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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희망찬 순간보다 우울하고 어두운 순간들로 가득했던 2005년을 뒤로하고 어느덧 병술년 2006년의 밝은 해가 떴습니다. 2006년이라 뭐 새로운 게 있을까? 이렇게 푸념조로 한해를 시작하시는 분도 있을 줄 압니다. 하지만 어쩝니까? 주어진 시간은 그냥 흘러가라고 있는 것은 아니겠죠. '인생이 뭐있나'하는 자조 속에도 우린 내심 뭔가 2006년을 '의미와 가치'라는 묵직한 것으로 채워줄 수 있는 무엇을 기대하게 됩니다.

대중음악계의 2006년의 전망, 딱히 뭐라 얘기할 순 없어도 그다지 밝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이 음악적 난세에 조용필이나 서태지 혹은 비틀즈와 너바나와 같은 '영웅'의 출현을 행여 기대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과거의 단순한 재현이 아닌 이전보다 진일보한 색다른 그 무엇을 이 나라의 대중음악이 제시해주길 기대하는 실낱같은 소망입니다. 그러기에 결국 우리는 과거에 명멸한 음악 영웅들을 그리워하게 됩니다. 결국 우리의 현재와 미래는 과거 역사의 필연적인 반복이니까요.

저는 2006년을 맞이하면서 바로 이 사람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바로 쿨의 전설 마일스 데이비스입니다. 올해 2006년은 바로 마일스 데이비스의 탄생 8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올해 재즈계는 이 명멸한 트럼펫 주자에 관한 여러 추모행사가 있을 거라고 합니다.

그럼 이런 질문을 할 수 있겠네요. “왜 21세기가 시작된 지 한참지난 지금까지도 마일스 데이비스인가?” 구체적으로 들어가 물어본다면 과연 내가 듣고 있는 가요 한곡, 팝 하나, 재즈 앨범 하나와 마일스 데이비스는 어떤 관계가 있는건가요? 그가 죽은 지 어느덧 15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마일스의 65년 인생동안 남긴 음악적 유산은 분명 이 난국의 대중 음악계에 뭔가 시사해 주고 있다는 겁니다.

'재지한 재즈속으로' 지면을 통해 앞으로 3회에 걸쳐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명쾌한 답변을 찾아보겠습니다. 이번 마일스 데이비스 탄생 80주년 특집은 '스타일의 창조자 마일스 데이비스', '뛰어난 전략가 마일스 데이비스', '블랙 파워의 지존 마일스 데이비스'란 타이틀로 3회에 나눠서 진행됩니다. 먼저 '스타일의 혁신자 마일스 데이비스'입니다.


1.스타일의 창조자 마일스 데이비스
재즈 역사가 100년이 조금 넘은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수많은 아티스트가 있었습니다. 루이 암스트롱, 듀크 엘링턴, 찰리 파커, 디지 길레스피, 존 콜트레인 등등, 우린 그들을 음악적으로 일가를 이뤘다는 의미에서 '대가'라는 호칭을 붙였습니다. 일일이 그들의 업적을 빼곡히 밝힐 순 없어도 다들 혁신과 실험이란 기치아래 재즈의 진보를 일궈낸 인물들입니다. 마일스 데이비스 역시 앞에 언급한 대가들 중에 한 사람입니다. 고혹적인 선율과 담백한 주법이 느껴지는 쿨 재즈를 창조했고, 이어 10년마다 새로운 연주 스타일을 제시해 낸 대가입니다. 그런데 마일스 데이비스는 앞에 언급한 다른 재즈 뮤지션들과 사뭇 다른 점이 발견됩니다.

록 전문지 롤링스톤 2003년 겨울호는 “역사상 위대한 500대 록 명반”을 선정한 특집호였는데 이 순위에서 바로 마일스 데이비스의 1959년 역작 'Kind of Blue' 가 12위에 랭킹 돼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재즈 록 퓨전의 효시를 알린 1970년작 'Bitches Brew'가 94위, 1960년작 'Sketches of Spain'이 356위를 차지했습니다. 재즈 아티스트의 앨범이 하나도 아니고 무려 3장씩 록 음악 잡지에 명반으로 거론된다는 것은 마일스의 음악이 재즈의 영역을 넘어 전체 대중음악에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쿨을 시작으로 하드밥, 모달, 그리고 퓨전에 이르기까지 마일스의 음악 인생은 부단한 '스타일과의 싸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백인의 관점에서 흑인의 비밥을 해석한 처녀작 'Birth of cool'(1949), 비밥(Bebop)을 한층 구조적이고 세련되게 창조한 하드밥 명반 'Round Midnight'(1956), 재즈를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버금가는 음악성으로 끌어올린 'Miles Ahead'(1957), 코드 변환에 의거한 연주가 아닌 음계(스케일)가 연주의 중심이 되는 모달 주법을 시한 'Kind of blue'(1959), 대중적인 록 음악을 재즈의 관점에서 해석한 재즈 록 퓨전의 효시 'Bitches Brew', 환갑의 나이에 아랑곳없이 첨단 일렉트로닉 재즈를 연주한 'TuTu'(1986)를 선보입니다.

