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못하는 사람이 외국 비행기를 타서 고생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써봅니다 ^^;;;

그동안 겪어왔던 저의 무수한 황당엽기 에피소드 중에서 몇 개 ㅠ_ㅠ

1. JAL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일어를 조금 배우기 시작했던 저는 기내 승무원이 오면 일어로 말해봐야지...하며
승무원이 점점 다가올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답니다.

마침내 승무원이 제 자리로 와서 뭘 마시겠냐고 물어봤어요.
전 일어로 미루쿠 (milk)라고 최대한 혀를 뻣뻣하게 해서 말했답니다.
그랬더니 승무원이 활짝 웃으며 저에게 건내준 것은....

맥주 (비루, beer)  ㅠ_ㅠ (전 기내에서 술 안마시거든요 ㅠ_ㅠ)
미루쿠가 어찌 비루로 들린단 말입니까...
저는 마시지도 않는 맥주를 떡하니 들고 황당하기가 그지없었죠.

열받은 저는 돌아가는 길에 한번 더 시도했어요.
다시 혀를 최대한 뻣뻣하게...미루쿠 구다사이-
믿거나 말거나 승무원이 건내준건
또 맥주 ㅠ_ㅠ ㅠ_ㅠ ㅠ_ㅠ
그 다음에는 상당 기간 일본 국적기를 타도 뭘 얻어먹을 때는 영어만 썼다는 슬푼 전설이 있습니다 ㅠ_ㅠ

2. 역시 일본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 거의 다 도착해서 슬슬 내릴 준비를 하던 저는 아차차..하고 말았죠.
아빠가 일본 맥주 좀 사오라고 하셨는데 ㅠ_ㅠ 그만 깜빡 까먹은겁니다.

어떡하지...하다가 제 머릿속에 번쩍 떠오른 생각!
아하~ 승무원에게 캔맥주 하나 가져다 달라면 되겠구나~~
빈손보다는 한 캔이라도 가져가는게 낫겠지~~ 하면서 승무원을 불렀습니다.
(지금은 돈 받지만 예전에는 국제선은 술 공짜였죠;;)
거의 내릴 때가 다 되어서 승무원들이 막 바쁘게 쓰레기 수거하고 착륙 준비 하는 순간이었어요.
'저 죄송하지만 맥주 한 캔만 주시겠어요~' 하고 부탁했더니 선선히 네- 하더라구요.
저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기다렸죠.

잠시 후 맥주 한 캔과 플라스틱 컵을 들고 나타난 승무원.
'여기 있습니다 손님' 하면서 글쎄 글쎄 ㅠ_ㅠ
맥주 캔 뚜껑을 띡-하고 따더니 저에게 건네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ㅠ_ㅠ ㅠ_ㅠ;;;;

아아아아아 한 캔 아빠 가져다 드리려고 한건데에에에에에
그걸 따면 어떡해해해해해 속으로 난리가 났지만 티도 못내고 얌전히 받았습니다.
저 위에..보이시죠? 전 기내에서 술 안마시거든요;;;
게다가 몇 분 있으면 내릴 순간에 맥주 캔을 따서 주면 어쩌라구요 ㅠ_ㅠ (뭐 규정이라고 하더군요;;;)
할 수 없이 벌서듯이 멀쩡하게 한 캔 들고 앉아서 착륙할 때까지 기다렸지요 뭐 흑흑

3. 싱가폴 항공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신나게 비행기를 타서 머리 위 선반에 짐을 넣으려고 했는데 힘이 좀 부쳐서 낑낑대고 있었습니다.
그 때 어디선가 나타난 스튜어드 아저씨. '제가 도와드릴까요?'
앗 감사합니다. 하고 뒤를 본 순간 전 기절초풍!

