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은 2기 알라딘 서평단이 종료되었다. 3달 동안 엄청나게 읽었다. 취향에 맞는 책도 있었고, 취향이 아닌 책도 있었다. 여하튼 좋은 책읽기의 경험을 가진 것 같아 이분이 아주 좋았다. 

?  서평단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여성에 대한 책들이 많지 않고 특히 솔로인 여성들의 독립과 자립에 대한 이야기는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어려운 주제를 아주 담백하고 솔직하게 담아내어, 기존의 책들에서 느낄 수 없는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어려운 미사여구를 쓰지 않고 지은이의 직접적인 체험이 주가 되어 있어 설득력이 있다. 싱글이든 커플이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  서평단 도서의 문장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구절
나는 나 자신의 이념 성향을 진보자유주의 또는 사회자유주의social liberal로규정한다. 하지만 보수주의자도 존중하고 사회주의자도 존중한다. 그러나 원칙도 일관성도 없이 오로지 이익만을 좇아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정치인은, 보수와 진보를 불문하고, 존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후불제 민주주의 중 제236쪽)
?  서평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1. 후불제 민주주의
1. 1차세계대전사
1. 고민하는 힘
1.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1.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을 리뷰해주세요.
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
기타노 다케시 지음, 김영희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일본은 우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나라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라는 측면도 있지만 한때 우리를 무력으로 지배한 암울한 역사가 있었던 나라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유독 일본에 대해서는 안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들을 바로 보려고 하지만 이런 역사로 인해 감정적인 접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일본보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일본의 유명 개그맨이자 영화감독이며 배우이기도 한 기타노 다케시가 자신의 나라를 사시미로 회를 떠듯이 아주 속속들이 파헤지고 있어, 그 내용이 무척 궁금하다.

비트 다케시라고도 불리는 지은이는 대학을 그만두고 극장의 엘리베이트 보이에서 시작하여 만담가로 활약하며 많은 인기를 얻었으며, 특별한 전공과정을 거치지도 않은 채 불혹의 나이에 영화감독으로 데뷔하여 ‘하나비’, ‘소나티네’, ‘기쿠치로의 여름’ 등 많은 영화를 연출하였고, 칸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는 등 한마디로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인생수업을 하였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온 만큼 자신만이 가진 인생철학이 있을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 드라마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여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그의 영화는 좋아하지만 그의 거칠면서도 정제되지 않은 막가파 식의 이야기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나라를 그것도 안좋은 쪽으로 이야기한다고 하니 그의 독설이 어떨지 궁금하다.
 
“생각해보면 행복이란 건 정말 짧고, 나머지는 대부분 불행하다고 해도 좋다. 결국 불행이라는 건 그 순간순간에 느끼는 거다. 그래서 괴로운 법이다, 반면 행복은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된다. 행복이란 회상하는 것이라서, 그 당시에는 행복하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못한다.따라서 사람이 행복하다는 것은 ‘저 녀석, 요즘 행복해 보여’와 같이 타인이 말할 뿐, 당사자는 전혀 깨닫지 못한다(본서 제8쪽 참조).“ 예전에 비해 생활의 이기(利器)들이 점점 편리해지고 먹을거리 등이 풍부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점점 불행해지고 있다는 것이 지은이의 견해다.