마일스는 기존에 익숙해진 연주 스타일을 과감하게 내던지고 오로지 새로운 연주법을 찾기에 골몰했습니다. 사람이 뭔가로 유명해지면 자칫 나태해지고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매너리즘이란 말은 그럴 때 쓰는 거죠. '쿨'의 창조자란 명성만으로도 마일스는 충분히 재즈 계를 군림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일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갑자기 국가 대표 축구 감독 히딩크의 명언이 떠오르네요. 16강에서 8강을 거쳐 꿈에도 없었던 4강전을 앞둔 상황이었습니다. '이정도면 됐다'라는 여론 속에서 히딩크의 답변은 명작이었습니다. '난 여전히 배가고프다'라고.

그의 음악적 야망의 끝은 없었습니다. 아무리 혁신적인 연주법이라도 조금 시간이 지나 익숙해진 것이 됩니다. 마일스는 이럴 때 마다 기존의 스타일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걸 찾아 골몰했습니다. 일례로 마일스는 1986년 한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카인드 오브 블루의 명연 'So What'을 다시 연주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마일스는 '그 똥 같은 연주, 다시는 하지 않아'라고 일축했답니다. 새로운 스타일에 늘 목말라하는 마일스의 면모가 드러나는 대답입니다.

재즈뿐 아니라 모든 음악장르를 막론하고 하나의 명반을 낳기 위해선 엄청난 산고를 겪게 됩니다. 기존의 익숙한 것을 과감히 버리고 무(無)의, 백지의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무모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두고 볼 때 그런 음악인들의 무모한 결단은 경험은 명반이란 결실을 낳았고 결국 음악계 전반을 풍성하고 생명력 있게 했습니다.

스타일의 창조자, 마일스 데이비스가 재즈를 뛰어넘어 모든 음악계의 귀감이 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쿨 에서 퓨전에 이르기까지 그가 일궈낸 창조를 위한 고군분투는 재즈 스타일을 한층 다양하게 했고 재즈가 클래식에 버금가는 창조의 예술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줬습니다. 아울러 재즈가 고상한 일부 계층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재즈를 접할 수 있는 대중화의 방법론도 제시했다고 봅니다.

1991년 9월 25일 불꽃같은 예순 다섯 해의 인생을 살고 마일스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원로이길 거부하고 영원한 현역이길 고집한 마일스 데이비스. “음악은 한때 하다가 그만두는 유행이 아니다. 평생, 죽을 때까지 씨름해야 할 업(業)이다.” 마일스 데이비스가 지금 이 순간 이 시대 대중음악들에게 전하고 싶은 심정일 겁니다.

다음편에 계속 이어집니다.


  2006/01 정우식 (jasbso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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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1-21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좋은 정보들을... 이것두. 꾹

보르헤스 2006-01-21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갈께요 ^^

키노 2006-01-23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보르헤스님 많이들 퍼가세요^^
 

재즈의 도시, 뉴올리언스

미국 남동부에 위치한 뉴올리언스는 루이지애나주의 최대 도시로 손꼽히며 미국 제 2의 항만 도시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1718년경 프랑스의 루이지애나 총독에 의해 새워져 프랑스 식민지의 중심지로 번영했던 뉴올리언스는 1764년 에스파니아에게 넘어갔다가 19세기 초에 다시 프랑스령이 되었다. 이후 주 전체가 미국으로 매각되면서 비로소 미국 영토가 되었으며 30여년간 주정부가 위치했었다. 뉴올리언스는 흑인노예 시장이 성행했던 곳이기도 했는데 많은 아프리카 흑인들이 이곳으로 끌려와 백인들에게 천대받으며 엄청난 노동 착취를 받았다. 흑인들은 노동요와 블루스, 가스펠 등을 부르며 백인들의 핍박을 달랬는데 이것이 후에 흑백 혼혈 크레올 문화와 뒤섞이며 재즈로 발전하게 된다. 당시 뉴올리언스에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홍등가가 있었는데 흑인들은 이곳에서 백인들을 위해 음악을 연주했고 이것이 곧 재즈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게 된 것이다. 홍등가의 번성은 곧 재즈의 성장을 뜻했다. 약 100여년에 이르는 재즈사에서 뉴올리언스는 재즈의 발상지 혹은 고장으로 기술되고 있는데 이러한 이유로 뉴올리언스는 전세계 각지의 수많은 재즈 매니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재즈의 고향답게 뉴올리언스 곳곳에는 재즈 연주를 들을 수 있으며 30년째 '뉴올리언스 재즈와 전통 페스티벌'이 열리고도 있다. 재즈에 관련된 뉴올리언스의 주요 명소를 살펴보자면 프렌치 쿼터 북동쪽에 위치한 재즈 박물관이 있다. 뉴올리언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관광지로 꼽히는 이곳에는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이 사용하던 코넷(Cornet)을 비롯해서 재즈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콩고 광장’이라 불리기도 하는 3만 9,000여 평에 달하는 루이 암스트롱 공원이 있다. 하지만 이름과 달리 지금은 뉴올리언스 내에서 치안이 가장 안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음식점과 상점, 나이트클럽, 스트립쇼 극장들이 늘어서 있는 버번 스트리트 (Bourbon Street)도 빼놓을 수 없는 재즈 명소. 이 거리에는 수준급의 흑인 연주가들이 연주하는 재즈를 들을 수 있는 카페와 나이트 클럽이 많았다.


