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주 꽁트 글제>

​다음 시 중 하나를 선택한 뒤 그와 관련하여 이야기를 한 편 창작하시오.

 

 

 

1. 최승호, <북어>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생각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2. 김남조, <겨울 바다>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海風)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虛無)의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靈魂)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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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일기




2012년 1월 26일 목요일.

 

무작정 바다로 향했다. 술기운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고속도로는 텅 비어 있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무겁게 내려앉은 어둠을 가르며 차는 나아갔다. 한 시간 째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히터를 틀지 않았더니 추웠다. 내팽개쳤던 목도리를 주워들어 목을 감쌌다. 확, 온기가 몸에 흘렀다. 얼마큼 더 가자 바다가 보였다. 어렴풋이 해가 뜨기 시작했다. 주변은 뽀유스름해졌다. 온통 연한 회색빛이었다. 해변에는 여자의 머리카락 같은 해조류가 군데군데 널브러져 있었다. 쌀쌀했다. 아직 겨울이었다. 몸도 덥힐 겸 해서 사빈을 걸었다. 모래가 얼어 있었다. 모래를 밟을 때마다 바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장승처럼 버티고 선 바람막이숲이 위엄을 뽐냈다. 멀리서 보아도 흐드러진 후박나무 꽃이 퍽 아름다웠다. 주머니에 꽂아 넣은 손이 시렸다.


문득 발로 찬 자갈돌에 그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그는 갑자기 헤어지자고 통보했다. 그의 어두운 얼굴을 보았을 때 예감했어야 했다. 한창 상사들에 치이고 있을 때 그의 문자가 왔다. 퇴근하고 연락하라는 내용이었는데, 답장은 하지 못했다. 퇴근 한 시간 전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처음에 반기더니 이내 목소리를 내려 깔았다. 상사의 눈살이 신경 쓰여 X카페로 나오라는 말만 듣고 끊었다. 퇴근이 늦어져 황급히 카페로 달려갔다. 그는 머그잔 하나를 앞에 두고 혼자 앉아 있었다. 골똘히 생각하는지 눈을 내리깐 모습이 언제나처럼 매력적이었다. “동윤아, 나 왔어.” 내가 다가가자 그는 흠칫 놀라더니 일어섰다. 확실히 평소와는 다른 행동이었다. 왜 눈치 채지 못한 것일까. 내가 주문한 레몬에이드가 나올 때까지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억지로 분위기를 잡는 게 생경스러웠다. 레몬에이드를 한 입 마시고, 묵묵히 앉아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왜 부른 거야?” 나의 물음에 그는 대뜸 고개를 들었다. 무언가를 결심한 듯 미간이 일그러져 있었다. “장정운, 우리 그만할 때 된 거 같다.” 나는 빨간색 빨대를 입에 물었다가 놀란 눈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무슨 소리야, 헤어지잔 거야?” 나는 당황했다. 반면에 그는 목소리가 조금 떨린 것 말고는 담담해 보였다. 오래 고민하고 생각해온 문제인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스쳐가자 화가 났다. 나를 좋아하지 않았나? 그 동안의 행동들은 모두 거짓이었던가?


새벽의 바다는, 겨울이었고 기온이 낮았음에도 아기 담요처럼 포근했다. 한참을 걸었을까, 사빈의 끝이 보였다. 사빈의 끝에는 바위 절벽이 서 있었다. 절벽이긴 해도 상당히 낮았다. 화려한 죽음을 계획하고 바다를 찾은 여인 같이 나는 조심스레 몸을 절벽 위로 옮겼다. 주위를 둘러보니 인가나 상점이 전무했다. 여름에도 개장하지 않는 바다인 것 같았다. 바다는 색이 까만 것이 무섭도록 깊어 보였다. 그의 심적 고통이 이 바다만 했을까? 그는 나를 사랑했다. 그가 나를 사랑하는 만큼 나도 피부가 희어 대부분의 여자보다 예쁜 그를 사랑했다. 아무래도 쉽게 만나기 힘든 인연이다 보니 더 끈끈하게 사랑을 나누었다. 특히 그는 내게 많이 의지했다. 그의 부모는 그가 오징어채를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을 때 그를 버렸다. 그들은 늘 가난에 쪼들렸다. 커가는 그를 감당하지 못할 거라 직감한 그들은 두어 시간 가량 차를 타고 간 고아원에 그를 맡겼다. 나를 여행 가방쯤으로 여겼다며 그는 나와의 첫 만남 자리에서 흐느꼈다. 가만히 그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3년 가까이 만나면서 다툰 적은 있어도 싸워본 적이 없는 우리였다. 교제를 시작하면서부터 말은 놓았지만 서로를 존중하는 끈은 놓지 않았다. 결코 감정적 또는 욕구를 풀 목적으로 달려들지 않았다. 성격이나 가치관도 비슷했다. 그리고 키는 커도 아이 같은 나를 그는 항상 보듬어 주었다. 다정한 품의 온기가 아직 생생하다.


