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일 2 - 불멸의 사랑
앤드루 데이비드슨 지음, 이옥진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영원한 사랑에 대한 꿈, 정신적 사랑에 대한 믿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읽어볼만 하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가 그러하니까 말이다. 완벽한 몸매와 조각 같은 얼굴의 남자가 자동차 사고로 바비큐와 같은 처참한 몰골로 전락하고 만다. 재생된 몸의 껍데기가 다시 벗겨지는 고통의 순간이 찾아오는 동안 이겨내고자 하는 목적은 단 한 가지. 완벽한 자살을 위해서이다. 심한 화상환자의 모습을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묘사한 부분에서는 이전의 뜨거운 것을 집었던 기억과 함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 이 남자가 이전의 사랑과는 다른 사랑을 되찾는 과정이 이야기의 큰 줄거리가 된다.

사랑의 주인공은 마리안네 엥겔로, 이 둘의 재회(그 이전에도 만난 것을 가정으로)는 특별했다. 이상한 머리와 눈빛 그리고 가장 이상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마리안네는 정신병동에 입원한 환자였던 것이다. 사고 이후 아무도 찾지 않았기 때문일까 정신병자임에도 금세 그녀를 궁금해 하고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믿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곧 이야기들에 심취한 남자는 둘의 사이가 연인 사이였음을 듣게 된다. 700여 년 전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화상을 당한 남자를 만났고, 사랑하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믿고 있는 진실이 아니었다. 마리안네가 말한 옛 이야기는 어느새 남자의 가슴속에 진실한 사랑의 모습을 심어주게 된다. 이전에 사고를 당하기전 살았던 남자의 사랑보다 깊고 충만한 사랑을 마리안네를 통해 발견하게 된 것이다.

둘이 사랑하던 옛 시기에는 남자가 성당 등에서 석공 일을 했지만, 현재는 마리안네가 가고일 조각하는 일을 하며 남자의 치료비를 마련한다. 마리안네가 조각하는 가고일은 중세 유럽의 사원의 지붕이나 처마 등에 붙여 빗물을 모아 흘려보내는 역할 을 하던 괴물 조각상을 말하는 것으로, 신을 섬기는 중세인들의 믿음에 기반 한다. 이 책의 제목이 가고일인 것은 아마도 남자를 비유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남자는 스스로 뱀이 몸속에 자리한다고 생각했고, 끔찍한 자신의 모습을 추악한 괴물과 동일시 여겼다. 마리안네의 보살핌은 마치 그녀가 조각하고 있는 괴물들 중 하나처럼 남자를 새로 조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돌 속의 영혼을 되살리듯, 남자의 영혼을, 사랑을 일깨워주는 조각가 마리안네는, 그녀의 임무를 다 마쳤다는 듯이, 어느 날 바다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남자의 몸에 있던 커다란 상처자국은 전생의 둘의 인연에 대한 암시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시공을 초월한 불멸의 사랑을 지지하는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어찌 보면 판타지 소설처럼 보이는 이 소설은 그보다는 잔잔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 본다. 소설의 중간 중간 삽입된 이야기는 이러한 느낌을 더해준다. 오랜 시간동안 소설쓰기에 공을 들인 저자의 노력이 자칫 지루해질 이야기들에 숨을 불어 넣는 것도 이 소설의 묘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족 愛 탄생 - KBS 러브 인 아시아
KBS러브인아시아 제작팀 엮음 / 순정아이북스(태경)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한국인의 단일민족에 대한 인식의 지나침이 세계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됐었다. ‘우리는 하나’라는 인식 이면에는 순수한 피라는 의식이 자리한 듯 보였다. 어떠한 면에서는 동질성을 구해 하나로 묶어주는 긍정의 힘을 지닌 반면 그렇지 못한 이들을 차별하는 날이 되어 상처를 주고 있었다.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인식의 필요라는 거창한 목적 이외에도 같은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내 이웃에 대한 당연한 공동의식의 필요로 인해 이 지적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촌락은 이미 많은 외국인 여성을 며느리, 아내로 삼고 있었음에도 그간 이해의 부족으로 그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 있었던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 다행스럽다. 문화의 이해는 말뿐이 아닌 그들의 일상을 보고 듣는 것으로 시작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로 KBS의 ‘러브  인 아시아’ 프로그램의 시도는 상당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나조차도 마음 뿐, 색안경을 낀 듯 그들을 보았음을 시인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이전의 나의 편협한 시선을 확인하고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외국인과 결혼하여 한국에서 가정을 꾸려 나가는 부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우리의 모습과 같았다. 이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무언가 다른 이야기를 기대했던가보다. 사랑을 하고 가정을 만들고, 아이들을 키우는 일상적인 일들이 소개된 데에는 나처럼 다르리라 예상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자신을 다르게 ‘차별’하는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준 것이다. 책에 소개된 사람들은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이 뭐가 이상하다는 것인가, 장애를 가진 여성과 결혼하면 어디가 어떻다는 말인가, 사람들은 서로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는 결혼의 조건이 채워지지 않는다고 굳게 믿는 것 같았다. p.52』