초기 재즈 스타일, 뉴올리언스 재즈

뉴올리언스 재즈의 발단은 프랑스인과 흑인노예의 혼혈인 크레올(Creole)의해 조직되었던 많은 악단들에 의해서였다. 피부가 흑인보다 밝고 교육을 받았던 크레올은 흑인의 단순한 형태의 음악에 유럽적인 기법이 섞은 음악을 연주하였다. 악기 편성은 지금과 달리 군악대 편성을 퓌하고 있었는데 차츰 소편성 중심으로 변화해갔다. 또한 색소폰과 트럼펫 등 취주악기가 중요한 솔로악기로 사용되었다.
크레올과 흑인들은 길거리나 공원, 결혼식, 장례식, 피크닉, 카니발 등에서 연주를 하였으며, 1900년 경에는 댄스홀이나 술집에 고용되어 연주하였다. 재즈가 가장 성행했던 곳은 바로 스토리빌 (Storyville)로 이곳에서 많은 연주자들이 랙타임 스타일의 피아노 연주와 소편성의 밴드 연주를 선보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곧 백인들도 이들의 연주를 모방하여 댄스음악으로 재즈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1900년에서 1925년 사이가 뉴올리언스 재즈의 전성기로 이야기되고 있는데 이 당시 활동했던 뮤지션들로는 트럼펫과 코넷을 연주하였던 버디 볼든(Buddy Bolden), 벙크 존슨(Bunk Johnson), 킹 올리버(Joe King Oliver), 루이 암스트롱, 키드 오리(Kid Ory), 젤리 롤 모튼(Jelly Roll Morton), 시드니 베세(Sidney Bechet) 그리고 백인 밴드로 오리지날 딕시랜드 재즈 밴드(Original Dixieland Jazz Band)와 뉴 올리안즈 리듬 킹즈(New Orleans Rhythm Kings) 등이 있다.

1917년 세계 제1차 대전이 발발하자 뉴 올리언스는 중요 해군기지로 지정되면서 주변의 향락업소들이 문을 닫게 되는데 결국 이곳에서 활동하던 재즈 연주자들은 미시시피강을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 세인트 루이스(St. Louis), 캔자스(Kansas), 시카고(Chicago) 등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활동을 하게 된다. 특히 시카고는 뉴올리언스 재즈가 직접적으로 전수된 곳으로 루이 암스트롱, 킹 올리버, 키드 오리, 젤리 롤 모튼 같은 이들이 이곳으로 이주하여 활동하였다. 또한 시카고에서 뉴올리언스 출신 재즈 뮤지션들의 음반 레코딩이 비로소 시작되었다. 재즈는 지금까지 많은 스타일을 창출하며 지금도 변화하고 있지만 역시 그 기초가 되는 것은 뉴올리언스 재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뉴올리언스가 그렇게 중요하게 인식되는 것일 테고. 현재 재즈 신에서 활동 중인 뉴올리언스 출신의 재즈 뮤지션들을 꼽으라면 역시 마살리스 가를 대표적으로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피아니스트이자 교육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엘리스 마살리스(Ellis Marsalis)를 위시하여 그의 아들들, 브랜포드(Branford), 윈튼(Wynton), 델피요(Delfeayo), 제이슨(Jason) 등이 재즈 신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윈튼 마살리스는 80년대 '신정통주의'를 주창하며 뉴올리언즈 재즈같은 초기 재즈 스타일에 깊은 관심을 투영해왔다.
이외에 윈튼과 동시대에 활동했던 트럼페터 테렌스 블랜차드(Terence Blanchard), 엘리스 마살리스에게 피아노를 사사했던 해리 코닉 주니어(Harry Connick Jr.), 90년대 영라이언으로 주목받았던 트럼페터 니콜라스 페이튼(Nicholas Payton), 도날드 해리슨(Donald Harrison) 등이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나 활동하고 있는 재즈 뮤지션들. 이외에 닥터 존(Dr. John)같은 블루스 뮤지션도 뉴올리언스 출신이며 더티 더즌 브라스 밴드(Dirty Dozen Brass Band)와 갈라틱(Galactic)같은 밴드들 역시 뉴올리언스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뉴올리언스에 재즈는 다시 울려퍼지는가?

미시시피강 어귀에서 160km 가량 상류에 위치하고 있는 뉴올리언스는 도시 일대가 저습한 지대이며 또 바다에 인접한 탓에 늘 허리케인과 홍수의 위협에 시달려왔다. 때문에 뉴올리언스는 대규모의 상수도와 배수시설 및 방수로를 개설하여 이러한 피해를 줄이고자 노력해왔는데 그래도 이번 카트리나의 재앙은 피할 수 없었다. 카트리나가 지나간 뉴올리언스에는 지금 굶주림과 약탈, 공포로 가득차 있다. 시체 수습과 쓰레기 처리 그리고 도시에 잠긴 물을 빼내는 데에도 어마어마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아예 도시 전체를 이전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

뉴올리언스 재즈의 상징이었던 프렌치 쿼터와 버번 스트리트, 베이신 스트리트가 모두 이번 카트리나 대재앙의 피해를 면치 못했다. 또 1961년 문을 연 이후 밤마다 재즈를 공연하면서 관광객을 끌어들였던 ‘프리저베이션 홀’ 역시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무기한 영업 중단을 밝힌 상황.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휩쓸고 간 지금, 대다수 시민과 많은 재즈 팬은 뉴올리언스의 재건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여러 모금행사가 세계적으로 펼쳐지고 있는데 여기에 뉴올리언스 출신의 윈튼과 브랜포드 마살리스 형제가 앞장서서 나서고 있기도 하다. 약 100여년간 매일 재즈 선율이 끊기지 않았던 뉴올리언스, 과연 이곳에서 재즈는 다시 울려퍼질 수 있을까?
강대원(jara180@chang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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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홍세화 > [씨네21] 재즈의 재즈에 대한, 재즈를 위한 영화와 음반 10선

