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아
산 채로 껍질을 벗겨내고
속살을 한번 더 벗겨내고
그리고 새하얀 알몸으로 자네에게 가네
이 사람아
세상이 나를 제아무리 깊게 벗겨놓아도
결코 쪽밤은 아니라네
그곳에서 돌아온 나는
깜깜 어둠 속에서도 알밤인 나는
자네 입술에서 다시 한번
밤꽃 시절에 흐르던 눈물이 될 것이네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이후로 좋아하게된 박라연 시인
병을 앓고 난 뒤 원숙함 대신 처음의 패기를 볼 수 없게 된 것이 약간의 아쉬움.
그러나 숨길 것 없는 알몸인채로 그대에게 가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알밤인 그 원형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