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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자 엄마와 이불 아빠 ㅣ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3
사토신 지음, 김경은 옮김, 아카가와 아키라 그림 / 책과콩나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인터넷 서점에서 책 소개를 보고 "어! 이거 우리집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네..."하며 완전 공감했던 책이다. 역시나 책을 받아들고보니 표지부터가 심상치 않다. 펄펄 끓는 물이 담긴 주전자처럼 항상 부글부글 삐~~익 하는 주전자엄마와 이불과 한몸이 되어 어느 것이 이불이고 어느 것이 아빠인지 구분할 수 없는 이불아빠의 이야기...
이 책은 아이들이 보기전에 엄마, 아빠가 먼저 보고 자신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아야 할 책이다. 하루종일 부글부글 화를 내는 엄마와 휴일이면 잠만 자는 아빠를 보며 속상해 하는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사실 난 이 책을 보면서 매일 화를 내는 엄마의 모습에 반성을 하기도 했지만, 내가 평소에 아이들에게 하는 말들이 그대로 책에 나와 있는걸 보면서 나만 그런건 아닌가보다 하며 내심 위안을 삼기도 했다.^^;;
책을 보면 주전자 엄마는 나처럼 아들 둘을 키우고 있다. 아들 둘을 키우면 엄마가 목소리만 커진다고 하더니 내가 그렇다. 주전자 엄마가 아이들에게 하는 협박아닌 협박은 내가 평소에 아이들에게 하는 대사와 정말 똑같다.
"장난감 빨리 정리 안 하면 다 갖다 버릴 줄 알아!"
"골고루 먹어야 키가 쑥쑥 크지."
"밥 먹으면서 딴짓하니까 그렇잖아."
"옷 더러운 것 좀 봐. 이거 다 누가 빨아야 하는지 몰라?"
"네가 형이니까 동생한테 잘해 줘야 한다고 엄마가 그랬어, 안 그랬어?"
하지만 주전자 엄마가 항상 화만 내는건 아니다. "아차!"하는 생각과 함께 아이의 속상한 마음을 들여다 볼 줄 알기에 엄마인 것이다. 아이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화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하니, 아이도 엄마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된다. 머리속에서는 항상 아이에게 잘 해줘야지, 화내지 않고 좋게 얘기해야지 하지만 육아에 지쳐 순간 버럭했다고 변명아닌 변명을 해본다. ^^
그렇다면 아빠는 어떤가? 평일에 열심히 일했다는 이유로 주말이면 집에서 엑스레이를 찍는다. 요즘은 주 5일 근무라 토,일요일 이틀동안 그런 모습을 보아야 한다. 아침이면 늦잠을 자고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를 식사를 하고, 잠깐 쉰다며 TV를 보고 있다보면 어느새 "드르렁~~ 드르렁~~" 소리가 나곤 한다.
일주일 내내 아빠와 놀기를 손꼽아 기다려온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하고싶은게 너무너무 많은데 아빠는 이불 속에서 나올 줄을 모른다.
우리집도 얼마전까지는 이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단 몇 시간이라도 아이와 함께 놀아 주겠다고 약속한 아빠는 놀고 들어와 잠을 자는 한이 있어도 아이들과 나가려고 노력한다. 남자 아이들이다 보니 이렇게 아빠와 함께 몸으로 부딪히며 노는것을 좋아한다.
이 책을 보면서 나의 모습을 보는듯 하여 반성도 많이하고, 내가 이렇게 버럭~ 화를 냈을때 아이들이 무섭다며 눈물이 맺혔던 모습이 생각났다. 옆지기에게도 꼭 이 책을 보라고 해야겠다. 아마도 이 책을 보는 엄마, 아빠들은 아이들이 주전자 엄마는 무섭고 이불 아빠는 싫어 한다는걸 바로 알게 될 것이다. 엄마, 아빠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모습이 있는것처럼, 아이들도 보고싶은 엄마, 아빠의 모습이 있는 것이다.
다정한 엄마, 같이 놀아주는 아빠를 만나면 아이들은 어느새 이렇게 활짝 웃는 해맑은 모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