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카프카를 다 읽었다. 에잇, 다 읽었단 말이다.

그런데 어찌 이리 머리가 복잡한 것이냐. 원래 이 책을 다 읽고는 근사한 리뷰를 쓰리라 마음먹었건만 별점을 주지도 못하겠고(헷갈려서) 딱히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싫다고 못하겠으니 페이퍼로 전환할 수 밖에. 아깝다. 리뷰가 점수가 더 많다는데ㅠ.ㅠ

이 책엔 진짜 무수한 <메타포>가 나온다. 메타포라는 낱말 자체도 수없이 나오고 메타포 자체도 많이 나온다. 문학작품을 많이 읽었거나 문학이론에 정통한 사람이라면 그 메타포가 무엇을 겨냥하고 쓴 것인지 알련마는 무식한 나는 이게 무슨 메타포이긴 한 모양인데, 도대체 뭘 메타포한 건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읽으려니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재미는 있다. 뭔가 추리소설적인 구성도 있고, 로드무비님이 좋아하는 로드무비적인 내용이기도 하며 한 소년의 괴상한 성장기이고 아주 황당한 환상소설이기도 하다. 근데 웃긴 것이 보통 환상소설이라면 어떤 소설적 장치를 깔아놓고 독자에게 이것이 환상임을 전제한 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그러니까 '이건 농담인데....이렇게 깔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과 같다) 이 책의 환상은 그냥 툭, 던져진다. 정말 사실같은 분위기로 환상을 이야기해서 환상임을 알기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너무나 진지하게 웃지도 않고 농담을 해서 듣는 사람이 헷갈리는 것처럼.

읽으면서 작가의 야심이 느껴졌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과 같은 20세기의 탁월한 총합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충분히 멋있는 작품이고 나름대로 마음을 울리는 부분이 있었지만 어쩐지 덜 익은 음식, 혹은 다양한 재료를 썼는데 그 재료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 그런 음식을 맛본 느낌이 있다.

 

**책을 읽다 보니 클래식 음악에 별 취미가 없는데 한번 작정하고 들어보고 싶어졌다

**이 책에 정통한 사람을 옆에 앉혀놓고 '이건 무슨 얘기냐?' 고 쉼없이 물어가며 읽고 싶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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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마녀 2004-09-17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못 읽어본 책이군요.

플레져 2004-09-18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살림과 육아에 바쁘신데 장서를 읽으셨네요. 추카추카~~ ^^
그런 의미에서 추천하고파요. 저는 늘 띵까띵까라 읽었걸랑요...ㅜㅜ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땐가 4학년 때

우리집은 TV가 없었다.

내가 일곱살 때까지 있던 TV가 고장나고 난 후

학교 들어가면 공부해야 한다며 아빠가 새로 사질 않으셨던 것이다.

그땐 이미 대부분의 집이 TV를 들여놓고 살 때여서

학교 가면 아이들이 만화영화 얘기로 꽃을 피울 때

난 할 얘기가 없어서 대화에 못 낀 적도 많았다. 그러나 그 덕분에 난 독서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되었으니 선견지명을 가지신 아버지께 감사할 뿐이다.

그 때 책 말고 우리 형제들의 유일한 즐거움은

라디오에서 5시부터 하는 어린이 프로였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요도 틀어주고(그땐 애들이 순진해서 동요를 좋아했다), 20분 정도하는 라디오 드라마도 방송해 주었다. 그 중에 하나가 <물의 요정 운디네>이다.

졸졸졸 흐르는 옹달샘 속에/ 슬프게 웃는 얼굴 운디네 눈물/ 사람이 되고 싶어 세상에 왔다/ 슬픔만 배우고 간 운디네는/ 물속나라 공주님 요정이었네/ 아름다운 운디네 사랑의 천사

이 주제곡이 나오면 우리 3남매는 FM도 안나오는 고물 라디오에 들러붙어 혹시 대사 하나라도 놓칠까 하여 숨을 죽이곤 했다. 아빠와의 기싸움도 종종 했다. 아빠가 그때 한참 인기있던 고교야구가 방송되면 라디오를 빼앗아가셨던 것이다. 운디네 마지막 방송과 고교야구 결승전이 겹쳐 우리가 악을 쓰며 울어대어 주인 할머니가 라디오를 빌려주신 기억도 난다.