지은이는 일본이 불행한 원인에 대해 정치편, 가정편, 사회편으로 나누고, 불행의 원흉으로 세계편과 일본편으로 나누어 각 50인씩 100인을 선정하였다. 물론 일본 국내 사정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와도 많은 부분이 닮아 있어 참고가 될 만한 것들이 있다. 특히 정치편에 있어서는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크게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자격시험을 치자고 하는 것으로 봐서, 일본에도 제대로 된 국회의원이 없기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극단적으로 일본을 해산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미국 종속적인 외교와 북한에 대한 소극적인 외교와 중국, 한국 등 주변국들에 대한 외교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다. 지은이의 입장에서는 주변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외교자세가 못마땅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주변국에 대한 제대로 된 과거사에 대한 반성도 없이 일본 총리가 신사참배를 하고, 외교부 관계자들이 과거사를 왜곡하는 발언을 하는 등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는 점에서 일본 외교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모든 악의 근원은 역시 전후 민주주의, 남녀평등교육 탓이다. 여자가 거만해지면 상대적으로 남자는 약해진다. 거기다 자식의 권리까지 무조건 존중되니, 아이들도 버릇없이 기어오르기만 한다. 언제부터인가 어머니와 자식이 거만해진, 정체를 알 수 없는 가정이 이 사회에 자리잡아버렸다. 가정뿐만이 아니다. 지금 일본 사회 전체가?여성?어린이 중심의 사회?가 되어버렸다(본서 제84쪽 참조).” 고 하며, 현재의 일본 가정을 비판하고 있다. 이런 비판이 현재 사회에 유효한지는 의문이다. 지은이 개인이 가진 생각일 수 있지만, 많은 다른 사람들특히, 여성들은 그의 견해에 반대할 것이다. 다분히 가부장적이고 마초적인 냄새가 나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도 지은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일정 부분은 동감을 하지만 지은이의 생각에 기본적으로 흐르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다소 과격하고 거친 표현들은 20세기를 불행으로 몰고 간 일본의 군국주의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지은이의 생각을 여과없이 그대로 표현하다보니 우리들이 술자리에서 우스개소리로 하는 이야기들처럼 허무맹랑하게 들리는 이야기들도 실려있다. 현재 일본의 답답한 상황에 대해 가슴 속에 맺힌 것들을 폭발시키듯이 터뜨리다보니 그럴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내용이 책으로 엮어져 나온다는 것이 역시 기타노 다케시답다는 생각이 든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현학적이거나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기타노 다케시식의 글쓰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만 권하고 싶습니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생각해보면 행복이란 건 정말 짧고, 나머지는 대부분 불행하다고 해도 좋다. 결국 불행이라는 건 그 순간순간에 느끼는 거다. 그래서 괴로운 법이다, 반면 행복은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된다. 행복이란 회상하는 것이라서, 그 당시에는 행복하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못한다.따라서 사람이 행복하다는 것은 “저 녀석, 요즘 행복해 보여”와 같이 타인이 말할 뿐, 당사자는 전혀 깨닫지 못한다.(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혜의 숲에서 고전을 만나다>를 리뷰해주세요.
지혜의 숲에서 고전을 만나다
모리야 히로시 지음, 지세현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서점을 가보면 처세서가 항상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책들도 있다. 그런데도 처세서는 끊임없이 출간되고 또 읽히고 있다. 이는 아마도 어렵고 힘든 현실때문이 아닌가 한다. 가정, 직장, 사회 어느 것 하나 만만하지 않다. 경제적으로도 힘이 들고 대인관계도 힘이 들고. 매일 매일이 전투장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팍팍한 일상을 책을 통해 해결해 보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지식을 통해서는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다. 많이 안다고 해서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대인관계를 잘하고 일상생활을 잘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점이 지혜와의 차이가 아닐까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다. 그래서 선조들이 거쳐온 길을 되물어보는 지도 모른다.

요즘 출간되는 처세서들은 곧바로 실전(?)에 써먹을 수 있도록 사람을 사귀고 이용하는데 대한 얄팍한 기술을 가르치는 내용을 담은 책들이 많다. 진하게 우러나오는 향은 없다. 달콤하고 자극적인 인스턴트 식품같은 느낌이다. 수백, 수천 년을 지내온 선인들의 지혜가 담긴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채근담, 대학, 삼국지, 역경, 십팔사략, 서경, 논어, 맹자, 순자, 중용, 노자 등 중국고전에서 현대인에게 필요한 이야기들을 현대인들에게 맞게 풀어쓰고 있다. 인간관계의 지혜, 사람을 쓰는 지혜, 소박한 일상의 지혜, 상황에 대처하는 지혜, 인생을 위한 지혜, 세상을 현명하게 사는 지혜 등 6부로 구성되어 있다. 한문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각 경구에는 한자의 음과 훈을 달아 읽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책 말미에는 이 책에서 인용한 고전들에 대한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읽다보면 오래 전 시간이고 중국임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선인들이 고민하고 괴로워했던 부분들이, 지금 우리가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있는 거랑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무대만 바뀌었지 대본은 동일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좀 더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한 해, 두 해 사이에 이루어진 것들이 아니라, 오랜 동안 체험하고 터득한 지혜들이다.

