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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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길 물 속은 알아도 이것만은 절대 알 수 없을 거라던 한 길 사람 속, 그 인간심리의 미로를 후비고 파헤쳐 그것을 자로 재고 계량한 후, '자, 이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라고 까발려 보였던 열명의 학자들이 이 책에 있다. 

그들 덕분에 우리는 인간이 보상과 처벌에 의해 좌우되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는 아기는 따뜻하게 안아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다르게 주장한 사람들도 있었던 것이다, 글쎄), 인간의 기억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것도 새로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의 뇌 어느 부분에 어떤 기억이 저장되는지, 기억이라는 정신활동으로 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하는 생물학적 부분에 대한 지식도 갖게 되었고 말이다.

그러나 인간 심리를 과학의 영역에 갖다 놓은 이 열명의 심리학자들은 살아 생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으며 죽어서도 오명을 씻지 못하고 계속되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이들의 실험대상이 인간(혹은 인간과 가장 비슷한 동물인 원숭이)이었기 때문이다.

뇌엽절제술을 개발한 모니즈를 예를 들어보자. 그는 인간의 뇌 속에 알코올을 들이 부었다. 그리고 메스로 뇌의 여기저기를 잘라냈다. 끔찍하지 않은가? 보상에 의한 강화를 증명한 스키너는 어떤가? 그는 자기 딸을 실험대상으로 삼고 '아기상자'라는 것에 딸을 넣어 키웠다. 너무하다고? 그럼 이건? 스탠리 밀그램이라는 자는 가짜 전기충격기 앞에 실험자를 세우고는 그걸 진짜라고 속이고 버튼을 누르게 했다. 그럼 전기충격기 속의 배우가 비명을 지르다 죽은 척 하는 것이다. 그는 이걸로 사람이 부당한 권위에 얼마나 맥없이 복종하는지를 측정했다. 부당한 권위에 힘없이 복종한 70퍼센트의 실험자들은 그 후 얼마나 정신적 상처를 안고 살아갔을지?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실험대상이 된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나쁠 것이고 심한 경우는 공포스러울 것이다.(내 뇌가 열리고 머릿속 어디에 뭐가 저장되어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여기저기를 들쑤신다고 생각해 보라) 그런 불쾌감과 공포심이 이들 심리학자들에 대한 크고작은 오해들을 만들었다.

위에서 예로 들은 심리학자들의 실험은 이 책에서 읽으면 생각만큼 끔찍하지는 않다.(물론 불쾌하기는 하다만) 아기상자만 해도 그것은 그냥 잘 설계된 아기놀이터에 불과했다. 커서 자살했다던 그 아기는 지금 예술가로서 잘 살고 있다. 뇌엽절제술은 실제로 효과가 있었고, 치료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에게만 시술되었다. 사람들의 공포심이 이야기를 부풀리고 부풀린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들이 윤리적인 문제를 완전 비껴 간다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동물실험에서 죄없이 죽어간 원숭이들, 여러가지 실험에서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람들......없을 리 없다. 그들이 생각만큼 다수가 아니라고 해도 숫자의 많고 적음으로 면죄부가 주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지은이 로렌 슬레이터의 너무나 효과적인 변호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과학자들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풀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세기의 이 천재적인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우리 자신을 좀 더 잘 알게 되었고,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사랑하고 가르쳐야 하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으며, 옛날보다는 실수를 좀 덜하고 살 수 있게 되었다. 그 혜택을 고스란히 입고 살아가는 우리들이 그들의 잘잘못을 따진다는 건 여간 난감하고 곤란한 일이 아니다.

수많은 원숭이를 고문하다시피 괴롭혀 얻은 과학적 결론이 '아기에게는 스킨쉽과 사랑이 필요하다'라는 것이라니 너무도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들의 업적을 인정하지도 비난하지도 못하는 이 고민스러운 지점에 저자 로렌 슬레이터도 서 있었음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는 애정을 가지고, 괴물로 취급되던 이 몇명의 냉혈과학자들을 고뇌하는 인간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매우 공감할 수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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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5-08-20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과학의 귀결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겝니다. 그 한 길 사람도 몽땅 자연의 일부인 까닭이겠지요... 잘 읽고 갑니다.

