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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愛 탄생 - KBS 러브 인 아시아
KBS러브인아시아 제작팀 엮음 / 순정아이북스(태경)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한국인의 단일민족에 대한 인식의 지나침이 세계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됐었다. ‘우리는 하나’라는 인식 이면에는 순수한 피라는 의식이 자리한 듯 보였다. 어떠한 면에서는 동질성을 구해 하나로 묶어주는 긍정의 힘을 지닌 반면 그렇지 못한 이들을 차별하는 날이 되어 상처를 주고 있었다.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인식의 필요라는 거창한 목적 이외에도 같은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내 이웃에 대한 당연한 공동의식의 필요로 인해 이 지적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촌락은 이미 많은 외국인 여성을 며느리, 아내로 삼고 있었음에도 그간 이해의 부족으로 그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 있었던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 다행스럽다. 문화의 이해는 말뿐이 아닌 그들의 일상을 보고 듣는 것으로 시작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로 KBS의 ‘러브 인 아시아’ 프로그램의 시도는 상당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나조차도 마음 뿐, 색안경을 낀 듯 그들을 보았음을 시인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이전의 나의 편협한 시선을 확인하고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외국인과 결혼하여 한국에서 가정을 꾸려 나가는 부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우리의 모습과 같았다. 이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무언가 다른 이야기를 기대했던가보다. 사랑을 하고 가정을 만들고, 아이들을 키우는 일상적인 일들이 소개된 데에는 나처럼 다르리라 예상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자신을 다르게 ‘차별’하는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준 것이다. 책에 소개된 사람들은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이 뭐가 이상하다는 것인가, 장애를 가진 여성과 결혼하면 어디가 어떻다는 말인가, 사람들은 서로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는 결혼의 조건이 채워지지 않는다고 굳게 믿는 것 같았다. p.52』
양가의 반대에도 멈추지 못했던 사랑, 사랑을 찾아 멀고 먼 한국이라는 낯선 땅에 찾아온 이들. 같은 아시아인임에도 차등을 두고 대하는 한국 사회에서 적응하기 힘들었을 텐데도 꿋꿋이 사랑을 지켜나가는 이들의 모습은 배워야할 점이 많았다. 결혼이라는 일생의 중대사를 결정할 때에도 조건을 내세우기가 일쑤이고 헤어지는 것도 별일이 아니게 된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물론 당사자들의 결정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만...
어렵게 맺은 인연 때문일까 이들의 사랑은 눈물겹지만 아름답다. 부족해도 사랑이 있어 행복한 이들이다. 허나 안타까운 것은 이들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 이질적인 문화와 이에 대한 해결 노력의 부족, 사회생활에 있어서의 차별 등으로 재정적으로 어려운 점이었다. 이들의 대부분이 대학 교육을 받은 소위 그 나라의 엘리트였다는 사실이 안타까움을 더했다. 여러 문제 상황이 있겠지만, 재정적인 어려움을 해소할 만한 방책은 마련되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열심히 일한 자는 그만큼의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기도 한 것이다. 이들은 이미 한국인 아닌가.
『서로 태어난 나라는 다르지만, 그래도 같은 성을 가진 배중식, 배민석, 배혜미잖아. 이렇게 함께 사이좋게 살면 한 핏줄이나 다름없는 거야. 가족은 그렇게 사랑으로 만들어지는 거야 p.241』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통해 모두의 삶은 발전한다. p.285』서로를 이해하고 보듬는 사회야 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사회가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이들과 소통이 전제되어야 함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느끼는 바가 나와 같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