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서 나와 사는 것의 좋은 점 한 가지는 부모님 몰래 훌쩍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이죠.
물론 부모님 허락 받고 여행다닐 나이는 애저녁에 지났지만 -_-;;;
그래도 집에 있으면 매번 갈 때마다 아빠엄마께 말씀드려야 하고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잖아요.
거기다가 만약 부모님들 생각에 위험한 곳(예를 들어 멕시코)에 간다고 하면 또 한 걱정 하실테고...
그래서 저는 여행을 비교적 많이 하는 편이지만
출장가는 거랑 다른 주에 사는 친구들 집에 놀러가는거 아니면 잘 말씀을 안드려요 ㅎㅎ
(어차피 해외인데다 집전화가 없고 핸폰만 있으니 더욱 완전범죄(?)가 보장되죠 ^^;;)
그런 맥락에서 담달에 스페인 가는 것도 입 꾹 다물고 있을 작정이었지요.
장거리 타고 가서 일주일 남짓 여행하는건 제가 생각해도 정줄 놓고 비행기표 산건데 부모님이 뭐라하실지 ㅎㅎ
게다가 요즘 환율도 올랐으니 말이죠. 사실 달러-유로는 그닥 변화가 없긴 하지만
어쨌든 이래저래 몰래(?) 다녀와야겠다 싶더라구요.
그런데 오늘 엄마랑 얘기할 게 있어서 한국 시간으로 이른 아침에 집에 전화를 했더니 아빠가 받으셨습니다.
보통 그 시간이면 엄마가 전화를 받으시거든요. 그래서 엄마 어디 가셨나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아빠가 '응..엄마 잠깐 시골갔어...' 그러시는겁니다.
(참고로 저희집은 시골에 친척이 없습니다 -_-)
그래서 '시골? 어디? 엄마가 왜 시골에 가는데?' 이렇게 물어보니까
아빠가 '어....그게...' 막 말꼬리를 흐리시는 겁니다.
갑자기 혹시 어디가 아프신게 아닌가 싶어서 겁이 버럭 났습니다.
몇 년 전에도 아빠가 잠깐 아프셔서 병원에 며칠 입원하셨었는데 엄마가 걱정할까봐 저한테 말을 안하셨거든요.
넘 걱정돼서 아빠한테 막 '엄마가 어디 시골에 가? 시골에 아는 사람이 없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엄마가 사실은 친구들이랑 홍콩 여행갔어' <- 헉; 꽈당;;;;;;;;;;;;;;;;;;
'어휴 난 또 뭐라고! 엄마 어디 아픈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아빠한테 막 따졌더니
아빠가 '엄마가 너한테 말하지 말라고....친구들끼리 예전부터 예약해놓은 거라서 간거야'
'내가 언제 엄마 여행가는거 뭐라고 한 적 있어? 여행가면 좋지. 왜 나한테 말하면 안되는데?
미리 말했으면 내가 여행가서 쓸 용돈이라도 좀 보내잖아' 그랬더니
'엄마가 얼마전에 일본도 다녀왔잖니.
요새 환율도 막 오르고 그러는데 자꾸 해외여행가서 좀 그렇다고 너한텐 말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아니 이런...........몰래 여행을 다니는 사람은 저 하나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모전녀전...............;;;;;;;;;;;;;;
엄마 미안해 그래도 난 몰래 스페인 다녀올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