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브런치 -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국립중앙도서관 선정 "2016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브런치 시리즈 2
정시몬 지음 / 부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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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서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은 '따분하다'에 있다.학창 시절 역사서는 편년체(編年體)가 주가 되었고 소나기식 암기 공부가 되다보니 머리 속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당시 문리(文理)가 트이지 않았던 시절이라 어려운 한자어 및 외래어가 난립하여 내 것이 되기에는 배 이상의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었다.그리고 대학시절,사회생활 속에서 역사 공부는 내내 사장되어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동.서양사에 대한 지식은 차라리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할 판이다.다행히 동.서양사와 관련한 역사 이야기들이 출간되면서 부족했던 동.서양사에 대한 지식을 재미있고 유익하게 보충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비록 체계적이지는 못하지만 누더기 옷처럼 조금씩 기워 가면서 나름대로 역사 지식을 즐기고 있는 편이다.불행 중 다행이다.

 

 이번 『세계사 브런치』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독자들의 입맛을 돋구게 하는 미각적 분위기와 그 위에 토핑(Topping  고명)을 얹어 한 끼의 인문학적 세계사가 밥상에 올라왔다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저자 시몬 정 도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세계를 발칵 뒤집은 판결 31』을 이미 읽었던 적이 있어 어떻게 세계사를 요리해 나갔을 것인가에 대해 잔뜩 기대를 품고 읽어 갔다.

 

 

 정시몬 저자는 서양사를 중심으로 한 시대별 주요 흐름을 기술하고 있다.세계 4대 문명 가운데 하나인 중국의 역사(하.은.주 시대∼후삼국시대) 그릭도 우리 시대의 역사 고전 산책을 말미에 실었다.순서대로 읽어도 괜찮겠지만 서양사를 먼저 읽는다든지 우리 시대의 역사 고전 산책을 먼저 읽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핵심은 역사의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에 있기 때문이다.메인 브런치가 밥상에 올라오면 그에 적합한 원전 토핑을 뿌려가면서 지난 세계사를 일독하고 음미하는 데에 의미를 두었다.원전(原典)은 영문으로 되어 있어 저자가 번역한 것과 내가 직독직해한 것을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도 있었다.

 

 역사는 과거와의 소통임과 동시에 과거와 미래를 잇게 해 주는 가교(架橋)임에 틀림없다.저자가 지적했듯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의 책 『역사』도 현대적 의미의 역사서가 아니다.답사와 관찰,현지인과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각국의 역사,풍습,진기명기(珍技名技) 등을 소개한 고대 여행 저널리스트에 가깝다.또한 『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 E.H.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역사는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지속적인 상호작용 과정,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이다."라고 했다.그래서 역사 관련 도서를 읽을 때 주의할 점은 당연 맹목적인 수용자세보다는 역사가와 사실(Facts) 사이를 현실 사회와 견주어 보기도 하고,폭넓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역사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겐 이 점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현실 참여적인 관점을 배양하면서 역사서를 접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사 브런치』에는 굵직굵직한 메인 브런치를 비롯하여 입맛을 돋구는 원전 토핑도 수두룩하다.사실 원전(영문)을 해독 가능한  사람에겐 원전부터 읽고 메인 브런치를 나중에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고대사의 비중이 큰 것이 두드러지고 있다.인류의 직계 조상 원인(原人)의 탄생부터 로마 제국의 멸망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세계 문명의 시원지,신화와 전쟁으로 고대사가 장식되다시피한 고대 그리스 및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를 들려 주고 있다.고대의 문명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듯 로마의 흥망성쇠에 대한 이야기는 에드워드 기번 『로마제국 쇠망사 1∼6』을 읽어야 고대 서양사를 안다고 할 것이다.나아가 중세 시대의 십자군 전쟁과 백년 전쟁,근대사의 핵심 영국의 의회 혁명,미국 혁명,프랑스 혁명은 간과해서는 안된다.민주주의가 시작되는 모멘텀이 되었던 큰 축이었고 시민이 세상의 중심이 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중국 역사는 고대사에 치중하고 있다.은.주 시대를 시작으로 3황 5제의 탄생,춘추오래와 전국칠웅이 등장한다.사서오경의 하나인 『춘추春秋』와 역사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모아 엮은 『전국책戰國策』가 출현하고 문명사는 청동기 시대에서 철기 시대로 넘어간다.전국시대는 수많은 인물과 고사를 낳았다.전국을 최초로 천하통일한 시황제는 공과(功過)가 엇갈린다.그는 사후 진용(秦俑)을 남기면서 존재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진시황제 이후 초(항우)와 한(유방) 간의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고 한 유방이 승리하면서 유방의 리더십이 현대인들의 자기계발에 자주 회자되고 있다.동시에 정치권력의 속성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 및 고사가 많다.토사구팽과 같은 고사는 정치권력의 무상,간교함을 드러내고 있다.나아가 후삼국인 위.오.촉의 인물들의 기질,처세,리더십도 현대인에게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읽다 보니 미국의 '독립 선언서'의 문단이 시선을 자극한다.한국 현대 정치권력의 흐름과 편향성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는지라 새겨야 할 대목이다.사회 구성원 모두는 정치적 인간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된다는 것,창조주에게서 특정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는다는 것,이 가운데는 생명,자유,그리고 행복 추구가 있다는 것,이러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사람들 가운데 설립된 정부가 피지배자들의 동의를 통해 정당한 권력을 얻는다는 것 등이 자명하다고 믿는다. -p424

 

 끝으로 역사란 과연 무엇일까? 토인비는 인류의 역사를 문명(civilization)의 흥망성쇠의 프레임으로 파악하려 했다.그의 사상은 총 12권짜리 대작 『역사의 연구 A study of History』에 잘 나타나 있다.한 마디로 요약하면 "도전과 응전'이라고 했다.그는 역사가에게 주문하기를,"역사가는 시간의 흐름이라는 한 가지 차원뿐 아니라 공간의 확장성,문화의 다양성,심지어 인간 심리의 변화 등 다양한 프리즘으로 세계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역사는 단선적인 아닌 다층적인 학문이 아닐 수가 없다.국정 교과서와 맞물린 현 시국에서 과연 한국사 교과서는 어떻게 직조해 나갈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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