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손바닥만한 베란다의 옹기종기 모아놓은 작은 화분에 옮겨 심은 고추 모종이 드디어 결실을 맺어 딱 내 검지 손가락만한 풋고추가 대롱대롱 열렸다. 다른 화분에는 하얀 고추 꽃이 예쁘게 피었을 뿐인데 한 화분에서 한 녀석만 줄기차게 성장을 하더니 드디어 우리 집 식탁에 오르게 되었다. 후후 콧노래를 부르면 그 한 개를 씻어서 하얀 접시위에 올려놓으니 여덟 개의 눈동자가 반짝 반짝 한다. 얘들 아빠부터 한 입씩 꼬맹이까지 그러고도 조금 남은 고추꽁다리는 화분에 물을 제일 많이 준 아빠에게 양보한다. 아사삭 참 맛있다. 이제 며칠 후의 아침 식탁에 오를 디저트는 지금 빨갛게 물들고 있는 미니토마토 두알이다. 우리 베란다에서 여름이 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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