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강연회에 다녀왔습니다.
마포 서강구립도서관에서 열렸답니다.
좌석이 많지는 않아서 어린이들은 바닥에 앉았어요.
기억에 의존해서 작성한 내용이라 확실하지 않은 내용도 있으니 이해해주세요~
강연회가 시작되자,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책, [문제가 생겼어요!] 한 장 한 장이 스크린에 보여지면서...한 가족이 그 내용을 낭독했어요.
낭독이 끝나자, 이보나씨가 인사를 했습니다. 자신의 책을 한국말로 낭독하는 것을 처음 들었다며 너무나 아름답게 낭독해주신 가족 전체에게 감사드린다고 ...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하시더군요.
일요일은 가족들과 집에서 보내야 하는데 화창한 날 이 곳, 도서관에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실내에서 있어야 하지만 재미없게 두 시간을 보내지는 않을 것 같다고... 창이 지금 닫혀있지만, (건물의 창) 책은 세상과 연결해주는 창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조근조근 조용하게 말씀을 어찌나 이쁘게 잘 하시던지 박수가 절로 나왔어요.
그 뒤에 아까 낭독한 가족의 아버님 목소리와 함께 [생각연필]을 한 권 더 보고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옆에 계신 분은 통역해주신 분입니다.
자신은 한국 출판사에 가족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대요.
자신의 책이 다소 철학적이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한국 출판사는 자신을 신뢰해주었다면서요.
그리고 그동안 출판되었던 책을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해주시더군요.
한국에서 [발가락]과 [생각]을 처음 냈다고 했습니다.
잠자기 전에 누워서 이불 밑으로 나온 발가락을 보면서 상상하는 그림책이라고요.
[생각]은 [생각연필]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으면서 또 다르다고 하시더군요.
자신은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데 이 책을 맡겨서 한국의 출판사가 자신을 전적으로 신뢰해주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리고 [생각하는 A,B,C]을 냈죠.
[생각하는 A,B,C]는 브라티슬라바 비엔날레(BIB)의 황금사과상을 받았어요.
한글보다는 만들기가 훨씬 수월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상대주의에 대한 책이라고
어린이들은 어려운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름대로 이해한다고 했습니다.
어느날은 소재나 그림이 전혀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있는데
또 어느날은 한순간에 생각나는 때가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차에서 출발하려고 키를 돌렸는데 눈 앞에 책 내용이 쫙 펼쳐졌다고 하네요.
이 책은 상상그림책 첫째 권입니다.
어린 아이가 할머니가 수를 놓은,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식탁보에 실수를 해서 이를 어떻게 해야하나 걱정을 합니다.
여기저기서 고민을 하고 방법을 찾고 다른 사람 탓을 할까 생각하죠.
하지만 반전이 있습니다.
엄마는 식탁보를 보고 아이를 야단치는 대신에 다리미를 달구어 자국을 하나 더 만듭니다.
그 덕분에 할머니, 엄마, 나까지 좋은 기억을 가지게 되었다는 내용이에요.
이 책은 상상그림책 둘째 권입니다.
그리고 세번째가 [생각연필]입니다.
좋은 생각이 어떻게 떠오르는가에 관한 책인데 자신도 좋은 생각이 어디서 오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시더군요.^^
어린이들이 질문을 하였습니다.
-책을 어떻게 만들게 되었냐는 질문에
책을 무척 좋아하는데 아이를 낳고 아이들에게 읽어줄 책이 없어서...폴란드에는 이전에는 훌륭한 책이 많았지만 지금은 별로 없어서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사진이 찍힌 개가 궁금해요?라는 질문에
자신이 무척 좋아하는 강아지라며 질문을 해주어서 기쁘다고 했습니다. 강아지 이름이 퓨마인데 개이지만 생긴게 고양이를 닮아서 퓨마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저 사진을 찍을 때는 어렸는데 지금은 아홉살이라고...
-초등학교 때 학점이 어땠냐는 질문에...
자신은 성적이 좋은 학생이었다고 하시더군요.
수학을 좋아해서 지금도 수학문제를 푼다고 합니다.
그림책은 시작은 그렇지 않지만 끝은 논리적으로 마무리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수학문제 푸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하네요.
아들은 이런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한대요. 수학은 질색이라면서 어떻게 수학을 좋아하냐고 한다고 하시더군요.
그러자 한 아이가 예술가가 되려면 수학을 잘해야 해요?라고 질문하더군요.
이보나씨는 아니라며 많은 예술가들이 수학을 잘 하지 못한다며 오히려 인문학을 더 가깝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어떤 책을 만들 때 가장 재미있었냐는 질문에...
[생각하는 ABC]를 만들 때 재미있었다고 했습니다.
