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오랜만에 아이들을 옆지기에게 맡기고 혼자 외출을 했다.
언니가 없는 나에게 친언니처럼 지내는 언니가 있는데 언니와의 데이트를 위해서였다.

언니를 처음 만난건 큰아이가 네살때였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는데 성격좋은 언니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언니의 둘째딸아이와 우리 큰아이가 동갑인데다 성격도 잘 맞아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내가 둘째를 임신하고 힘들어 할때 혼자서 심심해할 큰 아이를 집에 데려가 봐주기도 했다.
언니도 아이가 셋이나 있는데 힘들지 않냐는 말에 지들끼리 잘 논다고 허허 웃었다.

나는 12층, 언니는 6층에서 정말 허물없이 왔다갔다하며 지냈던것 같다.
요리에 관심이 없는 언니에게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불러서 먹거나 덜어서 갖다 주는건
당연한 일이고, 때로는 밥이 없어 밥한공기 빌리러 오면 반찬까지 더해서 주곤 했었다.
그러면 마당발인 언니는 여기저기서 우리아이 옷까지 물려받아 전해주기도 했다.^^
옆지기와 다투고 속이 상할때면 밤늦게 만나 생맥주 한잔 놓고 신세한탄을 하면
모두 들어주고 나보다 먼저 살아온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
시댁흉에 남편흉에 아이들 고민을 얘기해도 나중에 부끄러울게 없을만큼 편했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살던 집이 팔리면서 옆단지로 이사를 오게되었다.
가까우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아이들 학교도 다르고하다
보니 전처럼 얼굴보는게 쉽지는 않았다. 그리고 한참후에 언니가 얘기하는데 갑자기
내가 이사를 간다고해서 많이 서운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허전하고 서운한
마음을 내가 느낀다. 올해 6학년이 되는 큰아이 때문에 옆동네로 이사를 간단다.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도 보기 힘들었는데, 16차선의 넓은 길을 건너는
옆동네는 더욱 가기 힘들지 않겠는가? ㅜㅜ

그래서 어제 저녁 언니와 단 둘이서 맛있는 저녁도 먹고 생맥주도 한잔하며 늦게까지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아마도 이게 우리들의 마지막 데이트가 되지 않을까 싶어 아쉽다.
언니는 10년 넘게 살아온 곳을 떠나 아는사람 하나도 없는 곳으로 이사가는게 겁난다고
얘기하지만 나는 언니 성격에 또 좋은사람 많이 만날꺼나라고 걱정말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이사를 해보니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을 사귀는게 쉽지 않다는걸 알기에
언니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는 한다.

집앞까지 나를 데려다주고 가는 언니를 뒤로하며 집으로 들어오니 아직도 못다한
이야기가 있는듯 마음이 허전하다. 그래도 넓은집으로 이사하니 축하하며 보내야지...
언니!!! 이사가서도 좋은 이웃 만나고 아이들도 전학간 학교에서 잘 하리라 믿어.
힘내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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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희망꿈 2010-02-08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건 정말 행복한 일이지요.
두 분이 정말 사이가 좋은것 같아서 보기좋네요.
나이들면서 사람 사귀기 힘들다는 말에 저도 공감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기가 힘든것 같아요.
이사를 조금 멀리가셔도 두분 오래오래 좋은인연 이어가시길 바래요.

같은하늘 2010-02-09 16:03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그런면에서 이런 공간이 있다는것도 고마워요.^^

울보 2010-02-08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는데 언니는 아닌데 우리는 동갑내기 우연히 옆집엄마덕에 친해진 사이인데 그집 셋째가 우리 딸이랑 동갑 생일이 빨라서 그녀석은 삼학년이 되지만요,
아무튼 그 친구도 큰아이때문에 이사를 갔는데 아래윗집살때보다 차를 타고 가야하는 거리지만 걸어서 15분정도 항상 제가 움직여요 그집은 사정이 있어서 명절이면 집에 날라오는 선물셋트를 보면서 참 고마운 마음이 드는데,,지금도 자주 젼화하고 뜸하다가 한달만에 전화를 해도 정말 내마음을 쏙 알아주는 친구라서 좋은데,,
같은 하늘님 마음 알것 같아요,

같은하늘 2010-02-09 16:04   좋아요 0 | URL
네... 울보님도 좋은 친구를 두셨군요.
전 어린 제가 움직여야 할 것 같아요.^^

순오기 2010-02-09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나도 친정언니처럼 지내던 언니가 좀 멀리 이사해서 많이 허전한데... 사실 곁에 있으며 자주 만나지 못해도 옆에 있다는 게 든든했던 언니였는데...같은하늘님 마음 내가 충분히 알아요, 알아.ㅜㅜ
나도 언니 이사하기 전에 같이 저녁 먹었는데... 지난번엔 집들이 가서 회포를 풀었고.
이사가니까 전화로 더 자주 이야기 하게 되더라고요.^^

같은하늘 2010-02-09 16:06   좋아요 0 | URL
참 많이 허전하고 쓸쓸하고 그래요.ㅜㅜ
한비야님이 말씀하셨잖아요.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
언니도 없고 딸도 없는 사람... 바로 저... ㅠㅠ

hnine 2010-02-09 0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람들이랑 잘 못 어울려서 그런지, 전 이웃에 그런 분이 없네요.
같은 하늘님이시라면 그 언니분이 떠나신 후에도 또 좋은 이웃을 만드실 법 해요.

같은하늘 2010-02-09 16:07   좋아요 0 | URL
저 많이 소심하고 내성적이랍니다. ^^
나이 먹을수록 사람만나는거 정말 어려워요.

후애(厚愛) 2010-02-09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냥 부럽습니다.^^

같은하늘 2010-02-09 16:07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사랑하니 걱정 마세요~~~ㅎㅎ

하늘바람 2010-02-09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쉽겠어요. 하지만 보내주셔야지요.
그런데 언니와 님 사이 부럽네요.
흥~.

같은하늘 2010-02-10 21:29   좋아요 0 | URL
흥~ ^^

치유 2010-02-10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좋은 분 만나실거에요..
많이 서운하시겠어요. 그 후유중 얼른 이겨내시길.

같은하늘 2010-02-10 21:30   좋아요 0 | URL
주변에도 아는 사람은 있지만 그만큼 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요.
많이 아쉬워요. 그래도 그리 멀리 가는건 아니라...^^

꿈꾸는섬 2010-02-10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서운하시겠어요. 그래도 또 다시 만나실 수 있을거고 다른 좋은 분을 만나실 수도 있을거에요.^^

같은하늘 2010-02-10 21:30   좋아요 0 | URL
마음 한구석이 휑~~해요.
그래도 보고싶을때면 달려갈 수 있는 거리라 다행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