그는 머그잔을 들어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유리창 바로 옆 자리였는데 창에 계속 김이 서렸다. 여전히 차분한 모습이었다. 나의 행동을 미리 예상하고 왔는지 내가 화를 내도 그는 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왜 헤어지자는 건데?” 차오른 화는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무표정한 그의 얼굴을 보자 마음은 더욱 달궈졌다. 뜨거워진 소금과 콩이 속에서 통통 튀는 것 같았다. “나 들켰어.” 머그잔을 들어 올리는 손이 떨렸다. “…… 누구한테?” “민수.” 가슴에 붙은 붉은 불이 금방 사그라졌다. 두려워졌다. 책상을 붙잡은 손이 그의 것과 같이 떨렸다. “갑자기 집에 들어와서 사진을 못 숨겼어. 집에 들어오자마자 서랍부터 열어 보더라.” 민수는 전부터 우리 사이를 의심해왔다. 친한 친구이자 먼 친구였다. 그는 호모포비아-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이었다. 우리 둘이 꼭 붙어 다니자 처음 ‘너네 게이냐?’ 내뱉은 사람이 민수였다. “아무리 그래도 헤어지자니……. 지금처럼 몰래 만나면 되잖아.” 그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머그잔은 어느새 비어 있었다. “민수가 사진보고 뭐라고 했는지 알아? 더럽대. 씨팔 새끼들이래. 그 살갑던 민수가, 씨팔 새끼들이래.”


두어 시간 망연히 서 있었다. 햇볕이 따가워졌다. 번득 정신이 들었다. 다시 비분한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감정적이지 않았다. 시간의 벽이 마음을 두텁게 감싸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그는 여린 사람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개의치 않고 당당했던 나는 엄마에게 커밍아웃-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것-까지 했다. 그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자신의 정체성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나와 길거리를 걸을 때도 일정 거리를 유지하던 그였다.


파도의 작은 포말이 튀었다. 그를 자꾸 설득했다. “민수 말 신경 쓰지마, 응? 내가 그거보다 더 잘해줄게.” 그는 눈시울을 붉히더니 카페에서 나가버렸다. 조금 있다 혼자 있고 싶다, 문자가 왔다. 툭하면 게이 이야기를 갖다 쓰면서 사람들은 우리를 아직 거부한다. 성 소수자도 사람인데, 왜 눈치를 보면서 사랑해야 하지? 만약 동성애자의 비율이 높았더라면 이성애자 당신들이 성 소수자였다. 언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아니 인정받고 싶지 않다. 우리의, 나의 소망은 그저 동성애자, 이성애자를 따지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편견이 사라지는 날이 올까. 그 날이 오면 동윤이 다시 마음을 열어 줄까.


바닷가는 햇볕에 데워졌다. 겨울 바다는 따뜻해졌다. 얼어 있던 모래도 녹아 바삭거리며 깨지지 않고 폭 하고 들어갔다. 조금만 버티면 봄 바다가 되어 있겠지.