라디오로 방송되는 소리만 듣다보니 이런 일도 있었다. 우리는 이 드라마가 끝날 무렵까지 운디네를 <온디네>로 잘못 알고 있었는데 그건 우리만 그런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느날 진행자가 사연을 읽어주는데 "운디네가 맞아요? 온디네가 맞아요? 우린 그걸로 내기를 했어요."이런 내용의 글을 읽어주었고 우린 "당연히 온디네지~~~"하고 합창을 했다가 진행자가 "그건요, 운디네예요."라고 해서 세명이서 얼굴을 마주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곤 이렇게 말했다. "온디네가 훨씬 이쁜데........"

<물의 요정 운디네>의 내용은 사실 어린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슬프고 비극적이다. 거기다 유한한 인간의 어리석음과 아름다움이 동시에 흐르는 물결과 함께 소용돌이치는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작품인데 우리가 뭐 그걸 이해했을까, 그냥 슬프고 안타깝고 왕자가 바보같고, 이쁜 운디네를 버리다니 나쁜 놈이고, 그러면서 울고 웃었다.

커서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곤 너무 반가워서 냉큼 사서 읽었다. 그리고 오늘 판다님의 서재에서 좋은 그림을 발견하여 이렇게 기념할만한 페이퍼를 꾸민다. 고마워요, 판다님!!

래컴, 운디네

 

아름다운 물의 요정 운디네와 젊은 기사 훌트브란트는 사랑하는 사이다. 훌트브란트와 결혼한 운디네는 마침내 인간의 영혼을 얻게 되고 본질적인 변신을 한다. 자유롭고 변덕스러운 자연적 창조물에서 사랑하고 고통받는 여자로 다시 태어난다. 무의식적 자연 상태에서 의식적 인간 존재의 질곡으로 떨어진다. 그녀가 영혼을 얻는 대가는 이승의 고통이었으며 그에 대해 그녀가 지불해야 되는 대가는 불멸성이었다.

그녀의 행복은 베르탈다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된다. 베르탈다는 그녀의 매력으로 훌트브란트를 사로잡고, 운디네는 고통의 세계 속에서 파멸의 길을 간다. 세 사람이 도나우를 항해하면서 훌트브란트가 물을 모욕하자 그녀는 거대한 물결 속으로 사라진다. 훌트브란트가 베르탈다와 결혼하려 하자 운디네는 다시 나타나 훌트브란트를 포옹하여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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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9-13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깜짝 놀랬어요. ^ㅡ^ 비록 퍼 온 글이지만,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_ _)>

아영엄마 2004-09-14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예술이네요~ 그나저나 운디네 이야기라.. 어떤 책인지 찾으러 가봐야겠어요~

starrysky 2004-09-14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운디네 아직 안 읽었는데, 빨리 읽어서 이 멋진 풰밀리에 끼어들어야곘습니다. ^^

깍두기 2004-09-14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과 저 그림은 기가 막히게 어울린답니다. 사실 줄거리야 옛날 전설구조로 별로 색다를 것도 없지만 분위기가.....전 그런 분위기에 약하거든요.

송경준 2020-12-11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찾던 운디네 노래인데 가사만 있네요
곡까지 있는 노래는 없나요
혹시 있으면 제 메일로 좀 알려주세요
smiskj@naver.com

송경준 2023-10-13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랜만에 운디네 내용을 다시 보네요.
위의 내용중 운디네도 맞고 온디네도 맞는거 같아요.
슈몰이란 사람이 운디네와 어부란 곡을 작곡 했는데
독일어판은 운디네 불어판은 옹디네인데 불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온디네로 발음 될 수 있느 ONDINE로 되어 있네요
 
빨간 귀 - 레제르 만화 컬렉션
장 마르크 레제르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덮고 나서 난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빨간 귀>란 이상한 아이가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은 것이다. 난 얘가 좋기도 하고 싫기도 했다. 왜 그런걸까?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거지, 왜 이렇게 마음을 못 정하는 걸까?