코알라로 K를 만들 때는 나무 위에 있는 어미 코알라를 밑에 있는 아기 코알라가 잡아당기는 모습으로 K를 만들었다고 하고 R을 만들 때는 비는 표현하기 힘들어서 우산으로 표현을 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이런 고민을 하는게 유쾌했다고 했습니다.
책을 만드는 것은 반은 즐겁고 반은 힘들지만(?) 자신은 책을 만드는게 너무 좋대요.
-대학때 전공이 뭐였냐는 질문에는...
판화를 전공했다고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책의 내용을 만든다거나 새로운 판화를 만들지 못해 예전부터 해왔던 방식대로만 해야 했다고 했습니다.
그 뒤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시다가 아이를 낳고 그림책을 만드셨답니다.
-폴란드에서도 유명한가요?라는 질문에...
폴란드에서는 자신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번 방문에는 남편과 17살 첫째 아들이 같이 왔습니다.
남편분은 기계쪽 일을 하셨는데 다시 미대에 들어가서 지금은 코페르니쿠스대학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었다고 합니다.
남편분께 부인이 일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했더니
자신은 부인이 일을 하는 걸 좋아한다면서 부인이 일하면 자신이 좀 덜 일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시더군요.
이보나씨도 코페르니쿠스 대학에서 그림책 만드는 과목을 (3학점짜리^^;)를 가르치신대요.
미술교육과에서 가르치는데 이런 강의는 전에는 없었던 거라고 하네요.
이분이 아드님. 한글이 써진 티셔츠를 입고 있더군요.
처음 방문하셨다는데 이보나...작가가 강연회로 바쁠 때 두 분은 관광을 하셨다면서
이보나씨는 부러워 하시더군요.
엄마가 만든 책이 기억나냐고 물었는데 자신은 어려서 기억이 안 난다고 하더군요.
그 때 이보나씨가 자동차 책 기억 안나?하고 물으니, 그건 기억 난다면서...
집에 르노 자동차가 있어서 그 자동차로 이야기를 만들었대요.
이야기가 길어지니 아이들이 지루해하기 시작해서 중간에 이보나씨 가족의 동요를 들었어요.
폴란드 유치원에서 많이 부르는 노래라고 하더라구요.
많이 흔들렸네요~그냥 이렇구나 하고 봐주시길...^^;
-출판사 편집 담당하시는 분은 출판사 선정 기준이 있냐며 자신의 출판사에서 책을 낼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자신의 책은 논장 출판사에서 대부분 나왔지만, [마음의 집]은 창비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창비는 외국 작가의 책은 내지 않는데 이례적으로 자신과 책을 내었다고 하더군요.
[시간의 네 방향]이 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왔고, [두사람],[파란 막대/파란 상자],[안녕 유럽]이 보림에서 나오고 [비움]은 이지북스 책을 내고요.
출판사나 그 밖의 한국 관련 일은 그날 통역하셨던 이지원님과 상의하시고 결정하시는 듯 했어요.
이지원님은 한국외대에서 폴란드어를 전공하고 폴란드에서 그림책과 미술사를 공부하셨다고 하던데 볼로냐 도서전에서 이보나님의 그림을 보고 두 편을 골라 한국 출판사에 보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한국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또, 다른 도서관에서 오신 분은 자신의 도서관에도 한 번 와달라고 하시더군요.
-폴란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책을 낼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안녕 유럽]에 폴란드 이야기가 있어서 그 안에서 폴란드 문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몇몇 책이 있었는데 저는 잘 모르는 책이라 기억이 나지 않네요.
-아이들을 키울 때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자신은 아이를 키울 때 간섭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좀 방관하는 입장이라고 잘못하는 일이 있어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해시키지만 야단은 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어른도 자기보다 키가 1미터 큰 사람이 야단친다면 뭐가 좋을까요?라고 하시더군요.
매년 볼로냐 도서전을 가서 신작을 모두 본다고 합니다.
자신은 작년에 브라티슬라바 비엔날레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는데 요근래 한국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고 한국은 유럽의 어린이 책 시장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에는 다양한 나라의 어린이 책이 있다면서요.
이보나씨는 한국을 무척 좋아하신다고 해요. 폴란드로 돌아가실 때마다 우신다고 한 것 같아요.
이번에 가족들도 같이 왔으니 가족들도 이제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실 것이라는 말씀도 하셨어요.^^ 뭐가 좋냐는 물음에 남편분은 소주, 막걸리, 한국 음식 이런게 좋다고 뒷자리에서 크게 말씀하시더군요.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 수 있게 해주고 자신을 믿어주어서 우리 나라에 감사하다는 말을 마지막에 하시더군요.
저는 [마음의 집]에 사인을 받았어요. 제 한글 이름으로...
본래 한글 이름은 힘들어서 안 써주신다는데 뒤로 사람이 얼마 남지 않아서 해주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