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행길을 물으며 다가오셨던 아주머니에게.
제가 코를 쥐어막고 도망쳐서 황당하셨죠?
미안합니다.
제가 향 알러지가 있어요.
당신에게는 상큼하게 느껴질 플로랄 향수가 저에겐 최루탄만큼이나 맵고 아픕니다.
잠깐의 스쳐지나감만으로 전 목이 퉁퉁 부어 약을 흡입해야 했어요.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2.
XX씨, YY씨, ZZ씨....
제가 밖에서 만나면 아는 척도 안 하고 인사도 안 받는다고 흉보시는 거 알고 있습니다.
정말 억울합니다.
제가 야맹증이 무지 심한 데다가 하늘 보며 걷는 버릇이 있어요.
컴컴한 퇴근길이라면 코앞에서 딸아이가 지나가도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 서운해마시고 제 이름을 불러주세요.
반갑게 인사 나눌게요.
3.
00 연구원님, ## 과장님에게
얼떨결에 치한 취급받아 불쾌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거듭 사과 드립니다.
제가 여고, 여대를 나온 데다가, 애 둘 낳은 아줌마지만 남편 외에 연애해본 적이 없어,
가족 외의 사람과 스킨쉽하는 게 전혀 익숙하지 않습니다.
두 분에게는 동료에게 하는 아주 평범한 행동이었겠지만,
전 제 어깨에 누가 손을 올리거나 앉아 있을 때 무릎을 툭 치는 정도의 스킨쉽도 아주 어색합니다.
하긴 그렇다고 해서 비명까지 지를 일은 아니지만 제가 워낙 오바의 달인인 건 아시잖아요.
너그럽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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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구구절절 다 설명해도 상대방이 납득하기 힘든 일이 있을 수 있다.
나의 경우 정도가 심하다는 거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사연이 있겠거니 생각하고 그러려니 넘어가는 아량을 베풀어주면 좋겠다.
하지만!
어떤 절박한 사연이 있는지 몰라도 유모차 끌고 횡단보도 건너는데 경적 울리는 사람은
도무지 용서가 안 된다.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