양가의 반대에도 멈추지 못했던 사랑, 사랑을 찾아 멀고 먼 한국이라는 낯선 땅에 찾아온 이들. 같은 아시아인임에도 차등을 두고 대하는 한국 사회에서 적응하기 힘들었을 텐데도 꿋꿋이 사랑을 지켜나가는 이들의 모습은 배워야할 점이 많았다. 결혼이라는 일생의 중대사를 결정할 때에도 조건을 내세우기가 일쑤이고 헤어지는 것도 별일이 아니게 된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물론 당사자들의 결정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만...

어렵게 맺은 인연 때문일까 이들의 사랑은 눈물겹지만 아름답다. 부족해도 사랑이 있어 행복한 이들이다. 허나 안타까운 것은 이들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 이질적인 문화와 이에 대한 해결 노력의 부족, 사회생활에 있어서의 차별 등으로 재정적으로 어려운 점이었다. 이들의 대부분이 대학 교육을 받은 소위 그 나라의 엘리트였다는 사실이 안타까움을 더했다.  여러 문제 상황이 있겠지만, 재정적인 어려움을 해소할 만한 방책은 마련되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열심히 일한 자는 그만큼의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기도 한 것이다. 이들은 이미 한국인 아닌가.

『서로 태어난 나라는 다르지만, 그래도 같은 성을 가진 배중식, 배민석, 배혜미잖아. 이렇게 함께 사이좋게 살면 한 핏줄이나 다름없는 거야. 가족은 그렇게 사랑으로 만들어지는 거야 p.241』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통해 모두의 삶은 발전한다. p.285』서로를 이해하고 보듬는 사회야 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사회가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이들과 소통이 전제되어야 함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느끼는 바가 나와 같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식객도 놀란 맛의 비밀 - 5천 년을 이어온 맛의 신비
조기형 지음 / 지오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맛이란 누구나 체험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다. 맛이 주는 의미와 역할은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로 맛이 주는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누리지 못하고 있다. p.10"

누구보다 먹는 것을 즐기는 나로서도 그것의 가치를 생각해 본적이 없다. 오히려 지나치게 맛난 것을 탐하게 되면 스스로 죄의식을 느끼기조차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였지만 말이다. 그러한 고민이 결국 맛이 주는 가치마저도 반감시키게 하였던 것은 아닌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의 말대로 일생 동안의 행복 시간을 합하여 보아도 맛이 만든 행복의 합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왜 그리 억누르고 살아야한단 말인가.