검둥개 2005-08-21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하며 읽다가 "수많은 원숭이를 고문하다시피 괴롭혀 얻은 과학적 결론이 '아기에게는 스킨쉽과 사랑이 필요하다'라는 것이라니 너무도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 부분에서 저 넘어갔어요. 이 책도 읽고 싶고 아, 뽐뿌성 리뷰가 넘치는 이 곳~~ 어찌하오리까.

깍두기 2005-08-21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웃으며 썼습니다. 생각하니 기가 막혀서....
이 책 지금 마일리지 만땅 줍니다. 아주 싸요. 한번 잡으면 못 놓을 정도로 재밌고요.

날개 2005-08-21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너무 재밌군요..^^ 일단 보관함으로~

비로그인 2005-08-2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너무 유혹적입니다..;;

진주 2005-08-2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는 제 관심 밖 분야의 책인데...깍두기님의 리뷰를 보니
일단은 보관함으로 넣고 있는 제 손을 봅니다...

깍두기 2005-08-23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비숍님, 진주님, 사세요, 지금 당장, 땡스투도 잊지말고~~~^^
 
한푼도 용서없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86
제프리 아처 지음, 문영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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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동생이 '추리소설 사 모으기'란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된 바람에(물론 읽기도 하겠지^^) 남동생 집에 가면 빌려올 만한 책들이 쏠쏠히 있다. 날도 덥고 골아픈 책은 읽기 싫고 그래서 그 중 가벼운 책을 골라서 집에 가져왔는데 읽다보니 옛날에 읽은 책이었던 거다!

그때는 <한푼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란 제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게 책 내용과는 더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이야기인즉슨, 법망을 피해 요리조리 교묘히 사기를 치는 벼락부자 나쁜놈(하는 짓과 어울리게 생긴 것도 품위없고 천박하다)이 있는데 이놈한테 전재산을 사기당한 네명의 나름대로 전문분야에서 멋지구리한 네명의 신사(수학자, 화상, 의사, 귀족)가 빼앗긴 재산을 한푼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되찾아오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그래서 한푼도....운운 하는 것이다.

추리소설 두 번째 읽는 게 도대체 무슨 재미냐 하겠지만 재밌었다. 워낙에 유쾌하고 가벼운 영화 한 편 보는 듯한 이야기라서 원래 처음 볼 때도 대단히 머리 쓸 내용은 아니다. 각자가 자신의 지위와 재능을 이용하여 탐욕스런 그놈을 제꾀에 제가 넘어가게 만드는 게 통쾌해서 그냥 하하거리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은 더욱더 유쾌하고....아무 생각없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처음에 그 나쁜 놈이 이들에게 사기를 치는 수법은....요즘도 심심찮게 써먹고들 있지 않나? 증권사기라는 것이 다 이런 것 아닌가 싶다.  유령회사 차려서 거짓정보 슬슬 흘려가지고는 주식의 가격을 높인 후 팔아먹고 도망치는 것. 거기에 그렇게 쉽게 속아버린 '나름대로 전문분야에서 멋지구리한 네명의 신사'가 좀 우스워 보이기도 한다. 그들이 그렇게 바보같이 자기의 전재산을 고스란히 그 악당에게 바친 것에 비해 그 후의 복수극은 치밀하고도 유쾌하다. 뒤의 해설에서 '사람을 속이고 돈을 갈취하는 것이니까 범죄임에는 틀림없겠지만, 흉기를 위두르거나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닌 이들 콘맨들은 어쩐지 미워할 수 없는 구석이 있어서,자칫하면 아무 생각없이 불쑥불쑥 박수를 보내고 싶어질 때가 있다'고 했는데 사실 툭 까놓고 말하자면 이들의 행위는 전혀 범죄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내가 내돈 찾자는데 그게 왜 범죄냐고.

<범죄의 재구성> <스팅> 등 내가 본 '사기'를 다룬 영화는 대부분 재밌었다. 그것이 일종의 두뇌게임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리라. 당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면 사기란 흥미진진한 것이다. 그리고 측은지심이 작용하여 재미가 없어지면 안되니 당하는 사람은 당해도 싼 나쁜놈이어야 한다. 어쨌든 유쾌했다. 좀 유치하고 속이 훤히 보이는 면이 없지도 않았지만 나름대로는 귀여웠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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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05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비슷한 건 그나마 나아요. 얼토당토 않은 건 어쩔 수 없게 속는다니까요...