짤막 짤막한 경구들이지만 그 속에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이 내용들을 현대인들에게 맞게 해석하고 있지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내용들이 다소 단편적인 느낌이어서 고전이 가진 깊은 향을 느끼기에는 조금 무리인 듯해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이러한 좋은 이야기들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책에 수록된 내용들을 나의 것으로 체득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고전이 가지는 의미를 깨닫는 시간도 된 것 같다. 이 기회에 삼국지, 논어, 맹자 등 고전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고전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지혜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요즘 유행하는 처세서와는 다른 느낌입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생활에 지치거나 생활의 활력소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평소 그 친한 바를 보고, 풍족할 때 그 사용하는 바를 보면, 성공해서 추천하는 바를 보고, 궁해서 하는 바를 보면 빈곤해서 구하는 바를 본다(궁하면 하는 바를 보고, 빈곤하면 구하는 바를 본다, 窮視其所不爲, 貧視其所不取, 사기史記, 14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중권의 이매진>을 리뷰해주세요.
진중권의 이매진 - 영화와 테크놀로지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
진중권 지음 / 씨네21북스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예술 장르 중 대중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장르가 영화가 아닐까 한다. 20세기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지구상에 나타난 영화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빠르게 전파되고 사랑을 받았다. 태생부터 과학과 함께 한 영화는 과학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계속 진화 발전하여 지금은 배우나 카메라가 없이도 영화가 만들어지는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런 시대적 변화는 영화에 대한 미학적 기준에도 변화를 가져오게 하였다. 그 미학적 논의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은이는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변화하는 영화의 모습을 인문학의 입장에서 풀어내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영화비평에 대한 글은 아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하는 영화에 있어 형식과 내용 면에 있어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영화적 미학을 인문학의 관점에서 써내려가고 있다.

‘씨네21’에 1년 간 기고한 글을 “영화의 죽음, 복제에서 생성으로, 서사의 파괴, 해석에 반대한다, 시각적인 것에서 촉각적인 것으로, 기술과 신체, 미디어와 권력, 이성과 광기, 영원한 소년, 역사와 기억” 이라는 10개의 장으로 나누어 영화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 책에서 지은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은, 서두에서 인용한 “전통적 영화는 이미 뇌사상태에 빠졌다. 텍스트와 프레임, 배우와 카메라 등 영화의 ‘4대 폭군’으로부터 해방된 영화가 재탄생된다.” 라는 피터 그리너웨이의 말로 집약된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지은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디지털 시대에 문제되는 논의들이기는 하지만, 아날로그 시대에서도 논의된 내용들이다. 디지털 시대에서 논의되는 내용들은 특수효과 등 아날로그 시대에서 기술상의 부족으로 재현할 수 없었던 것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 그 이외의 것들은 이미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어서 이 책에서 새롭게 이야기된 것은 아니다.

책에 등장하는 영화는 일반적인 기준에서 볼 때 함량미달(?)인 영화도 많다. 이는 지은이도 인정하는 내용이다. 지은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과 관련된 영화를 다루다보니, 영화적 완성도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쉽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들이 많다. 소위 예술영화라고 하는 것들은 없다. 그런데 영화는 쉬운데 그 영화를 읽어 내려가는 지은이의 글은 무지 어려운 느낌이다.

지은이는 벤야민 등 외국 학자들이 한 말을 많이 인용하고 있다.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온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공부를 한 곳의 언어로 현재 우리나라의 현상을 설명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글을 읽는 사람으로서는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마치 말장난을 하는 듯한 현학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내용도 말을 비틀고 꼬아서 비슷한 내용의 말을 표현만 달리하여 쓰고 있다. 물론 잡지에 편안하게 기고한 글이어서 그렇다고는 할 수 있지만 그간 지은이가 각종 미학관련 서적에서 보여준 글들과는 너무나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어 실망스러움을 금할 길이 없다.

디지털 시대를 읊고 있음에도 지은이는 아날로그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지만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그저 공허하게 한 쪽 방향으로만 울릴뿐이다. 아마 이는 영화에 대한 제대로 된 소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문학을 접목시키려다보니 소화불량이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한다. 많이 아쉬운 대목이다.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영화를 새롭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합니다.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영화를 새로운 시각에서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면 볼 만하지만 그다지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이미지는 설득하지 않는다. 그저 도취시킬 뿐이다. 이성은 마비되고, 그래서 정신은 황홀하다(39)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특별한시사회로오세요 2009-05-14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중권님의 책이군요. 잘 읽고 갑니다.
 
