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아빠가 책을 보고 제자리에 안 놔둬서 자기가 걸려넘어졌다고 딸이 야단이다.
슬그머니 너도 잘 정리하는 편이 아니라고 일침을 주려고 했더니.
"난 책장이 꽉 찼잖아. 정리하고 싶어도 책장이 터질 거 같아요."
새로 산 마로 책장 역시 이미 꽉 찬 건 사실이라 일면 수긍하다가도 짖꿎은 마음이 들었다.
그럼 앞으로 책 사주지 말까 은근히 물었다니 어째 딸이 대꾸도 안 한다.
그러다 밥상 치우고 설겆이 하고 해람이 목욕시키고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는데
마로가 해람이 책을 몇 권 꺼내들고 온다.
"엄마, 이제 해람이도 책이 많지? 해람이도 책장을 사야 해. 언제까지 내 책장에 꽂아놓을 거야?"
아무 생각없이 언젠가는 해람이 책장도 사야지 대답하며 한귀로 흘려들었는데,
이번에는 딸이 얄팍한 페이퍼북을 잔뜩 찾아들고 와서는 앞으로 이런 책만 사달랜다.
"봐, 날씬하지? 앞으로 이렇게 날씬한 책만 사면 어쨌든 책을 꽂을 수 있을 거야."
그제서야 푸핫 터진 웃음.
짜식, 앞으로 책 안 사줄까봐 쫄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