자, 이제 난 알았다. 왜 그랬는지. 나는 빨간귀였다. 그래서 내가 빨간귀를 좋아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애의 부모이고 선생이었다. 그래서 난 그애가 싫었던 거다.

빨간 귀는 어린 소년이다. 그러나 귀엽고 순진한 소년은 절대 아니다. 부모님의 벗은 몸을 엿보고 그걸 그림으로 그려서 어른들을 당황시키고, 수업시간엔 선생님의 설명보다는 배꼽티를 입은 선생님의 몸매에만 정신을 집중시키며 야한 그림을 보고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만일 현실에서 만난다면 절대 좋아할 수 없는 소년이다. 어른들은 이 소년을 좋아할 수 없다. 그래서 빨간 귀는 끊임없이 맞는다. 부모님에게, 선생님에게, 지나가는 어른에게. 하도 따귀를 얻어맞아서 귀가 빨개졌다. 그래서 빨간 귀다. 그런데 이 소년은 절대 굴하지 않는다. 빌지도 않고, 반항하지도 않고, 대꾸도 않는다. 다만 줄기차게 계속할 뿐. 어른들이 못하게 하는 바로 그것을 말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아무리 맞아도 굴하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다.

나는 그애의 부모이고 선생이다. 나는 나 자신을 잘 안다. 내가 머릿속으로 아무리 반항적인 아이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도 막상 그런 녀석과 부딪히면 나는 마음의 평정을 찾기가 어렵다. 나는 기존질서고 기성세대인 것이다.

그러나 난 빨간귀이기도 하다. 나를 억압하는 모든 것, 내 자유의지를 가로막는 것에 대해 나는 머릿속으로 찢어발기고 때려부순다. 단지 머릿속으로만. 그런데 책속의 빨간귀가 내가 하고 싶은 걸 대신 해주는 것이다. 굴하지 않고 전진하기. 누가 뭐래든 하고 싶은 것 하기.

넌 빨간귀였어. 지금도 빨간귀고. 그러니까 네가 만나는 어린 빨간귀들에게 잘해주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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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9-12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악, 추천!!!

깍두기 2004-09-12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가 아아악입니까? 깜짝 놀랐어요^^

진/우맘 2004-09-12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악!! 나도 추천!!! 그리고 다음에 도서관 가면 꼭 빌릴 책 목록에 찜!!!!

2004-09-12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4-09-12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인들의 비명이 낭자하군요. 귀신 나올라~~^^
속삭이신 님/요즘 서재에 뜸하신 것 같아요. 님의 글이 올라오면 전 꼭 가보는데....바쁘신가봐요^^

바람구두 2004-09-14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아하는 빨간귀....물론, 추천을...

깍두기 2004-09-14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당~^^
 

<SF와 정치가 결합한 판타지 - 엔키 빌랄의 '니코폴 3부작'>


 

 

 

 

 


 

 

 

 

 

 

멋지지 않나요? SF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분야입니다. 사고의 폭을 넓혀주죠. 게다가 이런 멋진 그림과 함께라면......무표정하고 슬픈 것 같기도 한 푸른 입술의 저 여인이 과연 이야기에서 무슨 역할을 할지 궁금해지는군요.

혹시 이 만화에 대해 아시는 분 코멘트 달아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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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4-09-12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감사합니다. 님의 추천을 믿고 이 책을 사보아야 할까봐요. 아, 보아야 할 책의 압박에 깔려 쓰러지겠습니다^^

urblue 2004-09-12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바람구두님 이벤트 때 제가 이 책을 추천했습니다. 좀 비싸긴 하지만 아깝지는 않으실거에요.

