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 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2001년 여름에 들린 선운사 초입엔 분홍 목백일홍이 한창이었다.
남도의 절 마당마다 진분홍, 연분홍 자태를 빛내던 꽃나무
충청이북에서는 제색깔을 볼 수 없는... 배롱나무
예전에는 이 꽃이 다 피고 져야 이팝을 먹을 수 있다고 하였다는 가난한 서민의 바램이 숨어있기도 하는 꽃

우리의 희망도 이 꽃처럼 수없이 졌다가 피어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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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언덕 2004-07-15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과 남도땅, 배낭여행 비슷한 것을 하며 눈이 시리도록 본 것이 목백일홍입니다.
제일 처음 출발지인 선운사 초입의 작은 수퍼에 가게지붕을 온통 뒤 덮듯이 서있는 화사한 꽃의 이름을 몰라 주인아저씨에게 물어보았답니다. 이팝나무... 어디를 가도 눈에 가득차는 꽃들이 우리가 사는 서울로 올라올 수록 제 색깔을 잃어가더군요.
30여년전에 식수하신 그 꽃나무는 여름이 오면 얼마나 많은 꽃을 달고 있을까요?
책방에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