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글을 읽다 보니 향수에 잠기게 된다.
군대를 안 갔다와서 국방부 불온도서는 모르겠고,
덜컥 구속되곤 하던 선배들에게 책을 집어넣다 보면 뜻밖의 것들이 단속에 걸리곤 했는데,
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면 칠팔십년대에는 더 웃긴 책들도 불온도서였단다.
그런데 작금의 국방부 하는 양을 보면 그 시절 코미디에 버금간다.
그리하여 고전 코미디의 기억을 더듬다 보니.



고전인 다쓰현이야 다들 기억하실 거고, 한뿌열도 박세길씨의 책이라는 이유로 역시 불온반열.



북해의 별, 테르미도르, 불새의 늪 - '혁명'을 다뤘다는 이유로 교정국에 걸렸고, 언젠가 본 인터뷰에 따르면 김혜린씨와 황미나씨는 자기의 만화가 80년대 대학 신입생의 추천도서 목록에도 오른 것 때문에 좀 난감했었단다.

고양이 학교의 김진경씨가 한때는 스비까로 불온작가였다.
김수행 교수의 자본론은 대학교재였음에도 구치소에는 반입불가.
막스 베버 해프닝이야 워낙 유명한 사례. 마르크스를 맑스라고 표기하던 때니, 오해받기 딱 좋았던 것.



목차중 하나에 변증법적 유물론이 나온다고 압수목록이 되었던 철학에세이도 기억하시려나? 우리 역사 이야기가 불온도서가 된 걸 보면 조성오씨는 확실히 인기작가다.

민중신학과 씨알사상은 이미지가 없네. 갈릴레아의 예수와 함께 기독서적이면서 이래적으로 불온도서였다. '민중'이라는 말만 들어가면 학을 떼는 어리석은 이들. 불교서적 중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었는데, 제목이 아물가물하다. 아시는 분 있으면 제보 바람.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도 참 웃긴 사례다. 바로 읽으면 되지, 왜 굳이 거꾸로 읽냐며 반골로 몰아붙이던 아저씨들.

한완상선생님과 리영희선생님은 이번 불온도서 목록을 보고 조금 서운했을지도 모른다. 대표적인 불온작가 반열에서 드디어 밀려났다고.

그람시도 속상해할 것이다. 그람시는 지고, 촘스키가 뜨고?
껍데기를 벗고서도 이미지가 안 나온다. 이걸 쓴 사람이 누구더라? 아직도 안 밝혀진 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