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 - 폭력과 추방의 시대, 촛불의 민주주의를 다시 묻는다 당비의생각 2
당대비평 기획위원회 엮음 / 산책자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2008년 한 해는 의미심장한 한 해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하여 경기도에 사는 한 고등학생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던 촛불집회(이하 촛불집회는 2008년 봄부터 시작된 그해 촛불집회와 관련한 모든 사건과 집회를 아우르는 의미로 사용합니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광장으로 시민들을 불러내었다. ‘촛불소녀’, ‘유모차부대’, ‘명박산성’ 등 신조어를 쏟아내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에서 시작하여 이명박 정부의 일방통행적이고 총체적인 부실 정책에 대한 항의로까지 이어져, 1987년 이후 새로운 시민운동과 의미심장한 민주주의의 실험 혹은 실천으로 이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촛불은 생각보다 의외로 빨리 꺼지고 말았다. 지금은 언제 그런 일이 있기나 했던가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의 법치주의를 가장한 국민들에 대한 압박은 날로 거세지고 있고, 우리의 현실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우리가 촛불집회에 대한 너무 많은 낙관과 찬사에 익숙해져 있어서 우리만의 천국안에 갇혀있엇던 것은 아닐까. 냉철한 비판의식과 촛불집회를 되집어보는 시간을 가지지 못한 채 앞으로만 나아간 결과가 아닐까.

지금 이 시점에서 촛불집회를 되돌아본다는 것이 시간적으로 조금 늦은 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촛불집회에 대한 날카롭고도 면밀한 반성과 사유없이는 촛불집회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아직도 촛불집회는 현재진행형이다. 촛불이 계속 타올라 계속 진화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사회과학적 연구는 의미심장하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1부 ‘운동의 사회학을 넘어 민주주의의 정치학으로’ 에서는 촛불집회를 ‘운동의 정치’로서 분석한다. 이는 촛불집회의 주체가 민주주의의 정치적 주체로서 발전하지 못한 태생적 한계를 가졌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부르조아적 욕망의 구조와 동일시한 시민 주체가 자아낸 욕망의 환등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촛불은 권력을 향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오히려 현존하는 질서를 옹호하는 사태로 전락해가고 말았다. 이러한 견해들은 촛불집회가 가진 낙관주의를 비판하는 것이다.

제2부 ‘순수와 공포의 시대, 촛불의 문화정치학’ 에서는 촛불집회가 가진 다양한 문화적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촛불집회는 도덕적으로 순수성에의 집착이라는 모랄을 내세움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효력을 제한하는 한계성을 보였고, 광우병에 대한 담론은 과학이 괴담과 진실의 프레임 아래 어떻게 사회적 쟁점을 탈색하고 제거하는 일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정치적 주체로 도약하기 위한 계기를 탈근대적 종교 현상으로서 촛불의 시민종교적 특성에서 찾고자 하는 견해도 있었다. 

제3부 ‘새로운 질문들, 촛불을 든 새로운 주체는 누구인가’ 는 어떤 면에서는 1부의 연장선상에 있는 논의로서, 촛불집회에 참여한 주체들의 정체성에 대해서 짚어본다. 촛불집회의 70퍼센트를 차지했다는 여성 주체와 IMF 이후 보수화의 길에 접어 든 중산층, 그리고 배제된 사회적 주체들 속에서 구성된 촛불집회 주체의 보수적인 정체성에 관하여 분석한다.

사회과학적 연구에서의 분석은 구체적인 현장 연구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 그리고 연구의 대상이 되는 특정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적합한 개념과 이론적인 틀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언급되는 내용들은 기존의 촛불집회에 대한 여타의 책들과는 차별화된 느낌이었다.

다만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명이다 보니 글의 편차가 느껴지기는 한다. 그 중에서도 은수미의 ‘촛불과 한국 사회 중산층의 자화상’은 단연 돋보이는 글이었다.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내용을 담은 글과 현장을 직접 발로 누빈듯한 이야기들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그에 반해 몇몇 글은 너무 감성적이었고 다소 현학적인 느낌을 받아 실망스럽기도 하였다.

솔직히 이 글을 다 읽고 난 마음은 그리 편하지 않았다. 무리 속에 섞여 있을때는 나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없고, 그 무리에서 빠져나와 바깥에서 바라보면 좀 더 객관적으로 문제에 접근해 볼 수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촛불이 밝혀진 언저리는 보이지만 그 그림자 주변은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이다. 배제된 사회적 주체들과 관련한 이랜드 노조부위원장의 글과 연대성 상실에 대한 이야기는 폐부를 찌르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지나간 일을 되돌아보는 것은 좀 더 나아가기 위한 반성과 사유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지은이들도 이야기하는 것처럼 촛불집회에 대한 논의는 촛불이 더 많이 더 빨리 그리고 더 밝게 타올라 주기를 바라는 염원인 것이다.

경제 현실은 날이 갈수록 더 힘들어지고 있다. 높은 실업률, 높은 자살률, 불안한 부동산 시장, 실물경제 위축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이 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작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만이나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저자인 장하준 교수는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안정되어야 한다고 한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정치를 반성하고 비판할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기회를 가진다면 그보다 더 값진 일은 없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