나이가 족히 예순은 되어 보이시는 스튜어드 아저씨가 서 있는 것입니다. ㅠ_ㅠ
아니 이런!! 하며 '아니에요 아니에요 제가 할 수 있어요!!' 하며 있는 힘 없는 힘을 다 짜서 넣었습니다;;;
기내식을 가져다 줄 때도, 음료를 가져다 줄 때도 아니 이건 황송해서 황송해서;;;;
멀쩡하게 앉아서 받기도 그렇고 영 불편해서 엉거주춤 서지도 못하고 앉지도 못하고
뭐가 떨어지면 주변 사람들이 먼저 아이고 제가 주워 드릴께요 ㅠ_ㅠ 하고 주워드리고;;;
서비스를 받은건지 서비스를 해드린건지 알쏭달쏭합니다;;;

4. 이건 미국 국내선.
전 보통 짐은 다 부치고 컴퓨터나 핸드백만 가지고 타는데
그날은 도착지에서 빨리 나가야 할 일이 있어서 카트를 가지고 탔습니다.
기내에 들어가서 짐을 머리 위에 올리려고 하는데
제 카트가 작긴 하지만 이것저것 구겨 넣었더니 꽤 묵직해져서 도저히 제 힘으론 안되겠더라구요.
그래서 승무원 아줌마를 불렀습니다.
'저기 이 짐 올리는 것 좀 도와주시면 안될까요?'
그랬더니 이 승무원 아줌마...허리에 손을 얹고선..

'니가 잘 몰라서 그러는 모양인데, 짐을 머리 위에 올리는 건 우리 일이 아냐.
그건 승객들이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인데, 니 힘으로 못 올릴 것 같은 짐은 아예 가지고 타질 말아야지.
니 짐은 크진 않지만 니가 힘이 부족해서 그런거니 다음부턴 꼭 부쳐. 난 널 도와줄 수 없어'
이러는 것입니다. 아 참 황당해서;;;;;

안 도와줄꺼면 아임 쏘리 아이 캔트 그러고 지나가면 그만이지
계속 들어오는 사람들을 막으면서 설교까지 하냐구요... 아이 참 챙피해서 흑흑흑 ㅠ_ㅠ ㅠ_ㅠ
보다 못한 옆에 있던 미국 남자가 그만 하라면서 번쩍 들어서 올려줬습니다;;;
그 담부턴 아무리 작은 가트라도 제 힘으로 머리 위 선반에 올리기 힘들 것 같으면
절대 들고 타지 않는다는 슬푼 전설이 또 있답니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mong 2006-03-30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닛 도와주기 싫음 싫다 그러지
왜 혼을 내냐구요!!! 흑흑

아영엄마 2006-03-30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비행기를 자주 타시니 이런 슬픈 전설들이 많이 생기시는군요. 그나저나 정말 4번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승무원은 너무 했어~~ @@

merryticket 2006-03-30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루 4번 전설은 서럽고 무안하고 그랬겠어요..

하이드 2006-03-30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웃어도 되죠.

예전에 JAL 타고 가는데, 이눔의 비행기가 뜰 생각을 안 하는거에요.
한시간 지나고, 두시간 지나고,
일본말로 한 십분쯤 떠들더니, 영어로는 '비행기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덜렁 한마디 ;;

예전에 미국 국내선 타고 엘에이에서 샌프란 갈때였는데요,
컴컴한 비행기 안에 통로 건너 앞에앞에 거구의 흑인남자가 바바리 코트 쫙 입고 있었더랬는데, 노트북을 꺼내서 여니깐, 바탕화면에 'FBI'로고가 막 빙글빙글 도는거에요. 같이 간 오빠랑 '와 FBI다, FBI' 막 그랬더랬는데, 나중에 보니, 그 노트북으로 지뢰찾기 게임하고 있더군요.

프랑크푸르트에서 한국 오는 비행기안에서
스튜어디스들 앉아 있는 바로 앞자리에 앉았는데,
이것들이 웃고 떠들고 난리가 났어요.
한마디, 아니 열마디 버럭버럭 하려다가 참았는데,
지금 생각해도 열받아요. -_-+

물만두 2006-03-30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미국이 제일 불친절하군요. 이런...

