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종교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 저도 (날라리) 천주교 신자에용 ^^)

오늘 미대사관에 갈 일이 있어서 아침부터 주섬주섬 챙겨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운좋게 자리가 나서 자리에 앉은 후 책을 꺼내놓고 읽기 시작하는데 어디선가 어떤 아저씨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렸어요.
'주님을 믿어야 천국갑니다. 이 세상 만물을 하나님께서 창조하셨으니...블라블라'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예수천국 불신지옥' 피켓을 든 아저씨였지요.

지하철 내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리나는 쪽을 흘낏 바라보고는 그러려니 하는 얼굴로
다시 책으로, 핸드폰으로, 아니면 잠 속으로 빠져들려는 찰나!
'아 시끄러워욧! 종교는 자기가 알아서 하는거지 왜 이 난리야!' 하는 아줌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제가 앉은 쪽에서 대각선 방향에 앉은 나이 지긋한 아줌마가 그 아저씨를 마구 째려보는 거에요. 
갑자기 방해꾼(?)을 만난 아저씨, 잠깐 멈칫하더니 '뭐야 당신 부처 믿는 사람이야?' 하고 맞불을 놓더라구요.
(흥미진진...ㅋㅋ) 

그렇게 몇 번 험한 말이 오고가다가 불교신자인 아줌마와 기독교신자인 아저씨 사이에 제대로 싸움이 붙었습니다.
아줌마는 '당신같은 사람이 설치고 다니는 꼴 못보겠어' '당신 제사도 안지내지? 뭐 기본이 되있어야지'
아저씨는 '부처를 믿는 사람이 뭘 큰 소리야?' '당신 죽어서 지옥으로 떨어질테니 두고봐'
이렇게 나가더니 심지어는 양측 삿대질까지 마구 오고가는 사태로 발전...
아줌마는 주위에 원군이 있었지만 (주변의 몇몇 다른 승객들도 아저씨한테 시끄럽게 하지말고 다른 칸으로 가라고;;)
아저씨는 고독한 싸움을 계속하시더군요. 그래도 결연한 의지로 꿋꿋이 다른 칸으로 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ㄷㄷㄷ
처음에는 그냥 웃고 있던 사람들도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죠. ㄷㄷ

양측 사이에 마구 험한 이야기가 오고 간 끝에 아줌마가 
'지금 장로가 대통령이 되니 나라가 이모냥 이꼴인거야. 기독교도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에 좋을 일이 없어.
이승만? 6.25 전쟁났지, 김영삼? IMF 왔지, 지금도 사람들 못살겠다고 난리잖아.'  
이렇게 나름 설득력있는(?) 주장을 펴시더군요.  
그랬더니 잠시 말문이 막힌 아저씨...
아줌마 얼굴에 대고 마구 삿대질을 하면서 '에잇! 이 빨갱이 공산당아!' 하시고 싸움 종료. -_-;;;;

오랜만에 이런 광경을 목격하니 과연 한국에 왔구나...실감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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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09-04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얼마전에 사직에서 누가 '롯데4강불신지옥'이라고 써 있는거 보고 디게 웃었는데
명동에는 그 '예수천국불신지옥' 아줌마,아저씨들 중국어도 하고, 일본어로도 하고 그래요-

Kitty 2008-09-05 19:37   좋아요 0 | URL
롯데4강불신지옥 ㅋㅋㅋ
근데 그런 아줌마 아저씨들 외국어까지 능통하시단 말입니까 ㅎㄷㄷ 종교의 힘은 대단합니다 ^^

마늘빵 2008-09-04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아 역시 결론은 빨갱이. 이거 하나면 이 나라에선 모든 게 끝나죠. 빨갱이.

Kitty 2008-09-05 19:37   좋아요 0 | URL
넹; ㅎㅎ 나이 지긋한 아저씨라서 그러신거 같아요 ㅎㅎㅎ

마노아 2008-09-04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한민국답군요! 아, 화끈ㅜ.ㅜ

Kitty 2008-09-05 19:38   좋아요 0 | URL
저도 어찌나 한국에 왔다는 실감이 나던지 책 읽던거 팽개쳐두고 멍하니 싸움구경했답니다 (응?) ㅋㅋ

nada 2008-09-04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극히 대한민국적인 풍경이군요! 아, 후끈ㅜ.ㅜ

Kitty 2008-09-05 19:39   좋아요 0 | URL
네..뭐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죠.
그래도 뭔가 고향에 온(?) 느낌이랄까 ㅋㅋ

이매지 2008-09-05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놈의 빨갱이 타령은 언제쯤 없어질지.
전 순간 키티님이 아직 미쿡에 계신 줄 알고 갸웃했어요 ㅎㅎㅎ
명동에 있는 예수천국불신지옥은 정말 -_-)b

Kitty 2008-09-05 19:40   좋아요 0 | URL
지난주에 한국 왔어요 ㅋㅋ 명동도 정말 대단하죠.
그 사람많은데서 휩쓸리지 않고 그 자리에서 꿋꿋이 서계시는 분들 보면 존경심까지 ㄷㄷ

다락방 2008-09-05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저도 그런 사람들 만나면 너무 시끄러워서 짜증부터 나요. 특히 지하철안에서는 미칠 것 같아요. 그러게요, 종교는 자기가 알아서 하지 왜 시끄럽게 불신지옥을 외치고 다닐까요? 거부감만 더 커지는데.

게다가 결론의 빨갱이-
뭐, 말 다했군요. 휴.

Kitty 2008-09-05 19:43   좋아요 0 | URL
네 많이 시끄럽죠. 그렇게 해서 과연 신도가 많아질지는 잘 모르겠어요.
대학교 때 네비게이터라는 동아리가 있었는데 아유 얼마나 무서웠는지 막 도망다녔다니까요 ㅠㅠ
게다가 제가 좀 어리버리하게 생겨서 그런지 그런 아줌마 아저씨들이 말을 많이 걸어요 ㅠㅠ

미미달 2008-09-06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틀린 말은 아닌듯....

Kitty 2008-09-07 23:11   좋아요 0 | URL
ㅎㅎ 네 아줌마가 나름 설득력 있는 주장을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