깍두기 2005-08-05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전 제목이 전혀 바뀌지 않았어도 기억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해서 두번 본 책 많걸랑요. 심지어는 책을 반 넘어 읽고 나서야 "언제 읽은 것도 같은데...." 요런 적도 있어요^^

게으름이 2005-08-08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 모으기'라니...
변호사 선임하시오.

깍두기 2005-08-10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게으름이님! 넘 무서워요^^;;;
 

 

 

 

 

<그린힐>은 로드무비님의 리뷰를 보고 대여점을 뒤져서 빌려 보았다.(사 보려고 했으나 품절이었다)

<소립자>는 노파오빠가 예전에 소개했을때 덥석 구매를 했으나 왠지 노파오빠의 평소 행적을 보아 쉬운 책은 아닐 것 같아서 미루고 미루다 며칠 전에 집어 들었다. 그러나 웬걸, 아주 술술 잘 넘어간다. 물론 메시지는 그리 간단치 않지만......

이 두 책을 왜 같이 언급하느냐 하면 이 두 책에서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소재가 있기 때문이다. 좋은 말로 유연하게 표현하자면 '남자의 성적 환상' 정도가 되겠고, 직접적으로 대놓고 말하자면 '섹스에 환장한 남자들' 쯤 되겠다.

그린힐은 <이나중 탁구부>를 그린 사람의 작품인데 이나중 탁구부가 탁구를 빙자한 사춘기 남자애들의 성적환상을 그린 만화라면 <그린힐>은 오토바이를 빙자하여 남자 대학생들 머릿속엔 과연 무엇이 들었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꼭 그것만은 아니고, 번듯하지도 못하고 생긴건 폭탄이고 능력도 없고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루저들의 오바액션이 주로 연출되지만 이 책을 읽고 <소립자>를 읽으니 아무 상관없을 듯한 이 두 책이 그런 면에서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쪽으로 생각이 넘어가게 되었다.

<소립자>도 주제면에서는 굉장히 무겁고 어려운 작품이며 결론부분에 가면 이 지저분하고 나약하고 잔인한 인류를 대신한 정신적 고통없는 신인류의 탄생이라는 예상 못한 결론이 나오고 말지만(알고 보니 SF였던 것이다. 이런, 스포일러를 하고 말았네) 거기까지 도달하기 위해 인간의 적나라한 부분을 공개하다 보니 한 남자의 '섹스에 미친 스토리'가 나오게 되어 바로 전에 읽었던 <그린힐>과 연계가 되었다.

읽으면서 궁금한 것이 있었다. 남자들은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섹스가 생각의 중심에 있는가, 라는.

이 책들이 특수한 경우를 찝어내어 과장하여 다루고 있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평소 그들의 행적을 보면 여자와 남자가 서로 성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이 다른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일례를 들어 인터넷의 그 많은 포르노 싸이트와 스팸메일로 뿌려지는 야동을 생각해 보면 말이다, 그것이 돈되는 장사니까 누군가 하고 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구매자는 대부분 남자일 것 아닌가? 아닌가? 여자도 많은가?

이 화제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꽤 있었던 것 같은데 하루 지나니까 다 잊어먹어 버렸다. 그러니까 생각날 때 바로 써야 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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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식물 도감 (양장)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9
보리 편집부 엮음, 권혁도 외 그림, 전의식 등 글 / 보리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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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감류를 많이 구입하는 편인데 이 책은 그 중 유독 손이 많이 간다. 장점이 아주 많은 책이다.

일단 아이 엄마라면 이 책 한권은 필수다. 이제 막 세상에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하여 이게 뭐야, 저게 뭐야를 연발하는 어린 아이의 질문에 그래, 우리 그게 뭔지 찾아볼까? 하며 자연스럽게 책을 펼칠 수 있다. 물론 아이가 식물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면 이 책은 또 관심을 유도하는 동기로써 작용할 것이다. 책에 있는 아름다운 세밀화를 보며 주변에 있는 식물에 대한 호기심을 키울 수 있다.