[씨네 21 No.419] 2003년 9월 9일

재즈의 재즈에 대한, 재즈를 위한 영화와 음반 10선 - 황덕호

영화로 듣는 전설의 재즈 명언


지난 96년 카네기홀, 영화계의 인사이자 재즈의 후원자이기도 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위해 열렸던 대규모 재즈 콘서트에서 색소폰 주자 조슈아 레드먼은 “많은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서 꾸준히 재즈를 사용해온 클린트에게 감사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영화 속에서 재즈가 쓰인다는 것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특별한 선택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보기에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표현일 뿐이다. 재즈가 쓰인 할리우드영화들은 본격적인 재즈영화에서부터 로맨틱코미디에 이르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그 수많은 리스트 가운데서 재즈가 차고 넘쳤던 영화를 쉽게 떠올리지 못한다.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는 반드시 들어야 할 위대한 예술가이지만 듀크 엘링턴은 여전히 몰라도 상관없는 ‘흑인’ 음악가이기에 우리에게 재즈는 한낱 백그라운드 뮤직에 불과했던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영화 <카튼 클럽>이 국내 흥행에서 참패한 이유에 대해 고(故) 정영일씨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재즈의 고전들을 우리가 잘 모른 탓도 있다고 당시 글에 쓴 적이 있는데, 그러고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재즈에 대한 상황은 별로 달라진 게 없는 듯하다(올해 국내 개봉한 영화 <시카고>에 쓰인 음악은 ‘재지’하긴 해도 재즈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그건 제임스 라스트나 리처드 클라이더만의 음악이 클래식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필자는 재즈의 문 앞에서 서성이는 많은 사람들이 그 문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방법으로 영화가 아주 유용한 매개체라고 믿고 있다. 왜냐하면 영화란 음악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예술이며 더욱이 그 음악을 돋보이게끔 하는 어떤 ‘맥락’ 안에 그것을 담아 놓기 때문이다(물론 그 ‘맥락’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접근을 가로막기도 하지만).

다음의 영화들은 재즈를 단순히 배경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카메라를 재즈 속으로 밀어넣음으로써 재즈의 세계로 우리를 끌어들일 수 있는 몇편의 영화들이며(아울러 이 영화들은 모두 국내 비디오 또는 DVD로 만날 수 있다) 그 영화로부터 시작된 몇장의 재즈음반 컬렉션이다.

광기어린 즉흥연주 <버드>

<캔자스 시티>에 등장하는 고적대의 흑인소년이 이른 아침 집으로 돌아갔을 때 그의 어머니 에디 파커는 이 소년을 찰리라고 불렀다. 그리고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 캔자스 시티 소년의 일대기, 그러니까 모던재즈의 창시자 찰리 파커의 생애를 그린 영화 <버드>를 88년에 만든다. 이 영화는 <아마데우스>와 달리 한 음악가의 천재성에 그리 주목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이면에 놓인 상처와 파멸해가는 개인사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찰리 파커의 천재적인 음악성을 가장 압도적으로 묘사한 장면이 있는데 뉴욕에서 유명해진 그의 연주를 듣기 위해 캔자스 시티의 선배 연주자 버스터 프랭클린이 찾아오는 대목이다. 이미 8년 전 파커의 연주를 들은 적이 있던 그는 파커의 명성을 비웃고 있었다. 하지만 클럽에 들어서자마자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즉흥연주로 <Lester Leaps in>(레스터 영 작품)을 연주하는 파커의 모습을 보자 그는 경악에 빠져든다. 그리고 그날 밤 절망한 그는 자신의 색소폰을 강물에 집어던진다.

♣ 모던 재즈의 창시자 찰리 파커의 생애를 그린 <버드>에 쓰인 파커의 알토 색소폰 연주는, 그의 실제 녹음과 새로 녹음한 반주를 합성한 것이다. 찰리 파커는 실황음반 <1949 JAZZ at the Philharmonic>에서 <Lester Leaps in>을 광기어린 즉흥연주로 녹음한 바 있다.

♣ <라운드 미드나잇>에 직접 출연했던 바이브라폰 주자 바비 허처슨의 <Chan\'s Song>은 허비 핸콕이 오리지널 곡을 작곡했다.

♣ 34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파커의 시신을 실은 영구차가 낙엽 쌓인 비 젖은 거리를 빠져나가는 장면 위로 킹 플레주어가 부르는 <Parker\'s Blues>가 흐른다.

<버드>에 쓰인 파커의 알토 색소폰 연주는 파커의 실제 녹음에서 따와 새로 녹음한 반주 부분과 합성한 것으로, 그는 실황음반 <1949 Jazz at the Philharmonic>(버브)에서 <Lester Leaps in>을 광기어린 즉흥연주로 녹음한 바 있다. 이 연주에서는 파커가 존경하던 레스터 영을 비롯해서 로이 엘드리지, 플립 필립스 등 스윙시대의 선배 연주자들이 독주자로 등장해 함께 경합을 펼치는데 그들 속에 속한 파커의 솔로는 새로운 모더니스트로서의 자신의 면모를 좀더 선명히 부각시킨다. 선배들이 즉흥연주 속에서도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주제의 흔적들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코드만을 좌표로 삼은 파커의 솔로는 새로운 세계 속으로 비상한다.