Koni 2006-03-30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있네요.
전 중학생 때, 대한항공을 타서 영어 안 써도 된다고 안심하고 스튜어디스를 불렀는데, 이 언니가 오자마자 줄창 일어로 떠드는 겁니다. 뭐, 아마도 "저는 이 비행기의 스튜어디스 누구입니다. 뭘 도와드릴까요?" 정도였을 텐데, 어린 마음에 완전히 쫄아서, 어디에서 이 언니의 말을 끊어야 할지, 혹시 나라도 영어로 얘기해야 하는 건지 어쩔줄 몰라하고 있으려니, 스튜어디스 언니는 다시 되풀이해서 일어로 말을 계속 거시더군요. 옆자리에 계시던 어머니가 "얘 한국 사람이에요."라고 말해주지 않았으면 전 계속 얼어 있었을 거예요. 그 순간 스튜어디스 언니는 굉장히 김샌 표정을 짓더군요... 전 그저 주스 한 잔 마시고 싶었을 뿐인데.

플레져 2006-03-30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널 부르고 싶어서 부른건 아니야.
기내에서 마땅히 부를만한 사람은 너밖에 없었고
니가 당연히 도와줄줄 알았지.
내가 니네 비행기 이용하는데 그 정도는 해줘도 되는 게 인간의 예의 아니니?
싫음 관둬. 기장 아저씨께 부탁하지 뭐~!

라고 중얼거리고 있는 중...-_-;

세실 2006-03-30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키티님...넘 재밌어요. 우유를 시켰는데 맥주를.......
아빠 드리려고 주문한 맥주를 따주는 친절까지...때론 과잉친절이 부담스러울때가 있죠 ^*^
아 뱅기 타고 시포라~~~~ 한때 제 꿈이 스튜어디스였어요~

Kitty 2006-03-3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님/ 원래 1-3번까지였는데 4번 전설은 글을 쓰는 도중에
문득 머리에 떠오른 거랍니다;; 아마도 단단히 한(?)이 맺혔던 것 같죠? ㅠ_ㅠ

몽님/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는 사실 저 아줌마..아침에 부부싸움하고 나오셨나;;; 했다니까요;;;

아영엄마님/ 비행기는 이제 정말 고마아아안- 하고 싶습니다만 이놈의 나라가 땅뙤기가 넓어놔서 ㅠ_ㅠ
그래도 우리나라 승무원들은 대부분 친절하니 역시 우리나라 좋은나라에용 ^^

올리브님/ 그 무안함을 어쩌리..뒷사람들한테도 민폐에..정말 쥐구멍에라도 흑흑흑

하이드님/ ㅋㅋㅋ 역시 님도 에피소드가 많으셔용
저 이번에 도쿄-시애틀 구간에서 기내 안내를 영-일어로 했거든요.
근데 착륙 직후 안전 안내 있잖아요. 그걸 영어로 주구장창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일어로 띡 앞 포켓의 안내물을 참조하십시오 하는데 얼마나 웃기던지 ㅋㅋㅋ
글고 승무원들은 원래 그리 떠들더군요. 저도 한번 거기 앉았다가 별 시시콜콜한 수다를 다 들었다는;;; 그 자리가 넓어서 편하기는 한데 말이죠..쯥쯥

만두님/ 그럼요. 젤 기가 막힌건 언제나 미국이지요 ^^

냐오님/ 어머나 그런 일이 있으셨어요. 아마도 그 승무원언니가 일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던게 아니었을까요 ^^

플레져님/ 아이고 시원합니다...어찌 그리 제 맘을...
그 말을 제가 영어로 못 해가지구선..ㅠ_ㅠ 온갖 수모를 ㅠ_ㅠ 흑흑

세실님/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는 꽤 자신있었는데 완전 풀죽었다는 ㅠ_ㅠ
세실님 미모를 보나 상냥함을 보나 훌륭한 스튜어디스가 되실 수 있었을텐데..
근데 스튜어디스 진짜 힘들대요 (소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