이 책에 사진 대신 들어간 각 식물들의 세밀화는 정말이지 감탄스럽다. 사진보다 더 사진스럽고 식물의 특징을 잘 표현해 주며 그 식물들에 대한 따스한 애정이 묻어나는(그림에 뭐 그런 게 보이겠냐고 하겠지만 보면 알 수 있다) 그림으로, 오히려 사진으로 보면 식별 곤란한 것들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그려 놓았다.

아이가 어렸을 때만 이 책이 필요한 건 아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이게 또 없어선 안 될 책꽂이의 터줏대감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부제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초등학교 전 학년, 전 과목 교과서에서 뽑은 160가지 식물 이야기'  그러니까 이 책에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각종 식물들이 총망라되어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초등학생의 필수품이다.

그리고 물론 교사에게도 말할 나위가 없다. 실제로 초등교사들은 이 책을 다양한 용도로 써 먹는다. 일단 교과서에서 어떤 식물이 언급되었는데 아이들이 그 식물에 대해 잘 모를 때 이 책을 찾아보면 된다. 그리고 관련 단원에서는 그야말로 보물처럼 써먹을 수 있다. 분류도 수업시간에 사용하기 좋도록 논밭에서 기르는 식물/ 꽃밭에서 기르는 식물/ 산과 들에서 자라는 식물/ 물에서 사는 식물/ 바닷 속에서 사는 식물로 구분되어 있다. 예를 들어 실과에 <꽃가꾸기>라는 단원이 있다면 단원을 배우는 틈틈이 이 책에 나오는 꽃을 보며 설명해 주고(아이들은 예상 외로 꽃이름 많이 모른다) 나중에 단원 정리하는 의미에서 실물화상기로 이 책의 삽화를 보여 주며 퀴즈대회를 여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1~6학년까지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그리고 나같이 서울에서만 자란 무지한 어른들에게도 이 책은 많은 도움을 준다. 당근이나 생강, 우엉 같은 뿌리 채소의 윗부분이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새로 안 것이 한 두개가 아니다. 보리와 밀이 밭에 있으면 어떻게 달라 보이는지도 모르는 내가 이 책의 삽화들을 아이들과 들여다 보면서 얻은 지식은 생각보다 많다.

물론 어린이용 도감이니 이 책에 실린 식물은 그야말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주변의 흔한 식물 160여가지이다. 내가 산에서 본 모든 풀, 나무들의 이름을 도감에서 찾아보고 싶은 사람은 더 두꺼운 책을 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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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5-08-03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냥 아이가 물을 때 제것을 같이 보는데, 사주는 게 좋겠지요. 음 우선 땡스투 누르고^^

깍두기 2005-08-04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고맙습니다. 돌바람님. '제것'이라 함은....다른 도감이 있으신가 보군요? 그래도 이 책은 좋아요. 그리고 '동물도감'도 같이 사면 좋지요.
 
비잔티움의 첩자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8
해리 터틀도브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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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드디어 행책에서 SF시리즈 여덟번째 권이 나왔다. 얼마나 오매불망 기다렸던고.

내가 이놈의 행책 SF시리즈를 이렇게 고대하는 것은 시공그리폰북스의 아픈 추억 때문이다. 지금은 나오지 않는 시커먼 표지의 시공그리폰북스......내가 이것을 알게 된 것은 그리폰 북스가 나온지 한참 지난 후였고, 아니, 우리나라에도 SF시리즈가 드디어! 이렇게 생각하고 사모으기 시작했으나 이미 책은 반넘어 절판, 품절된 후. 그리하여 열세권의 시공그리폰북스를 사모으는데는 정말이지 눈물겨운 노력이 필요했던 것이다.(사지 못한 것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 결국은 다 읽었다)

그 이후 계속 출간된다던 그리폰북스는 <유년기의 끝>을 끝으로 시리즈가 종료되어 예전 '동서추리문고'같은 백권 넘는 문고판의 출현을 기대하던 나를 실망시키고 있던 찰나, 너의 그 백권의 꿈을 이뤄주마! 라며 등장한 것이 행복한 책읽기의 SF총서이다. 그리폰북스를 계기로 '책은 절판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나는 이 총서를 나오는 족족 초판 구매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출판사는 도대체 백권의 꿈을 언제 이루려는 것일까? 2003년에 나온다던 이 책이 2년이 지난 지금에야 나왔으니......그래도 뭐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했으니 언제까지라도 백권을 내주시기만 한다면야 나는 감지덕지다. 그리고 요즘은 여러 출판사에서 SF가 옛날보다는 자주 출판되는 터라 이 총서에만 목매지 않아도 되고 말이다^^