이 책의 구성은 상당히 독특하다. 소제목에 따른 내용이 조금씩 다르고 다음 글과의 유기성이 약해 쉽게 읽힌다. 궁금한 점은 따로 살펴보아도 무방하다. 내가 주목해서 보았던 부분은 맛의 기준과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부분이었는데, 몇 가지 소개해 보고자 한다. 얼마 전 지인들과 식사를 하던 도중 한 분이 고민이 생겼다고 걱정을 했었다. 폭식증이 걸린 것은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색다른 음식이 급작스레 먹고 싶어진다고 했었는데, 아마도 몸에서 필요한 것이었는가 보다라고 답을 해 준 기억이 있다. 맞는 말인지도 모르고 한 대답이었는데, 이 책에 해답이 담겨 있었다. 몸은 맛으로서 음식을 선호하게 되는데 부족해지는 영양분에 대해 먹고 싶은 욕망으로 불러내게 된단다. 가끔 갑작스레 신 과일이 먹고픈 이는 비타민C의 섭취가 덜하였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요즘 여자라고 한다면 너도 나도 없는 다이어트 열풍에 쉬이 휩쓸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곧 중도 포기하게 되더라도 시도는 계속된다. 다이어트 한다고 먹는 행위에 대한 죄의식은 또 어떠한가. 잠자기 전처럼 편안한 자세에서 맛있게 먹는 것이 건강의 지름길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의견에 거부반응이 생길지도 모를 노릇이다. 허나 곰곰 되씹어 읽다보면 어느 정도 수긍을 할 수도 있다. 맛있게 먹는다고 해서 많이 먹게 되는 것이 아니고, 영양분만 채우는 식사는 체중을 감소시켜줄지는 모르지만 온몸의 윤기를 빼앗아 갈 수도 있음을 나이를 더 먹기 전에 인식해야 한다고. 건강은 맛있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생겨나는 행복한 충만함으로 인해 견고히 지켜질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맛에 대한 의미와 중요성은 알았다고 해도 개인 식습관에 맞는 개선책이 필요하다. 자신의 식사요령은 어떠한지 미리 생각해두고 읽어보면 좋은 식습관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 경우에는 빨리 식사하는 것, 그로 인해 맛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는 것이 고쳐야 할 점이라고 생각되었는데, 이유는 국물이었나 보다. 국물은 흔히 염분의 섭취를 과다하게 한다하여 지양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위장을 약하게 하고 영양분 섭취를 방해하기도 한다. 포만감이 금세 사라져 공복감을 가져오기도 하고 다른 음식의 맛을 덜하게 하는 국물의 섭취는 적을수록 맛을 느끼는 정도가 크다고 한다. 고려해 두어야겠다.

젊어 생긴 식습관은 고치기도 어렵거니와 건강을 해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고 했듯이 정성스럽게 담거나 적당한 온도를 유지해서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나왔다 하더라도,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단다. 먹는 행위는 개인적인 것이다. 맛의 비밀은 적게 먹고 오래 씹는 행위임을 알았으니 내 자신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노력해 볼 필요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참을 수 없는 월요일 - 참을 수 없는 속마음으로 가득한 본심 작렬 워킹 걸 스토리
시바타 요시키 지음, 박수현 옮김 / 바우하우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소설을 읽다보면 간혹 매료되어 주인공이 되어버린 듯한 착각이 들 때가 있다. 허나 이 책은 그런 착각이 아니다. 소설 속 주인공의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들어맞았다. 이런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직장인들의 생활이 다람쥐 쳇바퀴 구르듯 매일이 같은 날처럼 느껴지는 것 같지만, 돋보기로 확대해 들여다보면 나름의 고민과 사소한 행복이 나날을 지탱해 주고 있음을 알고 있다. 주인공 네네의 일상에도 간혹 특별한 사건이 대부분은 소소한 일상의 지루함이 자리한다. 더불어 순간의 소중함도 깃들어 있다.

그리 예쁘지 않은 얼굴, 원칙을 중요시해 뻗댄다라는 평가를 받는 네네. 낙하산 입사라는 타이틀을 스스로 메우기도 해 매사에 조심할 만큼 남의 평가에 민감하기도 한 그녀는, 평범한 경리부 직원이다. 지나치게 평범한 일상이라고 생각되어지는 그녀의 일과는 월요일부터 고민의 시작이다. 회사 동료와의 가벼운 실갱이가 회사 생활의 활력을 잃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법한 머릿속 생각들, 마음속 말들을 하소연하는 네네를 보고 있노라면 나를 보고 있는 착각이 든다. 이럴 때엔 으레 불평이 쏟아지기 마련으로 네네의 상대는 골드미스 사촌 언니다. 월요일부터 하소연을 듣게 된 언니의 일침이 나를 뜨끔하게 만들고 말았다.

『지금 일이 재미없다든가 하는 충고할 것도 없는 불평은 하지 마. 그렇게 쉽게 회사를 관들 수 없다는 건 알아. … 불만이 있는데 그만둘 수는 없고, 그래서 불평이 나온다, 그것 자체는 어쩔 수 없어. 하지만 그런 건 동료들과 술 한 잔 하면서 불평하라고, 나를 불러내서 그런 비 건설적인 푸념을 늘어낸들 술맛만 떨어질 뿐이니까 p.26』

