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운동회 당일 새벽 방송장애가 터졌다.
덕분에 혼이 빠져 꼭두각시춤을 출 때 한복에 받쳐입는 흰 스타킹을 깜박했다.
1학년 통틀어 스타킹 안 챙긴 건 마로뿐이었던 거 같다.
덕분에 딸래미는 울고 불고 나는 잘못했다고 싹싹 빌고.
그래도 다행히 마로는 금새 기분이 풀어졌는데,
긴장이 풀려도 너무 풀렸는지 달리기를 꼴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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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번 두리번 엄마를 찾으며 맨 뒤에 달리는 게 마로.
덩더꿍 체조를 할 때는 중간 중간 엄마와 눈빛 마주쳐주는 여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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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은 달리기와 단체전에만 있었는데, 청팀이 져서 마로는 결국 상품을 하나도 못 탔다.
그래도 난 학부모 단체 줄다리기에서 이겨 '크린팩'을 부상으로 챙겼는데. 히히.
그런데 초등학교 운동회는 왜 맨날 레파토리가 똑같은지.
1학년은 꼭두각시, 2학년은 소고, ... 6학년은 부채춤.
달리기, 계주, 박터뜨리기, 주머니공 집어넣기, 줄다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