(원고자 15.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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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김
그럼에도 동성애를 소재로 삼고서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그들을 충분히 이해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사건의 전개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말 부분에서 문제가 완벽하게 해소되지 못해서 갑갑한 느낌이 듭니다. 조금 더 확실하고 시원한 결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Toy
제일 마지막 앞 문단이 조금 걸렸습니다. 굳이 넣을 필요 없는, 완전한 설명조의 글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이진님 글은 좀 더 길게 이야기로 꾸미면 정말 좋은 작품이 나올것 같은데 뭔가 자꾸 짧게 축약하려는 느낌이에요. 이야기를 하려한다는 느낌보다는 '나 이런 이야기를 쓸거야.'라고 말하는 느낌? 개인적으로 소이진님 글은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청연
평범한 연인의 헤어짐일 수도 있었는데 그들이 동성애자라는 조금은 특이한 조건을 가지면서 이야기는 흥미로워졌어요. 그런데 그들이 동성애자라는 점만 빼면 참 신변잡기적인 일인 것 같습니다. 커다란 사건이 없고 주인공의 독백만 구구절절하게 나열된 느낌이에요. 뭔가의 사건이나 중심 화제가 있다면 훨씬 좋은 글이 되었을 것 같아요. 저번주보단 확실히 자연스러운 거 같아요.
다만 질질 끄는 부분을 과감하게 빼고, 마지막에 무슨 동성애자 인권조례같은 글도 뺀다면 좋은 글이 될 것 같아요. 내용으로 동성애자의 편에 서야지, 마지막 글귀로 사람들을 설득하려 하면 소설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답니다:)  주제를 마지막에 집약시켜놔 흥미를 반으로 떨어트리고 있어요.

 

디오
뾰유스름이라는 단어를 보고 이게 있는 단어인가? 하면서 읽었는데 있네요. 새삼 저의 어휘력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다음에 오타가 있네요 '온톤'이 아니라 온통입니다. 소설을 읽다보니 '나'는 엄마에게 커밍아웃을 했는데, 엄마는 무슨 반응이었을까요. 과연 '나'도 엄마에게 아무런 말도 듣지 않았을까 의문이었습니다.

 

장똘끼
앞문장이 너무 뚝뚝 끊기는 것 같아요. '나는 당황했다.' 감정을 너무 직접적으로 말하지 말고 그 사람과 표정과 행동으로 돌려말해주었으면 해요. 중간에 보면 피부가 희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왜 나오는지를 모르겠어요. '민수는~' 이 부분에서부터 설명조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끝부분에 "툭하면 게이 이야기~" 부분이 나오는데. 저는 이 부분이 이 소설과 조금 떨어져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Para
현재-과거-현재-과거 식으로 되어 있는데, 제 경험에 비춰 말하자면 과거는 되도록 한 곳에 몰아넣는 게 좋습니다. 잘못 쓰면 산만해 보여요. 문단이 뚝뚝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면 아무래도 읽는 데 불편하겠죠.(제가 이런 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사실 문단 잇는 게 제일 어려워요)
나는 당황했다.=되묻는 내 목소리가 눈에 띄게 떨렸다.(혹은 당황했음을 나타내는 어떤 행동) 1인칭이라고 해도 주인공의 감정은 '보여주는' 게 좋습니다. 그 편이 나는 당황했다, 라고만 하는 것보다 더 와닿으니까요. 그리고 정운이 성소수자임을 강조하고 싶었다면 동윤을 평범한 외모의 남자로 설정하는 게 나을 뻔 했어요.(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얼굴이 희어 대부분의 여자보다 예쁜 남자'라는 묘사는 현실감이 살짝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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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 : ​취향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요. 이상입니다.​
소이진 : ​취향은 아니구요... ㅋㅋ​
최정김 : ​ㅋㅋㅋ개인의 취향​
Para : ​아니 정운이 취향ㅋ

 

시 별강도
평을 떠나서 조금 가슴아픈 이야기네요 'ㅅ'...동성애자가 이성애자들 속에서 살기가 좀 힘들긴 하죠.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하고... 다소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어요. 조금 끊기는 감이 있었어요.