이런...냉소적인 사람을 보았나 해 보았자다. 나의 고민은 고민을 털어낸 후에 상대방이 네네의 사촌언니처럼 생각할까봐, 혹은 사소한 마찰 정도도 부드럽게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사람으로 생각할까 우려되는 것이다. 결국 고민은 고민대로 푸념은 푸념한 행위 자체로 스트레스가 되어 돌아오게 된다. 나처럼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소설 속 주인공일 정도이니 혼자만의 고민이 아닌가보다. 아무튼 네네의 무수한 혼자만의 고민들은 어떻게 해소되고 있을까? N게이지용 모형 만들기가 그녀를 지탱하고 있는 행복의 원천이었던 것. 여자라면 보석 혹은 명품 하는 시대이긴 하지만 역시 이런 여자도 있어, 하는 느낌? 모형을 만드는 시간은 하루 중 그녀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만들기 시작한 회사의 모형. 죽은 듯한 시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시간의 네네는 행복하다.

『사진 데이터를 컴퓨터로 전송하면서 이것저것들을 생각해 보니 행복이 발끝에서부터 심장을 향해서 서서히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p.71』
『“그거 입고 어디 갈 때라도 있어?” 라든가 ‘보여줄 사람은 있어?’ 따위의 질문은 멍청한 것이다. 이런 건 자기 혼자서 몰래 비밀스럽게 즐기는 것이다. 스스로를 위한 사치. 이게 진짜다.p.86“』

일과의 피곤함 등으로 무작정 잠에 빠져들고 싶지만, 동동 구르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 또한 충전의 시간을 만든다. 책은 하루에 한권이라도 읽고 싶어 라든지. 나를 위해 이 정도는 선물하고 싶어 하며 주문하는 책들. 도착한 책을 확인하고 읽을 때의 행복이란 대부분 월요일이 아닌 화요일 정도가 좋아 하는 것은 네네처럼 흐트러진 마음을 바로 잡기 위한 나만의 방책인지도 모른다.

몇 년 동안 같은 일을 하다보면 제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 행운을 지닌 사람도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다. 초심을 잃어버린 것이 원인이겠지만 항상 같은 기분을 유지하기란 어렵지 않은가 말이다. 구직하기도 힘든 이 시기에 섣불리 이야기하다가는 본전도 찾지 못한다. 일주일에도 기분은 일정치 못하고 스스로를 위한 사치도 효과가 줄어들 때 즈음 네네처럼 주문을 외워보기도 한다. “내 마음을 살찌워 주세요. 좀 더 둥글둥글하게 살찌워 주세요.” 좀 더 부드럽고 유하게 나를 만들고 싶지만 쉽지 않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엔 조금 더 유함을 발휘할 수 있기도 하다. 주말이라는 보너스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랄까. 항상 거리를 두던 동료와도 모처럼의 기회를 통해 인식을 달리할 수도 있다. 살면서 내가 확고하게 생각했던 것이 아니었다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때가 오는데 그때마다 온 힘을 다해 받아들이고 싶다. 각진 정사각형의 내 마음을 동그라미로 만들어줄 기회가 될 테니까.

매번 같은 날이지만 월요일 같은 날도 주말 같은 날도 있다. 반복되는 듯 보이는 것은 눈멈이다. 당장 짜증이 난다고 혹은 복잡한 일이 생겨 귀찮게 되었다고 하는 얄팍한 감정 때문에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은 진실이다. 그런 때가 오는 경우에는 어쩔 수가 없다. 마음껏 고민하고 나를 위한 선물을 준비해 보기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네네처럼 살아감의 소중함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흔들리는 세계의 축 - 포스트 아메리칸 월드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윤종석 옮김 / 베가북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지난 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이어 연일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해 국제 경제가 위태롭다. 미국의 중심적 위치를 재확인하게 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사건이다. 이러한 미국의 위기가 오늘 내일 화자 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각국의 전문가들은 강대국 미국의 위상이 다해가고 있음을 중국과 인도 등 이 책에서 말하는 ‘나머지 국가’들의 부상으로 설명하고자 했었다. 책은 아시아권 나라들의 대안보다는 이러한 위기적 상황의 미국 지도자들의 미래 미국을 모색해 보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의 시각이 아닌 미국의 시각이 우선이다.

