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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800년을 걷다
조관희 글.사진 / 푸른역사 / 2015년 10월
평점 :
베이징의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면서
중국 수도 베이징을 아직 가보지를 못했다.아는 것은 고작 간접적으로 듣고 보고 상상하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1200년대 원대부터 줄곧 중국의 중심부로 자리매김되다 1928년 잠시 난징이 임시수도 역할을 하다 1949년 신중국이 성립과 동시에 베이징은 중국 수도의 자리로 되돌아 왔다.인구 2,100만(2015년 8월 기준)에 지하철 18개 노선(1,000만명 이용/일)이 베이징의 동서남북을 종횡무진하고 있다.게다가 계획 도시답게 확 트인 평지에 다양한 볼거리,체험거리가 가득차 있는 곳이 베이징의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한다.한.중 수교 이전에는 특별한 사람만 갈 수 있었던 곳이 이제는 경제적 여유와 결심만 서면 누구든 베이징을 이웃집 드나들 듯 갈 수 있게 되어 상전벽해를 실감케 한다.
중심부에는 구궁(故宮)이 있고,전통적인 도성 건축의 원리 가운데 하나인 좌묘우사(左廟右社)의 원칙에 따라 우측엔 토지신과 사직단이 있다.사직단에는 오색의 흙이 뿌려져 있는데,오색은 청(동),백(서),홍(남),흑(북)과 황(중앙)을 상징하며,천지사방의 흙이 모두 이곳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p10
중국은 신해혁명(1911년)에 의해 청의 봉건왕조가 멸하고 '중화민국'이 세워지면서 중국이라는국명을 얻게 되었다.그 이전에는 각 왕조(명,원,송,청 등)의 이름이 정식 국명이었던 것이다.중화민국이라는 국명 속애 내재된 중화는 하늘 아래 유일한 것이고,세계의 중심으로 인식하게 되었다.그래서인지 중국인은 뇌리 속에 중국의 세계의 중심이고 그 이외의 것은 오랑케를 뜻하는 이(夷)로 불리면서 도외시했다.나아가 베이징은 중국의 심장부로 하늘 아래 유일한 수도(天下之都)이면서 세계의 수도(?)로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베이징이 중국의 수도(800여 년)로 자리매김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영욕(榮辱)과 부침(浮沈)이 이어져 왔다.
중국 베이징의 면면을 소개하고 있는 이 도서는 크게 다섯 파트로 나뉘고 있다.베이징의 사계,계획도시 베이징,권력의 중심,민초들의 일상,베이징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어느 파트부터 읽어도 무관하지만 내 경우에는 베이징의 역사,계획도시,권력의 중심부터 읽고 후반부엔 베이징의 사계,민초들의 일상을 읽어 내려 갔다.
50만 년 전의 베이징 원인(猿人)이 저우커우뎬(周口店)이 베이징 근교에서 고고학자들에 의해 모습을 드러내면서 고대 인류의 역사의 지평을 열게 되었다.흥미로운 점은 베이징의 명칭이 시대에 따라 다르게 불리웠다는 것이다.옌징(燕京),중두(中都),다두(大都),베이핑(北平) 등으로 불리워졌다.베이징의 명칭이 시대,왕조에 따라 바뀌면서 설계자들도 제각각이다.예를 들면 원나라는 쿠빌라이에 의해 다두로 설계되고 도성을 건축한 사람은 한족 출신이었다.현재 베이징의 부감도는 마치 아래는 장방형 위는 직사각형의 모습을 띤 모자 모양을 띠고 있다.베이징의 명칭은 연왕으로 한족인 영락제에 의해 개칭되었다.제국의 영화와 몰락 가운데 안타까운 것은 정원 위엔밍위엔(圓明園)이 청말 제국(영.프)에 의해 파괴되었다는 것이다.다행히 쯔진청과 이허위엔은 파괴되지 않아 베이징의 문화유적으로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또 하나 중국 현대사의 비극이고 문명의 후퇴를 안긴 문혁은 베이징의 각종 문화재들을 상당수 파괴했다.
만일 베이징을 가게 된다면 톈안먼 광장부터 찾을 것이다.천안문 광장 앞과 뒤에는 화표(華表)가 있는데,톈안먼을 찾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듯한 약속 장소는 아닐까.매우 인상적이다.톈안먼 광장을 중심으로 톈탄,쯔진청을 돌아보고 베이징의 중심지인 왕푸징에도 가보려 한다.그곳에는 북적대는 인파와 야시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베이징만의 특별한 먹을거리가 가득해서 보기만 해도 절로 배가 부를 듯하다.베이징도 올림픽 등 세계적 행사,개발붐으로 재래식 건물,거리,골목길이 대거 사라지고 있다.베이징의 골목으로 불리는 후퉁(胡洞)은 서울 종로 뒷골목이었던 피맛골을 연상케 한다.아직도 남아 있는 후퉁은 베이징 서민들의 일상의 공간으로 삶의 애환이 잔뜩 묻어난다.가보고 싶은 곳은 셀 수도 없을 정도다.서울의 황학동 쯤으로 불리는 판쟈위안(潘家園)은 만물상의 거리이고,남대문 시장 정도 불리는 다스라(大柵欄),골동품이 즐비하여 서울의 인사동으로 착각케 하는 류리창도 가볼 만한 곳이다.
베이징은 중국과 세계의 중심으로 정해지면서 오랜 세월 영욕과 몰락을 거듭해 나갔다.바둑판처럼 시원하게 펼쳐지는 시가지를 가보고 싶은 곳을 정해서 지하철,버스를 탄다든지 발품을 팔면서 베이징의 이모 저모를 꼭 관람하고자 한다.업무상으로 중국 동부 연안도시(웨이하이,칭다오,상하이 등)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 돌아 다녔을 뿐이다.현대 중국의 심장부로 모든 영역의 컨트롤 타워가 있는 베이징은 과거와 현대,미래가 면면이 이어져 가는 곳임에 틀림없다.베이징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직접 가보는 것만이 최고(最高)일 것이다.조관희 저자는 중국 전문가로 베이징의 과거와 현대의 속살을 다양한 각도로 잘 짚어 주고 있다.다만 아쉬운 점은 도서에 삽입된 도화가 컬러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사진들이 모두 흑백으로 되어 있다.마치 봄철 황사로 인해 도시 공간이 뿌옇게 드리운 모양과 같아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