 

naR
호모포비아나 커밍아웃 같은 용어는, 작중에 넣는 것보다는 주석으로 빼놓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개인의 취향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툭하면 게이 이야기를~열어 줄까.' 문단 같은 경우에는, 소설이 아니라 주장하는 글의 한 부분 같네요. '일기'라는 제목을 달고 있기에 어느 정도 이해가는 면도 있긴 하지만, 그 앞부분까지는 일기라기보다 소설적인 측면이 훨씬 강했던 탓에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툭하면~'문단에서 갑자기 휘청거리는 느낌입니다​. 윗부분도 1인칭 주인공 시점 소설 치고는 상당히 단조롭게 흘러가기는 합니다만.
동성애라는 소재는 제대로 다루기 힘든 소재입니다. 지금 이 이야기에 나온 얘기는 '동성애'라는 키워드를 던지면 가장 쉽게 나올 수 있는 형태고, '겨울바다'라는 글제와 연결되긴 했어도 이야기 자체의 유니크함? 특수성?은 별로 부각되질 않아요. 조금 더 깊이 있는 이야기가 나왔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밍스
게이들의 커밍아웃에 앞선 주변 사람들의 반응과 그에따른 당사자의 당혹감을 잘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사건을 직면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흐느끼기만 할뿐,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데요. 이런 것은 작가의 평소 성적소수자들에 대해 갖고있는 생각을 표현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건 그냥 그렇다구요. 무언가 편견을 헤쳐나가는 그들을 표현해주었으면 좀더 재미있었을것 같습니다.

 

라별
성소수자의 이야기군요. 음, 시간이 지나면 찬 겨울 바다가 봄 바다가 되어 있겠지, 라는 표현이 호모포비아들의 편견도 사라지길 기대하는 나의 마음을 굉장히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 좋았어요.

 

선별의 별
내팽겨쳐졌던 목도리를 썼다고 온기가 흐를까요. 겨울에 목도리는 조금만 놔둬도 차갑던데. 자동차엔 히터도 틀어져 있지 않았고요. 그리고 술을 마시면 해독작용이 될 때까지 몸이 따뜻해진다고 들었어요. 한 시간 정도 달린 것 같은데, 술기운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마셨다면 해독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리잖아요. 몸이 차가워지기엔 한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헤어지자는 말이 놀란 것치고는 묘사가 부족해 보였습니다. “무슨 소리야, 헤어지잔 거야?” 나는 당황했다. 이게 끝이었잖아요. 상황도 갑작스러운데 한 번에 나타난 감정을 표현하기엔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위선적으로 보였어요. (Q)그가 피부가 희다는 건 게이를 의미하는 건가요? 밑에서 두번째 문단이 주제를 너무 활짝 드러내서 아쉬웠습니다. 다르게 표현할 수도 있었을 텐데, 직접적으로 말한 건 흥을 확 깨버리네요.


<질문타임>

Q. 그가 피부가 희다는 건 게이를 의미하는 건가요?
A. 아니예요. 그냥 예쁘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는데 표현력이 부족한 작가 탓입니다.​ 희다고 게이는 아니잖아요? 정운의 취향이기도 하구요.
└맞다고 하셨으면 주제에 대한 모순이라고 하려고 했어욬(선별)

 

Q. 과연 '나'도 엄마에게 아무런 말도 듣지 않았을까 의문이었습니다.
A. 엄마한테 커밍아웃 하고 나서 말이죠? 보통의 엄마들은 아들이 커밍아웃을 하면 거의 화를 냅니다. 정운의 어머니는 담담하게 받아들여요. 제 소망이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소망을 ... 살짝 반영하고 싶었습니다.

 

-막간 토론
└쿨한 부모님들도 생각보단 많아요(n)
└막상 자기 문제가 되면 '그래!' 하기 힘들죠(디)
└아들이 힘든 길을 걷는 것을 바라지 않으니까요(소)
└그래도 밝히는 게 자기도 충분히 생각하고 했을 거란 걸 헤아려 주셨으면 좋겠음(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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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도 합평이 더 깁니다, 크크.

저번에는 올라온 글은 많았는데 거기에 코멘트가 많이 없었어요.

이번에는 올라온 글도 많고, 코멘트도 열개가 넘개씩 달렸네요.

방학의 마지막 합평이어서 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를 했나봅니다. 

평이 10개씩 달리니까 기분이 좋긴 좋아요. 내 글을 이렇게나 많이 읽고 평을 해준다니.