영화 <버드>는 파커의 시신(그는 34살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을 실은 영구차가 낙엽 쌓인 비 젖은 거리를 홀연히 빠져나가며 담담하게 끝을 맺는다. 그리고 그 장면 위로 파커의 블루스 넘버 <Parker’s Mood>가 흐르는데 이때 나는- 무척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형언할 수 없는 전율에 휩싸였다. 흔히 듣던 파커의 알토 연주가 아닌 보컬이, 그것도 파커가 남긴 그 ‘요철기복’의 선율을 그대로 살린 채 가사 한자 한자가 그 위에 얹혀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절묘한 노래에서 필자는 맨해튼 트렌스퍼에게서 그저 무심히 들었던 보컬리즈(vocalese, 흔히 모음창법을 의미하는 vocalise와는 다르다)의 매력을 뒤늦게 깨우친 것이다(하지만 <버드>의 사운드트랙에는 아쉽게도 보컬버전이 아닌 파커의 연주만이 담겨 있다). 이 노래의 주인공은 킹 플레주어로, 그의 60년 음반 <Golden Days>(하이파이 재즈)는 제목처럼 그의 대표곡들을 망라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음반에는 <Parker’s Mood> 외에도 그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Moody’s Mood for Love>를 담고 있는데 이 곡 역시 스탠더드 넘버 <I’m in the Mood for Love>를 완전히 뒤틀어버린 알토 색소폰 주자 제임스 무디의 전설적인 49년 녹음을 텍스트로 삼아 여기에 가사를 붙인 노래다.

고전의 위엄, <라운드 미드나잇>

약물로 파멸된 찰리 파커의 모습은 1940∼50년대 재즈 뮤지션들 사이에서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있어 약물은 60년대 록 뮤지션들에게서처럼 아주 ‘당연한 문화’였기에 우리는 베르트낭 타베르니에 감독의 86년 영화 <라운드 미드나잇>에서 인생의 벼랑에 몰린 또 한명의 재즈 뮤지션을 만나게 된다. 이 영화의 주인공 데일 터너는 비록 실존했던 인물은 아니지만 그의 이야기는 역시 술과 약물로 자신의 삶을 파멸시키고 유럽에서 긴 시간을 유배해야만 했던 레스터 영과 버드 파웰(타베르니에는 이 영화를 이 두 사람에게 바쳤다)의 실제 이야기를 수시로 교차시킨다. 그리고 비슷한 인생의 굴곡을 맛본 테너맨 덱스터 고든이 그 역할을 맡아 영화의 진실성은 매우 각별했다.

이 영화의 타이틀이자 주제곡이기도 한 셀로니오스 몽크의 작품 <라운드 미드나잇>(Round Midnight)은 재즈 발라드의 최고 걸작이란 찬사가 붙을 만큼 수많은 연주자들의 손이 거쳐간 스탠더드 중 스탠더드다. 사운드트랙에는 바비 맥퍼린의 스캣으로 담겨 있지만 마일즈 데이비스 5중주단의 55년 녹음 <Round About Midnight>(콜럼비아)은 이 곡을 실질적인 스탠더드 넘버로 만든 기념비적인 명연주다. 폭풍 전야의 적막과도 같은 마일즈의 트럼펫과 이후 격랑을 몰고 오는 존 콜트레인의 테너가 빚어내는 극적인 대조는 이후 수많은 ‘모방품’들이 범접할 수 없는 고전의 위엄을 지니고 있다.

<라운드 미드나잇>의 음악감독을 맡은 허비 핸콕은 이 영화를 위해 너무도 아름다운 발라드 넘버 하나를 만들었는데 극중에서는 테일 터너가 그의 어린 딸을 위해 작곡한 것으로 되어 있는 <Chan’s Song>이다. 이 곡은 90년대로 접어들면서 많은 연주자들이 녹음으로 남겨 점차 스탠더드가 되어가는 추세인데, 사운드트랙에 실린 바비 맥퍼린의 스캣도 아름답지만 영화에 직접 출연했던 바이브라폰 주자 바비 허처슨의 98년 음반 <Skyline>(버브)에 실린 연주는 그 담백함이 일품이다. 느린 전주로 시작하여 원곡의 아름다움을 지키되 작품의 감상(感傷)에 크게 기대지 않고 후반으로 갈수록 그루브를 살려낸 것은 이 연주의 큰 매력이다.

♣ 셀로니오스 몽크의 <라운드 미드나잇>은, 마일즈 데이비스 5중주단의 55년 녹음 <Round About Midnight>으로 인해 명실상부한 최고의 스탠더드 넘버로 자리잡았다.

♣ <Goodbye pork pie Hat>은 레스터 영이 파리에서 돌아오자마자 세상을 떠났을 때 밍거스가 그를 추모하며 만든 진혼곡이다.

♣ 64년 녹음한 <A love Supreme>은 존 콜트레인이 만년에 신께 바친 일종의 고해성사와 같은 곡으로, 콜드레인의 정점을 들려준다.