저자는 인도 태생의 무슬림이다. 그런 그가 주간 뉴스위크 국제판 편집장과 경쟁사의 CNN 토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청년 키신저로 지목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인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그는 상당히 ‘미국적’인 서술로 책을 저술해간다. 흔들리고 있는 강대국 미국은 어떻게 지위를 공고히 해야할까?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부분도 많지만 강대국이 그 지위를 잃지 않고자 노력하려는 부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점도 있다. 한 마디로 배울 점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전반에는 오늘날의 상황을 간략하게 살펴보고 있고(미국의 위기 등등) 그 위기를 불러온 ‘나머지 국가’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 과정을 소개한다. 과거에는 그렇지 못했으나, 오늘날 부상할 수 있었던 원인에 대해 초점을 맞춘다. 특히 중국과 인도라는 거인의 등장에 주목했다.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의 평화시대라고 단언하는 저자는 오늘날 일반인들이 미국의 어려움을 이슬람의 테러 때문이라고 규정하는 것에 반대한다. 이들의 위협은 2차 대전 때의 독일이 아닌 겨우 루마니아 수준이라고. 이러한 시각에는 오늘날의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이 한몫을 거들고 있단다. 오히려 이러한 정치적인 문제는 경제적인 것에 비하면 문제가 될 수도 없다. 정치적인 불안과 경제적인 성장 사이의 연관성은 점차 약해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경제의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민족주의가 부상하고 있음을 위기의 근원지로 지적하고 있는데 이것이 핵심이다. 원인을 찾았으니 해결책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겠다.

“새로운 파워들이 더 강력하게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 포스트 아메리칸 월드의 실체이다. p.73”

중국과 인도 등 비서구적인 세계가 과거 어느 시대 유럽보다 발달한 문명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럽에 의해 서구적인 혹은 현대적인 문화를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왜 단절의 시기를 겪게 될 수밖에 없었느냐는 것이다. “개방성”이야 말로 근원이라는 저자의 기술에 주목한다. 명나라와 청은 내부적인 원인과 더불어 황제권 강화만을 위할 뿐이었다. 새롭게 부상하는 유럽의 나라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제국의 몰락의 가장 중요 원인이 되었음을 영국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영국은 인구도 적고, 고작 작은 섬나라일 뿐이었다. 시기적으로 처음이라는 무기가 있었지만, 곧 경제력, 군사력 등이 추월당하고 만다. 정치적으로는 꽤 오랫동안 우월적인 지위를 잃지 않았는데, 이는 미국에게 권력을 충분히 이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경제력은 그마저의 힘도 빼앗아갔더라도 말이다.

‘나머지 국가’들의 부상은 미국의 위기를 말해주는 듯 보이지만, 미국에게는 아직 강대국으로서의 저력을 지녔다고 한다. 인구학적인 효과적인 이민으로 인한 생산성 있는 노동력 창출 그리고 경쟁력 있는 교육정책을 예로 들었다. 아시아의 획일적인 시험은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미국의 교육정책과 게임이 될 수 없다는데, 이는 수월성 교육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지적하는 것이리라. 최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부장관이 미국의 하향 평준화된 교육정책을 한탄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어찌 되었든 이외에 미국의 힘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꼽아두고 있기에 소개해 본다.

선택하라. 전 세계 도처에 널린 문제에 모두 손을 대다가는 자멸할 것이다. 우선순위를 두고 선택할 수밖에 없음을 인식하라는 뜻이다. 편협한 이해관계가 아니라 보편적인 룰을 구축하라. 정당성이 곧 파워다. 위에서 이야기 했던 대로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민족주의가 부상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한 국가 내부에서도 균열이 두드러지고 있는 시기이다. 강대국으로써의 리더쉽은 정당성을 간직할 때만이 얻을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영국이 되지 말고, 비스마르크가 되어라. 독식하다가는 탈이 나고 만다.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나머지 국가’를 포용해야 한다. 현재의 금융위기도 미국의 독단으로 처리해서는 해결이 요원해 질 것을 알고 있다.

결국 미국이 가야할 길은 하나인 것 같다. 공정한 경쟁을 하는 것. 적으로 간주하지 말고 국제사회의 번영과 자국의 미래를 위해 경쟁자를 인정하는 것만이 미국이 국제적인 위상을 유지하는 길이라 여겨진다. 허나 이러한 책이 자꾸 서점가에 진열되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 위기가 기정사실화 되었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이 책이 저술된 이후의 현 금융위기 사태에 대한 낙관론도 저자의 주장의 힘을 빼는 부분이다. 어찌 되었든 위의 원칙들이 미국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생각하게 하는 바가 많은 책이라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