개인적으로 이 소설 쓰기 위해 구상하고 상상하면서 꽤 좋은 소설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느꼈었는데 평 듣고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굉장히 못 썼네요.

제가 다른 사람 소설에 시에만 국한되어 재미없다고 했는데 제 글 마지막 부분에도 시를 바꿔야한다는

압박감이 존재했는지 동성애자 인권 조례 비스무리한 부분이 생겨버렸구요.


또 변명을 하자면 이 글도 서너 시간만에 다 써버린 글입니다.

이제 개학을 하면서 합평 소설 준비하는 기간이 2주로 늘어났어요. 

좀 더 좋은 글이 나오겠죠? (어째 1주 1작은 접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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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9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19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1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2-08-19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롭네요. 저번 소설보다 훨씬 좋게 읽었어요, 소이진님. 먼저, 글 곳곳에 좋은 표현이 보여서 좋았어요. '그의 부모는 그가 오징어채를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을 때 그를 버렸다' - 이런 문장은 참 좋네요. 튀지 않으면서도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문장이라고 생각해요. 복잡하고 화나는 심정을 '뜨거워진 소금과 콩이 속에서 통통 튀는 것 같았다'고 표현한 것도 좋구요. 합평 중에 문장이 너무 뚝뚝 끊긴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저도 처음에는 조금 낯설긴 했지만 겨울 바다의 이미지와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생각해보면 꽤 어울리는 문체라고 느꼈어요.

그런데 조금 아쉬운 부분은 마지막 결말이랑 이별 통보를 받은 주인공의 반응이에요. 마지막에서 두번째 문단은 누군가의 말처럼 너무 교훈적으로 들리네요. 그래서 이질감이 있었어요. 그리고 이별 통보 받은 주인공의 심리를 조금 더 세세하게 짚어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연애를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상상하고 그려보면서 묘사하셨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언젠가는 소이진님도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묘사가 가능해지겠죠? ㅎㅎ)

그렇지만 맨 마지막에 '조금만 버티면 봄바다가 되어있겠지'라는 마무리는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조금만 버티면 봄바다가 되어있겠지. 소설에서는 이런 식으로 말하면 더 가깝게 와닿는 것 같아요. 정말 좋아요, 마지막 문장.


사실 동성애자의 이야기인 줄은 몰랐어요. 저도 몰랐는데,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주인공을 여자로 설정하고서 읽고 있지 뭐에요. 아,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상대방이 남자라고 해서 저는 거의 무조건반사처럼 주인공은 여자군, 이렇게 기정사실화했어요. 이건 아마 거의 모두의 무의식에 깔린 정서가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 게이 이야기가 나오면 꼭 두 주인공을 예쁘고 희고 아름답고, 이런 이미지로 설정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라도 해야 거부감이 줄어들기 때문일까요? 그 점에 대해서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네요. ( '')~ (소이진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덧)소이진님, 글 쓰느라 고생 많았어요. 간만에 제대로 된 한국소설 읽은 것 같네요. 요새 한국소설 잘 안 읽어서요. 1주 1작이 순탄대로를 가지 못해서 아쉽지만, 이렇게 간간히 올라오는 글도 읽을 맛 나네요. 그러니 간혹가다라도 소설 올려줘요. 나도 조만간(조만간?) 쓸지도 모르구요. 그리고 다음에는 진짜 작가처럼 초고, 수정, 퇴고의 과정을 한번 오랫동안 겪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럼 또 봐요~ :)


(이거 비밀 댓글로 할까요? 좀 부끄럽고 주제 넘는 것 같은데 ;; )

2012-08-19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0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0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2-08-21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소이진님. 그거 해줄게요. 이것저것 찾아서 한 번 만들어볼게요^^ 함께 실천을 하도록 해요!

이제 컴퓨터 끄고 씻고 자러 갑니다^^

이진 2012-08-21 23:11   좋아요 0 | URL
헤헤, 나도 이제 잘거예요.
요새 일찍 자야지, 일찍 자야지 하면서도 12시 넘어서 자서 학교에서 꾸벅꾸벅 말이 아니어요.
잘자요, 굳밤. 나이스 밤. 꾿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