재즈의 흥분, 그 극한 <모 베터 블루스>

알코올과 약물의 상흔이 깊이 패어 있는 재즈계가 오늘날 이들의 유혹으로부터 철저히 거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은 스파이크 리 감독의 90년 영화 <모 베터 블루스>의 주인공 블릭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마살리스 형제들로 상징되는 80∼90년대 재즈 뮤지션의 스마트한 위상은 전혀 뜻밖의 함정을 통해 위기로 빠져들 수도 있다. 그것은 인생에 화려한 절정 뒤에 매복하고 있는 오만과 우유부단이다.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 음반은 브랜포드 마살리스와 빌 리(스파이크의 아버지)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지만 사실 영화 속에는 사운드트랙에 담기지 않은 중요한 재즈의 고전 두곡이 등장한다. 그 첫 번째 곡은 청부업자들의 폭행으로 입술이 터진 블릭이 병원에 누워 있는 장면에서 흐르는 찰스 밍거스의 59년 작품 <Goodbye Pork Pie Hat>이다. 밍거스의 음반 <Mingus Ah Um>(콜럼비아)에 실린 곡으로, 그해 레스터 영이 파리에서 뉴욕으로 돌아오자마자 세상을 떠났을 때 밍거스가 그를 추모하며 만든 진혼곡이다. 흑인 교회적인 작품의 분위기는 다분히 밍거스다운 것이지만 부커 어빙의 그답지 않은 부드러운 테너 사운드는 확실히 레스터 영에 대한 애잔한 오마주다. 이보다 조금 더 격렬하게 빅밴드 편성으로 녹음한 63년 버전(임펄스 레코드의 음반 <Mingus Mingus Mingus>에 실려 있다)도 훌륭하지만 오리지널 버전에서 묻어나는 그 허무는 자꾸 그곳으로 손이 가게끔 만든다.

♣ 아프로-쿠반 재즈의 고전 <Manteca>의 최고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57년 디지 길레스피의 실황음반 <Dizzy Gillespie at Newport>.

♣ 런던에서 망명을 시도했던 당시의 아루투로 산도발과 길레스피 빅밴드와의 연주가 실린 <Live at the Royal Festival Hall>.

♣ 빅밴드 레코딩의 가장 이상적인 구현이라 할 수 있는 <Chairman of the Board>. 좌우 채널을 통해 팽팽하게 맞서는 색소폰과 트럼펫 섹션의 대칭이 인상적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두 번째 고전은 존 콜트레인의 64년 모음곡 <A Love Supreme>(임펄스)의 첫 번째 악장 <Acknowledgement>다. 이 곡은 방황하던 블릭이 진실했던 여인 인디고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영화의 종반부에 흐르는데(이 음반의 표지는 대형 사진이 되어 블릭의 거실에 걸려 있다), 약물의 위기로부터 새로운 삶의 길을 발견한 콜트레인이 만년에 신께 바친 일종의 고해성사란 점에서 절묘한 감동을 준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가는 음반을 통해 전체 악장을 온전히 들었을 때 느낄 수 있다. 약 33분에 이르는 이 모음곡은 구도의 숭고함 속에서도 재즈의 흥분을 끝까지 관철시켰다는 점에서 콜트레인 음악의 정점을 들려준다.

비장한 열기 <리빙 하바나>

<라운드 미드나잇>이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재즈 뮤지션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면 <리빙 하바나>(원제는 <For Love or Country>)는 재즈가 금지된 땅에서 재즈를 열렬히 사랑한 한 연주자의 모습을 담고 있는 영화로, 쿠바 출신이자 90년 미국으로 망명한 재즈 트럼펫 주자 아르투로 산도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산도발 자신이 직접 음악을 담당한 영화다. 그가 망명 이전부터 미국 재즈계에 그 이름을 알렸던 것이 찰리 파커와 함께 모던재즈를 창조했던 디지 길레스피의 협력 덕분이었기에 이 영화에는 그의 음악이 다수 등장하는데 특히 영화 도입부를 장식한 길레스피의 작품 는 압도적이다. 47년에 작곡된 이 아프로-쿠반 재즈의 고전을 길레스피는 여러 차례 녹음했지만 그중에서 57년 실황음반 <Dizzy Gillespie at Newport>(버브)에 담긴 연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리 모건, 베니 골슨, 윈튼 켈리 등 당시 ‘젊은 사자’들로 이뤄진 그의 빅밴드가 뿜어내는 열기는 쿠반 재즈의 표본, 바로 그것이다(분명히 말하지만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음악은 너무도 훌륭한 쿠반 음악이긴 해도 쿠반 재즈는 결코 아니다). 아울러 영화의 마지막 부분, 산도발은 길레스피 빅밴드와의 유럽 투어에 참여해 런던에서 망명을 시도하는데 당시 긴장과 번민에 휩싸였을 산도발의 연주는 디지 길레스피의 90년 음반 <Live at the Royal Festival Hall>(엔자)에 그대로 담겨 있다. 영화를 본 뒤 다시 음반을 들었을 때 느낀 것이지만, 산도발의 연주는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 연주가 될지도 모른다는 비장한 열기를 곳곳에서 토해낸다. 이렇듯 영화는 음악을 새롭게 듣도록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90년대 최고의 재즈 사운드트랙 <캔자스 시티>

에서 방영된 특집 프로그램의 음원을 CD에 담은 <The Sound of Jazz>에서 지미 러싱의 명연으로 <I Left My Baby>를 들을 수 있다.