어쨌든 이 책 <비잔티움의 첩자>는 나온다 나온다 하며 하도 얘기를 많이 들은 터라 나는 읽지도 않고 마치 읽은 듯한 착각에 빠져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은근히 부담되기도 했는데 비잔틴 역사를 배경으로 한 대체역사소설이라는 소개 때문이었다. 비잔틴이라면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배운 알량한 지식밖에 없는 나로서는 과연 소설의 배경지식이 이렇게 전무하고도 소설을 즐길 수 있을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물론 잘 알고 보면 더 즐거웠겠지만 워낙에 가벼운 첩보물이었기 때문에 역사지식의 무지가 별로 장애가 되진 않았다. 아래 다른 분의 리뷰를 보고 내가 완전 동의한 부분이 있는데 '이것은 비잔틴을 배경으로 한 007시리즈'라는 것이다.  주인공 아르길로스의 직업은 '마지스트리아노스' 지금으로 말하면 스파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말로는 '간첩'이라는 것인데, 스파이 - 첩자 - 간첩, 왜 이리 어감이 천양지차이지? 스파이라고 하면 괜히 멋지고 폼 나 보이고 간첩이라고 하면......반공멸공 시대를 살아온 우리 머릿속엔 다들 동일한 이미지가......^^

어쨌든 주인공인 아르길로스는 절대 '간첩'이 아닌 '스파이'다. 모두 7장으로 되어 있는 이 책에서 주인공은 한 장에 하나씩 커다란 사건을 뛰어난 통찰력과 지력으로 해결해 낸다. 그의 아내와 아이는 2장에서 병사하여 그는 그 이후 우울한 표정을 얼굴에 드리우고 다양한 여성편력을 쌓을 수 있게 되었다.(이렇게 말하면 심술궂게 들리겠지만 하여간 읽다보면 그의 아내는 소설의 재미를 위해 죽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걸 어쩔 수 없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흥미있었던 것은, 인류문명의 중요한 발명품(화약, 활자, 위스키, 망원경)들을 주인공의 시대에 발명한다고 설정해 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었다. 거기서 주인공은 그러한 발명품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군사적,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데 머리를 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마치 옷 속에 숨겨놓은 비밀무기로 사건을 해결하는 007처럼.

작가가 생각해 낸 새로운 역사무대가 배경이라는 것 이외에는 이 책은 철저히 흥미위주의 소설이다. 뭔가 깊은 맛을 기대한 사람은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여름밤 더위를 잊고 몰두하기에는 딱 알맞은 책이다. 다만 책을 읽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역사라는 건 어떤 민족, 어떤 국가에게는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라는. 이 책에서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하메트는 기독교로 개종한 성인으로 나온다. 아랍국가들은 아예 세워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비잔틴이 문화의 중심지가 되는 것이다. 아마 이슬람 국민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분개할 것이다. 나는 약간 의심을 하기도 했는데 ㅡ 작가가 백인우월주의자라거나 뭐 그런 ㅡ 이슬람 문명을 배경으로 한 대체역사도 썼다니 오해일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역사의 다양한 장면에서 '이렇지 않고 다르게 되었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쓴 대체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적당히 지적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독서여행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잘난척 하나^^

5장 <아키타이프>는 인쇄활자의 정치적 효용성을 찾아내는 주인공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거기서 주인공은 활자로 자기 이름을 찍어보는데 글자를 왼쪽---->오른쪽으로 보이게 하려면 오른쪽부터 활자배열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해 실수를 하게된다. 그렇다면  바실 아르길로스는 '스로길르아 실바' 이렇게 찍혀야 할텐데 책에는 한글 자모 자체가 좌우 반전되어 나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행책 게시판에 문의를 했는데 원본에도 그렇게 나온다고, 아마 작가나 편집자의 실수인 것 같다는 답변이 달렸다. 아니, 독자인 나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을 작가가 실수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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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이 2005-08-08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난척 맞구려 ^^

깍두기 2005-08-10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추천이나 할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