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세계의 축 - 포스트 아메리칸 월드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윤종석 옮김 / 베가북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지난 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이어 연일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해 국제 경제가 위태롭다. 미국의 중심적 위치를 재확인하게 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사건이다. 이러한 미국의 위기가 오늘 내일 화자 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각국의 전문가들은 강대국 미국의 위상이 다해가고 있음을 중국과 인도 등 이 책에서 말하는 ‘나머지 국가’들의 부상으로 설명하고자 했었다. 책은 아시아권 나라들의 대안보다는 이러한 위기적 상황의 미국 지도자들의 미래 미국을 모색해 보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의 시각이 아닌 미국의 시각이 우선이다.

저자는 인도 태생의 무슬림이다. 그런 그가 주간 뉴스위크 국제판 편집장과 경쟁사의 CNN 토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청년 키신저로 지목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인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그는 상당히 ‘미국적’인 서술로 책을 저술해간다. 흔들리고 있는 강대국 미국은 어떻게 지위를 공고히 해야할까?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부분도 많지만 강대국이 그 지위를 잃지 않고자 노력하려는 부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점도 있다. 한 마디로 배울 점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전반에는 오늘날의 상황을 간략하게 살펴보고 있고(미국의 위기 등등) 그 위기를 불러온 ‘나머지 국가’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 과정을 소개한다. 과거에는 그렇지 못했으나, 오늘날 부상할 수 있었던 원인에 대해 초점을 맞춘다. 특히 중국과 인도라는 거인의 등장에 주목했다.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의 평화시대라고 단언하는 저자는 오늘날 일반인들이 미국의 어려움을 이슬람의 테러 때문이라고 규정하는 것에 반대한다. 이들의 위협은 2차 대전 때의 독일이 아닌 겨우 루마니아 수준이라고. 이러한 시각에는 오늘날의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이 한몫을 거들고 있단다. 오히려 이러한 정치적인 문제는 경제적인 것에 비하면 문제가 될 수도 없다. 정치적인 불안과 경제적인 성장 사이의 연관성은 점차 약해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경제의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민족주의가 부상하고 있음을 위기의 근원지로 지적하고 있는데 이것이 핵심이다. 원인을 찾았으니 해결책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겠다.

“새로운 파워들이 더 강력하게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 포스트 아메리칸 월드의 실체이다. p.73”

중국과 인도 등 비서구적인 세계가 과거 어느 시대 유럽보다 발달한 문명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럽에 의해 서구적인 혹은 현대적인 문화를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왜 단절의 시기를 겪게 될 수밖에 없었느냐는 것이다. “개방성”이야 말로 근원이라는 저자의 기술에 주목한다. 명나라와 청은 내부적인 원인과 더불어 황제권 강화만을 위할 뿐이었다. 새롭게 부상하는 유럽의 나라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제국의 몰락의 가장 중요 원인이 되었음을 영국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영국은 인구도 적고, 고작 작은 섬나라일 뿐이었다. 시기적으로 처음이라는 무기가 있었지만, 곧 경제력, 군사력 등이 추월당하고 만다. 정치적으로는 꽤 오랫동안 우월적인 지위를 잃지 않았는데, 이는 미국에게 권력을 충분히 이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경제력은 그마저의 힘도 빼앗아갔더라도 말이다.

‘나머지 국가’들의 부상은 미국의 위기를 말해주는 듯 보이지만, 미국에게는 아직 강대국으로서의 저력을 지녔다고 한다. 인구학적인 효과적인 이민으로 인한 생산성 있는 노동력 창출 그리고 경쟁력 있는 교육정책을 예로 들었다. 아시아의 획일적인 시험은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미국의 교육정책과 게임이 될 수 없다는데, 이는 수월성 교육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지적하는 것이리라. 최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부장관이 미국의 하향 평준화된 교육정책을 한탄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어찌 되었든 이외에 미국의 힘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꼽아두고 있기에 소개해 본다.

선택하라. 전 세계 도처에 널린 문제에 모두 손을 대다가는 자멸할 것이다. 우선순위를 두고 선택할 수밖에 없음을 인식하라는 뜻이다. 편협한 이해관계가 아니라 보편적인 룰을 구축하라. 정당성이 곧 파워다. 위에서 이야기 했던 대로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민족주의가 부상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한 국가 내부에서도 균열이 두드러지고 있는 시기이다. 강대국으로써의 리더쉽은 정당성을 간직할 때만이 얻을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영국이 되지 말고, 비스마르크가 되어라. 독식하다가는 탈이 나고 만다.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나머지 국가’를 포용해야 한다. 현재의 금융위기도 미국의 독단으로 처리해서는 해결이 요원해 질 것을 알고 있다.

결국 미국이 가야할 길은 하나인 것 같다. 공정한 경쟁을 하는 것. 적으로 간주하지 말고 국제사회의 번영과 자국의 미래를 위해 경쟁자를 인정하는 것만이 미국이 국제적인 위상을 유지하는 길이라 여겨진다. 허나 이러한 책이 자꾸 서점가에 진열되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 위기가 기정사실화 되었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이 책이 저술된 이후의 현 금융위기 사태에 대한 낙관론도 저자의 주장의 힘을 빼는 부분이다. 어찌 되었든 위의 원칙들이 미국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생각하게 하는 바가 많은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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