로버트 알트만의 95년 영화 <캔사스 시티>는 재즈에 관한 영화는 아니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도 재즈와 재즈 연주장면이 비중있게 쓰인 영화다. 그러므로 이 영화의 여러 장면들은 공황기 재즈의 새로운 메카로 떠올랐던 캔자스 시티에 대한 아주 그럴싸한 허구적 고증(?)으로 재즈팬들을 열광시킨다. 예를 들어 영화의 도입부에서부터 클럽 유리창에 붙어 있는 “재즈의 전쟁, 콜맨 호킨스 대 레스터 영”이란 제목의 포스터는 34년 캔자스 시티에서 벌어졌던 두 명인의 전설적인 철야 연주대결을 근거로 한 것이며 흔치 않은 여성 피아니스트의 등장, 그리고 열띤 테너 색소폰들의 각축은 당시 캔자스 시티의 명인들이었던 메리 루 윌리엄스, 벤 웹스터, 허셸 에반스를 한눈에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진짜 기막힌 장면은 뚱뚱한 몸집의 가수 한명이 무대가 아닌 바 안쪽에서 <I Left My Baby>를 부르는 장면으로, 이 모습은 역시 이 중서부 도시 출신의 가수 조 터너와 지미 러싱(이들은 모두 거구였다)이 바텐더 혹은 햄버거 가게 종업원이었다는 숨겨진 사실을 정확히 끄집어낸다.

단언하건대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90년대 발매된 수많은 재즈음반 가운데서 손에 꼽힐 명반이다(아직 들어보지 못한 재즈팬이 있다면 반드시 들어보라!). 특히 케빈 마호가니가 부른 <I Left My Baby>는 캔자스 시티의 걸쭉한 블루스 잼세션이 아직 살아 있음을 들려준다. 하지만 이 곡의 원래 주인인 지미 러싱도 이에 못지않은 명연을 남겼는데, 57년 <CBS>에서 방영된 특집 프로그램의 음원을 CD에 담은 <The Sound of Jazz>(콜럼비아)에 이 연주가 실려 있다. 여기에는 카운트 베이시를 비롯해 레스터 영, 콜맨 호킨스, 로이 엘드리지 등 스윙시대를 호령했던 명인들이 대거 등장해 그들의 유장한 솔로를 들려준다.

<캔자스 시티>에서 재즈팬에게 인상적이었던 또 하나의 장면은 대리모가 되기 위해 이 도시를 찾아왔다가 길을 잃은 한 흑인소녀를 고적대의 흑인소년이 늦은 밤 재즈클럽으로 데려가는 대목이다. 이때 이 소년은 소녀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저기 저 사람이 레스터 영이야.” 그리고 이때 카메라는 레스터의 사운드를 90년대로 이어간 테너맨 조슈아 레드먼을 클로즈업한다. 이 장면에서 연주되는 곡은 캔자스 시티 재즈를 대표했던 명곡 <Moten Swing>으로, 이 곡은 20년대 후반부터 이곳을 장악했던 베니 모텐의 곡이지만 이 곡을 널리 알린 인물은 복마전과 같았던 캔자스 시티 재즈계의 최후 승자 카운트 베이시였다. 그는 이 곡을 여러 번 녹음했다. 하지만 58년 음반 <Chairman of the Board>(룰렛)에 담긴 연주는 그야말로 빅밴드 레코딩의 가장 이상적인 구현이라 부를 만한 호연이다. 좌우 채널을 통해 팽팽하게 맞서는 색소폰과 트럼펫 섹션의 대칭은 재즈 오케스트라의 매력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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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Meets The Rhythm Section, Art Pepper, OJC
02. At The Pershing: But Not For Me, Ahmad Jamal, UNI/MCA
03. Live At Carnegie Hall (1938), Benny Goodman, Sony
04. Audience With Betty Carter, Betty Carter, PGD/Verve
05. Waltz For Debby, Bill Evans, OJC
06. I Like Jazz: The Essence Of Billie Holiday, Billie Holiday, Sony
07. Total Eclipse, Bobby Hutcherson, Cema/Capitol
08. Best Of Bud Powell, Bud Powell, Emd/Blue Note
09. El Sonido Nuevo (The New Soul Sound), Tjader/Palmieri, PGD/Verve
10. Soul Sauce, Cal Tjader, PGD/Verve

11. Somethin' Else, Cannonball Adderley, Emd/Blue Note
12. Great American Songbook, Carmen McRae, WEA/Atlantic
13. Leaving This Planet, Charles Earland, Prestige (Fantasy)
14. Mingus Mingus Mingus Mingus Mingus, Charles Mingus, Uni/Impulse
15. Mingus Ah Um, Charles Mingus, Sony
16. Genius Of The Electric Guitar, Charley Christian, Sony
17. Jazz At Massey Hall, Charlie Parker, OJC
18. South Of The Border: The Verve Latin-Jazz Sessions, Charlie Parker, PGD/Polygram
19. Chet Baker & Crew, Chet Baker, Cema/Capitol
20. Light As A Feather, Chick Corea, PGD/Verve

