽃보라를 일으킨다.
그래서 아름답고 그래서 정주기가 두렵다.
반면 목련은 참 미련맞고 묵묵하다.
봉오리 때의 순결함, 피었을 때의 담담함은 꽃 중의 제일인 듯 싶은데,
나무에 끈질기게 매달려 시들대로 시들어서 가장 초라할 때 큰 잎을 뚝뚝 떨어뜨린다.
무거운 꽃잎들은 그 자리에 머물러 사람들의 발에 사정없이 짓이겨지고 더러워진다.
그래서 내게 목련은 늙은 여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짧은 청춘은 한참전에 보내고 세월따라 거짓없이 늙어 마침내는 쪼그라든 어머니의 모습,
혹은 언젠가는 늙어갈 내 모습이다.
그래서 목련은 보통 사람과 더 닮았고, 익숙하며, 그래서 목련은 더 가슴 깊은 곳을 찌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