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에 13년간 부임하신 목사님께서 도시로 나가시고 도시에서 젊은 목사님이 새로 오셨다. 젊다보니 무척 열정적이고 활달하신 분이라 기존에 뿌리 박혀 있던 관습들을 하나하나 바꿔나가는 중이다. 오늘은 본래라면 교회 안에서 조촐하게 잔치를 열고 오손도손 추수감사주일을 지냈을 텐데, 새생명축제라는 이름을 내걸고 두 달 동안 온힘을 쏟은 예배를 드렸다. 전 교인이 예배당을 가득 채우는 것을 목표로 기도하고 전도를 다녔다. 목사님께서는 어젯밤까지도 걱정을 하셨는데 다행히 자리는 사람들로 꽉 찼고 목사님의 얼굴도 환했다.
오늘 찬양대는 조금 특별했다. 바이올린을 전공하신 소프라노 대표주자 집사님이 바이올린을, 피아노를 전공하신 사모님께서 플룻을, 또 사모님의 아는 지인이자 오늘 교회를 처음 나왔다고 하는 중학교 2학년의 첼리스트가 첼로를 함께 연주했다. 참으로 보잘것없는 찬양대인데 오케스트라 덕분에 근사한 연주가 되었다. 다들 전공자였기 때문에 가장 곤혹스러웠던 것은 나였다. 나는 사모님께 어떻게 비전공자가 전공자와 협연할 수 있겠냐며 투덜거렸고 사모님은 처음에 받아주시다가 나중에는 덩달아 짜증을 내셨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고. 게다가 오늘은 추수감사제를 맞아 음악제까지 진행한 터라 나는 성가곡과 음악제에서 연주할 피아노곡 두 곡을 완벽히 연습해놓아야 했다. 심혈을 기울인 성가곡을 그럴 듯하게 연주해서 일단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음악제는 실패였다. 그래도 다들 좋아해주시고 비싼 연주 들었다면서 띄워주시기에 그래도 끝까지 웃을 수는 있었다.
첼로를 연주한 중학교 2학년 아이가 알고보니 내 친구의 동생이었다. 어쩐지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깜짝 놀랐다. 굉장히 예의가 바르고 수더분한 아이라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첼로 소리가 무척 매혹적이었기에 말을 걸지 않을 수가 없었다. 중 2 치고는 몸도 크고 목소리도 변성기를 거친 것처럼 들려서 고등학교 1학년인 동생과 대화하는 느낌을 받아서 초면이지만 편하게 대했다. 오후에 했던 음악제 때는 서로 연주하기 전에 눈빛으로 격려하는 정도까지 친해졌다. 새로운 만남을 가지는 것은 즐겁다. 그럴 때면 헤어지는 것은 곤욕이다.
이전에 부임하셨던 목사님께 전화를 드렸다. 목사님께서 수능 날 전화를 하지 않으셨기에 내심 서운해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어른의 전화를 기다리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내가 전화를 걸었다. 없는 번호라고 뜨길래 놀란 가슴에 교회 장로님께 연락을 드려 바뀐 번호를 받았다. 목사님은 여전하셨다. 전보다 웃음이 많아지신 듯했고 다행히 전임하신 교회가 썩 괜찮은 모양이었다. 오래전 목사님께서 동국대만은 가면 안된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꾸중들을 것을 각오하고 한 전화였는데 당황스러울 정도로 반갑게 축하한다고 말씀해주셨다. 기쁘고 반가웠다. 방학을 맞으면 중고등부 학생들 모두 데리고 한 번 찾아뵙는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만남은 지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