21. Beneath the Mask, Chick Corea Elektric Band, UNI/GRP
22. With Strings, Clifford Brown, EmArcy
23. Body & Soul, Coleman Hawkins, BMG/RCA Victor
24. Complete Decca Recordings [Box], Count Basie, Uni/Decca
25. Time Out, Dave Brubeck, Sony
26. Mountain Dance, Dave Grusin, UNI/GRP
27. Dexter Rides Again, Dexter Gordon, Savoy
28. What A Difference A Day Makes, Dinah Washington, PGD/Verve
29. Complete RCA Victor Recordings 1937-1949, Dizzy Gillespie, BMG/RCA
30. New Perspective, Donald Byrd, Emd/Blue Note

31. Great Paris Concert, Duke Ellington, WEA/Atlantic
32. Live At Newport, 1958, Duke Ellington, Sony
33. And His Mother Called Him Bill, Duke Ellington, BMG/RCA
34. Best Of Earl Klugh, Emd/Blue Note
35. Two of a Kind, Klugh/James, Cema/Capitol
36. Electrifying Eddie Harris/Plug Me In, Eddie Harris, WEA/Atlantic/Rhino
37. Sings The George & Ira Gershwin Songbook[Box], Ella Fitzgerald, PGD/Verve
38. Early Years: Part 1 & 2 [Box], Ella Fitzgerald, Uni/Decca
39. Out To Lunch, Eric Dolphy, Emd/Blue Note
40. Concert By The Sea, Erroll Garner, Sony

41. Joint Is Jumpin', Fats Waller, BMG/RCA
42. Breezin', George Benson, WEA/Warner Brothers
43. Beyond The Blue Horizon, George Benson, Sony
44. Mister Magic, Grover Washington Jr., PGD/Motown
45. Maiden Voyage, Herbie Hancock, Emd/Blue Note
46. Headhunters, Herbie Hancock, Sony
47. Song For My Father, Horace Silver Quintet, Emd/Blue Note
48. Best of Hubert Laws, Hubert Laws, Sony
49. In The Beginning, Hubert Laws, Sony
50. New Soil, Jackie McLean, Emd/Blue Note

51. Word Of Mouth, Jaco Pastorius, WEA/Warner Brothers
52. Mr. Jelly Lord, Jelly Roll Morton, WEA/Atlantic/Rhino
53. Sermon, Jimmy Smith, Emd/Blue Note
54. Blue Train, John Coltrane, Emd/Blue Note
55. Giant Steps, John Coltrane, WEA/Atlantic
56. Love Supreme, John Coltrane, Uni/Impulse
57. Koeln Concert, Keith Jarrett, BMG/ECM
58. Inflated Tear, Rahsaan Roland Kirk, WEA/Atlantic
59. Sing A Song Of Basie, Lambert, Hendricks, & Ross, Uni/Impulse
60. Sidewinder, Lee Morgan, Emd/Blue Note

61. Swiss Movement:Montreux 30th Anniversary, Mccann/Harris, WEA/Atlantic/Rhino
62. Jazz Giants, Lester Young, PGD/Verve
63. Flying Home, Lionel Hampton, Drive
64. Hot Fives, Louis Armstrong, Jazzterdays
65. Zodiac Suite, Mary Lou Williams, Smithsonian/Folkways
66. M'Boom, Max Roach, Sony
67. Real McCoy, McCoy Tyner, Emd/Blue Note
68. Birth Of The Cool, Miles Davis, Emd/Blue Note
69. Relaxin' With The Miles Davis Quintet, Miles Davis, OJC
70. Kind Of Blue, Miles Davis, Sony

71. Sketches Of Spain, Miles Davis, Sony
72. Miles Smiles, Miles Davis, Sony
73. The Last Concert, Modern Jazz Quartet, WEA/Atlantic
74. Blues And The Abstract Truth, Oliver Nelson, Uni/Impulse
75. Shape Of Jazz To Come, Ornette Coleman, WEA/Atlantic
76. Oscar Peterson Trio (Pablo), Pablo
77. Offramp, Pat Metheny Group, BMG/ECM
78. As Falls Wichita, So Falls Wichita Falls, Metheny/Mays, BMG/ECM
79. Walking in Space, Quincy Jones, Rebound Records
80. Complete Sidney Bechet Vol. 1 & 2(1932-1941), Sidney Bechet, BMG/RCA

81. Saxophone Colossus, Sonny Rollins, OJC
82. Morning Dance, Spyro Gyra, Amherst
83. Spyro Gyra, Spyro Gyra, Amherst
84. Best Of Stan Kenton, Stan Kenton, Emd/Blue
85. Getz/Gilberto, Getz/Gilberto, PGD/Verve
86. Best Of The Blue Note Years, Thelonious Monk, Emd/Blue Note
87. Speak No Evil, Wayne Shorter, Emd/Blue Note
88. Heavy Weather, Weather Report, Sony
89. Incredible Jazz, Guitar Of Wes Montgomery, Wes Montgomery, OJC
90. Rhythm And Blues, World Saxophone Quartet, WEA/Elektra

91. Black Codes (from the Underground), Wynton Marsalis, Sony
92. Mode For Joe, Joe Henderson, Emd/Blue Note
93. Straight Up, Bob James, WEA/Warner Brothers
94. City Tribes, Charles Fambrough, Evidence Music
95. Land of the Midnight Sun, Al DiMeola, Sony
96. Stolen Moments, Stanley Jordan, Cema/Capitol
97. Judgement!, Andrew Hill, Emd/Blue Note
98. Moanin', Art Blakey, Laserlight
99. Piano Starts Here, Art Tatum, S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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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31 21: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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