깍두기 2004-09-12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꼭 사보고 리뷰 올릴게요^^(근데 얼마일까?)
 

내가 중1때인가 중2때 <보물섬>이라는 만화잡지가 나왔다. 우리 엄마가 그걸 사주실 리는 없고(국민학교 4학년 때인가 '어깨동무'라는 어린이 잡지를 사달라고 조르다 다듬잇 방망이로 맞은 기억이 있는 나는 보물섬을 사달라고 할 용기가 없었다) 친구집에 한달에 한번 찾아가서 보물섬에 실린 <둘리>를 봤다. 아~ 둘리~~~~보물섬은 그야말로 <진짜> 보물섬이었다.

또 하나의 보물섬을 발견했다. 성완경의 <세계만화탐사>. 여기엔 내가 몰랐던 전 세계 만화걸작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나는 침을 질질 흘리며 이 책을 읽고 있다. 여기에 소개된 23편의 만화를 다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만화란 이렇게 훌륭한 것이었어....ㅠ.ㅠ

 

*****이 책에 나온 23편의 리스트*****

01. 신호탄이 된 노란색 꼬마 - 아웃코트의 '옐로 키드'
02. 초현실주의의 놀라운 예고편 - 맥케이의 '잠의 나라의 리틀 네모'
03. 미국만화 최고의 시적 향기 - '헤리만의 '크래이지 캣'
04. 20세기 모험만화의 고전 - 에르제의 '땡땡의 모험'
05. 프랑스의 유머와 자존심의 상징 - 고시니와 우데르조의 '아스테릭스'
06. 만화의 최초 황금기와 주역들 - 1930년대 미국만화의 고전들
07. 슈퍼영웅 속에 구현된 변신의 꿈 - 조 슈스터와 제리 시겔의 '슈퍼맨'
08. 삶의 현실을 파고든 리얼리즘 만화의 거장 - 윌 아이스너의 '더 스피릿'
09. 남미 현실의 정치ㆍ철학적 우화 - 브레시아의 '뻬라무스'
10. 60년대 미국 반문화운동의 기수 - 로버트 크럼의 언더그라운드 만화
11. 도미에 이래 최고의 무정부주의적 풍자와 유머 - 레제르의 '빨간 귀'
12. 초현실세계를 넘나든 야누스 - 뫼비우스의 SF만화
13. SF와 정치가 결합한 판타지 - 엔키 빌랄의 '니코폴 3부작'
14. 프랑스를 사로잡은 그래픽 노블 - 타르디의 '아델 블랑섹의 기이한 모험'
15. 모험과 자유사상의 신화 - 휴고 프라트의 '코르토 말테세'
16. 민중을 대변한 당찬 꼬마 소녀 - 키노의 '마팔다'
17. 페미니즘 만화의 정수 - 브레테셰의 '욕구불만자들'
18. 퓰리처상을 받은 아우슈비츠 이야기 - 슈피겔만의 '쥐'
19. 초현실 고급 유머의 대명사 - 부크의 '제롬 무슈로의 모험'
20. 동양화 같은 붓그림의 대가 - 보두앵의 '여행'
21. 현실계 은유로서의 상상의 도시 - 스퀴텐과 페터스의 '어둠의 도시들'
22. 멀티미디어 만화의 수작 - 맥킨과 가이먼의 '미스터 펀치'
23. 만화형식의 파괴자 - 크리스 웨어의 '애크미 노벨티 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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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9-11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책 재밌죠?
읽고 싶은 만화가 자꾸자꾸 늘어나서 어떻게 해요?
뭐......좋은 현상이죠.^^

깍두기 2004-09-11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큰일났습니다. 서재질 전에는 '왜 이렇게 재밌는 책이 없어!'가 저의 외침이었는데 지금은 보고 싶은 책에 깔려 죽을 지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